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 팔년 전 <불교적 깨달음과 과학적 깨달음>이라는 책을 세상에 처음으로 내놓았다. <백유경>은 백가지 비유에 의해 불교의 실천도를 설한 매우 평범하면서도 특이한 경전으로 <백구비유경>, <백구비유집경> 등으로도 불린다. 인도의 승려 상가세나가 5세기경에 지었고, 그의 제자인 구나브릿디가 492년에 한역했다. 원래 범어의 명칭은 <우파마사타카수트라>로 치화만(癡華만)이라고 번역된다. 이는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불교의 교리를 아무리 직설적으로 설한다 하더라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비유를 드는 것을 ‘화만’으로 표현했다는 뜻이다. <백유경>은 일상생활과 관련된 우스개의 비유를 엮어 모은 98개의 이야기로서 단순하게 되풀이되어 전개된다. <법화경>이나 <화엄경>처럼 뛰어나고 심오한 내용은 없지만 단순하고 담백한 것이 오히려 일미다. 추운 겨울날 가족들이 군밤이라도 까 먹으며 함께 읽는다면 할아버지같은 부처님이 옆에 앉아 옛날 이야기를 해 주시는 것처럼 더욱 구수할 것이다. 우화집 <백유경>이 이루어진 인연은 다음과 같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 작봉죽원이라는 동산에 머물고 계셨다. 그 때 그곳에는 많은 보살들과 바라문 오백명도 함께 있었다. “사람은 곡식에 의해 생겨나고 또 살아가느니라.” “곡식은 어디서 생겼습니까?” “곡식은 네가지(흙, 물, 불, 바람) 작용에 의해 생겼느니라.” “네 가지 작용은 어디서 생겼습니까?” “네 가지 작용은 허공에서 생겼느니라.” “허공은 어디서 생겼습니까?”라고 계속 묻는다. ‘먼 옛날 두 사람의 장사꾼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늘 장사를 하러 다녔습니다. 한 사람은 순금을 팔고 다른 한 사람은 ‘툴라’라는 솜을 팔았습니다. 하루는 금을 사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순금인지 아닌지를 시험하기 위해 불에 태웠습니다. 이때 솜을 팔던 장사꾼이 불에 달구어진 금을 몰래 훔쳐서 툴라솜 속에 감추었습니다. 금이 시뻘겋게 달았기 때문에 솜이 모두 타버리고 말았습니다. 도둑질한 사실이 탄로난 솜장사는 솜과 금 모두를 잃고 말았습니다.’ 불에 달구워진 금이 솜을 태우고 금의 모습을 드러내듯이 진리는 아무리 감추려해도 저절로 드러난다는 것을 얘기해 주고 있다. 세상의 부패가 아무리 심하더라도 부패를 거름삼아 정의는 스스로 싹을 틔우는 법이다. 김성규/영남대 의대교수
불교와 과학을 접목시킨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라 자부한다. 쉽게 쉽게 할려고 최선을 다 했지만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았다. 그 해 겨울 우연히 <팔만대장경>을 보다가 <백유경> 부분을 보게 되었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단순한 주제로 보이기도 했지만 어린이 청소년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방학 내내 연구실에서 밤 늦게까지 번역을 새롭게 하고 해설을 붙인끝에 그 해 겨울 <지혜는 어리석음을 먹고 자란다>를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한 바라문이 일어나 “사람은 어떻게 해서 태어났습니까?”
이러한 바라문의 물음에 비유를 들어 진리가 무엇인지, 깨달음이 무엇인지를 알게하여 더 열심히 수행정진하여 거룩한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 <백유경> 이다. 그렇기때문에 이 경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일상생활과 결부시켜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비유로써 대중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고 있다.
세상의 부도덕이 높으면 높을수록 양심의 골짜기 또한 깊게 패여 진실의 강을 이루고 만다. 세상의 탐욕이 끝이 없어 여기저기 전쟁이 끊일 날이 없다 하더라도 무소유 정신은 평화와 자유의 깃발을 더 높이 휘날릴 것이다. 성내는 마음이 지옥까지 이르러 온 세상을 병들게 한다 하더라도 자애로움은 성내는 마음을 촛물 녹아내리듯이 녹여낸다.
진리는 무적이며 지혜는 어리석음을 먹고 자란다는 것을 이 <백유경>은 생활의 비유로써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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