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초품 중 시방의 보살이 오심을 풀이함② |
[經] 보적불(寶積佛)께서 보명(普明)에게 알려주셨다. |
“선남자야, 서쪽으로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세계를 지나가면 사바(沙婆)1)라는 세계가 있느니라. 거기에 부처님이 계시니, 이름이 석가모니이시다. 지금 현재 보살마하살들을 위해 반야바라밀을 말씀하고 계시는데 이것은 바로 그 분의 위신력(神力)이니라.” |
[論] [문] 부처님은 마치 수미산이 큰 바다의 파도에 흔들리지 않는 것과 같으시거늘 이제 어찌하여 보명에게 대답하시는가? 이는 곧 요동하는 모습이다. 마음을 거두면 말이 없을 것이요, 마음이 흐트러지면 말이 있을 것이다. 설법은 각관(覺觀)에서 나오고, 각관이란 거친 일이다. 부처님에게 이런 거친 일은 없을 것이다. |
[문] 부처님께서 비록 깊은 선정에 드셔서 세상일에 흔들리시지 않으나 이제 큰 자비심으로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어 그들을 위해 설법하여 의혹을 끊어 주시는 것이다. |
마치 수미산이 작은 바람에는 흔들리지 않지만 수람풍(隨藍風)2)이 이르면 크게 흔들려 흩어지는 것같이 부처님께서도 큰 자비의 바람이 오면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움직이고 몸을 무수히 흩어 5도(道)로 들어가서 중생들을 교화하시되 혹은 하늘의 몸이나 축생까지도 되신다. |
1) 범어로는 sabhā.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가리킨다. 어의적으로는 ‘인내하다,’ ‘견디다’를 의미한다. |
2) 범어로는 Vairambhaka. 겁(劫)이 무너질 때 부는 큰 바람으로 만물을 파괴한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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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부처님은 실로 움직이지 않고 항상 선정에 들어 계시나 전생의 복덕 인연 때문에 몸 둘레에서 소리가 나서 중생[物]에게 응하니, 마치 메아리 같고 하늘의 풍악같이 저절로 울려 퍼진다. |
또한 마니구슬은 사람들이 바라는 바를 좇아서 따라서 갖가지를 주나니, 만일 옷이나 음식이나 음악을 원하면 구하는 바에 따라 모두 자연히 얻게 하듯이 부처님도 그와 같아서 그 몸 둘레에 있는 모든 털구멍에서 자연히 소리가 나서 듣는 이의 마음을 좇아 법을 설하신다. |
여기에서 부처님은 기억하는 생각도 없고 분별도 없으시다. 『밀적금강경(密跡金剛經)』3)에 말씀하시기를 “부처님에게는 세 가지 비밀함[密]이 있으니, 몸의 비밀[身密]․말의 비밀[語密]․뜻의 비밀[意密]이다”고 했다. |
일체의 하늘과 인간이 아무도 알지 못하는데 어느 한 모임의 중생만이 부처님의 몸이 황금빛이고 흰 은빛이며 또한 갖가지 보배빛임을 본다.
어떤 사람은 부처님의 몸이 한 길 여섯 자임을 보고, 어떤 사람은 1리(里)․10리․백천만억이고 나아가서는 끝없고 한량없어 허공에 두루한 것을 보나니, 이러한 것들을 몸의 비밀이라 한다. |
말의 비밀이라 함은 어떤 사람은 부처님의 음성을 1리에서 듣고, 어떤 사람은 10리․백천만억리 내지는 끝없고 한량없어 허공 가운데 두루 걸쳐서 듣는다.
한 모임 가운데서 혹은 보시(布施)를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혹은 지계를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흑은 인욕․정진․선정․지혜를 말씀하시는 것을 듣는다.
이와 같이 해서 12부경(部經)4)과 8만의 법취(法聚)에 이르기까지 제각기 마음의 능력에 따라 듣는다. 이것을 말의 비밀이라 한다. |
이때에 목련이 부처님의 음성이 먼가 가까운가를 알고자 하여 곧 자신의 신통으로 한량없는 천․만억 불세계에 도달해 멈춰서는 부처의 음성을 들으니, 곁에서 듣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
3) 범어로는 Guhyakavajrapāṇisūtra. |
4) 범어로는 dvādaśāńga-dharmapravacana. 부처님의 가르침을 내용과 형식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 12분교(分敎) 혹은 12분성교(分聖敎)라고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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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멈춘 세계의 부처님께서 대중들과 막 공양을 들고 계셨는데, 그 국토의 사람들은 매우 커서 목련은 발우 곁에 기대 서 있었다. |
이때 그 부처님의 제자가 그 부처님께 여쭙기를 “이 인간의 머리를 닮은 벌레가 어디서 왔기에 사문의 옷을 입고 다닙니까?” 하니,
그 부처님이 대답하시기를 “이 사람을 가벼이 여기지 말라. 동쪽으로 한량없는 불국토를 지나면 부처님이 계시니 석가모니이시다. 이 사람은 그 부처님의 신통제일의 제자이시다” 했다. |
그 부처님께서 목도가략자(目度伽略子)5)에게 물으시기를 “그대는 어찌하여 여기에 왔는가?” 하시니, 목련이 대답하기를 “저는 부처님의 음성을 찾으려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했다. |
그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시기를 “그대가 부처님의 음성을 찾아 한량없는 억 겁을 지나더라도 그 끝난 데를 알지 못하리라” 하셨다. |
또한 다시 부처님께서는 세상에 나오시어 중생들의 의심을 끊어 주기 위해 법을 설하시는 것이니, 이는 질문할 일이 아니다. 마치 해가 어찌하여 어두움을 제하는지 묻지 말아야 함과 같다.
부처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니, ‘부처님께서는 어째서 대답하셨는가’라고 묻지 말아야 할 것이다. |
[문] 부처님들은 모두 동등하기 때문에 등각(等覺)6)이라 하거늘 이제 어찌하여 ‘저 부처님의 위신력[神力]이다’ 하는가? |
[답] 너와 나, 저것과 이것이 없고, 질투와 교만을 없앰을 보이기 위해서이다. |
또한 세계의 어떤 하늘은 항상 높은 체 교만한 법만을 구하기 때문에 스스로 말하기를 “하늘․땅․인간․물건은 내가 변화해 낸 것이다”라고 한다. |
마치 범천왕이 범왕들에게 말하기를 “내가 너희들을 만들어 냈다” 하고, 비뉴천7)은 말하기를 “세상에 크게 부귀하고 명예 있는 사람은 모두가 나의 위덕의 힘 때문이다. 나는 능히 세상을 이루기도 하고, 세상을 파괴하기도 한다. 세상이 이루어지고 무너짐은 모두 나의 작용이다”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이렇듯 하늘은 인연의 법상(法相)을 파괴하지만, 부처님들의 진실한 말씀은 인연의 범상을 파괴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저 부처님의 신력이다’라고 했다. |
5) 범어로는 Maudgalyāyanaputra. 목건련이라고도 한다. |
6) 범어로는 samyaksaṃbodhi. |
7) 범어로는 Viṣṇ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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