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덕 아난의 이름은 무슨 인연으로 생겼는가? 전생의 인연인가? 부모가 지은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인연에 의해서 지은 것인가? |
[답] 전생의 인연인기도 하고, 부모가 지으셨기도 하고, 인연에 의하기도 하다. |
[문] 어찌하여 전생의 인연이라 하는가? |
[답] 석가문(釋迦文)부처님은 전생에 대광명(大光明)188)이라는 기와장이[瓦師]였다. 그때에 석가문이라는 부처님이 계셨으며, 사리불․목건련․아난이라 불리는 제자가 있었다. |
부처님과 제자들이 함께 기와장이의 집에 가서 하루 저녁을 묵게 되었는데, 이때 기와장이가 풀자리[草座]와 등불과 꿀물[石蜜漿]189) 등 세 가지로써 부처님과 비구들에게 공양하고 발원했다. |
185) 범어로는 Vṛjiputra.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때 아난이 아직 유학의 경지에 있으면서 법을 설함을 꾸짖어 아난으로 하여금 깨닫게 했다고 한다. |
186) 때[時]란 세존께서 떠나실 때를 말하며, 사람[人]이란 바기자를 말한다. |
187) 이른바 부처님의 가르침을 모두 들어 잘 알고 있으니, 선정으로 번뇌를 멸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
188) 범어로는 Prabhāsa. |
189) 범어로는 madhumairey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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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래의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과 5탁악세[五惡世]190)에 태어나서 부처를 이루면 지금의 부처님과 같이 석가모니라 하고, 나의 제자들도 지금의 제자들의 이름과 같아지리다.” |
곧 부처님의 서원에 의해 아난이라는 이름이 생겨난 것이다. |
또한 아난은 세세(世世)에 서원을 세우기를, “나는 석가모니부처님의 제자로서 들은 것이 많은 이들 가운데서 으뜸이 되고, 이름은 아난이라 불릴 것이다”고 했다. |
또한 아난은 세세에 인욕에 의해 성냄을 제거했다. 그 인연으로 태어나자마자 용모가 단정했다. 그 단정함으로 인해 보는 이가 기뻐했기에 아난의 부모는 그를 아난이라 이름 지었다.[아난은 진나라 말로는 환희(歡喜)이다.] |
이것이 전생의 인연으로 이름이 생긴 사연이다. |
어째서 부모가 이름을 지었는가? 옛날에 일종왕(日種王)191)이 있었는데 사자협(師子頰)192)이라 불렀다. 그 왕에게는 네 아들이 있었는데 첫째는 정반(淨飯)193)이요, 둘째는 백반(白飯)194)이요, 셋째는 곡반(斛飯)195)이요, 넷째는 감로반(甘露飯)이었다. 그리고 딸 하나가 있었으니, 감로미(甘露味)196)라 불렀다. |
정반왕에게 두 아들이 있었으니 부처님과 난타(難陀)197)였고, 백반왕에게 두 아들이 있었으니, 발제(跋提)198)와 제사(提沙)199)였고, 곡반왕에게 |
190) 말세에 다섯 가지 탁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다섯 가지란, 전쟁이나 기근 질병이 번창하는 시기인 겁탁(劫濁, kalpa-kaṣāya)․유정의 수명이 짧아지는 명탁(命濁, āyuṣ-kaṣāya)․유정의 과보가 쇠해져 몸과 마음이 약해지고 고통이 증대하는 중생탁(衆生濁, sattvakaṣāya)․갖은 번뇌가 식성하는 번뇌탁(煩惱濁, kleṡa-kaṣāya)․삿된 견해가 횡행하는 견탁(見濁, dṛṣṭi-kaṣāya)을 말한다. |
191) 범어로는 Sūryavaṁśa. |
192) 범어로는 Siṁhahanu. |
193) 범어로는 Śuddhodana. |
194) 범어로는 Śuklodana. |
195) 범어로는 Dronodana. |
196) 범어로는 amṛtarasa. |
197) 범어로는 Nanda. |
198) 범어로는 Bhadrika. |
199) 범어로는 Tiṣy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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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이 있었으니 제바달다(提婆達多)200)와 아난(阿難)201)이었고, 감로반왕에게 두 아들이 있었으니 마하남(摩訶男)202)과 아니로두(阿泥盧豆)203)였고, 감로미에게 외아들이 있었으니, 시바라(施婆羅)204)였다. |
이 가운데서 실달다(悉達陀)205)보살이 점점 자라서 전륜성왕의 지위를 버리고 밤중에 출가하여 구루비라국(漚樓鞞羅國)206)의 니련선하 기슭에 이르러 6년 동안 고행을 했다. |
이때에 정반왕이 아들을 염려하는 까닭에 항상 사자를 보내 문안하여 소식을 듣고자 했다. |
“내 아들이 도를 얻었더냐? 아니면 병이 나거나 죽었더냐?” |
사자가 와서 왕에게 말했다. |
“보살께서는 오직 가죽과 뼈와 힘줄만이 상접하여 겨우 목숨을 지탱할 뿐 심히 허약하시니, 오늘이나 내일을 넘기기 어려울 것입니다.” |
왕이 이 말을 듣고 몹시 걱정하여 근심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
“내 아들이 전륜성왕도 되지 못하고 부처도 되지 못하면서 어찌 그다지 심한 고행만 하다가 아무것도 얻는 바 없이 죽어가게 되었느냐.” |
이렇게 근심하고 괴로워하고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기운을 잃어 가고 있었다. |
이때 보살은 고행하던 곳을 버리고 백 가지 맛이 구족한 우유죽을 드시고 몸의 기운을 회복했다. |
니련선하의 물에서 몸을 씻은 뒤에 보리수 밑으로 가서 금강좌207)에 앉아 스스로 맹세했다. |
“이 결가부좌를 헐기 전에 반드시 일체지를 이루리라. 만일 일체지를 얻지 못한다면 결코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 |
200) 범어로는 Devadatta. |
201) 범어로는 Ānanda. |
202) 범어로는 Mahānāman. |
203) 범어로는 Aniruddha. |
204) 범어로는 Dānapāla. |
205) 범어로는 Siddhārtha |
206) 범어로는 Uruvilvā. |
207) 범어로는 vajrāsan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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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에 마왕208)이 18억의 무리를 이끌고 보살이 있는 곳으로 와서는 감히 보살과 우열을 겨루고자 했다. 보살이 지혜의 힘으로 마군을 크게 무찌르니, 마왕이 당하지 못하고 물러가면서 생각했다. |
“보살은 이길 수가 없으니, 그 애비를 괴롭혀 주리라.” |
그리고는 정반왕에게로 가서 거짓말로 이렇게 말했다. |
“그대의 아들은 오늘 저녁에 이미 죽었다.” |
왕은 이 말을 듣자 놀랍고 두려움에 평상에서 떨어지니, 울부짖는 모습이 마치 뜨거운 모래 위의 고기와 같았다. |
왕은 이때 통곡하면서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
아이타(阿夷陀)209)도 거짓말이었고 |
상서로운 감응도 영험이 없도다. |
이득을 얻으리라는 좋은 이름도 |
아무런 소득이 없구나. |
이때에 보리수신210)은 매우 기뻐하면서 하늘꽃 만다라211)를 가지고 정반왕에게 와서 게송으로 말했다. |
그대의 아드님은 도를 얻으셨으니 |
악마의 무리들 이미 깨져 흩어졌고 |
광명은 돋는 해 같으시니 |
두루 시방의 국토를 비쳐 주시네. |
왕이 말했다. |
“아까는 어떤 하늘이 와서 말하되 ‘그대의 아들은 이미 죽었다’ 했는데 |
208) 범어로는 māra. |
209) 범어로는 Ajita. |
210) 범어로는 Bodhimṛkṣadevatā. |
211) 범어로는 māndārava. 색깔 좋고 향기 좋은 고결한 꽃으로, 이를 바라보는 자의 마음을 환희롭게 만드는 천계의 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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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이제 와서 악마를 무너뜨리고 도를 얻었다 한다. 두 말이 서로 어긋나니, 어떻게 믿을 수 있으랴.” |
나무신이 다시 말했다. |
“실로 거짓말이 아닙니다. 아까 왔던 하늘은 거짓으로 ‘이미 죽었다’ 한 것입니다. 이는 마라가 질투심을 품고 괴롭히려 왔던 것입니다. 오늘 모든 하늘․용ㆍ신 등이 꽃과 향으로 공양하고, 공중에 비단기[繪]를 드리웠으며, 그대의 아드님은 몸에서 광명을 뿜어 하늘과 땅 사이를 두루 비추고 있습니다.” |
왕은 이 말을 듣자 일체의 고뇌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왕은 이렇게 말했다. |
“내 아들이 비록 전륜성왕의 지위를 버렸으나 이제 법의 전륜왕의 지위를 얻었으니, 기필코 큰 이익을 얻을 뿐 잃어버리는 일은 없도다.” |
왕이 이렇게 매우 기뻐하고 있는데 이때에 곡반왕 집의 사자가 와서 말했다. |
“작은댁에서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
왕은 몹시 기뻐하면서 말했다. |
“오늘은 대단히 상서롭고도 기쁜 날이로다.” |
그리고는 찾아온 사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
“그 아기는 꼭 아난이라 부르게 하라.” |
이 때문에 그 부모는 아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된 것이다. |
어째서 인연에 의해 이름을 짓는다고 하는가? 곧 아난은 단정하고 청정하여 마치 맑은 거울과 같았다. 늙고 젊고 예쁘고 미움이나 얼굴과 맵시는 모두 몸에서 드러나는 법인데, 아난의 그 몸은 청정하여 여자들이 보기만 하면 욕심이 곧 발동하는 것이었다. |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어깨 덮는 옷[肩衣]을 입도록 허락하셨다. 이 아난은 능히 보는 사람의 마음과 눈을 기쁘게 하기 때문에 아난[歡喜]이라 이름한 것이다. |
이에 논(論)을 지은 자는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찬탄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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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맑은 보름달 같고 |
눈은 푸른 연꽃 같은데 |
불법의 큰 바닷물이 |
아난의 마음속으로 흘러들어 갔도다. |
사람들의 마음과 눈으로 하여금 |
보기만 하면 크게 환희하게 하고 |
부처님을 뵈러 온 모든 이들 |
잘 인도하여 화목함을 잃지 않네. |
이와 같이 아난은 비록 아라한의 도를 얻었으나 부처님의 시중을 들기 위하여 스스로가 누를 다하지 않았으니, 이러한 공덕으로 인하여 무학[無學]의 경지는 아니나 무학의 범주에 들며, 아직 애욕을 여의지 못했으나 애욕을 여읜 자의 범주에 있는 것이다. |
이러한 이유로 5천인 가운데 있는 것이니, 실제로는 아라한이 아닌 까닭에 ‘아난만은 제외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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