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31. 아난이라는 이름의 유래

수선님 2018. 11. 25. 13:13

[문] 대덕 아난의 이름은 무슨 인연으로 생겼는가? 전생의 인연인가? 부모가 지은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인연에 의해서 지은 것인가?

 

[답] 전생의 인연인기도 하고, 부모가 지으셨기도 하고, 인연에 의하기도 하다.

 

[문] 어찌하여 전생의 인연이라 하는가?

 

[답] 석가문(釋迦文)부처님은 전생에 대광명(大光明)188)이라는 기와장이[瓦師]였다. 그때에 석가문이라는 부처님이 계셨으며, 사리불․목건련․아난이라 불리는 제자가 있었다.

 

부처님과 제자들이 함께 기와장이의 집에 가서 하루 저녁을 묵게 되었는데, 이때 기와장이가 풀자리[草座]와 등불과 꿀물[石蜜漿]189) 등 세 가지로써 부처님과 비구들에게 공양하고 발원했다.

  
  
  
185) 범어로는 Vṛjiputra.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때 아난이 아직 유학의 경지에 있으면서 법을 설함을 꾸짖어 아난으로 하여금 깨닫게 했다고 한다.
186) 때[時]란 세존께서 떠나실 때를 말하며, 사람[人]이란 바기자를 말한다.
187) 이른바 부처님의 가르침을 모두 들어 잘 알고 있으니, 선정으로 번뇌를 멸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188) 범어로는 Prabhāsa.
189) 범어로는 madhumaire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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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래의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과 5탁악세[五惡世]190)에 태어나서 부처를 이루면 지금의 부처님과 같이 석가모니라 하고, 나의 제자들도 지금의 제자들의 이름과 같아지리다.”

 

곧 부처님의 서원에 의해 아난이라는 이름이 생겨난 것이다.

 

또한 아난은 세세(世世)에 서원을 세우기를, “나는 석가모니부처님의 제자로서 들은 것이 많은 이들 가운데서 으뜸이 되고, 이름은 아난이라 불릴 것이다”고 했다.

 

또한 아난은 세세에 인욕에 의해 성냄을 제거했다. 그 인연으로 태어나자마자 용모가 단정했다. 그 단정함으로 인해 보는 이가 기뻐했기에 아난의 부모는 그를 아난이라 이름 지었다.[아난은 진나라 말로는 환희(歡喜)이다.]

 

이것이 전생의 인연으로 이름이 생긴 사연이다.

 

어째서 부모가 이름을 지었는가? 옛날에 일종왕(日種王)191)이 있었는데 사자협(師子頰)192)이라 불렀다. 그 왕에게는 네 아들이 있었는데 첫째는 정반(淨飯)193)이요, 둘째는 백반(白飯)194)이요, 셋째는 곡반(斛飯)195)이요, 넷째는 감로반(甘露飯)이었다. 그리고 딸 하나가 있었으니, 감로미(甘露味)196)라 불렀다.

 

정반왕에게 두 아들이 있었으니 부처님과 난타(難陀)197)였고, 백반왕에게 두 아들이 있었으니, 발제(跋提)198)와 제사(提沙)199)였고, 곡반왕에게

  
  
  
190) 말세에 다섯 가지 탁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다섯 가지란, 전쟁이나 기근 질병이 번창하는 시기인 겁탁(劫濁, kalpa-kaṣāya)․유정의 수명이 짧아지는 명탁(命濁, āyuṣ-kaṣāya)․유정의 과보가 쇠해져 몸과 마음이 약해지고 고통이 증대하는 중생탁(衆生濁, sattvakaṣāya)․갖은 번뇌가 식성하는 번뇌탁(煩惱濁, kleṡa-kaṣāya)․삿된 견해가 횡행하는 견탁(見濁, dṛṣṭi-kaṣāya)을 말한다.
191) 범어로는 Sūryavaṁśa.
192) 범어로는 Siṁhahanu.
193) 범어로는 Śuddhodana.
194) 범어로는 Śuklodana.
195) 범어로는 Dronodana.
196) 범어로는 amṛtarasa.
197) 범어로는 Nanda.
198) 범어로는 Bhadrika.
199) 범어로는 Tiṣ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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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이 있었으니 제바달다(提婆達多)200)와 아난(阿難)201)이었고, 감로반왕에게 두 아들이 있었으니 마하남(摩訶男)202)과 아니로두(阿泥盧豆)203)였고, 감로미에게 외아들이 있었으니, 시바라(施婆羅)204)였다.

 

이 가운데서 실달다(悉達陀)205)보살이 점점 자라서 전륜성왕의 지위를 버리고 밤중에 출가하여 구루비라국(漚樓鞞羅國)206)의 니련선하 기슭에 이르러 6년 동안 고행을 했다.

 

이때에 정반왕이 아들을 염려하는 까닭에 항상 사자를 보내 문안하여 소식을 듣고자 했다.

“내 아들이 도를 얻었더냐? 아니면 병이 나거나 죽었더냐?”

 

사자가 와서 왕에게 말했다.

“보살께서는 오직 가죽과 뼈와 힘줄만이 상접하여 겨우 목숨을 지탱할 뿐 심히 허약하시니, 오늘이나 내일을 넘기기 어려울 것입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 몹시 걱정하여 근심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내 아들이 전륜성왕도 되지 못하고 부처도 되지 못하면서 어찌 그다지 심한 고행만 하다가 아무것도 얻는 바 없이 죽어가게 되었느냐.”

 

이렇게 근심하고 괴로워하고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기운을 잃어 가고 있었다.

 

이때 보살은 고행하던 곳을 버리고 백 가지 맛이 구족한 우유죽을 드시고 몸의 기운을 회복했다.

니련선하의 물에서 몸을 씻은 뒤에 보리수 밑으로 가서 금강좌207)에 앉아 스스로 맹세했다.

 

“이 결가부좌를 헐기 전에 반드시 일체지를 이루리라.

만일 일체지를 얻지 못한다면 결코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

  
  
  
200) 범어로는 Devadatta.
201) 범어로는 Ānanda.
202) 범어로는 Mahānāman.
203) 범어로는 Aniruddha.
204) 범어로는 Dānapāla.
205) 범어로는 Siddhārtha
206) 범어로는 Uruvilvā.
207) 범어로는 vajrās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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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에 마왕208)이 18억의 무리를 이끌고 보살이 있는 곳으로 와서는 감히 보살과 우열을 겨루고자 했다. 보살이 지혜의 힘으로 마군을 크게 무찌르니, 마왕이 당하지 못하고 물러가면서 생각했다.
“보살은 이길 수가 없으니, 그 애비를 괴롭혀 주리라.”

 

그리고는 정반왕에게로 가서 거짓말로 이렇게 말했다.

“그대의 아들은 오늘 저녁에 이미 죽었다.”

 

왕은 이 말을 듣자 놀랍고 두려움에 평상에서 떨어지니, 울부짖는 모습이 마치 뜨거운 모래 위의 고기와 같았다.

왕은 이때 통곡하면서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아이타(阿夷陀)209)도 거짓말이었고
  상서로운 감응도 영험이 없도다.
  이득을 얻으리라는 좋은 이름도
  아무런 소득이 없구나.
  
이때에 보리수신210)은 매우 기뻐하면서 하늘꽃 만다라211)를 가지고 정반왕에게 와서 게송으로 말했다.
  
  그대의 아드님은 도를 얻으셨으니
  악마의 무리들 이미 깨져 흩어졌고
  광명은 돋는 해 같으시니
  두루 시방의 국토를 비쳐 주시네.
  
왕이 말했다.
“아까는 어떤 하늘이 와서 말하되 ‘그대의 아들은 이미 죽었다’ 했는데
  
  
  
208) 범어로는 māra.
209) 범어로는 Ajita.
210) 범어로는 Bodhimṛkṣadevatā.
211) 범어로는 māndārava. 색깔 좋고 향기 좋은 고결한 꽃으로, 이를 바라보는 자의 마음을 환희롭게 만드는 천계의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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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이제 와서 악마를 무너뜨리고 도를 얻었다 한다. 두 말이 서로 어긋나니, 어떻게 믿을 수 있으랴.”

 

나무신이 다시 말했다.

“실로 거짓말이 아닙니다. 아까 왔던 하늘은 거짓으로 ‘이미 죽었다’ 한 것입니다. 이는 마라가 질투심을 품고 괴롭히려 왔던 것입니다. 오늘 모든 하늘․용ㆍ신 등이 꽃과 향으로 공양하고, 공중에 비단기[繪]를 드리웠으며, 그대의 아드님은 몸에서 광명을 뿜어 하늘과 땅 사이를 두루 비추고 있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자 일체의 고뇌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왕은 이렇게 말했다.

“내 아들이 비록 전륜성왕의 지위를 버렸으나 이제 법의 전륜왕의 지위를 얻었으니, 기필코 큰 이익을 얻을 뿐 잃어버리는 일은 없도다.”

 

왕이 이렇게 매우 기뻐하고 있는데 이때에 곡반왕 집의 사자가 와서 말했다.

“작은댁에서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왕은 몹시 기뻐하면서 말했다.

“오늘은 대단히 상서롭고도 기쁜 날이로다.”

 

그리고는 찾아온 사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아기는 꼭 아난이라 부르게 하라.”

 

이 때문에 그 부모는 아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된 것이다.

 

 

어째서 인연에 의해 이름을 짓는다고 하는가? 곧 아난은 단정하고 청정하여 마치 맑은 거울과 같았다. 늙고 젊고 예쁘고 미움이나 얼굴과 맵시는 모두 몸에서 드러나는 법인데, 아난의 그 몸은 청정하여 여자들이 보기만 하면 욕심이 곧 발동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어깨 덮는 옷[肩衣]을 입도록 허락하셨다. 이 아난은 능히 보는 사람의 마음과 눈을 기쁘게 하기 때문에 아난[歡喜]이라 이름한 것이다.

 

이에 논(論)을 지은 자는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찬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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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은 맑은 보름달 같고
  눈은 푸른 연꽃 같은데
  불법의 큰 바닷물이
  아난의 마음속으로 흘러들어 갔도다.
  
  사람들의 마음과 눈으로 하여금
  보기만 하면 크게 환희하게 하고
  부처님을 뵈러 온 모든 이들
  잘 인도하여 화목함을 잃지 않네.
  
이와 같이 아난은 비록 아라한의 도를 얻었으나 부처님의 시중을 들기 위하여 스스로가 누를 다하지 않았으니, 이러한 공덕으로 인하여 무학[無學]의 경지는 아니나 무학의 범주에 들며, 아직 애욕을 여의지 못했으나 애욕을 여읜 자의 범주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5천인 가운데 있는 것이니, 실제로는 아라한이 아닌 까닭에 ‘아난만은 제외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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