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명상

[스크랩] 지운스님의 茶명상/⑩ 차를 觀하라

수선님 2018. 12. 16. 12:28

두 번째는 차맛과 차맛을 보는 정신작용이 다르다는 것을 아는 단계입니다. 흔히 사물을 볼 때 보이는 사물과 보는 정신작용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상과 대상을 아는 정신작용의 관계는 마치 거문고를 켰을 때 거문고 줄이 진동하고 소리가 나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과의 관계란 대상에 따라 반응하는 생각의 색깔과 진동폭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 정신의 작용을 하나의 대상에 고정하면 어떻게 될까요. 거문고를 거듭 켜지
않는 이상 점차 그 진동은 줄어들면서 마침내 멈춥니다. 이처럼 일어나는 생각의 진동폭을 줄이고 정지시키는 것이 지(止)의 수행법입니다.

이렇게 정신을 차맛에 고정시켜 맛을 보면 생각의 이미지와 진동이 점차
멈추면서 정신작용과 차맛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것이 두 번째 단계입니다.

세 번째는 차를 마시면 차맛이 변한다는 사실을 알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차를 처음 마시는 사람들은 한 모금의 차에서도 그 맛이 변한다는 것을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止)수행을 하면 차마심에 익숙한 것에 관계없이 차맛의 변화를 쉽게 감지할 수 있습니다.

정신을 차맛에 고정시켜 맛을 보면 차맛이 변화하는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게
되며 번뇌망상이 끼어들 틈이 없어져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차맛의 변화를 놓치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변화를 알아차려 아는 것이 곧 마음이 깨어있는 상태이며 존재의 실상(實相)을 깨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세 번째 단계입니다. 이 부분은 관(觀)수행의 차맛 변화알기에서

다시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번째 단계는 맛의 공통점을 아는 것입니다.

이는 관(觀)이 수반된 지(止)수행입니다. 세 번째의 단계가 차맛의 변화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별됨을 아는 것이라면, 이 네 번째 단계는 그 차별된 맛 속에서 공통된 무미(無味)의 한가지 맛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장소나 시간 또는 차의 종류에 관계없이 무미의 맛을 알아낸다면 이는 일미(一味)의 경지입니다. 이 일미 무미의 경지는 모든 존재의 참 모습이기도 하고 우주의 본래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첫맛 알기에서 알아차리는 경지는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첫맛 茶(첫맛은 이렇게)

차 마실 때
그냥 느끼는 맛이 첫맛이라네
과거에 맛보던 것과 비교하지 말게
고정관념으로 맛보는 것도
차에 대한 모독이라네

집중되지 않을 때
지긋이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하게
바로 그때
달빛 속 고요한 송광사처럼
아무 생각 없이 느끼는 차맛이
첫맛이라네

이렇게 차맛 즐길 때
깨어나는 마음 멈출 수 없어
마음 그릇에 가득찬 갖가지 상념들
앞 다투어 허공 속으로 도망가니
구름 밟고 날아갈듯 가쁜
돌사람 차맛 보네

출처 : 명상스쿨
글쓴이 : 선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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