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내용은 대단히 중요한 설법입니다.>
11. 초품 중 열 가지 비유[十喩]를 풀이함 |
[經] 모든 법은 허깨비[幻]1) 같고, 아지랑이[焰] 같고, 물속의 달 같고, 허공 같고, 메아리 같고, 건달바의 성 같고, 꿈 같고, 그림자 같고, 거울 속의 형상 같고, 변화한 것[化] 같다고 알았다. |
[論] 이 열 가지 비유는 공한 법을 풀이하기 위한 것이다. |
[문] 만일 모든 법이 공이어서 환 같다면 어째서 모든 법에는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맡을 수 있고 맛볼 수 있고 감촉할 수 있고 분별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만일에 진실로 없는 것이라면 볼 수 있거나 내지 분별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야 할 것이다. |
만약에 없는 것인데 거짓으로 본다고 한다면 어째서 소리를 보지 못하고 빛을 듣지 못하는가? 만일 모두가 균등하게 공하여 없는 것이라면 어째서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이 있는가?
모든 법이 공하기 때문이라면 마치 한 손가락에 첫째 손톱도 없고 둘째 손톱도 없어야 할 터인데 어째서 둘째 손톱은 보이지 않고 첫째 손톱만 보이는가?
그러므로 첫째 손톱은 실제로 있으므로 볼 수 있고, 둘째 손톱은 실제로 없으므로 보이지 않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
1) 범어로는 māyā. 실체가 없는 빈 껍질을 의미한다. 인연에 의해 성립되어 그 자체의 성품을 지니지 않는 존재를 환유(幻有)라고 한다. |
[245 / 805] 쪽 |
[답] 비록 모든 법의 모습이 공하지만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으로 나눠진다.
마치 환술로 드러난 코끼리․말 및 갖가지 물건과 같으니, 실제로는 없는 것인 줄 알지만 모양을 볼 수 있고 소리도 들을 수 있어서 6정(情)에 상대하여 서로 어긋남이 없다.
모든 법도 그와 같아서 비록 공하지만, 볼 수 있고 들을 수도 있어 서로 어긋남이 없는 것이다. |
『덕녀경(德女經)』2)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한다. |
덕녀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
“세존이시여, 무명(無明)은 안에 있습니까?” |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
“아니다.” |
“밖에 있습니까?” |
“아니다.” |
“안팎에 있습니까?” |
“아니다.” |
“세존이시여, 이 무명은 전생으로부터 온 것입니까?” |
“아니다.” |
“이생에서 후생으로 옮겨갑니까?” |
“아니다.” |
“이 무명은 나기도 하고 멸하기도 합니까?” |
“아니다.” |
“하나의 법으로 정해지는 실제의 성품이 있어 이를 무명이라 부릅니까?” |
“아니다.” |
그때 덕녀가 부처님께 다시 여쭈었다. |
“만약에 무명이 안에도 없고, 바깥에도 없고, 안팎에도 없고, 전생에서 금생으로 온 것도 아니고, 금생에서 내생으로 옮겨가는 것도 아니고, 진실한 성품도 없는 것이라면 어찌하여 무명으로부터 행이 인연되며, 나아가서는 온갖 고가 모입니까?
세존이시여, 가령 나무에 뿌리가 없다면 어떻게 줄기와 마디와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를 맺을 수 있겠습니까?” |
2) 범어로는 Therisūtra. |
[246 / 805] 쪽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
“모든 법의 모습이 비록 공하지만 범부는 들은 것도 없고 지혜도 없으므로 그 가운데서 갖가지 번뇌를 내고, 번뇌로 인연하여 몸과 입과 뜻의 업을 짓고, 업의 인연으로 후세의 몸을 짓고, 몸의 인연으로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는다. |
이 가운데 실로 번뇌를 짓는 일은 없다.
또한 몸과 뜻의 업도 없고,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는 자도 없나니, 마치 환술사가 갖가지 일을 환술로 나투는 것과 같으니라.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이 환술로 만들어진 것은 안에 있더냐?” |
덕녀가 대답했다. |
“아니옵니다.” |
“밖에 있더냐?” |
“아니옵니다.” |
“안팎에 있더냐?” |
“아니옵니다.” |
“전생에서 금생으로 옮겨왔더냐?” |
“아니옵니다.” |
“금생에서 후생으로 옮겨가더냐?” |
“아니옵니다.” |
“이 환술로 이루어진 것이 생과 멸이 있더냐?” |
“아니옵니다.” |
“진실로 어떤 법이 있어 환술로 이루어졌다 할 것이 있더냐?” |
“아니옵니다.” |
“너는 이 환술로 만들어진 기악(伎樂)을 보거나 듣더냐?” |
“저도 듣기도 하고 보기도 하나이다.” |
부처님께서 덕녀에게 물으셨다. |
“만약에 환술이 공하고 거짓이고 진실치 않다면, 어찌하여 환술에서 능히 기악이 만들어지겠느냐?” |
[247 / 805] 쪽 |
덕녀가 세존께 말씀드렸다. |
“세존이시여, 이 환의 특징[相]이란 그런 것이옵니다. 비록 근본이 없지만 볼 수도 있고, 들을 수도 있습니다.”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
“무명도 그와 같아서 비록 안에도 있지 않고, 밖에도 있지 않고, 안팎에도 있지 않고, 전생에서 금생으로 오거나 금생으로부터 후생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진실한 성품이 아니고, 나거나 멸하는 일도 없지만 무명을 인연하여 모든 행이 생겨나고 나아가서는 온갖 고가 일어난다.
마치 환이 쉬면 환이 짓는 바도 쉬듯이, 무명 역시 그와 같아서 무명이 다하면 행도 다하고 나아가서는 온갖 고가 모이는 일도 다하는 것이다.” |
또한 이 환술의 비유는 중생들에게 일체의 유위법은 공하여 견고하지 못함을 내 보인다.
마치 ‘일체의 행은 환술로 어린아이를 속이는 것과 같아서 인연에 속해 있으므로 자재롭지 못하고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고 설함과 같다. |
그러므로 보살들은 모든 법이 환 같음을 안다고 하는 것이다. |
‘아지랑이 같다’고 했는데, 뜨거운 열기[炎]가 햇살이나 바람에 움직이는 먼지 때문에 마치 광야에서 아지랑이 같은 것을 보고는, 지혜 없는 사람은 그것을 처음 보고서는 물이라 여긴다. |
남자의 모습, 여자의 모습 등도 그와 같아서 결사ㆍ번뇌라는 햇살과 행이라는 먼지와 삿된 생각이라는 바람이 생사라는 광야 가운데서 펼쳐지는 것이다.
지혜 없는 사람은 하나의 모습으로 삼아 남자라고 하기도 하고 여자라고 하기도 한다. 이를 아지랑이와 같다고 한다. |
또한 멀리서 아지랑이를 보고는 물이란 생각을 하지만 가까이 가면 물이란 생각이 없어지니, 지혜 없는 사람도 그와 같아서 성스런 법을 멀리하면 무아를 모르고 모든 법의 공함을 몰라 음(陰)․계(界)․입(入)의 성품이 공한 가운데서 사람이란 생각ㆍ남자란 생각ㆍ여자란 생각을 일으키지만 성스런 법에 가까이 가서는 모든 법의 진실한 모습을 알게 된다.
이때 거짓된 갖가지 망상은 모두 제거된다. 그러므로 보살들은 ‘모든 법이 아지랑이 같은 줄 안다’고 말한 것이다. |
[248 / 805] 쪽 |
‘물속의 달 같다’ 했는데, 달은 실제로는 허공 가운데 있으면서 그림자를 물위에 비춘다.
진실한 법상의 달이 법성(法性)과 같은 실제(實際)의 허공 가운데 있건만 범부들의 마음인 물에는 나와 내 것이라는 상(相)을 드러내는 것이다. |
그러므로 ‘물속의 달 같다’고 한다. |
또한 어린아이가 물속의 달을 보고는 좋아하며 집으려 하는 것과 같으니, 어른이 이것을 본다면 웃는다. 지혜 없는 사람도 그와 같아서 몸이란 소견[身見] 때문에 내[吾我]가 있다고 본다.
진실한 지혜가 없으므로 갖가지 법을 보고, 본 뒤에는 기뻐하면서 모든 모습, 즉 남자란 모습ㆍ여자란 모습 등을 취하려 한다.
도를 얻은 성인은 이를 보고 웃으니, 게송으로 말하리라. |
물속의 달, 아지랑이 속의 물 |
꿈에서 얻는 재물, 죽어서 태어나는 일 |
이러한 것들을 진실로 얻고자 한다면 |
이는 우치한 자이니, 성인들이 웃으리. |
또한 비유하건대 고요한 물속에서 달 그림자를 보았으나 물을 저으면 보이지 않듯이 무명이라는 마음의 고요한 물에서 나와 교만 등 모든 결사의 그림자를 보았으나 진실한 지혜의 지팡이로 마음의 물을 저으면 나 등의 모든 결사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
이런 까닭에 ‘보살들은 모든 법이 물속의 달 같은 줄 안다’고 말한 것이다. |
허공과 같다 함은 이름만 있고 실제의 법이 없기 때문에 허공은 볼 수 없는 법이지만 멀리서 보기 때문에 눈에 닿는 빛이 바뀌어 옥빛으로 보인다. |
모든 법도 그와 같아서 공하여 있는 바가 없거늘 사람들이 무루의 진실한 지혜를 멀리하는 까닭에 실상을 버리고 너와 나, 남자와 여자, 집과 성 등 갖가지 사물을 보고 마음으로 집착하되 마치 어린아이가 푸른 하늘을 우러러 보고 진실로 색깔이 있다고 여기는 것과 같다. |
또한 어떤 사람이 허공을 아무리 멀리 날아 올라가도 보이는 것이 없지만 멀리서 보기 때문에 푸른빛이라고 여기듯이 모든 법도 그러하다.
그러므로 ‘허공과 같다’고 말한다. |
[249 / 805] 쪽 |
또한 허공의 성품은 항상 청정하거늘 사람들이 흐리다거나 더럽다고 말하듯이 모든 법도 그와 같아서 성품이 항상 청정하거늘 음욕과 성냄 등에 가리어진 까닭에 사람들은 부정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
게송으로 말하리라. |
여름날이 천둥번개에 비 내리고 |
구름 덮여 흐리어 깨끗지 못하듯이 |
범부들의 어리석음도 이와 같아서 |
갖가지 번뇌가 항상 마음을 덮었도다. |
겨울날은 때로 해가 나오지만 |
언제나 구름 가려 어둡듯이 |
첫 과위나 두 번째 도를 얻었더라도 |
여전히 욕염(欲染)에 가리어져 있도다. |
혹은 봄날 아침 해가 돋으려 하나 |
때때로 구름에 가리어져 있듯이 |
욕염을 여의어 세 번째 도를 얻었으나 |
남은 우치와 교만이 여전히 마음을 가린다. |
가을 날씨가 구름 한 점 없고 |
큰 바다의 물이 청정하듯이 |
할 일을 이미 다한 무루심의 나한은 |
이렇듯 청정함을 얻는다. |
또한 허공이 처음도 중간도 뒤도 없듯이 모든 법도 역시 그러하다. |
또한 마하연에서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시되 “허공은 앞 세상도 없고, 중간 세상도 없고 뒷세상도 없으니, 모든 법도 그러하다”고 하신 것과 같다. |
[250 / 805] 쪽 |
그 경에서는 이 뜻을 자세히 말씀하고 계시다. |
그러므로 ‘모든 법이 허공 같다’ 말한다. |
대지도론(大智度論) 58. ★ 공성(空性)의 올바른 이해, 무명(無明)의 정확한 정의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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