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초품 중 광명을 놓으시다를 풀이함③ |
[經] 여기에서 세존께서 사자좌에 앉으시니, 삼천대천세계 안에서 그 위덕이 유달리 거룩하셨다. |
광명과 모습과 위덕이 높고 높으시어[巍巍] 시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부처님 세계에 두루 미치니, 마치 수미산왕은 광명과 색깔이 뛰어나서 다른 산들이 미칠 수 없는 것과 같았다. |
[論] [문] 부처님은 무슨 힘으로 일체의 중생들 가운데서 그 위덕이 특별히 거룩하시며, 광명과 위덕이 높으심이 이러하신가?
전륜성왕이나 하늘․성인들에게도 큰 힘과 광명과 위덕이 있거늘 어찌하여 부처님에게만 그 덕이 특별히 거룩하다 하는가? |
[답] 비록 이 여러 성현들에게도 광명과 위덕이 있기는 하나 그것은 한량이 있다. 비유하건대 해가 나오면 뭇별은 곧 사라져서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 |
부처님은 한량없는 겁 동안 큰 공덕을 모아서 일체를 갖추셨다. 인연이 크기 때문에 그 과보 또한 크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러한 것이 없다. |
또한 부처님은 세세에 닦은 고행은 한량없고 헤아릴 수가 없다. 머리․눈․골수․뇌로써 항상 중생들에게 베푸셨으니, 어찌 국토․재물․처자뿐이었겠는가. |
온갖 갖가지 계행과 인욕과 정진과 선정과 그리고 견줄 데 없이 청정하고 파괴할 수 없고 다할 수 없는 지혜 역시 세세에 수행하여 이미 구족하여 완성하셨으니, 이러한 과보의 힘인 까닭에 헤아릴 수 없고 수승한 위신력을 얻으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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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말하기를 ‘인연의 힘이 큰 까닭에 과보 역시 크다’고 말한다. |
[문] 부처님의 위신력이 무량하고 위덕은 크고 높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면 어찌하여 아홉 가지 죄보를 받으셨는가? 곧
첫째는 범지(梵志)의 딸 손다리(孫陀利)1)가 부처님을 비방하고 5백 아라한을 비방한 일이요, 둘째는 전차(旃遮) 바라문2)의 딸이 나무통을 배에 품고 부처님을 비방한 일이요, 셋째는 제바달(提婆達)3)이 산을 밀어 부처님의 엄지발가락을 상하게 한 일이요, 넷째는 나무토막을 굴려 발이 끼이게 한 일이요, 다섯째는 비루리(毘樓璃)4)왕이 군사를 일으켜 석가족을 죽일 적에 부처님이 두통을 앓으신 일이요, 여섯째는 아기달다(阿耆達多)5) 바라문의 청을 받고서 마맥(馬麥)을 잡수신 일이요, 일곱째는 냉풍(冷風)이 발동해서 등이 아팠던 일이요, 여덟째는 6년 동안 고행을 하신 일이요, 아홉째는 바라문의 마을에 들어가서 걸식하셨으나 밥을 얻지 못한 채 빈 발우로 돌아오신 일이다. |
또한 동지(冬至)를 전후한 8일 동안 찬바람이 대밭을 휩쓸 때 세 가지 옷으로 겨우 추위를 막으신 일도 있었고, 더위에 시달릴 때 아난이 뒤에서 부채질을 한 일도 있다. |
이렇듯 세상의 작은 일들을 부처님께서도 모두 받으셨다. |
만일 부처님의 위신력이 한량이 없으셔서 삼천대천세계 내지는 동쪽으로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세계와 남ㆍ서․북ㆍ네 간방[四維]ㆍ위아래에 광명과 모습과 위덕이 크고 높으시다면 어찌하여 여러 죄보를 받으셨는가? |
1) 범어로는 Sundarī. 사위성에 살던 외도로서 부처님과 관계가 있다고 소문을 내었다. 후에 외도들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
2) 범어로는 Ciñca. |
3) 범어로는 Devadatta. |
4) 범어로는 Viḍūḍabha. 파세나디왕이 왕비감을 요구하자, 석가족은 신분이 낮은 여자를 대신 보냈다. 이 둘 사이에서 태어난 이가 비루리인데, 그는 뒤에 이 일을 알고는 크게 분개해 사위성을 공격했다. 석가족은 이 일로 멸망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
5) 범어로는 Agnidatta. 코살라국에 살던 바라문. 기원정사에서 부처님을 뵙고 공양을 청했으나, 부처님이 그의 집에 이르자 이 사실을 잊고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부처님은 마맥을 잡수셨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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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부처님이 인간 가운데에서 사람의 부모로부터 태어나 인간의 몸과 힘을 받았으나 손가락 한마디의 힘이 천만억 나유타의 흰 코끼리보다 수승하시고, 신통력은 한량없고 셀 수 없어서 불가사의하시다. |
이 정반왕의 아들은 노․병․사의 고통을 싫어해 출가하여 불도를 이루셨으니, 이 분이 어찌 죄보를 받아 추위나 더위에 시달리셨겠는가? |
부처님의 신통력은 불가사의하니, 불가사의한 법 가운데 어찌 추위나 더위 따위의 걱정이 있겠는가? |
또한 부처님에게는 두 가지 몸이 있으시니, 하나는 법으로 이루어진 몸[法成身]이요, 하나는 부모가 낳아 주신 몸이다.
이 법으로 이루어진 몸은 시방 허공에 가득하여 한량없고 끝이 없으며, 빛과 형상이 단정하고 상호가 장엄스러우며, 한량없는 광명과 한량없는 음성이 있으시다.
법을 듣는 무리 역시 허공에 가득하며[이 무리들도 역시 법성신이어서 생사에 끄달리는 사람은 아니다.] 항상 갖가지 몸과 갖가지 명호와 갖가지 태어날 곳과 갖가지 방편을 내어 중생을 제도하니, 항상 일체를 제도하여 잠시도 쉬지 않는다. |
이와 같음이 법성신의 부처님이며, 시방의 중생들로서 죄보를 받는 자를 구제하는 것은 생신불이다.
생신불은 차례차례 설법하기를 인간의 법과 같이 한다. |
이렇게 두 가지 부처가 있으므로 여러 죄보를 받는다 하여도 허물이 없다. |
또한 부처님은 도를 얻었을 때에 일체의 그릇된 법을 모두 끊고, 일체의 착한 법을 다 이루어지거늘 어찌 실로 착하지 못한 죄보를 받는 일이 있겠는가?
다만 미래의 중생을 가엾이 여기시기 때문에 방편을 나투어 이러한 여러 죄보를 받는 것이다. |
또한 아니로두(阿泥盧豆)6)도 어떤 벽지불에게 밥을 주었기 때문에 한량없는 세상 동안에 즐거움을 받아 마음으로 음식을 생각하면 즉시에 얻었다.
그러니 하물며 부처님은 세세에 걸쳐 살을 베고 골수를 내어 중생들에게 보시하였거늘 밥을 빌러 갔다가 얻지 못해서 빈 발우로 돌아왔겠는가? |
6) 범어로는 Aniruddh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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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까닭에 부처님은 방편으로써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이러한 죄과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
어떻게 방편으로 가엾이 여기는가?
곧 미래세의 다섯 무리의 불제자들은 보시의 복이 얇기 때문에 스스로 살아갈 기구들을 구걸해도 얻지 못하면 모든 속인들이 이렇게 말한다. |
“그대들은 의식도 얻지 못하고, 병이 나도 제거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도를 얻어 남을 이롭게 하겠는가?” |
이에 다섯 무리가 이렇게 대답한다. |
“우리들이 몸 살릴 길이 없는 것은 작은 일이나 도를 닦는 복덕은 가지고 있다. 지금 우리들에게 뭇 고통이 있는 것은 전생의 죄업이니, 금생의 공덕은 그 이익이 내생에 있을 것이다. 우리의 큰 스승이신 부처님께서 바라문 마을에 들어가셔서 걸식하실 때에도 밥을 얻지 못해 빈 발우로 돌아오신 적이 있다. 부처님께서는 또한 여러 병에 걸리신 적도 있고, 석가의 자손[子]들이 멸망의 죄을 입을 때는 두통을 앓기도 하셨다. 그러니 하물며 우리들같이 복이 얇고 낮은 사람들이겠는가.” |
속인들이 이 말을 듣고 성내는 마음이 멈추어 곧 네 가지 물건으로써 비구들에게 공양하니, 몸의 안온을 얻고 좌선하여 도를 얻었다. 이것은 곧 방편이니, 따라서 실제로 죄의 과보를 받는 것이 아니다. |
비마라힐경(毘摩羅詰經)』에는 이런 말이 있다. |
부처님께서 비야리국(毘耶離國)에 계실 때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
“내 몸에 열풍기(熱風氣)가 일어났구나. 우유를 써야 되겠으니, 너는 내 발우를 들고 가서 우유를 얻어오너라.” |
아난이 부처님의 발우를 들고 이른 아침에 성안으로 들어가 어느 거사의 집 문 앞에 서 있었다. |
이때 비마라힐7)이 그 앞을 지나가다가 아난이 발우를 들고 서 있는 것을 보고는 물었다. |
“그대는 어찌하여 이른 아침부터 발우를 들고 여기에 서 있는가?” |
7) 범어로는 Vimalakīrt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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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이 대답했다. |
“부처님께서 몸이 조금 불편하신데 우유를 써야 되기 때문에 내가 여기에 와 있습니다.” |
비마라힐이 대답했다. |
“그치시오, 아난이여. 여래를 비방하지 마시오. 부처님은 세존이시니, 이미 온갖 착하지 못한 법을 초월하셨습니다. 무슨 병환이 있으시겠습니까. 외도의 귀에 이 말이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이 듣게 된다면 그들은 ‘부처는 스스로의 병도 고치지 못하거늘 어떻게 남을 구제하리오’라고 하며 부처님을 비방할 것입니다.” |
아난이 말했다. |
“이는 나의 뜻이 아니라 부처님께서 제게 우유를 구해오라고 명하신 것입니다.” |
비마라힐이 말했다. |
“그것이 부처님의 분부이기는 하나 이는 방편입니다. 지금은 5탁악세[五濁世]인 까닭에 이런 형상으로 모든 중생을 제도하시는 것입니다. 만약에 오는 세상에 병이 든 비구들이 속인들로부터 탕약을 구하려 하면 속인들은 “그대들은 자신이 아파도 구제하지 못하거늘 어찌 다른 사람을 구제하겠는가”라며 힐난할 것입니다. |
그러면 비구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
“우리의 큰 스승께서도 병이 드신 일이 있다. 그러니 하물며 우리들의 몸은 초개(草芥) 같거늘 어찌 병이 없을 수 있겠는가.” |
이렇게 해서 속인들은 비구들에게 여러 가지 탕약을 공급하게 되고, 비구들은 편안히 좌선하고 도를 행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
외도의 선인들도 능히 약초나 주술로써 다른 사람의 병을 고칩니다. 그러니 하물며 여래는 온갖 지혜와 덕을 갖추셨거늘 스스로의 몸에 병이 있는 것을 제하지 못하시겠습니까? |
그대는 조용히 발우를 들고 들어가서 우유를 받아갈지언정 다른 사람이나 외도[異學]들이 알게 해서는 안 됩니다.” |
이런 까닭에 부처님은 방편을 쓰신 것이지 실제로 병이 드신 것이 아니다. |
[348 / 805] 쪽 |
여러 죄의 인연도 이와 같다. |
그러므로 말하기를 “부처님은 그 덕이 특별하시고 거룩하셔서 광명과 모습과 위덕이 크고 높으시다”고 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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