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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태어나면서 눈이 먼 이는 많지만 태어나면서 귀가 들리지 않는 이는 적다. 그러므로 말하지 않는다. |
[문] 무슨 까닭에 벙어리가 되는가? |
[답] 귀가 먹는 것은 전생의 인연이다.
스승의 가르침을 받지 않거나 행하지 않고 도리어 화를 내면 이런 까닭에 귀가 먹는다. |
또한 중생들의 귀를 끊거나, 중생들의 귀를 망가뜨리거나, 부처님의 탑이나 스님들의 탑을 훔치거나 착한 사람들의 복전에서 종[揵稚]․방울․패(貝) 및 북을 훔치면 이런 죄보를 받게 된다.
이러한 것들은 갖가지 전생의 업을 인연한다.
금생의 인연은 병이 들거나 구타당하는 일이니,
이러한 것들이 금생의 인연으로 벙어리가 되는 것이다. |
[문] 벙어리는 말을 하지 못하는데 무슨 죄를 지었기에 벙어리가 되는가? |
[답] 전생에 남의 혀를 끊었거나 혹은 입을 막았거나 혹은 나쁜 약을 주어서 말을 못하게 했거나 혹은 스승이나 부모의 가르침을 듣고도 그 말을 막아 끊고 비방하거나 혹은 사악한 자가 되어 죄와 복을 믿지 않고 바른 말씀을 깨뜨리면 지옥의 죄를 받고, 세상에 태어나 사람이 되어도 벙어리가 되어 말을 하지 못한다. 이러한 갖가지 인연 때문에 벙어리가 된다. |
[문] 미친 자가 바르게 되었다 했는데 어찌하여 미쳤는가? |
[답] 전생에 죄를 짓거나, 남이 좌선하는 것을 깨뜨리거나, 좌선하는 집을 부수거나,
주술을 써서 사람을 저주하여 성내고 싸우고 음욕을 일으키게 했기 때문이다. |
금생에서는 온갖 번뇌가 두텁고 무겁기 때문이니,
마치 어떤 바라문이 그 복전을 잃고 그 부인마저 죽으매 즉시에 발광하여 알몸으로 벗고 달렸던 일과 같으며,
시사가교담(翅舍伽憍曇) 비구가 본래 속가에 있을 적에 일곱 자식이 몽땅 죽으매 크게 슬퍼하여 실신하고 발광한 일과 같다. |
어떤 사람은 몹시 화가 났는데 스스로 억제할 수 없어서 크게 미치게 된다.
어떤 우치한 사람은 사악한 까닭에 재를 몸에 바르고 머리칼을 뽑고 발가벗고 미쳐 날뛰면서 똥을 먹는다.
어떤 사람은 풍병․열병․중병 등에 걸려 미친다.
어떤 사람은 악귀가 씌어서 미치고, 어떤 사람은 어리석게도 빗물을 마시고 미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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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정신을 잃어버리는 갖가지 경우를 미쳤다고 하는데,
부처님을 뵙게 되는 까닭에 광증이 낫게 되는 것이다. |
[문] 어지러운 자가 안정되었다 하였는데, 미친 것[狂]이 곧 어지러움[亂]이거늘 어찌하여 구별하는가? |
[답] 어떤 사람은 미치지 않았더라도 마음이 많이 흐트러지고 어지러운 것이 마치 원숭이가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과 같나니, 이러한 것을 어지러운 마음이라 한다. 또한 지나치게 일에 바쁘고 마음이 일에 집착되어 있으면 곧 심력(心力)을 잃고 도(道)를 감당해 내기 어렵게 된다. |
[문] 어지러운 마음에는 어떠한 인연이 있는가? |
[답] 착한 마음이 차츰 얇아지고 착하지 못한 경지를 따르나니, 이를 마음의 어지러움이라 한다. |
또한 이런 사람은 무상함을 관찰하거나 죽음의 모습을 관찰하지 못하고 세상의 공함을 관찰하지 못한 채 수명에 애착하고 갖가지 사무를 계교하여 갖가지로 흩어져 달리나니, 그러므로 마음이 어지럽다. |
또한 불법 안에서 내면의 즐거움을 구하지 않고 밖의 즐거움만을 구하여 즐거움의 원인을 따르고 쫓나니,
그러므로 마음이 어지럽다. |
이렇게 어지러운 사람은 부처님을 뵙게 됨으로써 그 마음이 집중되어진다. |
[문] 앞에서는 미친 자가 바르게 되었다 말했는데, 이제는 벗은 자가 옷을 얻었다 한다.
광증을 제거하였거늘 어찌하여 다시 벗은 자가 있는가? |
[답] 미친 것이 두 종류가 있으니, 하나는 사람들이 다 아는 미침이요,
둘은 사악한 까닭에 스스로 벗어버려 사람들이 그가 미친 줄 모르는 것이다. |
전하는 말에 의하면 남천축25)에 어떤 법사가 있었는데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5계(戒)의 뜻을 설했는데 이 대중 가운데는 많은 외도들이 숨어들어 와서 듣고 있었다. |
이때 국왕이 따져 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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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범어로는 dakṣiṇāpatha. 남인도를 가리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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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그대가 말하듯이 ‘어떤 사람이 남에게 술을 베풀거나 스스로가 마시면 미치고 어리석은 과보를 받는다’고 한다면, 지금의 세상 사람들은 미친 자가 많고 바른 자가 적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미친 자는 적고 미치지 않은 자가 많으니,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
이때 외도의 무리들이 말했다. |
“좋은 질문이로다. 그 질문은 매우 깊으니, 이 대머리 법사는 대답이 막힐 것이다.
왕은 예리한 지혜를 지녔도다.” |
이때 법사는 손가락으로 외도들을 가리킨 뒤에 다른 이야기를 계속했다.
왕은 곧 그 뜻을 알아들었으나, 외도들은 다시 왕에게 말했다. |
“왕의 질문이 매우 깊으시기에 저 사람은 어찌 대답할지 알지 못한 채 부끄러워서 손가락을 들어 딴 일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
왕이 외도들에게 말했다. |
“이 높은 자리에 앉으신 법사께서는 손가락을 가리켜 벌써 대답을 다 하셨다.
다만 그대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말로써 드러내시지 않았을 뿐이다. |
손가락으로 그대들을 가리킨 것은 그대들이 미쳤고 적지 않게 미쳤음을 말한 것이다. |
그대들은 재[灰]를 몸에 바르고 발가벗었으되 부끄러움이 없으며, 사람의 해골에다 똥을 담아서 먹고, 머리칼을 뽑고, 가시 위에 눕고, 거꾸로 매달리고, 코에 불을 쏘이고, 겨울에는 물에 들고, 여름에는 불에 쪼이는 등 이 같은 갖가지 행위는 길이 아니고 모두 미친 짓이다. |
또한 그대들의 법에서는 고기를 팔거나 소금을 팔면 당장에 바라문의 법을 범한다 하면서 하늘에 제사[天嗣] 지내는 동안에 소를 보시해 주면 곧바로 그것을 팔아버리면서 ‘스스로의 법대로 행한다’고 말한다.
소가 곧 고기이거늘 이는 사람들을 속이는 짓이다. 어찌 실수가 아니겠는가. |
또한 말하기를 ‘길하(吉河)의 물속에 들어가면 죄의 때가 제거된다’고 한다.
이는 죄와 복에 인연이 없다는 말이니, 그렇다면 고기나 소금을 팔면 어찌하여 죄가 되는가? |
길하의 물에 들어가면 능히 죄의 때를 제한다 하는데, 만약에 죄를 제한다면 복도 제해야 할 것이다.
어떤 길함[吉]이 있기에 이렇게 인도 연도 없는 일들에서 구태여 인연이 되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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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미친 짓이다. |
이러한 갖가지 미친 모습이 그대들에게 있으니,
법사께서는 그대들을 보호해 주기 위해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하시고 말씀은 안 하신 것이다.” |
이것을 발가숭이[裸形]의 광증이라 한다. |
또한 어떤 사람이 빈궁하여 옷이 없거나 혹은 옷이 해져서 남루하면
부처님은 신통력으로써 그로 하여금 옷을 얻게 하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