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바라문을 위해서 혀를 내어 보이실 때엔 얼굴을 덮었는데 지금의 혀에서 나는 광명은 어찌하여 삼전대천세계에 미치는가? |
[답] 얼굴과 머리의 살피까지를 덮는 것은 작은 믿음 때문이거니와 지금은 반야바라밀의 큰 일이 일어나기 위한 까닭에 넓고 긴 혀의 모습이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덮는 것이다. |
[문] 이 하나의 성안에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얼굴을 덮는 설상(舌相)을 다 보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하물며 이제 마하반야바라밀을 말씀하시는 법회에 모인 대중과 나아가서는 이 지방 또는 다른 지방의 한량없는 대중이 모였는데 다 볼 수 있겠는가? |
또한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는 몇 리에 불과한데 이제 삼천대천세계에 두루한다고 하니, 너무 커서 믿기 어렵지 않은가? |
[답] 부처님이 방편으로 신통력을 베푸셔서 일체의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가 혀의 모습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한 것을 보게 하셨다. |
만일 신통력을 가하지 않으셨다면 비록 10주(住) 보살이라 할지라도 부처님의 마음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
신통력을 가한다면 비록 축생일지라도 부처님의 마음을 알 수 있다. |
6) 성문사과 가운데 수다원과(須陀洹果, śrota āpatti-phala)를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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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바라밀경』의 뒤의 품(品)에서 말씀하시기를 “뭇 사람들이 모두 아촉불(阿閦佛)7)의 회상을 보되 눈을 마주 대한다”고 하며, 또한 부처님께서 아미타불의 세계의 갖가지 장엄스러움을 말씀하시니 아난이 말씀드리기를 “오직 원하건대 뵙고자 합니다” 하자, 부처님께서는 즉시에 일체의 대중으로 하여금 모두 무량수불(無量壽佛)8) 세계의 장엄과 청정을 보게 하셨다. |
부처님의 혀의 모습을 보는 것도 또한 그와 같아서 부처님께서 넓고 긴 혀로써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덮으신 뒤에 문득 웃으셨으니, 웃으신 인연은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 |
[문] 전에 이미 혀로부터 광명을 놓았거늘 이제 또한 어찌하여 혀뿌리로부터 광명을 놓으시는가? |
[답] 일체의 중생들로 하여금 깊은 믿음을 내게 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혀의 빛깔이 산호와 같아 투명하고 맑은 것이 함께 일어나기 때문에 다시 광명을 놓으셨다. |
또한 이 모든 광명은 천 잎의 금빛 보배꽃으로 변했는데, 혀에서 이 천 잎의 금빛 보배꽃을 내고 광명이 환하게 비추는 것이 마치 처음으로 돋는 해와 같았다. |
[문] 어째서 광명 속에서 이러한 보배꽃을 변화해 내는가? |
[답] 부처님께서 앉으시려는 때문이다. |
[문] 평상들도 좋을 텐데 어째서 반드시 연꽃인가? |
[답] 평상은 세간의 속인들이 앉는 법이다.
연꽃은 부드럽고 깨끗하기 때문이며, 신통력으로써 능히 그 위에 앉아도 꽃이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이다. |
또한 묘한 법의 자리를 장엄하기 위해서이다. |
또한 다른 꽃은 모두가 작아서 이 꽃같이 향기롭고 맑고 큰 것이 없다.
인간 세계의 연꽃은 키도 한 자[尺]를 넘지 못하고, 만다기니(漫陀耆尼)9) 못과 아나바달다(阿那婆達多) 못의 연꽃은 크기가 수레의 일산만 하고, 천상의 보배 연꽃은 이보다 더 커서 가부좌를 틀고 앉을 만하다.
하지만 부처님께서 앉으신 꽃은 이보다 백천만 배나 수승하다. |
7) 범어로는 Akṣobhya. 오불(五佛) 가운데 한 분으로 부동여래(不動如來)라고도 한다. |
8) 범어로는 Amitāyus. 한없는 수명을 지니신 분이란 뜻이다. |
9) 범어로는 mandākinī. 도리천에 있다는 연못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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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연화대는 장엄스럽고 깨끗하고 향기롭고 묘하여 앉을 만하다. |
또한 겁(劫)이 다하여 탈 때는 일체가 공하여지는데 중생들의 복덕 인연의 힘 때문에 시방에서 바람이 이르러서 마주 대하고 마주 부딪쳐서 큰물을 지탱한다.
물 위에는 천 개의 머리에 2천 개의 팔과 발을 가진 사람이 있는데 위뉴(韋紐)10)라 한다.
이 사람의 배꼽에서 천 잎의 금빛 묘한 보배 연꽃이 나오는데 그 광명이 매우 밝아서 만 개의 해가 함에 비치는 것과 같다. |
꽃 속에 사람이 있어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는데, 이 사람에게 또한 한량없는 광명이 있으니, 범천왕이라 부른다. 이 범천왕의 가슴[心]에서 여덟 아들이 태어났고 그 여덟 아들이 하늘․땅․인간을 내었다. |
이 범천왕은 모든 음욕과 성냄이 이미 다하여 남음이 없으니, 그런 까닭에 말하기를 “누구든지 선(禪)의 청정한 행을 닦아 음욕을 끊으면 범도(梵道)를 행하는 이라 한다”고 한다. |
부처님께서 법의 바퀴를 굴리시는 것을 법륜이라고도 하고 혹은 범륜(梵輪)이라고도 한다. |
이 범천왕은 연꽃 위에 앉아 있는데, 그러므로 부처님들께서도 세속의 법을 따라 보배 연꽃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으셔서 6바라밀을 말씀하시니, 이 가르침을 듣는 이는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경지에 이르고야 마는 것이다. |
[문] 석가모니부처님께서 한량없는 천만억의 부처님을 변화해 나투셨거늘 어떻게 일시에 설법을 하시는가? 아비담에서 말하듯이 한때에 두 마음이 없는 것이다. 변화한 부처가 말할 때에는 변화의 주인[化主]은 잠자코 있어야 할 것이요, 변화의 주인이 말할 때에는 변화된 이는 잠자코 있어야 할 것이어늘 어찌하여 일시에 모두 6바라밀을 말하는가? |
[답] 그런 말은 외도나 성문의 변화하는 법이다. 부처님의 변화무량한 삼매의 힘은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러므로 부처님 자신이 말씀하실 때는 한량없는 천만억의 변화하신 부처님이 모두 동시에 말씀하시는 것이다. |
10) 범어로는 Viṣṇu. 흰두교의 3대신 가운데 하나로, 세상을 유지시키고 은혜를 베푸는 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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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외도들과 성문들이 변화해 낸 것은 다시 변화를 짓지 못하지만 불세존께서 변화해 낸 것은 다시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외도들과 성문들은 열반에 든 뒤에 변화해 낸 이를 남겨 두지 못하지만 불세존께서는 자신이 열반에 드신 뒤에도 변화해 낸 이를 남겨 두시어 부처님과 다름이 없게 하신다. |
또한 다시 아비담에서는 “한때에 두 마음이 없다”고 말하는데, 지금의 부처님도 그와 같아서 변화한 부처님이 말할 때에는 달리 마음이 있지 않지만, 부처님께서 마음속으로 변화한 이로 하여금 말을 하게 하고자 생각하면 즉시 모두가 말을 한다. |
[문] 부처님께서 지금 반야바라밀을 말씀하시려는데 어찌하여 변화한 부처님으로 하여금 6바라밀을 말하게 하는가? |
[답] 6바라밀 및 반야바라밀은 한 법이어서 다르지 않다. 이 5바라밀은 반야바라밀을 얻지 못하면 바라밀이라 부르지 않는다. |
단바라밀(壇波羅蜜)은 반야바라밀을 만나지 못하면 세간의 유루법 가운데 빠지게 된다.
혹은 아라한이나 벽지불도의 반열반을 얻은 이가 반야바라밀을 얻게 되면 이것을 바라밀이라 부르니, 능히 불도에 이른다.
이런 까닭에 반야바라밀은 6바라밀과 한 법이어서 다름이 없다. |
반야바라밀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장엄(莊嚴)이요, 둘째는 장엄치 않은 것[未莊嚴]이다.
이는 마치 어떤 사람이 좋은 영락을 붙여 그 몸을 장엄하는 것과 같으니, 어떤 사람이 영락을 붙이지 않았으면 미장엄이라 한다. |
또한 국왕이 모든 관속을 거느리면 이는 왕이 왔다고 하지만 관속을 거느리지 않으면 홀몸이라 하는 것과도 같다. |
이와 같이 동쪽으로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세계와 나아가서는 시방세계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러하다. |
[문] 만약에 부처님에게 이와 같이 큰 신통력이 있고, 무수한 천만억의 변화한 부처님이 시방세계에서 6바라밀을 말씀하여 일체를 제도하신다면 모두가 해탈을 얻어 남는 자가 없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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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세 가지 장애가 있거나 3악도(惡道)에 빠진 중생은 알지 못한다.
또한 인간ㆍ천상에 태어났어도 너무 어리거나 너무 늙었거나 큰 병이 들었거나 또는 위로 무색(無色) 무상천(無想天)11)은 모두 가 듣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한다. |
[문] 능히 듣거나 능히 아는 이들이 어찌하여 모두 도를 얻지 못하는가? |
[답] 그들 역시 모두가 도를 얻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결사(結使)의 업장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결과 사가 무거워서 항상 결과 사 때문에 마음이 가리어지면 이 때문에 남김없이 도를 얻지 못한다. |
[문] 시방에 계신 부처님들께서 변화한 부처님을 보내어 6바라밀을 설하게 하셔야 하리라. 우리들도 세 가지 장애가 없거늘 어찌하여 듣지 못하겠는가? |
[답] 지금의 중생들은 악세(惡世)에 태어나 세 가지 장애 가운데 들어가 있다.
부처님 뒤에 태어나면 착하지 못한 업보가 있게 되나니, 어떤 세계에는 나쁜 죄의 업장이 있거나 혹은 두텁고 무거운 결사의 업장이 있다. |
부처님 다녀가신 뒤에 태어난 사람들은 흔히 두텁고 무거운 결사에 가리어져 있다.
음욕은 얇으나 성냄[瞋恚]이 두텁거나 혹은 성냄은 얇으나 음욕이 두텁거나 혹은 음욕은 얇으나 우치가 두텁거나 혹은 우치는 얇으나 진에가 두텁다.
이와 같이 전전해서 서로 얇고 두터운 결사의 장애가 있기 때문에 변화된 부처의 설법을 듣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한다.
부처님의 광명도 보지 못하거늘 하물며 도를 얻겠는가. |
비유하건대 해가 떠도 소경은 보지 못한 채 “세상에 해나 달은 없다”고 하는 것과 같다. 해에게 무슨 허물이 있으랴. |
또는 우레가 쳐서 땅을 흔들어도 벙어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니, 소리에게 무슨 허물이 있으랴. |
지금 시방세계의 부처님들이 항상 경법을 말씀하시고 항상 변화한 부처님을 시방세계에 보내어 6바라밀을 말씀하시게 하건만 죄업에 눈멀고 귀먹은 탓으로 법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
11) 범어로는 asaṃjñika. 이른바 무상정(無想定)을 닦아 도달하는 경지이다. 이 천에서는 일체의 심작용이 지멸하는데,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다시 회복된다고 한다. 무상유정천(無想有情天)ㆍ소광천(少廣天)이라고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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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까닭에 남김없이 보지 못하고 남김없이 듣지 못한다. |
비록 성인의 크신 자비일지라도 모두로 하여금 듣거나 보게 할 수는 없다. 만약에 죄가 사라지려 하거나 복이 생기려 한다면, 이때는 곧 부처님을 뵙고 법을 들을 수 있다. |
대지도론(大智度論) 72. 부처님은 왜 연꽃 위에 앉으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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