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와 십세가 서로 같지만
연기(緣起)의 장(場)은 나눌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
언제나 연기의 장이라는 총상(總相)에서 낱낱이며
이 낱낱이 그대로 연기의 장인 데서만이
서로거 서로를 살리는 것입니다.
연기의 장에서 낱낱은 무자성(無自性)의 공성(空性)으로 동일하며
그 가운데 자신의 모습을 이루고 있다는 데서 보면 서로 다른 것입니다.
낱낱의 별상(別相)이 총상(總相)을 껴안고
과거의 과거, 과거의 현재, 과거의 미래, 현재의 과거, 현재의 현재, 현재의 미래, 미래의 과거, 미래의 현재, 미래의 미래의 구세(九世)와 현재의 일념(一念)이 합쳐 십세(十世)가 됩니다. 이 십세의 낱낱 하나는 그대로 나머지 아홉 개가 된다는 것으로 하나의 시간이 그대로 일체의 시간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는 어떤 하나의 시간이 나머지 시간을 대표한다는 뜻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그대로 십세의 시간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것을 법장(法藏)스님께서 총상(總相)과 별상(別相)의 관계를 설명한 비유로 알아 봅시다. 총상인 집과 집을 이루는 별상인 서까래 등과의 비유로 연기관계를 설명하면서 서까래가 그대로 집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서까래 이외의 다른 것들, 예를 들면 기둥이나 기와 한 개도 그대로 총상인 집입니다. 왜냐하면 이 가운데 어느 하나만 없어도 집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서까래 하나가 없다면 완성되지 않은 입이라고는 할 수 있으나 집은 아니며 서까래 하나라도 제대로 있어야만 집이 됩니다.
이 관계에서 보면 서까래 하나가 총상인 집을 성립시키고 있으니 서까래가 그대로 집이 됨을 뜻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것들, 곧 기와 하나도 그대로 집이며 기둥 하나도 그대로 집이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집 밖에 있는 서까래나 기둥이 총상인 집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집을 이루고 있을 때에만 서까래나 기둥일 수 있지, 집 밖에 있을 때는 단지 나무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결과인 집이 원인인 서까래를 성립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집과 서까래의 인과관계가 성립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보면 집을 이루고 있는 낱낱은 그것이 전체로서 낱낱이지 부분으로서 낱낱이 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부분과 전체는 나눌 수 없는 상호 인과관계로 하나의 장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성립시키고 있지요.
집을 이루는 모든 조건들이 서까래를 서까래일 수 있도록 하는 데서 서까래가 그대로 집 전체를 껴안은 중심이 됩니다. 아물러 서까래 등은 다른 조건을 위해서 자신의 전체를 그곳에 투영시켜야만 되니, 이때 보면 낱낱은 그 자체로서 낱낱입니다.
다시 십세의 시간이야기로 되돌아가 봅시다. 과거의 과거라고 하는 시간은 자신의 시건으로 있으면서 그 자체가 모든 시간의 총체가 되고 있습니다. 만일 총체가 되지 않는다고 하면 과거의 과거 없이도 다른 시간이 있을 수 있으며, 또한 십세를 이루는 각각은 상호관계 없이도 존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집을 이루고 있지 않은 나무도 서까래일 수 있으니 옳은 이치가 아닙니다. 집을 이루는 요소로 있을 때에만 서까래이기 때문입니다.
곧 부분은 전체를 나누어서 부분으로 환원됐을 때는 이미 그 이름을 상실하게 됩니다. 또한 부분이 모여서 전체를 이루는 것도 아닙니다. 부분과 전체는 총상에서 부분과 전체로 존재하는 것이지, 이 관계를 떠나서는 개별자의 별상이나 전체의 총상은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연기의 장은 나눌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언제나 연기의 장이라는 총상에서 낱낱이며, 이 낱낱이 그대로 연기의 장인 데서만이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것입니다. 연기의 장에서 낱낱이 자기로 환원될 수 없음에서 각각은 무자성(無自性)의 공성(空性)으로 동일하며, 그 가운데 자신의 모습을 이룬 데서 보면 서로 다릅니다.
십세의 각각도 시간을 이루는 전체 연기의 장에서만 십세를 이약할 수 잇을 뿐, 총상으로서 연기의 장을 떠난 자신의 실체로 환원할 수 있는 시간은 없습니다. 연기의 장에서 모든 것들은 생성소멸하면서 순간순간 연기의 장을 새롭게 이루면서 동시에 해체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생성소멸은 단지 하나의 생성소멸이 아니라 연기 전체의 장을 생성소멸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는 그대로 온 우주의 얼굴이며 온 우주는 그대로 하나의 얼굴입니다. 낱낱 하나하나가 다 이와 같기 때문에 다양한 얼굴 그대로가 우주의 얼굴이며 우주의 얼굴은 다양한 얼굴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正和
-마음 하나에 펼쳐진 우주
출처 : 淨土를 그리며...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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