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빛으로 부처님을 삼으심
화엄은 마음자리 하나에 펼쳐진 세계입니다. 마음을 펼치면 우주법계가 되고 거두면 마음 하나입니다. 마음이 온 중생의 어머니며 만 가지 사물의 본원입니다. 마음을 떠나서는 어느 것도 생각 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마음은 무엇입니까?
사실 마음은 그 무엇으로도 개념지을 수 없습니다. 가만히 들여다 보십시오. 있는 듯하지만 어느새 사라지며 사라지는 듯하지만 만 가지 모습으로 나투고 있습니다. 순간순간 나타나는 마음 씀씀이 그밖에 다른 마음이 없습니다. 이 마음 밖에 다른 마음을 찾으려고 하는 것은 부질없는 망상이며 마음으로 마음을 보려고 하는 것도 또한 쓸데 없는 힘씀입니다.
마음은 안에도 없으며 밖에도 없습니다. 찾는 마음이 마음입니다. 인연따라 생겼다가 인연따라 사라지는 것으로, 있는 것도 아니며 없는 것도 아니면서 법계의 인연을 관통하고 잇습니다. 이 마음이 곧 중생이며 부처이며 연기입니다. 그러나 마음으로 마음을 헤아릴 수 없으며 찾을 수도 없습니다. 찾는 순간 마음은 밖으로 치달리니 곧 외도(外道)요, 헤아리는 순간 마음은 모양을 갖게되니 곧 번외입니다.
번뇌 가운데 으뜸은 탐진치(貪瞋痴) 삼독(三毒)입니다. 탐진치 가운데서도 열반을 구하는 것이 탐심의 으뜸이요 생사를 싫어하는 것이 진실의 으뜸이며 생사와 열반이 본래 공함을 알지 못하는 것이 치심의 으뜸입니다. 이 생각을 비우는 순간 빈 마음이 법계를 뛰어넘으면서도 어느 구석 하나 빠뜨리지 않으니 크게 빛나는 부처님 대일여래(大日如來)입니다.
여기에서 수행자란 이와 같은 마음, 곧 생각생각에 개념으로 파악하는 모든 상(相)을 여의고 마음 일어나는 그 자리에서 무념무상(無念無想)으로 무심(無心)일 때를 말합니다. 행의 지멸(止滅) 곧 염과 상과 마음이 다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무심으로 되는 곳 그곳입니다.
마음이 일어나는 그 자리에서 모든 상을 떠난 것, 곧 열반[부처]도 구하지 않고 생사[중생]도 싫어하지 않으면서 한 생각 일어나는 그대로가 본래 탐진치 삼독을 떠나 있는 부동의 마음자리 임을 꿰뜷어 여여히 제 모습을 인연따라 나투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여기서 비록 본래 마음자리에 돌아온다고 했지만 중생이 본래의 마음자리를 떠난 적도 없기 때문에 온다고 하는 상이나 떠난다고 하는 생각이 있으면 안 돕니다.
가고 옴이 본래 한 자리입니다. 중생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요 산이 움직이는 것이며, 산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법계가 움직이는 것이며, 법계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제 자리를 떠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이것이 부동심이며 부동심의 법계를 비추는 해인삼매입니다.
마음 가운데 모든 집착성을 떠난 해인삼매가 그대로 열반이며 중도(中道)의 완성입니다. 따라서 육바라밀의 완성으로 피안에 이른다는 생각이 있는 한 육바라밀 수행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육조스님께서 육바라밀 가운데서 반야바라밀(般若波羅密)을 중시하신 것도, 반야바라밀이야말로 근본마음자리인 빈 마음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육조단경>의 첫머리에 "반야바라밀을 생각 생각에 잊지 말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염(念)이 반야바라밀 수행으로 부처 구하려는 수단으로 상을 취해서 하는 염이어서는 안 됩니다. 빈 마음으로 하는 모든 현상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보되 그것이 본래 공성임을 잘 알고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분별상을 내지 않을 때가 염하되 무념이 되는 것입니다. 염하되 무념이 되지 않으면 그 염이 오히려 상이 되어서 번뇌가 되고 맙니다.
그렇기 때문에 육바라밀을 닦되 반야바라밀로 일체가 다 빈 모습의 인연따라 나툼임을 여실히 알고 수행할 때만이 생사를 싫어하거난 열반을 욕심내지 않게 됩니다. 또한 부처님의 세계인 열반이 차안(此岸)을 떠나서 피안(披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차안이 없는 저리에서 차안인 것이 피안이며, 피안이 차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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