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마빠, 나를 생각하세요 3 - 관(觀, 위빠사나) 수행
지(止, 사마타) 수행을 잘 하고 나면 번뇌에서 벗어나거나 억누를 수 있습니다.
고통도 줄어들며 얼마간 벗어날 수도 있지만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습니다.
관 수행이 번뇌와 고통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해주는 처방입니다.
관 수행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본질을 알아야 합니다.
현상의 본질인 그 구성을 깨닫기 위해 깊은 지식으로 분석하는 과정이 포함됩니다.
지 수행과 마찬가지로 관 수행도 우선 명상으로 우리의 마음을 집중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안정시킨 상태에서 본질을 깨닫기 위해 깊은 지식을 이용합니다.
분석의 대상은 모든 현상이겠지만,
한 번에 다 파악하기는 어려우므로 형태를 가진 것과 형태가 없는 것 두 가지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기둥, 꽃병 등 기본적으로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우리의 육체적 형체도 여기에 속합니다.
어떻게 분석합니까? 각 부분들을 점점 더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분석합니다.
우리 몸을 예로 들자면, 두 팔과 두 다리 그리고 머리로 되어 있습니다.
팔을 분석해 보면 이것들이 개별적인 단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손, 팔 등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손을 보면 이것 역시 손가락 다섯 개 그리고 손바닥 등으로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분석을 하다 보면, 우리는 마침내 작은 조각들 그리고는 더 미세한 조각들로까지 내려갑니다.
그러나 이것들도 부분으로 이루어졌으며 가변적입니다.
이 조각들도 다시 살펴보면 윗조각, 아랫조각, 동서남북의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들은 서로 다른 부분들로 이루어진 것으로 조악하거나 미세한 조각이거나 독립적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들을 나타내는 측면의 관점, 조악한 단계의 관점에서 보면, 부분들의 집합체인 모든 형태를 갖춘 현상들은 실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면밀히 분석해 보면 조악한 입자들, 나아가 미세한 입자들까지도 실재하는 것이 아니며 근원적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깊은 지식을 이용하여 현상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대상을 가장 작은 부분까지 살펴서 그것 자체도 실체가 아님을 깨닫는 것입니다.
두 번째, 형태가 없는 현상이란 마음 및 정신적 요소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모든 정신적 현상은 형태가 없는 것으로 생각들 합니다. 그리고 마음 자체는 상대적 수준에서 그것을 정의하는 과정적 특질들을 통해서 그 존재를 증명할 수 없습니다.
마음은 다중적 측면이 있는데 과거, 미래, 현재의 세 범주로 요약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세가 가지를 분석해 보면, 과거의 마음은 지나가 버렸으며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래의 마음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으며 지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재의 마음은 한순간의 것이며 곧 사라질 것입니다. 개개의 순간이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분석해 보면 이들은 과거의 측면, 미래의 측면 그리고 현재의 측면입니다. 따라서 한 순간이라는 한 개의 실체가 아니라 많은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분석해 보면 ‘현재의 순간’이란 것은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어떠한 순간이라는 특질도 존재하지 않으며, 본질적인 면을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마음은 형태의 속성인 색깔이나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어디를 살펴봐도 독립된 마음이란 없습니다. 공간처럼 말입니다. 시간의 세 차원과 관련된 마음을 분석해 보면, 이것들 어디에도 본원적으로 존재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어떠한 정당한 논리도 없습니다.
불교에서는 형태가 있든 없든 모든 현상들을 이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통찰력을 가지고 분석해 보면, 모든 객체는 궁극적 실체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체 자체도 본원적 존재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두 개의 나무를 서로 비비면 불이 일어나 나무가 탑니다. 나무가 다 타고 나면 불은 저절로 꺼집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영원하며 본원적으로 존재하는 객체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나아가 이를 살펴보고 있는 주체인 통찰력도 본원적인 존재가 아닌 것입니다. 나무도 불도 모두 사라집니다.
궁극적으로 주체도 객체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나면 관념도 사라집니다.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객체의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파악할 물건이 없으므로 발견될 실재도 없는 것입니다. 과거를 기억하는 생각도, 미래를 만들어내는 생각도 없는 것입니다. 마음의 본질인 자유롭고 넓은 세계에 평안히 머무는 것이 관 수행입니다.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하면 무엇을 보더라도 그 본질을 깨달을 수 있으며, 여기에 익숙해지고 이것이 참임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수행의 한 과정을 마친 다음에는 어떻게 합니까? 우리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모든 것은 환상인 영화와 같다는 깨달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 현상은 실재하지 않지만 나타납니다. 이것들은 나타나지만 실재하지 않습니다. 영화 속의 사람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으로 보입니다. 사람이 우리 눈에 보이지만, 요점에서 본 이미지와 같은 것입니다. 같은 식으로 모든 현상은 환상을 닮았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그들의 본질이 공성이기 때문입니다. 요약하자면 명상 다음단계에서는 현상들을 환상인 영화의 이미지로 보는 공성(空性)을 인식하는 훈련을 합니다.
꾸준히 관을 공부하고 수련하면(명상에 흔들림 없이 머물며 그런 다음에 수련을 계속하는 것) 수행에 더욱 진전을 이룰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마음의 공성인 법성(法性)을 직접 깨닫고 나면, 환상이 환상이라고 가정하는 일은 필요 없습니다. 모든 현상이 환상을 닮았다는 진리를 직접적으로 깨닫게 됩니다. 법성을 직관하며 모든 고통으로부터 궁극적 해방을 이루는 것은 우리의 관 수행 기술과 부처님의 지와 관의 가르침을 단계적으로 진지하게 수련해 나가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과 이것을 수련하는 방법을 설명한 인도와 티베트의 학자나 명상 전문가들의 논술이 많습니다. 우리가 이것들을 잘 배우고 수련을 계속해 나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밝습니다. 여러분의 밝은 미래를 기원합니다.
-미쉘마틴 지음, 신기식 옮김, <<까르마빠, 나를 생각하세요>>, 지영사, 2007.
모든 이가 올바른 지혜를 얻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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