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73. 부처님께서 삼천대천세계를 진동시키는 이유

수선님 2018. 12. 16. 12:48

[經] 여기에서 세존께서는 짐짓 사자좌에 계시면서 사자유희삼매(獅子遊戱三昧)12)에 드시어

신통력으로 삼천대천세계를 감동시키시니,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論] [문] 이 삼매를 어찌하여 사자유희라 하는가?

 

[답] 비유하건대 사자가 사슴을 잡아 자재롭게 가지고 노는 것과 같으니,

부처님도 그와 같아서 이 삼매에 들면 능히 갖가지로 이 땅을 움직여 여섯 가지로 진동케 하신다.

 

사자유희라 함은 비유하건대 사자가 유희하는 날엔 모든 짐승이 편안한 것과 같으니, 부처님도 또한 그와 같아서 이 삼매에 드시어 삼천대천세계를 진동하면 능히 3악도의 중생으로 하여금 일시에 모두 쉬게 해서 모두 안온을 얻게 만든다.

 

또한 부처님을 인간의 사자라 하는데, 사자유희삼매는 부처님이 즐기시는 삼매이다.

 

이 삼매에 드실 때에는 이 땅덩이를 여섯 가지로 진동케 하여

온갖 지옥이나 악도의 중생들이 모두 해탈을 얻고, 천상에 태어나게 된다. 이것을 유희[戱]라 한다.

 

 

[문] 부처님은 어찌하여 이 삼매에 드시는가?

 

[답] 삼천대천세계를 움직여서 3악도의 중생을 건져내어 두 가지 길[二道]13)에 옮겨 놓으시려는 까닭이다.

 

또한 위의 세 가지 변화가 부처님의 몸에서 나왔지만 사람들이 혹은 이에 대해 믿음이 깊지 못하다.

 

이제 땅 덩이를 흔들어 보임은 중생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신통의 힘이 한량이 없음을 알게 하고자 함이며,

능히 외물(外物)을 모두 요동케 함은 신정(信淨)의 마음을 기쁘게 해서 모두가 괴로움을 여의게 하고자 함이다.

  
  
  
12) 범어로는 siṃhavirīḍita-samādhi. 여덟 가지 삼매[八三昧] 가운데 하나. 마치 사자가 사슴을 잡아 유희하는 듯한 삼매라는 뜻.
13) 5도 가운데 인도(人道)와 신도(神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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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아라한이나 신[天]들도 능히 땅을 흔들거늘 어찌하여 부처님의 신통력만을 말하는가?

 

[답] 아라한이나 신들은 충분히 요동시키지 못한다.

오직 부처님만이 대지를 여섯 가지로 진동시킬 수 있으시다.

 

[문] 부처님은 무엇 때문에 삼천대천세계를 진동시키시는가?

 

[답] 중생들로 하여금 일체가 공하고 무상함을 알게 하기 위한 까닭이다.

 

사람들은 말하기를 “땅덩이와 일월과 바다와 수미산은 모두 영원하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세존께서는 여섯 가지로 땅을 움직여서 이러한 인연을 보여 주시고, 덧없음을 알게 하신다.

 

또한 사람들이 옷에 물을 들이려 할 때엔 먼저 먼지를 털어버리듯이 부처님도 그와 같아서 먼저 삼천대천세계의 중생들로 하여금 부처의 신통력을 보게 해 공경하는 마음이 부드러워진 뒤에 법을 설하신다.

 

이런 까닭에 여섯 가지로 땅을 요동케 하신다.

그렇다면 어떻게 여섯 가지로 진동시키는 것인가?

 

 

[經] 동쪽에서 솟아 서쪽으로 잠기고, 서쪽에서 솟아 동쪽으로 잠기고, 남쪽에서 솟아 북쪽으로 잠기고, 북쪽에서 솟아 남쪽으로 잠기고, 가에서 솟아 중간으로 잠기고, 중간에서 솟아 가로 잠겼다.

 

[문] 어찌하여 꼭 여섯 가지의 진동이 있는가?

 

[답] 땅의 진동에는 상․중․하가 있다.

 

하(下)로는 두 가지로 진동하니, 동쪽에서 솟아서 서쪽으로 빠지거나 남쪽에서 솟아서 북쪽으로 빠지거나 가에서 솟아서 복판으로 빠지거나 복판에서 솟아서 가로 빠지는 것이다.

 

중(中)으로는 네 가지로 진동하니, 동․서․남․북이 진동하거나 혹 동과 서와 가와 복판이거나 혹 남과 북과 가와 복판이 진동하는 것이다.

 

상(上)으로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니, 갖가지 인연이 있어서 땅 덩이가 진동케 하는 것이다.

 

마치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여덟 가지 인과 연이 있어 땅 덩이를 진동케 한다” 하신 것과 같으니, 다른 곳에서 말한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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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네 가지 땅의 진동이 있으니, 불의 흔들림․용의 흔들림․금시조의 흔들림․천왕의 흔들림14)이다” 한다.

 

28수(宿)에 걸쳐 달이 한 바퀴를 도는데, 만약에 달이 묘(昴)․장(張)․기(氐)․누(婁)․실(室)․위(胃)15) 등 여섯 별에 이르면 이때엔 땅이 무너지는 듯 진동한다.

 

이 진동은 불의 신에 속하나니,

이때엔 비가 없어 강이 마르고, 밀․보리가 익지 않고, 천자(天子)가 흉하고, 대신이 재앙을 받는다.

 

달이 유(柳)ㆍ미(尾)ㆍ기(箕)ㆍ벽(壁)ㆍ규(奎)ㆍ위(危)16) 등 여섯 별에 이르면 이때엔 땅이 무너지는 듯 진동한다. 이 진동은 용신에 속하나니, 이때엔 비가 없어 강이 마르고, 보리가 익지 않고 천자가 흉하고, 대신이 재앙을 받는다.

 

달이 삼(參)ㆍ귀(鬼)ㆍ성(星)ㆍ진(軫)ㆍ항(亢)ㆍ익(翼)17) 등 여섯 별에 이르게 되면 그때엔 땅이 무너지는 듯 진동한다. 이 진동은 금시조에 속하나니, 이때엔 비가 없어 강이 마르고, 보리가 익지 않고, 천자가 흥하고, 대신이 재앙을 받는다.

 

달이 심(心)ㆍ각(角)ㆍ방(房)ㆍ여(宿)ㆍ허(虛)ㆍ정(井)ㆍ필(畢)ㆍ자(觜)ㆍ두(斗)18) 등 아홉 별에 이르면 이때엔 땅이 무너지는 듯 진동한다. 이 진동은 천제(天帝)에 속하나니, 이때엔 시절이 편안하고 비․바람이 마땅하여 천자가 길하며, 대신이 복을 받고 백성이 편안하다.

 

또한 땅이 진동하는 인연에 작은 것도 있고 큰 것도 있다.

 

한 염부제가 진동하거나 사천하, 1천ㆍ2천ㆍ3천 대천세계를 진동하되 작게 진동하는 것은 작은 인연 때문이다.

복덕이 있는 이가 태어나거나 죽으면 한 나라가 진동하니, 이것이 작은 진동이다.

  
  
  
14) 범어로는 각각 agnicala, nāgacala, garuḍacala, devendracala이다.
15) 범어로는 각각 Kṛttikā, Pūrvaphālgunī, Viśākhā, Aśvinī, Pūrvabhadra- padā, Bharaṇī이다.
16) 범어로는 각각 Āśleṣā, Mūla, Pūrvāṣāḍhā, Uttarabhadrapadā, Revatī, Dhaniṣṭhā이다.
17) 범어로는 각각 Ārdrā, Puṣya, Maghā, Hasta, Svāti, Uttaraphālgunī이다.
18) 범어로는 Jyeṣṭhā, Citrā, Anurādhā, Abhijit, Satabhiṣaj, Punarvasu, Rohiṇī, Mṛgaśiras, Uttarāṣāḍh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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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진동은 큰 인연 때문이니, 부처님이 처음 탄생하실 때나 처음 성불하실 때나 열반에 드시려 할 때엔 삼천대천세계가 모두 진동하니, 이것이 큰 진동이다.

 

이제 부처님께서는 중생을 많이 모으시려 하기 때문에 이 땅덩이를 여섯 가지로 진동케 하신 것이다.

 

 

또한 반야바라밀에서 보살들에게 수기를 주시기를 “장차 부처가 되리라”고 하셨는데, 부처님은 천지의 큰 주인이시니 이때에 지신(地神)은 “나 이제야 주인을 만났도다”라며 크게 기뻐한다. 그러므로 땅이 진동한다.

 

비유하건대 국왕이 처음 즉위하면 신하와 백성이 모두 기뻐 경축하면서 만세를 부르고 기쁨에 겨워 노래하고 춤을 추는 것과 갈다.

 

또한 삼천대천세계 중생의 복덕 인연 때문에

이 땅덩이와 산하ㆍ수목 등 일체의 사물이 있건만 중생들은 덧없음을 모른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복덕과 지혜의 큰 힘으로 이 세계를 움직여

중생의 복덕은 미미하고 얇아서 모두 닳아 없어지고 마침내는 무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리시는 것이다.

 

 

[經] 땅이 모두 부드러워지니, 중생들로 하여금 화평하고 기쁘게 했다.

 

[論] [문] 땅이 진동하는데 어찌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마음이 화평하고 기쁘게 하는가?

 

[답] 마음은 몸을 따르는 까닭에 몸에 즐거운 일을 얻으면 마음도 기뻐진다.

 

기쁘다 함은 함께 사는 사람이나 몸을 편안케 하는 기구가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이니,

지금 이 삼천대천세계의 잡되고 사악한 중생은 그 마음이 거칠고 횡폭하여 착한 일이라곤 없다.

 

그러므로 세존께서 이 땅 덩이를 진통시켜 모두 부드럽게 하여 마음에 이익을 얻게 하시는 것이다.

 

 

비유하건대 삼십삼천왕(三十三天王)의 환락의 동산(歡樂園)에 신들이 들어오면 마음이 모두 부드럽고 기쁘고 화평해져서 거친 마음이 나지 않으니, 아수라(阿脩羅)19)가 군사를 일으켜서 오더라도 도무지 싸울 생각을 내지 않는다.

  
  
  
19) 범어로는 As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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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석제바나(釋提婆那民)20)의 백성들이 하늘 무리를 이끌고 추삽원(麤澀園)에 들어오면 이 동산에는 숲ㆍ나무ㆍ꽃․열매의 기운이 화열(和悅)치 못하여 거칠고 껄끄러워 나쁘기 때문에 하늘 사람들이 곧 싸우려는 생각을 일으키게 된다.

 

부처님도 그와 같아서 이 땅덩이가 거칠고 껄끄럽고 악하기 때문에 부드럽게 변화시켜 일체의 중생들로 하여금 마음을 기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주술(呪術)을 부린 약초로 사람의 코에 쏘이면 성내는 마음이 문득 생기어 당장에 싸우고자 하거나 또는 주술을 부린 약초로 사람의 코에 쏘이면 사람의 마음을 화평하고 기쁘게 하여 공경하는 마음으로 대하게 된다.

 

주술을 부린 약초조차도 이러하거늘 하물며 삼천대천세계의 땅이 모두 부드러워질 때이겠는가.

 

 

 

대지도론(大智度論) 73. 부처님께서 삼천대천세계를 진동시키는 이유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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