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77. 병이 드는 이유, 굶는 이유, 찢어지게 가난한 이유

수선님 2018. 12. 23. 12:57

[문] ‘주린 자가 배부르게 되고 목마른 자가 물을 얻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어찌하여 주림과 목마름이 있는가?

 

[답] 복덕이 얇기 때문에 전생에는 인(因)이 없었고 금생에는 연(緣)이 없다. 그러므로 주리고 목마르다.

 

또한 이 사람은 전생에 부처님ㆍ아라한ㆍ벽지불의 음식이나 친한 이의 음식을 약탈했다.

비록 부처님의 세상을 만났더라도 여전히 주리고 목마르니, 죄가 무겁기 때문이다.

 

[문] 지금의 나쁜 세상에 태어났으되 좋은 음식을 얻는 이가 있고 부처님을 만나는 세상에 태어났으되 주리고 목마른 이가 있다. 만약에 죄인이라면 부처님을 만나는 세상에 나지 않아야 할 것이요, 복인이라면 악세에 나지 않아야 할 것인데 어찌하여 그러한가?

 

[답] 업보의 인연이란 각각 다르다.

어떤 사람은 부처님을 뵈올 인연은 있으나 음식의 인연이 없고,

어떤 사람은 음식의 인연은 있으나 부처님을 뵈올 인연은 없다.

 

비유하건대 검은 독사가 마니주(摩尼珠)26)를 안고 누었는데 어떤 아라한이 걸식을 해도 밥을 얻지 못하는 것과 같다.

 

또한 가섭불(迦葉佛) 때에 형제 두 사람이 출가하여 도를 닦았는데 한 사람은 계를 지키고 경을 읽고 좌선했으나 한 사람은 널리 단월(檀越)27)을 구하면서 온갖 복업을 닦았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세상에 나타나시기에 이르러 한 사람은 장자의 집에 태어났고,

한 사람은 크고 흰 코끼리로 태어났는데 힘이 능히 도적의 무리를 무찌를 수 있었다.

  
  
  
26) 범어로는 maṇi.
27) 범어로는 dānapati. 베푸는 이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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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아들은 출가하여 도를 배워 6신통을 얻은 아라한이 되었으나 복이 얇아서 밥을 빌기 어려웠다.

 

다른 날 발우를 들고 성에 들어가서 두루 걸식해도 끝내 밥을 얻지 못한 채 흰 코끼리의 마구까지 왔다가 왕이 코끼리에게 갖가지로 풍족하게 공양하는 것을 보고 말하기를 “나나 너나 모두 죄와 허물이 있도다”라고 하였다.

 

이에 코끼리는 충격을 받아 사흘 동안이나 먹지를 않았다.

 

코끼리를 지키는 사람이 겁이 나서 도인의 뒤를 쫓아와 만나서 물었다.

“그대가 무슨 주술을 썼기에 우리 왕의 코끼리가 병이 나서 음식을 먹지 않는가?”

 

아라한이 대답했다.

 

“이 코끼리는 전생에 나의 아우였소.

함께 가섭불 때에 출가하여 도를 배웠는데 나는 다만 계를 지키고 좌선하고 경을 읽을 뿐 보시를 행하지 않았고, 아우는 널리 단월을 구하여 보시를 지었지만 계행을 지키거나 학문을 닦지 않았소.

 

그는 계행도 지키지 않고 경전도 읽지 않고 좌선도 하지 않았으므로 이제 이렇게 큰 코끼리가 되었지만,

보시의 행을 많이 닦았기에 음식과 도구가 갖가지로 풍족한 것이오.

 

나는 도만을 닦고 보시를 닦지 않았기에 이제 비록 도를 얻었으나 밥을 얻지 못하는 것이오.”

 

이런 까닭에 인연이 같지 않아서 비록 부처님 세상을 만난다 해도 주리고 목마는 것이다.

 

 

[문] 이 여러 중생들은 어떻게 배가 부르게 되는가?

 

[답]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부처님이 신통력으로 밥을 만들어 내어 배부르게 하신다” 하고,

또한 어떤 사람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부처님의 광명이 몸에 닿으면 주리거나 목마르지 않게 하신다. 비유하건대 여의마니주와 같으니,

그것을 어떤 사람이 생각만 하여도 기갈을 면하거늘 부처님을 만나서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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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자가 쾌차하였다고 했는데, 병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전생에 지은 업의 과보로 갖가지 병을 얻는 것과

금생의 냉․열․풍 등 때문에 역시 갖가지 병을 얻는 것이 있다.

 

금생의 병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속의 병이니 5장이 고르지 못한 채 굳게 맺혀[結堅] 묵은 병[宿疹]이요,

둘째는 겉의 병이니 달리는 수레나 말에 치거나 구덩이에 떨어지거나 무기․곤장 등에 의한 갖가지 병이다.

 

 

[문] 무슨 인연으로 병을 얻는가?

 

[답] 전생에 채찍질하고 매질하고 고문하고 약탈하고 가두고 결박하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중생들을 괴롭혔기 때문에 금생에 병을 얻는다.

 

또한 금생에 몸조심하기를 알지 못한 채 음식을 조절하지 않고 앉거나 눕기를 때 없이 하면 이런 까닭에 갖가지 병을 얻으니, 이와 같이 해서 404가지의 병이 생긴다.

 

부처님의 신력으로 병든 자가 나을 수 있나니, 경에 이런 말이 있다.

 

 

부처님께서 사바제(舍婆提) 나라에 계실 때, 어떤 거사가 부처님과 승려들을 집으로 청해서 음식을 들게 했다.

부처님께서 정사에 계시면서 공양을 받으시는 데는 다섯 가지 인연이 있으니,

 

첫째는 선정에 드시려 할 때요,

둘째는 하늘 무리들에게 설법하시려 할 때요,

셋째는 여러 비구들의 방을 둘러보시려 할 때요,

넷째는 병든 비구들을 보살피시려 할 때요,

다섯째는 아직 제정하시지 않은 계법을 제정하시려 할 때이다.

 

이때 부처님께서 손수 문을 여시고 비구들의 방에 들어가시니,

어떤 비구가 병이 들어 괴로워하는데 아무도 돌보는 이가 없이 누운 채로 똥오줌을 싸면서 거동을 못했다.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물으셨다.

“그대는 얼마나 괴로우냐. 혼자서 아무도 돌보는 이가 없구나.”

 

비구가 대답했다.

“대덕이시여, 저는 성격이 게을러서 남이 병들었을 때 전혀 돌봐 주지 않았으므로

이제 제가 병들어도 남이 돌봐 주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내가 그대를 돌봐 주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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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석제바나민(釋提婆那民)은 물을 주었고 부처님께서 손으로 그의 몸을 어루만져 주셨다.

몸을 만져 주시니 온갖 고통이 즉시 제거되고 나아서 몸과 마음이 안온해졌다.

 

이때 세존께서는 그 병든 비구를 일일이 부축해 일으켜서 방 밖으로 데리고 나와 목욕을 시키고 옷을 갈아입힌 뒤에 다시 조심스레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자리를 펴고 앉게 하셨다.

 

그리고는 부처님께서는 병든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오랫동안 얻지 못한 일을 얻으려 하지 않았고, 이르지 못한 곳에 이르고자 하지 않았고, 알지 못한 일을 알려고 하지 않았으므로 이토록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느니라. 이렇게 하면 다시 더 큰 고통이 있느니라.”

 

비구가 이 말을 듣고 생각했다.

“부처님의 은혜는 한량이 없으시고, 신통력이 헤아릴 수 없으셔서 손으로 만지시자마자 고통이 곧 멈추고 몸과 마음이 편해졌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신통력으로써 병들은 자를 낫게 하시는 것이다.

 

 

‘불구자는 형체가 복구되었다’고 했는데, 무엇을 불구라고 하는가?

 

곧 어떤 사람이 전생에 납의 몸을 망가뜨리거나 머리를 끊거나 손발을 자르는 등 갖가지로 신체를 훼손시키며, 불상을 파괴하거나 불상의 코나 그 밖의 여러 성현들의 형상을 훼손하거나 부모의 형상을 파손하면 이러한 죄로 인해 온전히 구족치 못한 형체를 받는다.

 

또한 불선법(不善法)의 과보로 추악하고 비루한 몸을 받기도 하고, 혹은 금생에 도적에게 해를 입었거나 형벌을 받는 등 갖가지 인연으로 훼손을 입기도 하고, 혹은 바람ㆍ추위ㆍ열병 때문에 몸에 나쁜 종기가 생겨 몸의 한 부분이 망가진 것을 불구라 한다.

 

부처님의 크신 은혜를 입으면 모두 구족하게 되나니, 비유하건대 기원[祇洹]에 건저(犍抵)28)건저는 진나라 말로는 속(續)이다.]라는 노비가 있었는데, 그는 바사닉왕(波斯匿王)의 형의 아들로서 단정하고 용맹하고 건강하며 심성이 부드럽고 착했다.

  
  
  
28) 범어로는 Graṇṭ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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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대부인이 그를 보자 마음에 애착이 일어나 은근히 불러 자기의 뜻에 따르라 하였으나 건저는 거절했다.

대부인이 크게 노하여 왕에게 중상모략 하여 도리어 죄를 뒤집어 씌웠다.

 

왕은 이 말을 듣자 그 자리에서 그를 갈기갈기 찢어서 무덤 사이에 버렸다.

 

그날 밤 목숨이 끊어지려 할 때에 호랑나찰이 와서 그를 먹으려는데 그때 마침 부처님께서 그 근처를 지나시다가 그를 발견하고는 광명을 놓아 비추시니, 몸이 곧 회복되었다.

 

그가 크게 기뻐하매 부처님께서 그에게 설법을 해 주시니 그는 곧 세 번 째 도[三道]29)를 얻었다.

 

부처님께서 그의 손을 끌고 기원정사로 돌아오시니, 그가 이렇게 말했다.

“제 몸이 이미 망가져 버려졌던 것을 부처님께서 다시 제 몸을 이어 주셨습니다.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부처님과 비구 승가에게 이 몸을 보시하겠습니다.”

 

이튿날 바사닉왕이 이 말을 전해 듣고 기원정사로 와서 건저에게 말했다.

“그대에게 잘못을 참회하노라. 너는 실로 아무런 죄도 없거늘 사리분별을 못해 형벌의 해를 입혔구나. 이제 그대에게 이 나라의 반을 주어 다스리게 하리라.”

 

 건저가 말했다.

“저는 이미 싫어졌습니다. 왕에게도 죄는 없습니다. 제가 전생에 지은 죄의 과보로써 마땅히 그렇게 돼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몸으로써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바쳤으니, 다시 돌이킬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어떤 중생이 불구로서 구족치 못한 이가 있더라도

부처님의 광명을 입으면 모두가 즉시에 원래로 돌아온다.

 

그러므로 말씀하시기를 “불구라도 모두가 구족해진다”고 했나니,

부처님의 광명을 받으면 즉시에 원래로 돌아오는 것이다.

 

 

 

대지도론(大智度論) 77. 병이 드는 이유, 굶는 이유, 찢어지게 가난한 이유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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