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 이때 세존께서는 삼매로부터 편안히 일어나시어 천안으로 세계를 관찰하시고는 온몸으로 미소 지으셨다. |
[論] [문] 어찌하여 세존께서는 삼매왕삼매에 드셨다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으시고 선정에서 일어나셔서 세계를 관찰하셨는가? |
[답] 부처님께서 이 삼매왕삼매에 드시면 모든 불법의 보배 창고가 모두 열리고 모두 보이게 된다. 이 삼매왕삼매 가운데서 보신 뒤에 생각하셨다. |
‘나의 이 가르침의 보배 창고는 한량없고 셀 수 없고 가히 생각할 수 없도다.’ |
그런 뒤에 다시 삼매로부터 천천히 일어나셔서 천안으로 중생들을 관찰하시고는 중생들의 빈곤을 아셨다.
이 보장은 인연 따라 얻어지는 것으로 일체의 중생들도 얻을 수 있건만 다만 우치하고 어두운 곳에 앉은 채 구하거나 찾지 않을 뿐이다. 그러므로 온몸으로 웃으신 것이다. |
[문] 부처님에게는 불안과 혜안과 법안이 있으셔서 천안보다 훌륭하거늘 어찌하여 천안으로 세계를 관찰하셨는가? |
[답] 육안으로 보는 바는 두루하지 못한 까닭이다.
혜안은 모든 법의 실상을 알고, 법안은 그 사람은 어떤 방편으로 어떤 법을 행하게 하여야 도를 얻겠는가 함을 보고, 불안은 온갖 법을 눈앞에서 명료하게 아는 것을 말한다.
이제의 천안은 세계와 중생을 반연하되 장애가 없으나 다른 눈은 그렇지 못하다.
혜안․법안․불안이 비록 수승하나 중생을 보는 법이 아니다.
중생을 보고자 하면 오직 두 가지 눈, 즉 육안과 천안이어야 하는데, 육안은 두루하지 못하여 장애가 있기 때문에 천안으로 관찰하신다. |
[299 / 805] 쪽 |
[문] 지금의 이 눈은 부처님께 있거늘 어찌하여 천안이라 하는가? |
[답] 이 눈이 하늘 세계에 많기 때문이다.
또한 천안으로 보는 바는 산․수목에 장애되지 않나니, 어떤 사람이 지계와 선정을 부지런히 닦아 행력(行力)으로 얻는다면 이는 태어날 때 얻은 부분[生分]이 아니다. 이런 까닭에 천안이라 한다. |
또한 사람들이 많이 하늘을 귀히 여기어 하늘을 주인[主]으로 삼나니, 부처님께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따르기 때문에 천안이라 한다. |
또한 하늘에는 세 가지가 있으니, 명천(名天)․생천(生天)․정천(淨天)이다.
명천이라 함은 천왕이나 천자(天子) 등이요, 생천이라 함은 제석․범왕 등 여러 하늘이요, 정천이라 함은 부처님․벽지불․아라한을 말한다. |
정천 가운데서 가장 존귀한 분이 부처님이니, 이제 천안이라 해도 허물이 없다. |
‘천안으로써 세계를 관찰한다’고 했는데, 세계의 중생은 항상 안락을 구하나 더욱 고통을 받고 마음은 나에 집착한다.
여기에는 실제로 나라 할 것이 없거늘 중생들은 항상 괴로움을 두려워하면서도 도리어 괴로움을 행하니, 이는 마치 맹인이 좋은 길을 구하건만 도리어 깊은 구덩이에 빠지는 것과 같다. |
이와 같이 갖가지로 관찰하신 뒤에 온몸으로 미소지으신 것이다. |
[문] 웃음이란 입으로 나오거나 눈으로 웃을 뿐이거늘 이제 어찌하여 온몸으로 웃는다 하는가? |
[답] 부처님은 세상 가운데 가장 존귀하시고 자재를 얻으시어 능히 온갖 몸을 입 같고 눈같이 하실 수 있기 때문에 능히 웃으실 수 있다. |
또한 모든 털구멍이 모두 열리므로 웃는다 할 수 있고, 입으로 웃으면서 기뻐하므로 온갖 틸 구멍이 모두 열리는 것이다. |
[300 / 805] 쪽 |
[답] 부처님은 지극히 존귀하시거늘 어찌하여 웃으시는가? |
[답] 대지는 아무런 일이 없거나 작은 인연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부처님도 그와 같아서 아무런 일이 없거나 작은 인연으로 웃지 않으신다.
이제는 큰 인연이 있는 까닭에 온몸으로 웃으신 것이다. 무엇이 큰 인연인가?
곧 부처님께서 『마하반야바라밀경』을 말씀하려 하시니, 마땅히 헤아릴 수 없는 중생들이 부처의 종자를 잇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큰 인연이다. |
또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일찍이 여러 생 동안 작은 벌레나 악한 사람이었는데, 차츰차츰 여러 선(善)의 근본을 쌓아서 큰 지혜를 얻고 지금은 스스로가 부처를 이루었다. 신통력이 한량이 없어 가장 높고 가장 크니, 모든 중생도 그렇게 될 수 있거늘 어찌하여 공연히 헛고생을 하여 작은 길에 빠져 있는가”라고 하셨다. |
이런 까닭에 웃으신 것이다. |
또한 작은 인(因)으로 큰 결과를 얻고 작은 연(緣)으로 큰 갚음[報]을 얻으니, 불도를 구하는 자가 한 게송으로 찬탄하거나 나무불(南無佛)을 한 번 외우거나 향을 하나 사르거나 하면 반드시 부처를 이룬다.
그러니 하물며 모든 법이 실로 나지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나지 않는 것도 아니요 멸하지 않는 것도 아님을 들어서 알며, 인연의 업을 행한다면 또한 이루지 못할 리 없다.
이런 까닭에 웃으시는 것이다. |
또한 반야바라밀의 모습은 청정하여 허공과 같아서 줄 수도 없고 취할 수도 없다.
하지만, 부처님께서 갖가지 방편과 광명과 신통으로써 일체 중생을 교화하여 마음을 길들게 한 뒤에 반야바라밀을 믿어 받들게 하고자 하신다.
이런 까닭에 웃으시면서 광명을 놓으신 것이다. |
웃음에는 갖가지 인연이 있는데, 어떤 사람은 기뻐서 웃고, 어떤 사람은 성나서 웃고, 어떤 사람은 남을 경멸하여 웃는다.
또한 이상한 일을 보고 웃기도 하고, 부끄러운 일을 당해 웃기도 하고, 낮선 지방의 이상한 풍속을 보면 웃기도 하고, 희유하고 어려운 일을 보고 웃기도 한다.
지금은 가장 희유하고 어려운 일이니, 그 때문에 웃으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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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 / 805] 쪽 |
모든 법의 모습은 나지도 않고 하지도 않으며, 참공[眞空]이어서 자(字)도 없고 이름도 없고 말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거늘 이름을 지어서 중생들을 위해 설명해 주어 해탈을 이루게 하려 하니, 이는 제일로 어려운 일인 것이다. |
비유하건대 백 유순(由旬)이나 되는 큰 불구덩이에 어떤 사람이 마른 풀을 지고 불 속을 지나되 한 잎도 태우지 않게 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과 같다.
부처님도 역시 그와 같아서 8만이나 되는 온갖 법의 이름[名字]이라는 풀을 짊어지고 모든 법의 실상 속에 들어가서 물듦[染著]이라는 불에 타지 않고 장애 없이 곧장 지나가기는 심히 어려운 일이다. |
이런 어려운 일 때문에 웃으신 것이다. |
이와 같이 갖가지 희유하고 어려운 일 때문에 온몸으로 미소를 지으신 것이다. |
대지도론(大智度論) 68. 부처님의 육안, 천안, 혜안, 법안,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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