경전

[스크랩] 23. 法句經(법구경)

수선님 2018. 11. 25. 11:53


내 고향은 남해다. 산골이면서 항상 바다와 접하면서 살았다.
 
섬지방이 항상 그러하듯이 불교의 뿌리가 깊었는데 어렸을 적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적어내라고 할 때면 출가하겠다는 학생들이 더러 있었다. 아마도 섬이라는 전통적 보수성과 주변에 남해 금산의 관세음보살성지인 보리암의 영향도 컸을 것이다. 거기에다 과거 고려때 대장경의 분사도감이 설치 될 정도로 불연이 깊었던 숙연도 있었으리라 본다.
 
소년시절 나를 불교와 연결시켜준 중요한 분이 한분 계셨다. 그분도 역시 보리암에서 승려생활을 하다가 세속에 내려와 사시던 분이었는데 나의 속가 큰 형님과 비슷한 연배였다. 몸이 약했던 나는 자주 앓아 누워서 또래 아이들 보다 깊은 생각에 잠길때가 많았다. 또 보이는 책이란 책은 몇번이나 읽어서 다 외울 정도였다. 그런 욕구가 왕성할 때 나에게 빛이 되어 주었던 분이 바로 그 거사님이었다. 나에게 부처님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거사님의 말씀을 듣고 부처님이 어떤분인지 무엇을 하면서 사셨는지 왜 성인이라고 하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내 생각을 말씀드렸더니 당신이 보시다가 겉표지가 다 닳아 떨어져 너덜거리는 경전을 몇권 주셨다. 향내음이 나의 코끝을 때렸고 무엇인지 모르게 마음 깊이 충격을 주었다. 그때 받은 경전가운데 한권이 바로 <법구경>이었다. 대부분의 경전이 쉽게 이해되지 않아서 여러번 읽어도 잘 알 수가 없었고 무슨 딴 세계의 이야기 같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나마 읽기가 쉽고 조금씩이나마 이해가 되는 경전이 바로 <법구경>이었다.
 
<법구경>의 원래 명칭은 담마파다(Dhammapada)이다. 담마란 ‘인간의 진리’란 뜻이고 파다란 ‘말씀’을 의미하는 것으로 원전은 팔리어 5부중 소주(小部)에 포함되어 있다. 이 경은 전체 423편으로 이루어진 시집이다. 그 주제에 따라서 대구(對句), 불방일(不放逸), 마음, 어리석은 자, 어진 자, 아라한, 악, 폭력, 늙음, 자기(自己) 등 26장으로 나눠져 있다. 주로 단독의 시로 되어 있으나 때로는 둘 또는 여러편의 시가 무리를 이루고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시의 형태로 구성한 이 경은 방대한 불교경전 가운데서도 가장 오래된 것으로서 불교의 도덕관과 사회관 등의 교화내용을 담고 있다. 순수하고 간단 명료하면서도 번뜩이는 지혜로써 인생의 궁극적인 삶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 이 경은 오늘날 가장 널리 알려진 불교경전가운데 하나로 누구나 좋아하며, 불자라면 <법구경>의 경구 한두개쯤은 외우고 있는 사람이 많다.

 

<법구경>은 우선 읽기가 쉬웠다. 형식이 4구절로된 시가 많았고 길지가 않아 몇구절 읽고 음미하기도 좋았다. 그래서 그때는 외우거나 공책에 구절을 적어놓고 공부시간에도 가끔 들여다 보곤했다. 한 번은 반 전체에서 가방 소지품 검사를 하다가 그만 선생님께 그 책을 빼았겼다. 아마도 껍질이 다른 종이에 싸져 있으니까 만화나 소설쯤으로 생각하셨던 것 같다. 책을 돌려 받기 위해서 교무실에 들렀을 때 선생님이 그 책을 읽고 있었다.

 

“너 좋은 책 읽고 있구나. 다 읽은 후에 좀 빌려주겠니”하시며 칭찬해 주시는 바람에 이젠 <법구경>을 공식적으로 언제든지 읽어도 되는 줄로 여기고 자랑스런 마음으로 항상 들고 다니게 된 기억도 새롭다.
 
“마음은 모든일의 근본이 된다. 마음이 주인이 되어 모든일을 부리나니 마음속에 악한일을 생각하면 그 말과 행동또한 그러하리라. 그 때문에 괴로움은 그를 따르니 마치 수레를 따르는 수레바퀴처럼”

<법구경 상서품>의 이 말씀은 지금도 나의 가슴깊이 박혀있는 부처님의 깨어있는 진실된 길(法句) 가운데 한 구절이다.

 

때로 삶에 어려움이 있거나 몸이 아프거나 사람사이의 갈등으로 괴로울 때 문득 <법구경>을 펴보면 그 속에 이를 해결할 해답이 담겨있다. 이처럼 <법구경>은 나의 갈 길을 안내해 준 부처님 말씀이어서 지금도 누구에게나 이 경 읽기를 권한다. 
 

진옥/여주 석천사 주지


출처 : 淨土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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