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보리행론 해설 124.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분별식이다.
17 ‘내가 깨달음을 감히 얻을 수 있겠는가?’ 하며
나태함에 젖지 말아야 하네.
여래께서는 사실만을 말씀하셨으니
이는 진리이네.
한량없는 자량을 쌓고 삼대아승지겁 혹은 삼십 내지 사십 번의 아승지겁 동안 광대한 자량을 쌓아야 한다고 할 때 ‘내가 과연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오직 진실만을 말씀하시는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구나!’ 하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18 파리. 모기. 벌,
이런 미물들조차
정진의 힘을 일으키면
얻기 어려운 ‘위없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네.
19 나와 같이 사람으로 태어나
이로움과 해로움을 분별하여
보살행을 포기하면
내가 깨달음을 어찌 얻으리.
우리 모두에게는 여래장, 불성이 있습니다.
삼독심의 허물, 무명과 실집(實執)이 강하게 존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것들은 떨어지는(흩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에 말씀 드렸던 것처럼 근본청정심에서 분리되는 성질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먼저 아견에 대해서는 무아를 깨닫는 지혜라는 대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부 물질에 냉온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뜨거움과 차가움의 성질이 서로 반대되기 때문입니다.
한쪽의 성질이 강할 때 상대의 성질이 약해지는 것은 자연현상입니다.
외부 물질의 성질 대부분이 반대되는 성질에 의해 변화가 일어납니다.
내면의 의식도 이러한 원리에 의해, 상대하는 의식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물론 상대되는 의식은 외부에서 상충하는 물질처럼 만지거나 느낄 수 있는 성질처럼 서로 반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내면 의식에 있어 반대가 되는 것, 상대가 된다는 것은 인식 방식에 따른 것입니다.
더욱이 분별에 있어 상충하는 것입니다.
전오식은 대상이 무엇인지 인지하는 수준이지, 대상이 좋고 나쁘다고 인식하지는 않습니다.
그 예로 형상에 관한 집착이 일어날 때 눈은 형상을 볼 뿐입니다. 눈은 형상을 인식할 뿐입니다.
‘좋다.’ ‘나쁘다.’ 하는 인식은 할 수 없습니다.
전오식 다음에 잇따른 분별이 일어나면서 좋다, 나쁘다 하는 분별식이 생기는 것입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바로 이 분별식입니다.
분별 때문에 하나의 대상을 두고 어떤 이는 좋다고 하고, 어떤 이는 나쁘다고 한다면 그것은 분별이 다른 것입니다.
분별이 서로 상충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은 좋다고 여기는 것이고 다른 한 사람은 나쁘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이것은 서로 상대하는 의식입니다. 인식하는 것이 서로 다른 것입니다.
어떠한 대상에 대해 ‘나쁘다.’는 의식이 강할수록 ‘좋다.’는 생각은 줄어듭니다.
반대로 ‘좋다.’는 생각이 강하면 강할수록 ‘나쁘다.’는 생각은 자리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인식하는 것은 상충하기 때문입니다.
아견(我見)을 진실이라고 인식하는 의식과 진실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의식은 서로 반대가 됩니다.
상충할 뿐만 아니라 서로 상반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함께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아견은 타당하지 않고 무아는 타당한 것이며, 아견의 상대가 되는 무아의 의식이 존재할 때 아견이라는 뒤집힌 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허물의 대치가 존재하기 때문에 허물을 일시적이고도 우연한 객진(客塵)이라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물조차도 정진의 힘을 일으키면 얻기 어려운 위없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네.” 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방편은 보리심을 얻기 위한 것이지만 삼대아승지겁 동안 자량을 쌓을 때 보살들이 하기 어려운 보살행을 ‘내가 감히 성취할 수 있을까?’ 하는 퇴굴심이 생기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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