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첫맛알기 수행은 차맛 변화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이는 첫맛과 차맛 변화는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미다선의 두 번째 수행은 차맛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관(觀)수행으로 가상현실(假想現實)에서 벗어나는 방법입니다.
관(觀)은 눈(肉眼)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것을 말합니다. 육안(肉眼)으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눈은 앞과 좌우를 볼 수 있지만 뒤를 보지 못합니다. 또 장애물이 있거나 멀리 있는 것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구애됨이 없어서 보지
못하는 것이 없을 뿐더러, 눈의 한계로 인한 오류와 괴로움도 바로잡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보는 힘을 계발하는 것이 관(觀)수행입니다. 관수행으로 심안이 열리면 반야지혜를 얻습니다. 그래서 관수행을 지혜선(智慧禪)이라고도 하는 것입니다.
마음의 눈으로 보려면 훈련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늘 눈을 통해 사물을 보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차맛 변화 알기의 관수행은 마음의 눈을 키워줍니다. 차맛이 변하는 과정을 알아차려 가면서 음미하면 됩니다. 즉 심안의 현상으로 차를 머금은 입안과 혀, 치아 등이 보이기 시작하면, 이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하나의 대상에 정신을 집중하여 생각의 흐름을 정지하면(止수행) 대상이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비유하면 차창 밖의 경치를 볼 때 다른 생각에 잠기거나 또는 경치마다 분별하다보면 그 경치가 변하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일어나는 생각에 쫓아가지 않고 무심하게 바라보노라면 경치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해 가는 것이 보입니다.
생각의 흐름을 중지시키고 또한 나타나는 대상에 따라가지 않으면 마음의 안정 속에서 변화를 면밀히 주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지(止)수행을 통해 변화를 아는 관(觀)수행입니다.
지(止)를 통한 관(觀)수행은 시간적으로는 현상의 이전과 이후를, 공간적으로는 현상의 표피를 꿰뚫어 그 이면(裏面)을 아는 것입니다. 그래서 차맛 변화알기는 곧 꿰뚫어 보는 앎입니다. 그래서 관은 지혜를 계발하는 수행입니다. 관은 관조(觀照)라고도 하는데 관 그대로 지혜이며 깨달음입니다. 관(觀)은 기존의 고정된 형상을 깨뜨리고 이면의 실상을 꿰뚫어 보고 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미차(一味茶)
무심히 차맛따라 물처럼 흘러가세
샛강물이 흘러흘러 바다 한맛 되듯이
마시고 또 마셔서
한맛의 큰 바다에 이르세
맛보는 자와
보이는 맛이 따로 없어
오로지 한맛뿐인 바다에 이르세
유정이든 무정이든
정신이건 물질이건
주관과 객관이 홀연히 없어져
분별 다하고 하나가 되어
또렷이 한 생명의 맛으로 살아 춤추네
'茶 명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지운스님의 차 명상⑭ 일미다선-5/차맛 변화를 알아차려야 하는 이유 (0) | 2018.12.23 |
---|---|
[스크랩] 지운스님의 차 명상 ⑬ 일미다선-4-무미(無味)의 한가지 맛 (0) | 2018.12.23 |
[스크랩] 지운스님의 차 명상⑪ 일미다선-2/첫 맛과 마음수행 (0) | 2018.12.16 |
[스크랩] 지운스님의 茶명상/⑩ 차를 觀하라 (0) | 2018.12.16 |
[스크랩] 지운 스님의 茶명상 /⑨ 일미다선 (0) | 2018.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