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84. 마음이 맑아야 부처님과 보살님을 볼 수 있다.

수선님 2018. 12. 23. 12:59

[문] 시방에 한량없는 부처님과 보살들이 계시다면

지금 이 중생들은 3악도에 빠진 이가 많거늘 어찌하여 오시지 않는가?

 

[답] 중생들의 죄가 무거운 까닭에 비록 부처님과 보살들이 오신다 해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또한 법신의 부처님은 항상 광명을 놓으시고 항상 법을 설하시지만, 죄 때문에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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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하건대 해가 떴어도 눈이 먼 이는 보지 못하고,

우레가 천지에 진동하여도 귀가 먹은 이는 듣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법신은 항상 광명을 놓고 항상 법을 설하건만

중생들의 한량없는 겁의 죄가 두텁고 무겁다면 보거나 듣지 못하는 것이다.

 

밝은 거울과 맑은 물에 얼굴을 비추면 곧 보이고, 때가 가리거나 맑지 못하면 보이지 않듯이

중생들의 마음이 청정하면 곧 부처님을 뵙게 되고, 마음이 맑지 못하면 부처님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제 실제로 시방의 부처님과 보살들이 와서 중생을 제도하시지만 보이지 않을 뿐이다.

 

 

또한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염부제(閻浮提)에서 태어나 가비라국(迦毘羅國)34)에 계실 때 동천축35)의 여섯 큰 성에 자주 왕래하셨으나, 때로는 남천축36)의 억이(億耳)37)거사의 집으로 날아가셔서 공양을 받으시기도 하였고, 때로는 잠시 북천축38)의 월지국(月氏國)에도 가셔서 아바라(阿波羅)용왕을 항복시키시고, 또한 월지국(月氏國)의 서쪽에 이르셔서는 나찰녀(女羅刹)를 굴복시켰다.

 

부처님은 그곳의 석굴에서 하루를 묵으셨는데 지금도 부처님의 그림자가 남아 있다.

어떤 사람이 안에 들어가 그것을 보려 했으나 보이지 않고 굴[孔]에서 나오니 멀리 광명상(光明相)이 보였다.

 

부처님은 어느 때는 잠시 날아서 계빈(罽賓)39)의 예발타(隷跋陀) 선인이 있는 산으로 가셨다.

 

허공에 머무시면서 그 선인에게 항복받으셨는데, 선인이 말하기를 “나는 여기에 살기를 좋아하오니,

부처님께서 저에게 부처님의 머리칼과 손톱을 주시면 탑을 세워 공양하리다” 하였다.

 

탑은 지금도 남아 있다.[이 산 밑에 이월사(離越寺)가 있는데 이월은 예발타(隷跋陀)라고 해야 한다.]

  
  
  
34) 범어로는 Kapilasastu. 석존의 탄생지이다.
35) 인도의 동쪽 지역을 말한다.
36) 인도의 남쪽 지역을 가리킨다.
37) 범어로는 Śroṇa-Koṭikoṭirna.
38) 인도의 북쪽 지역을 가리킨다.
39) 지금의 Kaśmīru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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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부처님과 같은 나라에 태어나고서도 두루 뵙지 못하거늘 하물며 다른 곳에 태어난 경우이겠는가.

그러므로 시방의 부처님이 보이지 않는다 하여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미륵보살은 큰 자비심을 가지고 천궁에 계시면서도 이곳에 오시지 않나니,

오시지 않는다 하여 미륵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미륵은 가까이 계시면서도 오시지 않건만 괴이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시방의 부처님은 멀리 계시거늘 어찌 괴이하게 여기리오.

 

또한 시방의 부처님이 오시지 않는 것은

중생들의 죄의 때가 무겁고 부처님을 뵈올 공덕을 심지 않았기 때문에 오시지 않는 것이다.

 

또한 부처님은 일체 중생들의 선근(善根)이 익어지고 번뇌[結使]가 얇아진 것을 보고서야 오셔서 제도하시니,

이런 게송이 있다.

  
  부처님들은 먼저 관찰하시어
  어떤 방편으로도 제도치 못할 이와
  제도하기 어려운 이와 교화하기 쉬운 이와
  더딘 이와 빠른 이를 다 아신다.
  
  혹은 광명과 혹은 신통[神足]과
  갖가지 인연으로 중생을 건지시고
  거역하려 해도 가엾이 여겨 제도해 주시고
  혹은 거역하는 자라도 막지 않으시네.
  
  억센 이는 거친 말로 교화하시고
  유연한 이는 부드러운 말로 제도하시니
  비록 그 마음은 자비롭고 평등하나
  때에 맞춰 지혜로써 방편을 쓰시네.
  
  이런 까닭에 시방의 부처님이 비록 오시지는 않으나 없다고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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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부처님의 지혜의 힘과 방편과 신통은

사리불 등 큰 아라한과 미륵 등의 큰 보살도 알지 못하거늘 하물며 범부이겠는가.

 

또한 부처님이나 큰 보살들은

가끔 두려움과 급한 어려움 속에 있는 중생들이 지극한 마음으로 생각한다면 때로는 와서 구제해 주신다.

 

대월지(大月氏)의 서쪽에 부처님의 육계를 모신 나라가 있었는데,

어느 불교가 유행하던 지역에 나풍병(癩風病)에 걸린 사람이 있었다.

 

그는 변길(遍吉)40) 보살상 곁에 와서는 일심으로 귀의하고 변길보살의 공덕을 염했다.

“부디 이 병을 제거하여 주옵소서.”

 

이때 변길보살의 상이 오른손의 보배 옥돌[寶磲] 광명으로 그의 몸을 어루만져 주니,

곧 병이 제거되어 나았다.

 

 

 

또한 어떤 나라에 숲에서 수행하는[阿蘭若] 비구가 있었는데 마하연을 많이 독송하니,

그 나라의 왕이 항상 머리를 풀어 그 위를 밟고 지나가도록 했다.

 

이때 다른 비구가 왕에게 물었다.

“이 사람은 마하라(摩訶羅)41)로서 경전을 많이 읽지도 못했는데 어째서 크게 공양하기를 이렇듯 하십니까?”

 

왕이 대답했다.

“내가 어느 날 밤중에 이 비구를 뵙고자 그가 거처하는 곳에 갔습니다. 이 비구가 굴속에서 『법화경』을 읽고 있는데, 어는 금빛 광명이 나는 사람이 흰 코끼리를 타고 합장한 채 공양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차츰 가까이 가니 이내 사라지기에 내가 묻되 ‘대덕이여, 내가 왔기 때문에 금빛 나는 사람이 사라진 것이 아닐까요?’ 하였습니다. 그러자 이 비구가 대답하기를 ‘그는 변길보살입니다. 변길보살 스스로가 말하기를 누구라도 『법화경』을 읽으면 내가 흰 코끼리를 타고 와서 가르치고 인도하리라고 하셨는데 제가 『법화경』을 읽은 까닭에 변길[변길은 『법화경』에서는 보현이라 한다.]보살이 스스로 오신 것입니다’ 하였습니다.”
  
  
  
40) 범어로는 Samantābhadra.
41) 범어로는 Mahallaka. ‘무지한’ 혹은 ‘늙은’ 이라는 뜻으로, ‘무지한 자,’ ‘나이 든 자’를 가리킨다. Lamotte는 이 말을 ‘Mahārāja!’의 호격으로 간주한다. [Etienne Lamotte, Le Traite de la Grande Vertu de Sageśe de Nāgārjuna(Mahāprajñ āpāramitāśāstra), Louvain, Tome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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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어떤 나라의 한 비구가 『아미타경(彌陀佛經)』42)과 『마하반야바라밀경』을 독송하였는데 죽을 때에 임하여 제자들에게 말하기를 “아미타불께서 그의 대중을 거느리고 오시는구나” 하더니, 즉시 몸을 움직여 자신의 주처로 돌아가서는 잠깐 사이에 운명했다.

 

죽은 뒤에 제자들이 땔감을 쌓아 태웠는데 이튿날 잿 속을 보니 타지 않은 혀가 있었다.

 

그는 『아미타경』을 독송한 까닭에 부처님이 오시는 것을 보았고,

『반야바라밀경』을 독송한 까닭에 혀가 타지 않은 것이다.

 

이들은 모두가 이승의 일로서 경전에 말씀하시듯이 부처님과 보살들이 찾아오시는 일은 매우 많다.

이 같은 일은 처처에 있다.

 

사람들이 죄의 결박이 얇고 일심으로 부처님을 염하며 믿음이 맑아 의심치 않으면 반드시 부처님을 뵙게 되니,

끝내 허망치 않다.

 

이러한 여러 인연으로 실로 시방에 부처님이 계심을 알 수 있다.

 

 

 

[經] 그 세계에 보살이 있었으니, 보명(普明)이라 한다.
[論] [문] 보살이란 뜻[義]은 「찬보살품(讚菩薩品)」에서 이미 설명했거니와 어찌하여 보명이라 하는가?

 

[답] 그 광명이 항상 일체 세계를 비추기 때문에 보명이라 한다.

 

[經] 이 큰 광명을 보고 땅이 크게 진동함을 보며,

또한 부처님의 몸을 뵈옵고는 곧 보적불(寶積佛)께 가서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지금 무슨 인연으로 이 광명이 온 세상을 비추고 땅덩이가 크게 진동하며, 또한 불신(佛身)을 보게 되는지요?”

 

[論] 땅의 진동과 부처님 몸의 광명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다.

 

[문] 이 보명보살은 보살들 가운데서 가장 존귀하고 으뜸이어서 응당 스스로 그 인연을 알 것인데 어찌하여 부처님께 묻는가?

  
  
  
42) 범어로는 Amitābhabuddhasū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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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이 보명보살이 비록 거룩하지만 부처님들의 지혜와 신통력을 알지는 못한다.

비유하건대 달빛이 아무리 커도 해가 뜨면 사라지나니, 이런 까닭에 부처님께 물어야 한다.

 

또한 보살은 항상 부처님을 뵙고자 하여 싫증을 내지 않는다.

아무런 인연이 없어도 부처님을 뵙고자 하는데 하물며 큰 인연이 생긴 경우이겠는가.

 

또한 이 일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비유하건대 송아지가 어미 소를 따르는 것과 같으니, 괴이하게 여길 것이 못 된다.

 

또한 작은 왕들이 큰 왕을 알현[朝宗]하는 것과 같아서 의례히 그렇기 때문이다.

보살들도 이와 같아서 큰 이익을 얻는 까닭에 항상 부처님을 따르려 한다.

 

이 보살은 이런 일을 보고는 곧 마음으로 ‘이것은 틀림없이 큰일이니, 한량없고 셀 수 없는 세계를 모두 보게 된다’고 알아챘던 것이다.

 

또한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이 보살은 스스로 신통력이 있어 알았지만 이것 역시 석가모니부처님께서 힘을 주시어 알게 하신 것이다. 다만 작은 보살들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부처님께 여쭌 것이다.

 

다른 작은 보살들은 아직 두려움을 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처님께 여쭐 수가 없다.

그러므로 그들을 위하여 질문한 것이다.

 

이 보명보살이 질문을 일으킬 때 그 세계에 있는 작은 남자나 여자들과 함께했는데,

이로써 작은 보살은 부처님께 물어볼 수가 없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비유하건대 큰 코끼리가 큰 나무를 쪼개어 작은 코끼리들로 하여금 가지와 잎을 먹게 하는 것과도 같다.

 

그러므로 부처님께 묻기를 “대덕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이런 큰 광명이 있고 땅이 크게 진동하며, 또한 불신(佛身)을 보게 됩니까?”라고 한 것이다.

 

 

 

 

 

대지도론(大智度論) 84. 부처님과 보살님이 오셔서 중생을 제도하지만, 보지 못할 뿐이다.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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