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초품 중 광명을 놓으시다를 풀이함② |
[經] 여기에서 세존께서는 상광명(常光明)으로써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시니 또한 동쪽으로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부처님 세계에까지 이르렀다. 나아가 시방에 이르기까지도 역시 그와 같았으니, 어떤 중생이든지 이 광명을 만나면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 |
[論] [문] 앞에서 이미 온몸으로 미소 지으시고 털구멍으로부터 광명을 놓았거늘 어찌하여 이제 다시 상광(常光)을 놓아 시방세계를 비추는가? |
[답] 사람들이 다른 광명을 보면 부처님의 광명이 아니라 하다가 부처님의 상광이 차츰 크게 비추는 것을 보고는 “이것이 참으로 부처님의 광명이다”라고 하면서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르게 된다. |
[문] 어떤 것을 상광이라 하는가? |
[답] 부처님의 네 둘레에 각각 한 길[丈]의 광명이 있는데 보살에게는 태어나자마자 이것이 있다. 이는 32상의 하나로서 장광상(丈光相)이라고 한다. |
[문] 부처님은 어째서 상광이 한 길을 넘지 않는가? |
[답] 일체의 부처님들의 상광은 한량이 없어서 항상 시방세계를 비추시나니, 석가모니불의 신통한 몸의 광명도 한량이 없으셔서 혹 한 길ㆍ백 길ㆍ천 만 억 길에서 삼천대천세계와 시방세계에 이르기까지 두루 채우니, 모든 부처님의 상법(常法)과 같다. |
[310 / 805] 쪽 |
다만 5탁세(濁世)1)에서는 중생들이 덕이 적고 지혜가 적으므로 한 길의 광명만을 받는다.
만일 더 많은 광명을 받게 되면 지금의 중생들은 복이 얇고 근기가 둔하여 눈으로 그 광명을 감당할 수가 없다. |
마치 사람이 하늘의 몸[天身]을 보면 실명(失明)하는 것과 같으니, 광명은 치성하나 눈의 힘은 미약하기 때문이다. |
만일 중생들이 근기가 영리하고 복이 중해지면 부처님은 곧 그들을 위해 한량없는 광명을 놓으신다. |
또한 어떤 사람은 부처님의 상광을 보고는 환희하며 해탈을 얻는다. 비유하건대 국왕이 항상 먹던 음식으로 남은 것을 신하들에게 내려주면 받은 자는 몹시 기뻐하는 것과 같다.
부처님도 또한 이와 같아서 어떤 사람이 부처님의 갖가지 다른 광명을 보면 기뻐하지 않지만 부처님의 상광을 보면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르는 것이다. |
[經] 여기에서 세존께서는 광장설상(廣長舌相)2)을 내시어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덮으시고는 빙그레 미소지으셨으며, 그 혀뿌리로 부터 한량없는 천만억의 광명을 내셨다. 이 낱낱의 빛은 천 잎의 금빛 보배꽃으로 변하고, 그 꽃 위에는 모두 화현한 부처님이 가부좌를 맺고 앉아 6바라밀을 말씀하시니, 듣는 중생으로서 듣는 자는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 |
다시 시방으로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부처님 세계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그와 같았다. |
[論] [문] 불세존께서는 큰 덕이 있으시고 존귀하시거늘 어찌하여 길고 넓은 혀를 내미셔서 천박한 듯한 모습을 지으셨는가? |
[답] 위의 세 가지 광명으로 시방의 중생을 비추어 해탈을 얻게 하셨다.
이제 입으로 마하반야바라밀을 말씀하시고자 하시나, 마하반야바라밀은 매우 깊어서 알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렵고, 믿어 받들기 어렵다.
그러므로 넓고도 긴 혀를 내밀어 증거로 삼으셨으니, 혀의 모습이 이러할진대 그 말씀은 반드시 진실하리라는 것이다. |
1) 말세에 나타나는 다섯 가지 탁한 현상으로, 전쟁이나 기근 질병이 번창하는 시기인 겁탁(劫濁, kalpa-kaṣāya)․유정의 수명이 짧아지는 명탁(命濁, āyuṣ-kaṣāya)․유정의 과보가 쇠해져 몸과 마음이 약해지고 고통이 증대하는 중생탁(衆生濁, sattvakaṣāya)․갖은 번뇌가 식성하는 번뇌탁(煩惱濁, kleṡa-kaṣāya)․삿된 견해가 횡행하는 견탁(見濁, dṛṣṭi- kaṣāya)을 말한다. |
2) 범어로는 prabhūtajihva. 부처님의 혀가 길어서 얼굴을 덮고 머리칼이 난 곳까지 이르는 모습. 대설상(大舌相)이라고도 한다. |
[311 / 805] 쪽 |
옛날 어느 때 부처님이 사바제(舍婆提)3) 나라에서 안거를 마치신 뒤에 아난이 부처님을 모시고 여러 나라를 유행하셨다. |
어느 바라문의 성에 이르려 하니, 바라문 성의 왕은 부처님의 신묘한 덕이 능히 여러 사람을 교화하고, 많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생각하기를 ‘지금 그가 여기에 오신다면 누가 다시 나를 좋아하겠는가’ 했다. |
그리고는 곧 제한하는 영을 내렸다. |
“누구든지 부처에게 음식을 주거나 부처의 말을 듣는다면 5백량의 금을 벌금으로 내야 한다.” |
그렇게 제한이 있은 뒤, 부처님은 그 나라에 도착하시어 아난을 대리고 발우를 들고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셨다. 하지만 성안의 사람들이 모두 문을 닫고 대꾸도 하지 않으므로 부처님은 빈 발우로 성을 나오셨다. |
이때 어느 집에 늙은 하인이 있었는데, 그는 깨진 질그릇에 쉰 뜨물을 담아 가지고 문 밖에 나와 버리려 하다가 불세존께서 빈 발우로 오시는 것을 보았다.
그 늙은 하인은 부처님의 상호가 금빛을 이루고 백호ㆍ육계ㆍ장광이 있는데 발우는 비어 있어 밥이 없는 것을 보고는 생각했다. |
“이렇게 신비한 사람이라면 응당 하늘의 공양을 받으실 터인데 이제 몸소 내려와서 발우를 들고 걸식을 하시는 것을 보니, 이는 반드시 큰 자비를 베푸시어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기시기 위해서이리라.” |
그리고는 신심(信心)이 청정해져서 좋은 공양을 올리려 했으나 뜻을 이를 길이 없었다. 그는 부끄러워하면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
“공양을 드리고 싶으나 힘이 미치지 못하오니, 지금의 이 쉰 음식이라도 부처님께서 필요하시다면 받아 주십시오.” |
부처님께서 그 마음이 믿음이 있고 공경스럽고 청정함을 아시고는 곧 손을 펴서 발우에 밥을 받으셨다. |
3) 범어로는 Śravastī. |
[312 / 805] 쪽 |
이때 부처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면서 5색 광명을 놓으시니 천지를 두루 비추고 다시 미간(眉間)으로 들어갔다.
아난이 합장하고 무릎을 세우고 끓어 앉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
“세존이시여, 지금 웃으신 인연의 뜻을 알고자 하옵니다.” |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
“너는 이 늙은 여인이 신심으로 부처에게 음식을 보시하는 것을 보았느냐?” |
아난이 대답했다. |
“보았습니다.” |
부처님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
“이 늙은 여인은 부처에게 밥을 보시한 까닭에 15겁 동안 천상의 인간 사이에서 복덕을 받아 즐거우며 악도에 떨어지는 일이 없으리라. 나중에는 남자의 몸을 얻고 집을 떠나 도를 배워 벽지불을 이루고 무여열반에 들리라.” |
이때 부처님 곁에 한 바라문이 서 있다가 게송으로 말했다. |
그대는 일종(日種)4)이고 찰리의 종성으로 |
정반국왕(淨飯國王)의 태자이건만 |
밥 한 그릇 때문에 큰 망어를 범하도다. |
이렇게 쉰 음식에 무슨 갚음이 그리 중하리. |
이때에 부처님께서 넓고도 긴 혀를 내밀어 얼굴을 덮으시니 머리카락 살피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는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
“그대는 경서(經書)에서 이러한 혀를 가진 사람이 망어를 짓는 것을 보았는가?” |
바라문이 대답했다. |
“만약에 어떤 사람이 혀가 능히 코를 덮는다면 그 말에 허망함이 없다. 그러니 하물며 머리카락 살피에까지 이른 것이랴. 나는 진심으로 부처님이 망어를 할 리 없다고 믿지만 보잘것없는 시주에 그렇게 과보가 많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
4) 해의 종족이란 뜻이다. |
[313 / 805] 쪽 |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
“그대는 일찍이 세상에서 희유하고 보기 어려운 일을 본 적이 있는가?” |
바라문이 대답했다. |
“있습니다. 제가 일찍이 다른 바라문과 함께 길을 가다가 어떤 니구로다 나무를 보았는데, 그 그늘은 장사꾼의 5백 대의 수레를 덮고도 그늘이 아직도 다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희유한 일인가 합니다.”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
“그 나무의 종자는 크기가 얼마나 되더냐?” |
바라문이 대답했다. |
“크기가 겨자씨의 3분의 1만 하였습니다.” |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
“누가 그대의 말을 믿겠는가? 나무는 그렇게 크거늘 종자는 그렇게 작으니 말이다.” |
바라문이 말씀드렸다. |
“실로 그러하옵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눈으로 본 것으로 허망한 것이 아닙니다.”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
“나 역시 그와 같으니, 이 늙은 여인이 깨끗한 신심으로 부처에게 시주하고 큰 갚음을 받음을 보건대 마치 이 나무와 같아서 원인은 적으나 갚음이 많으니라. 또한 이것은 여래5)의 복전이 지극히 좋고 아름다운 까닭이니라.” |
여기에서 바라문의 마음이 활짝 열리고 뜻이 풀리어 다섯 활개를 땅에 던지고 허물을 뉘우치면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
5) 범어로는 tathā-gata. 부처님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말을 tathā와 gata의 복합어로 본다면, ‘그처럼 가신 분(如去)’ 가 되겠지만, 전통적으로는 tathā와 āgata의 복합어로 보아 ‘그처럼 오신 분(如來)’이라 한역. 다타아가도(多陀阿伽度)라 음역하기도 한다. |
[314 / 805] 쪽 |
“제가 정황이 없어 어리석게도 부처님을 믿지 않았습니다.” |
부처님께서는 이어 그를 위해 갖가지 방법으로 설법해 주시니, 그는 초도과(初道果)6)를 얻었다.
그는 즉시 손을 들고 큰 소리로 외쳤다. |
“모든 이들이여, 감로의 문이 열렸거늘 어찌하여 나오지 않는가.” |
성안의 바라문들은 모두 5백 냥의 황금을 보내 왕에게 주고는 부처님을 맞이해 공양을 드렸다.
그리고는 모두 이렇게 말했다. |
“감로의 맛을 얻었거늘 누가 이 5백 냥의 황금을 아끼리오.” |
사람들은 모두 금하는 법을 지키지 않고 깨뜨렸다. 이 바라문의 왕도 대신들과 함께 불법에 귀의하니, 성안의 사람들은 모두 깨끗한 믿음을 얻었다. |
이와 같이 부처님께서 넓고 긴 혀를 내 보이시는 것은 믿지 않는 이를 위해서이다. |
대지도론(大智度論) 71. 부처님께 보시하면 어떤 효과가 있는가?
'대지도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73. 부처님께서 삼천대천세계를 진동시키는 이유 (0) | 2018.12.16 |
---|---|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72. 부처님은 왜 연꽃 위에 앉으시는가? (0) | 2018.12.16 |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70. 중생들은 인연이 제각각이라 도를 얻는 방법도 다르다. (0) | 2018.12.16 |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69. 부처님의 몸에서는 왜 온갖 찬란한 빛이 나오는가? (0) | 2018.12.16 |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68. 부처님의 육안, 천안, 혜안, 법안, 불안 (0) | 2018.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