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 이 삼천대천세계 가운데의 지옥․아귀․축생과 그리고 여덟 가지 어려운 곳[八難處]21)이 즉시에 해탈을 얻어 하늘세계에 태어났으니, 사천왕천처에서 타화자재천에 이르기까지였다. |
[論] [문] 부처님이 사자유의삼매에 드시기만 하여도 능히 지옥․아귀․축생 및 그 밖의 여덟 가지 어려운 중생을 모두 해탈케 하여 4천처(天處)나 나아가서는 타화자재천에까지 태어나게 하거늘 무엇 때문에 다시 복을 닦고 선을 행해 비로소 과보를 받는가? |
[답] 이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나니, 복덕이 많은 이는 광명을 보고 해탈을 얻고, 죄의 때가 깊은 이는 땅이 진동하고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
비유하건대 해가 돋아서 연못 위를 비추면 익은 것은 먼저 피고, 선[生] 것은 피지 않는 것과 같다.
부처님도 그와 같아서 먼저 광염을 놓으심에 복이 익고 지혜가 예리한 자는 먼저 해탈을 얻으며, 그 복이 아직 익지 않고 지혜심이 예리하지 않다면 이 때문에 아직 해탈을 얻지 못한다. |
20) 범어로는 Śakra-vevānāṃ indra. 제석천을 말한다 |
21) 범어로는 aṣṭa akṣaṇāḥ. 부처님을 못 보고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여덟 가지 경우를 말한다. 여덟 가지란, 지옥ㆍ아귀ㆍ축생의 존재를 받는 경우와 수명이 너무 길어 괴로움을 모르는 장수천(長壽天)에 태어나는 경우, 변방[邊地]에 태어나는 경우, 보고 말함에 있어서 장애가 있는 경우, 세속적 지혜가 지나치게 뛰어난 경우, 부처님이 세상에 안 계실 때 태어나는 경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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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는 크게 자비로우시어 균등하게 일체를 제도하시어 애증(愛憎)이 없으시다.
또한 어떤 사람이 과일나무를 흔들면 익은 것은 먼저 떨어지듯이 부처님도 그와 같으시다.
이 삼천대천세계는 마치 나무와 같아서 그것을 흔드는 분은 부처님이시니, 먼저 제도되는 이는 과보가 익었고 아직 제도되지 못하는 이는 그 과보가 덜 익은 것이다. |
[문] 무슨 까닭에 착한 마음의 인연으로 욕계의 하늘에만 태어나고 색계나 무색계에는 태어나지 않는가? |
[답] 부처님께서 이 중생들을 제도하여 도의 증과를 얻게 하고자 하시나 무색계에서는 몸이 없기 때문에 설법해 주지 못한다. 색계에는 싫어하는 마음이 없어서 도를 얻기 어렵고 선정의 쾌락이 많은 까닭에 지혜의 마음이 둔해진다. |
또한 부처님이 신통력으로 감동시켜 이 삼천대천세계의 땅을 모두 부드럽게 하시는데, 중생들은 마음으로 믿어 기쁨을 얻는 까닭에 욕계의 하늘에 태어나고, 4선(禪) 및 4공정(空定)22)을 행하지 않기 때문에 색계나 무색계에는 태어나지 못한다. |
[문] 5중(衆)이 무상ㆍ공ㆍ무아이거늘 어떻게 하늘이나 인간에 태어나며, 누가 태어나고 누가 죽는가? |
[답] 이 일은 「찬보살품(讚菩薩品)」에서 이미 자세히 말하였거니와 이제 다시 간략히 말하리라.
그대가 말하기를 “5중이 무상ㆍ공ㆍ무아이다”고 했는데, 이 반야바라밀 가운데에서는 5중의 항상함이 무상함, 공함과 공하지 않음, 유아ㆍ무아가 없다. |
만약에 외도들처럼 실아(實我)를 구하고 찾아도 이는 얻을 수 없는 것이어서 다만 거짓 이름일 뿐이다. 갖가지 인연이 화합해서 있으므로 이런 이름이 있을 뿐이다. |
비유하건대 환인이 서로 죽이면 사람들은 죽은 것으로 보고, 환술로써 다시 일으키면 사람들은 다시 살아나는 것으로 보는 것과 같다.
생사란 이름일 뿐 실체가 없는 것이다. 세속의 법에는 실로 생사가 있으나, 실상의 법에는 생사가 없다. |
22) 4무색정(無色定)을 말한다. |
[325 / 805] 쪽 |
또한 나고 죽는 사람에게는 생사가 있으나 나고 죽지 않는 사람에게는 생사가 없다. 그것은 왜냐하면 나거나 죽지 않는 사람은 큰 지혜로써 능히 생사의 모습을 깨뜨리기 때문이다. |
게송으로 말하리라. |
|
불법의 모습 비록 공하나 |
끊어져 없어짐이 아니요 |
비록 태어나지만 |
항상한 것이 아니다. |
모든 행업은 잃지 않으니 |
모든 법은 파초와 같아서 |
일체가 마음에서 생겨난다. |
법에 진실 없음을 알면 |
그 마음 또한 공하리라. |
어떤 사람이 공을 생각하면 |
이는 도행(道行)이 아니다. |
모든 법은 생멸치 않나니 |
생각하기에 모습을 잃고 |
생각하기에 마망(魔網)에 떨어지니 |
생각 없으면 곧 벗어나게 되리라. |
마음이 움직이기에 |
도가 아니고 |
움직이지 않음은 |
곧 법인(法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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