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74. 세속의 법에는 실로 생사가 있으나, 실상의 법에는 생사가 없다.

수선님 2018. 12. 16. 12:48

[經] 이 삼천대천세계 가운데의 지옥․아귀․축생과 그리고 여덟 가지 어려운 곳[八難處]21)이 즉시에 해탈을 얻어 하늘세계에 태어났으니, 사천왕천처에서 타화자재천에 이르기까지였다.

 

[論] [문] 부처님이 사자유의삼매에 드시기만 하여도 능히 지옥․아귀․축생 및 그 밖의 여덟 가지 어려운 중생을 모두 해탈케 하여 4천처(天處)나 나아가서는 타화자재천에까지 태어나게 하거늘 무엇 때문에 다시 복을 닦고 선을 행해 비로소 과보를 받는가?

 

[답] 이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나니, 복덕이 많은 이는 광명을 보고 해탈을 얻고,

죄의 때가 깊은 이는 땅이 진동하고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비유하건대 해가 돋아서 연못 위를 비추면 익은 것은 먼저 피고, 선[生] 것은 피지 않는 것과 같다.

 

부처님도 그와 같아서 먼저 광염을 놓으심에 복이 익고 지혜가 예리한 자는 먼저 해탈을 얻으며,

그 복이 아직 익지 않고 지혜심이 예리하지 않다면 이 때문에 아직 해탈을 얻지 못한다.

  
  
  
20) 범어로는 Śakra-vevānāṃ indra. 제석천을 말한다
21) 범어로는 aṣṭa akṣaṇāḥ. 부처님을 못 보고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여덟 가지 경우를 말한다. 여덟 가지란, 지옥ㆍ아귀ㆍ축생의 존재를 받는 경우와 수명이 너무 길어 괴로움을 모르는 장수천(長壽天)에 태어나는 경우, 변방[邊地]에 태어나는 경우, 보고 말함에 있어서 장애가 있는 경우, 세속적 지혜가 지나치게 뛰어난 경우, 부처님이 세상에 안 계실 때 태어나는 경우이다.
[324 / 805] 쪽

부처님께서는 크게 자비로우시어 균등하게 일체를 제도하시어 애증(愛憎)이 없으시다.

 

또한 어떤 사람이 과일나무를 흔들면 익은 것은 먼저 떨어지듯이 부처님도 그와 같으시다.

 

이 삼천대천세계는 마치 나무와 같아서 그것을 흔드는 분은 부처님이시니,

먼저 제도되는 이는 과보가 익었고 아직 제도되지 못하는 이는 그 과보가 덜 익은 것이다.

 

 

 

[문] 무슨 까닭에 착한 마음의 인연으로 욕계의 하늘에만 태어나고 색계나 무색계에는 태어나지 않는가?

 

[답] 부처님께서 이 중생들을 제도하여 도의 증과를 얻게 하고자 하시나

무색계에서는 몸이 없기 때문에 설법해 주지 못한다.

색계에는 싫어하는 마음이 없어서 도를 얻기 어렵고 선정의 쾌락이 많은 까닭에 지혜의 마음이 둔해진다.

  

또한 부처님이 신통력으로 감동시켜 이 삼천대천세계의 땅을 모두 부드럽게 하시는데,

중생들은 마음으로 믿어 기쁨을 얻는 까닭에 욕계의 하늘에 태어나고,

4선(禪) 및 4공정(空定)22)을 행하지 않기 때문에 색계나 무색계에는 태어나지 못한다.

 

 

[문] 5중(衆)이 무상ㆍ공ㆍ무아이거늘 어떻게 하늘이나 인간에 태어나며, 누가 태어나고 누가 죽는가?

 

[답] 이 일은 「찬보살품(讚菩薩品)」에서 이미 자세히 말하였거니와 이제 다시 간략히 말하리라.

 

그대가 말하기를 “5중이 무상ㆍ공ㆍ무아이다”고 했는데,

이 반야바라밀 가운데에서는 5중의 항상함이 무상함, 공함과 공하지 않음, 유아ㆍ무아가 없다.

 

만약에 외도들처럼 실아(實我)를 구하고 찾아도 이는 얻을 수 없는 것이어서 다만 거짓 이름일 뿐이다.

갖가지 인연이 화합해서 있으므로 이런 이름이 있을 뿐이다.

 

비유하건대 환인이 서로 죽이면 사람들은 죽은 것으로 보고,

 환술로써 다시 일으키면 사람들은 다시 살아나는 것으로 보는 것과 같다.

 

생사란 이름일 뿐 실체가 없는 것이다.

세속의 법에는 실로 생사가 있으나, 실상의 법에는 생사가 없다.

  
  
22) 4무색정(無色定)을 말한다.
[325 / 805] 쪽

또한 나고 죽는 사람에게는 생사가 있으나 나고 죽지 않는 사람에게는 생사가 없다.

그것은 왜냐하면 나거나 죽지 않는 사람은 큰 지혜로써 능히 생사의 모습을 깨뜨리기 때문이다.

 

게송으로 말하리라.

 

  

  불법의 모습 비록 공하나
  끊어져 없어짐이 아니요
  비록 태어나지만
  항상한 것이 아니다.
  
  모든 행업은 잃지 않으니
  모든 법은 파초와 같아서
  일체가 마음에서 생겨난다.
  
  법에 진실 없음을 알면
  그 마음 또한 공하리라.
  어떤 사람이 공을 생각하면
  이는 도행(道行)이 아니다.
  
  모든 법은 생멸치 않나니
  생각하기에 모습을 잃고
  생각하기에 마망(魔網)에 떨어지니
  생각 없으면 곧 벗어나게 되리라.
  
  마음이 움직이기에
  도가 아니고
  움직이지 않음은
  곧 법인(法印)이다.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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