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초품 중 보살(菩薩)을 풀이함 |
[經] 다시 보살마하살1)들이 있었으니 |
[論] [문] 위로부터 세면 먼저 보살을 들고 차례로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의 차례로 해야 한다. 보살은 부처님의 다음이기 때문이다. |
만일 아래로부터 센다면 먼저 우바이를 들고 우바새․비구니․비구․보살의 순서가 되어야 하거늘 이제는 어찌하여 먼저 비구를 말하고 다음에 세 대중을 든 뒤에 보살을 말하는가? |
[답] 보살은 비록 부처님의 다음이지만, 번뇌가 다하지 못했으므로 먼저 아라한을 말한 것이다. |
아라한들은 비록 지혜가 적으나 이미 익었고, 보살들은 비록 지혜는 많으나 번뇌가 다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아라한을 먼저 말한 것이다. |
불법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비밀스런 것[秘密]2)이요, 또한 하나는 드러내 보이는 것[現示]3)이다. |
드러내 보이는 것 가운데 부처님과 벽지불과 아라한은 모두가 복전이 되니, 그 번뇌가 다하여 남음이 없기 때문이다. |
1) 범어로는 bodhisattva-mahāsattva. ‘깨달음을 추구하는 위대한 유정’ 혹은 ‘깨달음의 소질을 지닌 위대한 유정’ 이라는 뜻. 소승의 수행자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스스로 불도를 추구하면서 타인을 구제하고 깨달음으로 이끄는 대승의 수행자. |
2) 범어로는 abhisaṃdhidharma. |
3) 범어로는 prakāśita-dharma. |
[157 / 805] 쪽 |
비밀스런 것 가운데 설하는 보살은 무생법인(無生法忍)4)을 얻고 번뇌가 이미 단절되었으며, 6신통(神通)을 갖추어 중생을 이롭게 한다.
드러내 보이는 법인 까닭에 먼저 아라한을 말하고 나중에 보살을 말하는 것이다. |
또한 보살은 방편(方便)5)의 힘으로써 현전에서 5도(道)에 들어가 5욕(欲)을 감수하며 중생을 인도한다. 만일 그가 아라한 위에 있다면 모든 하늘들이나 세상 사람들이 마땅히 의괴심을 내게 되리라.
그러므로 뒤에 말하는 것이다. |
[문] 아라한의 뒤에 있는 것은 그렇다 하겠는데, 어찌하여 우바새와 우바이의 뒤에 있는가? |
[답] 네 무리는 번뇌[漏]가 다하지는 못하였으나 머지않아 다하게 될 것이므로 통틀어서 성문의 무리[聲門衆]6)라 한다. |
만일 네 무리의 중간에서 보살을 말한다면 그것은 불편해진다. 비구니의 경우, 무량한 율의을 받아 지니기에 비구의 뒤에 두고 사미의 앞에 놓는다. 부처님께서는 의법(儀法)이 불편하므로 사미 뒤에 비구니를 있게 하신 것이다. 이 보살들 역시 마찬가지로 마땅히 학인은 세 무리 위에 있어야 하지만, 불편하기 때문에 뒤에 있다고 말한 것이다. |
또한 어떤 이는 말하기를 “보살의 공덕과 지혜는 아라한이나 벽지불을 초월한다. 이러한 이유로 달리 말한다”라고 했다. |
[문] 성문의 경전[聲門經]에서는 네 가지 대중만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어찌해서 달리 보살 대중을 말하는가? |
[답] 두 가지 도가 있으니, 하나는 성문의 도요, 둘은 보리살타(菩提薩埵)7)의 도이다.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의 네 가지 대중은 성문의 도요, 보살마하살은 보리살타의 도이다.
이러한 이유로 성문의 법을 설한 경의 초두에는 부처님이 어느 곳, 어느 장소에 계시면서 보살과 함께하셨다는 경우는 |
4) 범어로는 anutpattika dharma-kṣānti. 일체법의 생함이 없는 이치를 인정하고 안주함. 곧 일체법이 불생불멸임을 확신하는 것. |
5) 범어로는 upāya-kauśalya. |
6) 범어로는 śrāvakasaṃgha. |
7) 범어로는 bodhisattva. |
[158 / 805] 쪽 |
없고, 다만 부처님이 어느 곳, 어느 장소에 머무시면서 비구와 함께하셨다고 말하고 있다. |
예컨대 부처님께서 바라내(波羅柰)8)에서 다섯 비구와 함께하셨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경우이니, 곧 “부처님께서는 가야국9)에서 천 명의 비구와 함께하셨다” 혹은 “부처님께서는 사바제10)에서 5백 명의 비구와 함께하셨다”고 말하는 것이다. |
이와 같이 갖가지 경의 첫머리에서 “보살 약 천 인과 함께하셨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
[문] 보살에는 두 종류가 있으니, 집을 떠난 이[出家]와 집에 머무는 이[在家]이다. 집에 머무는 보살은 모두 우바새․우바이에 속한다고 말하며, 집을 떠난 보살은 모두 비구․비구니 가운데 속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찌하여 따로 말하는가? |
[답] 모두 네 가지 대중 가운데 있지만, 따로 말해야 된다. 그것은 왜냐하면, 이 보살은 반드시 네 가지 대중에 속하게 되지만 네 가지 대중이 보살에 속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이 그러한가? 성문의 사람ㆍ벽지불의 사람 혹은 하늘에 태어나기를 구하는 사람 혹은 스스로의 삶을 즐기고 구하는 사람이 있으니, 이 네 종류의 사람은 보살에 속하지 않는다. |
또한 보살은 무생법인을 얻어 온갖 이름과 생사의 모습을 모두 끊어 삼계(界)를 벗어났기에 중생의 범주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왜냐하면 성문의 사람 역시 아라한도를 얻고서 멸도한 뒤에는 더 이상 중생의 범주에 떨어지지 않거늘 하물며 보살이겠는가. |
파라연우바시난(波羅延優波尸難) 가운데 게송이 있다. |
이미 멸도해 자리[處]가 없어도 다시 나오는지 |
영원히 멸했다면 나오지 않는지 |
이미 열반에 들었다면 영원히 머무르는지 |
8) 범어로는 Bārāṇasi. |
9) 범어로는 Gayā. |
10) 범어로는 Śrāvast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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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컨대 크신 지혜로 그 진실을 말해 주시옵소서. |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
적멸이란 헤아릴 수 없는 것으로 |
인연과 이름과 모습을 파괴하나니 |
온갖 언어 길을 이미 초월하여서 |
일시에 다함이 마치 불이 꺼짐과 같네. |
아라한조차도 온갖 이름을 다 끊었다. 그러니 하물며 보살은 온갖 법을 끊고 실상을 알고 법신(法身)11)을 얻었거늘 어찌 이름을 끊지 못하랴. |
그러므로 마하연의 네 가지 대중 가운데서 보살을 따로 말하는 것이다. |
대지도론(大智度論) 33. 보살의 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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