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스크랩] 36. 숫타니파타(Suttanipata)

수선님 2018. 12. 16. 12:24


<숫타니파타>는 한역불경에는 없는 남전대장경 소부에 들어있는 경전이다.
 
숫타(sutta)는 팔리어로 경, 니파타(nipata)는 집합이라는 뜻이므로 굳이 한문식으로 이름을 붙인다면 ‘경집(經集)’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가르침을 모아놓은 것이기 때문에 <숫타니파타>에는 작은 제목의 경이 70개가 들어 있으며 이 경들은 사품(蛇品), 소품(小品), 대품(大品), 의품(義品), 피안도품(彼岸道品) 등 5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경전의 형식은 대체로 운문으로 되어 있는데 70개의 경은 모두 1149수의 시로 구성돼 있어서 읽기가 아주 쉽고 편하다. 경전의 주된 내용은 수행자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가 중심이지만 중요한 교리문제에 대해 간명하게 언급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이 경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 나카무라 하지메(中村元)는 “불교경전의 초기원형을 간직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경전 편찬자들의 주관적 의지가 최소한으로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부처님의 생생한 육성을 짐작하기에 최적의 경전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이 경이 갖는 가장 뛰어난 장점은 아무래도 내용의 소박함과 평이성일 것이다. 대개의 경전이 딱딱한 교리를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데 비해 이 경은 불자가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에 관한 설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경을 읽다보면 마치 부처님이 지금 우리곁에서 이런 일은 이렇게 해야 하고, 저런 일은 저렇게 해야 한다고 자상하게 가르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나의 경우 많은 경전은 읽지 못했지만 <숫타니파타>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는 경전은 별로 보지 못했다.
 
이 경전이 최초로 출판된 것은 1969년이었다. 법정스님의 번역으로 <지혜와 자비의 말씀>이라는 표제를 달고 역경원에서 간행됐다. 내가 이 경을 처음 만난 것은 대학생 때인 1971년 작고한 서경수 교수께서 필독서로 추천해 준 인연으로서다. 대승경전에 길들여져 온 입맛으로는 좀 싱겁게 느껴졌으나 읽을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었다. 나는 그해 겨울내내 밑줄을 쳐가며 이 경전을 읽었다. 그후 나는 이 경전을 늘 책상위에 올려놓고 시간날때마다 펼쳐보고 있다. 책을 꺼내놓고 아무데나 펼치면 금방 이런 가르침이 눈에 들어온다.

‘사물에 통달한 사람이 평안한 경지에 이르러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유능하고 정직하고 말씨는 상냥하고 부드러우며 잘난 체하지 말아야 한다. 만족할 줄 알고 많은 것을 구하지 않고 잡일을 줄이며, 생활도 간소하게 하며, 모든 감관이 안정되고 총명하여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으며 남의 집에 가서도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 다른 식자들로부터 비난을 살만한 행동을 결코 해서는 안된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태평하라. 안락하라.’<제1장 8절, 자비>

‘손위 사람을 공경하고 시기하지 말며, 스승을 만나 진리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으라. 고집을 버리고 겸허한 태도로 때를 맞추어 스승을 찾아가라…진리를 즐기고 진리를 기뻐하며, 진리에 머무르고 진리를 비방하는 말을 입에 담지 말라. 훌륭하게 설해진 진리에 따라 생활하라.’<제2장 8절, 도덕>

‘마음으로부터 화를 내고 남을 비방하는 사람이 있다. 또한 마음이 진실한 사람이라도 남을 비방하는 일이 있다. 비방하는 말을 들을지라도 성인은 그것에 동하지 않는다. 성인은 무슨 일에나 마음이 거칠어지지 않는다.’ <제4장 3절, 분노>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않을 때, 화나고 힘든 일이 생길 때, 그리고 마음이 산란해져 짜증이 날 때, 누구든 펼치면 금방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이 경이다. 경전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 있겠는가. 만약 불자들이 이 경을 한권씩 갖춰 놓고 틈틈히 읽는다면 그 종교생활은 더욱 진실해 질 수 있을 것이다. 
 

홍사성/불교TV 편성제작국장


출처 : 淨土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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