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주린 자가 배부르게 되고 목마른 자가 물을 얻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어찌하여 주림과 목마름이 있는가? |
[답] 복덕이 얇기 때문에 전생에는 인(因)이 없었고 금생에는 연(緣)이 없다. 그러므로 주리고 목마르다. |
또한 이 사람은 전생에 부처님ㆍ아라한ㆍ벽지불의 음식이나 친한 이의 음식을 약탈했다. 비록 부처님의 세상을 만났더라도 여전히 주리고 목마르니, 죄가 무겁기 때문이다. |
[문] 지금의 나쁜 세상에 태어났으되 좋은 음식을 얻는 이가 있고 부처님을 만나는 세상에 태어났으되 주리고 목마른 이가 있다. 만약에 죄인이라면 부처님을 만나는 세상에 나지 않아야 할 것이요, 복인이라면 악세에 나지 않아야 할 것인데 어찌하여 그러한가? |
[답] 업보의 인연이란 각각 다르다. 어떤 사람은 부처님을 뵈올 인연은 있으나 음식의 인연이 없고, 어떤 사람은 음식의 인연은 있으나 부처님을 뵈올 인연은 없다. |
비유하건대 검은 독사가 마니주(摩尼珠)26)를 안고 누었는데 어떤 아라한이 걸식을 해도 밥을 얻지 못하는 것과 같다. |
또한 가섭불(迦葉佛) 때에 형제 두 사람이 출가하여 도를 닦았는데 한 사람은 계를 지키고 경을 읽고 좌선했으나 한 사람은 널리 단월(檀越)27)을 구하면서 온갖 복업을 닦았다. |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세상에 나타나시기에 이르러 한 사람은 장자의 집에 태어났고, 한 사람은 크고 흰 코끼리로 태어났는데 힘이 능히 도적의 무리를 무찌를 수 있었다. |
26) 범어로는 maṇi. |
27) 범어로는 dānapati. 베푸는 이를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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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아들은 출가하여 도를 배워 6신통을 얻은 아라한이 되었으나 복이 얇아서 밥을 빌기 어려웠다. |
다른 날 발우를 들고 성에 들어가서 두루 걸식해도 끝내 밥을 얻지 못한 채 흰 코끼리의 마구까지 왔다가 왕이 코끼리에게 갖가지로 풍족하게 공양하는 것을 보고 말하기를 “나나 너나 모두 죄와 허물이 있도다”라고 하였다.
이에 코끼리는 충격을 받아 사흘 동안이나 먹지를 않았다. |
코끼리를 지키는 사람이 겁이 나서 도인의 뒤를 쫓아와 만나서 물었다. |
“그대가 무슨 주술을 썼기에 우리 왕의 코끼리가 병이 나서 음식을 먹지 않는가?” |
아라한이 대답했다. |
“이 코끼리는 전생에 나의 아우였소. 함께 가섭불 때에 출가하여 도를 배웠는데 나는 다만 계를 지키고 좌선하고 경을 읽을 뿐 보시를 행하지 않았고, 아우는 널리 단월을 구하여 보시를 지었지만 계행을 지키거나 학문을 닦지 않았소. |
그는 계행도 지키지 않고 경전도 읽지 않고 좌선도 하지 않았으므로 이제 이렇게 큰 코끼리가 되었지만, 보시의 행을 많이 닦았기에 음식과 도구가 갖가지로 풍족한 것이오. |
나는 도만을 닦고 보시를 닦지 않았기에 이제 비록 도를 얻었으나 밥을 얻지 못하는 것이오.” |
이런 까닭에 인연이 같지 않아서 비록 부처님 세상을 만난다 해도 주리고 목마는 것이다. |
[문] 이 여러 중생들은 어떻게 배가 부르게 되는가? |
[답]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부처님이 신통력으로 밥을 만들어 내어 배부르게 하신다” 하고, 또한 어떤 사람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부처님의 광명이 몸에 닿으면 주리거나 목마르지 않게 하신다. 비유하건대 여의마니주와 같으니, 그것을 어떤 사람이 생각만 하여도 기갈을 면하거늘 부처님을 만나서이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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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자가 쾌차하였다고 했는데, 병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전생에 지은 업의 과보로 갖가지 병을 얻는 것과 금생의 냉․열․풍 등 때문에 역시 갖가지 병을 얻는 것이 있다. |
금생의 병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속의 병이니 5장이 고르지 못한 채 굳게 맺혀[結堅] 묵은 병[宿疹]이요, 둘째는 겉의 병이니 달리는 수레나 말에 치거나 구덩이에 떨어지거나 무기․곤장 등에 의한 갖가지 병이다. |
[문] 무슨 인연으로 병을 얻는가? |
[답] 전생에 채찍질하고 매질하고 고문하고 약탈하고 가두고 결박하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중생들을 괴롭혔기 때문에 금생에 병을 얻는다. |
또한 금생에 몸조심하기를 알지 못한 채 음식을 조절하지 않고 앉거나 눕기를 때 없이 하면 이런 까닭에 갖가지 병을 얻으니, 이와 같이 해서 404가지의 병이 생긴다. |
부처님의 신력으로 병든 자가 나을 수 있나니, 경에 이런 말이 있다. |
부처님께서 사바제(舍婆提) 나라에 계실 때, 어떤 거사가 부처님과 승려들을 집으로 청해서 음식을 들게 했다. 부처님께서 정사에 계시면서 공양을 받으시는 데는 다섯 가지 인연이 있으니,
첫째는 선정에 드시려 할 때요, 둘째는 하늘 무리들에게 설법하시려 할 때요, 셋째는 여러 비구들의 방을 둘러보시려 할 때요, 넷째는 병든 비구들을 보살피시려 할 때요, 다섯째는 아직 제정하시지 않은 계법을 제정하시려 할 때이다. |
이때 부처님께서 손수 문을 여시고 비구들의 방에 들어가시니, 어떤 비구가 병이 들어 괴로워하는데 아무도 돌보는 이가 없이 누운 채로 똥오줌을 싸면서 거동을 못했다. |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물으셨다. |
“그대는 얼마나 괴로우냐. 혼자서 아무도 돌보는 이가 없구나.” |
비구가 대답했다. |
“대덕이시여, 저는 성격이 게을러서 남이 병들었을 때 전혀 돌봐 주지 않았으므로 이제 제가 병들어도 남이 돌봐 주지 않습니다.”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
“선남자야, 내가 그대를 돌봐 주겠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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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석제바나민(釋提婆那民)은 물을 주었고 부처님께서 손으로 그의 몸을 어루만져 주셨다. 몸을 만져 주시니 온갖 고통이 즉시 제거되고 나아서 몸과 마음이 안온해졌다. |
이때 세존께서는 그 병든 비구를 일일이 부축해 일으켜서 방 밖으로 데리고 나와 목욕을 시키고 옷을 갈아입힌 뒤에 다시 조심스레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자리를 펴고 앉게 하셨다. |
그리고는 부처님께서는 병든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
“그대가 오랫동안 얻지 못한 일을 얻으려 하지 않았고, 이르지 못한 곳에 이르고자 하지 않았고, 알지 못한 일을 알려고 하지 않았으므로 이토록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느니라. 이렇게 하면 다시 더 큰 고통이 있느니라.” |
비구가 이 말을 듣고 생각했다. |
“부처님의 은혜는 한량이 없으시고, 신통력이 헤아릴 수 없으셔서 손으로 만지시자마자 고통이 곧 멈추고 몸과 마음이 편해졌다.” |
그러므로 부처님은 신통력으로써 병들은 자를 낫게 하시는 것이다. |
‘불구자는 형체가 복구되었다’고 했는데, 무엇을 불구라고 하는가?
곧 어떤 사람이 전생에 납의 몸을 망가뜨리거나 머리를 끊거나 손발을 자르는 등 갖가지로 신체를 훼손시키며, 불상을 파괴하거나 불상의 코나 그 밖의 여러 성현들의 형상을 훼손하거나 부모의 형상을 파손하면 이러한 죄로 인해 온전히 구족치 못한 형체를 받는다. |
또한 불선법(不善法)의 과보로 추악하고 비루한 몸을 받기도 하고, 혹은 금생에 도적에게 해를 입었거나 형벌을 받는 등 갖가지 인연으로 훼손을 입기도 하고, 혹은 바람ㆍ추위ㆍ열병 때문에 몸에 나쁜 종기가 생겨 몸의 한 부분이 망가진 것을 불구라 한다. |
부처님의 크신 은혜를 입으면 모두 구족하게 되나니, 비유하건대 기원[祇洹]에 건저(犍抵)28)건저는 진나라 말로는 속(續)이다.]라는 노비가 있었는데, 그는 바사닉왕(波斯匿王)의 형의 아들로서 단정하고 용맹하고 건강하며 심성이 부드럽고 착했다. |
28) 범어로는 Graṇṭh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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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대부인이 그를 보자 마음에 애착이 일어나 은근히 불러 자기의 뜻에 따르라 하였으나 건저는 거절했다. 대부인이 크게 노하여 왕에게 중상모략 하여 도리어 죄를 뒤집어 씌웠다. |
왕은 이 말을 듣자 그 자리에서 그를 갈기갈기 찢어서 무덤 사이에 버렸다. |
그날 밤 목숨이 끊어지려 할 때에 호랑나찰이 와서 그를 먹으려는데 그때 마침 부처님께서 그 근처를 지나시다가 그를 발견하고는 광명을 놓아 비추시니, 몸이 곧 회복되었다. |
그가 크게 기뻐하매 부처님께서 그에게 설법을 해 주시니 그는 곧 세 번 째 도[三道]29)를 얻었다. |
부처님께서 그의 손을 끌고 기원정사로 돌아오시니, 그가 이렇게 말했다. |
“제 몸이 이미 망가져 버려졌던 것을 부처님께서 다시 제 몸을 이어 주셨습니다.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부처님과 비구 승가에게 이 몸을 보시하겠습니다.” |
이튿날 바사닉왕이 이 말을 전해 듣고 기원정사로 와서 건저에게 말했다. |
“그대에게 잘못을 참회하노라. 너는 실로 아무런 죄도 없거늘 사리분별을 못해 형벌의 해를 입혔구나. 이제 그대에게 이 나라의 반을 주어 다스리게 하리라.” |
건저가 말했다. |
“저는 이미 싫어졌습니다. 왕에게도 죄는 없습니다. 제가 전생에 지은 죄의 과보로써 마땅히 그렇게 돼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몸으로써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바쳤으니, 다시 돌이킬 수 없습니다.” |
이와 같이 어떤 중생이 불구로서 구족치 못한 이가 있더라도 부처님의 광명을 입으면 모두가 즉시에 원래로 돌아온다. |
그러므로 말씀하시기를 “불구라도 모두가 구족해진다”고 했나니, 부처님의 광명을 받으면 즉시에 원래로 돌아오는 것이다. |
대지도론(大智度論) 77. 병이 드는 이유, 굶는 이유, 찢어지게 가난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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