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문 중에 출가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마찬가지겠지만 나 역시 출가 후에 가장 먼저 접하고 외운 경전이 반야심경이다. 혜담/각회사 주지
그러나 조석예불 때마다 독송하던 그 <반야심경>의 내용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가운데서 공(空)이라는 말은 끝없이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강원에서 경전을 공부하고 동국대학교에서 불교학을 공부하면서도 공은 언제나 머리 한 구석에 박혀 있었다. 마침내 공은 나로 하여금 대학을 졸업하던 그 이튿날 선원으로 내몰았다. 참선을 하면 공을 알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원에서의 공부가 부족해서인지 그때로부터 십여년의 세월이 흘러서도 출가한 당시와 별 차이없이 공은 아득히 멀리만 있었다. 그렇다고 그것을 문자식으로나마 속시원히 해줄 우리말 해설서가 국내에 있었는가 하면 그렇지도 못했다. 그래서 공을 중심으로 한 반야사상을 연구하기 위하여 결심한 것이 일본 유학길이었고, 거기서 만난 경전이 <대품반야경(大品般若經)>이다. 벌써 십수년전의 일이었고, 그 후 귀국하여 지금까지 <대품반야경>을 번역하고 본 경전을 중심으로한 반야불교신행론을 집필하는 등 그대로 대품반야경은 나의 수행과 포교에 있어 유일무이한 경전이 되고 있다.
사실 우리들은 한 마디로 <반야경>이라고 말들을 하지만 그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왜냐하면 <반야경>이란 단일경전이 아니고 동일계통에 속하는 다수경전의 총칭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적은 것이 아니라 현존 대승경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방대한 양이 <반야경>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때문에 학자들은 이러한 다수의 반야경전류를 편의상 <대부반야경전(大部般若經典)>과 <잡부반야경전(雜部般若經典)>으로 나누고, 대부반야경전류를 다시 대반야경계(大般若經系)와 대품계(大品系) 혹은 방광계(放光系) 그리고 소품계(小品系) 혹은 도행계(道行系)의 셋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 불교에서 널리 수지·독송되고 있는 <금강경>이나 <반야심경>은 <잡부반야경전>으로 분류되는 반면, 지금 논하고 있는 <대품반야경>은 대품계의 대표적인 경전으로 취급되고 있다.
대승불교는 소승교단이 부처님의 근본정신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해서 소승교단이 안고있는 여러 모순을 지적하면서 ‘부처님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가자’라고 하는 새로운 불교운동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불교운동을 이끈 사상이 바로 <반야경>이다. 즉 대승불교의 사상이라는 것은 부처님의 근본사상을 이어받아 사상적으로 부단히 발전해 왔는데, 이러한 불교의 새로운 사상이 태동될 때마다 새로운 경전의 성립은 불가피했고, 이때 새롭게 성립된 경전은 그때마다 <반야경>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전제로 하여 다시 한번 <반야경>의 모든 계통을 살펴보면, 먼저 <원시반야경>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전이 성립되어 유포되고, 이것이 중국에 전래되면 그때마다 거기에 상당한 경전으로 번역된다. 이어서 기존의 <원시반야경>을 모태로하여 다른 새로운 사상을 첨가한 <반야경>이 다시 성립·유포되면 또다시 이것이 전래되어 다른 이름으로 중국에서 번역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경전의 제작과 유포 및 번역이 반복되는 사이에 어느덧 경전의 종류는 늘어났지만, 그때까지 형성된 모든 반야사상을 가장 완벽하게 담은 <반야경>의 출현 또한 당연한 결과였다. 이렇게 사상적인 발전이 일단 멈춘 상태에서 그때까지의 반야경전이 가지고 있는 모든 사상을 총망라하여 정리된 경전이 <이만오천송반야경>이고, 이것을 번역한 것이 바로 <대품반야경>이다.
그러나 대품반야경이 대승불교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경이 설하고 있는 공사상(空思想)이 대승불교의 가장 기본적인 교학(敎學)이 되어 있을 뿐만아니라, 중요한 대승불교의 사상을 전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원시반야경>에서부터 설해진 반야바라밀·불모사상(不母思想)·공(空)·무백성(無白性)·보살마하살·육바라밀·대승·화타행(和他行)·재가적(在家的)성격·경전의 독송 및 타인을 위해서 설하는 공덕·반야바라밀 염송의 공덕·경전공양의 공덕·삼미(三味)·회향(廻向) 등에 관해서 그 내용을 완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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