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89. 부처님께서도 세상의 법을 따라 예를 행하신다.

수선님 2018. 12. 23. 13:01

[經]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보적여래께서 세존께 문안하시기를 ‘세존께서는 번뇌 적으시고 병환 적으시며, 기거에 경쾌하시고 기력 있으시며 안락하신가’ 하십니다. 또한 이 천(千) 잎새의 금빛 연꽃으로 세존께 공양하라 하셨습니다.”

 

[論] [문] 보적부처님은 온갖 지혜를 갖추셨거늘 어찌하여 석가모니부처님께 문안하기를 “번뇌 적으시고 병환 적으시며, 기거에 경쾌하시고 기력 있으시며 안락하십니까” 하였는가?

 

[답] 그것이 부처님들의 법이니, 의례 아시면서도 짐짓 물으신 것이다.

 

비니 가운데 달니가(達貳迦)18)비구가 붉은 기와로 토굴을 지었는데 부처님께서 보시고 아난에게 물으셨다.

“이게 무엇이냐?”

 

아난이 대답했다.

“이것은 옹기장이의 아들로서 출가한 달니가가 조그마한 초막을 지었는데 항상 소먹이는 사람에 의해 무너졌습니다. 세 번 지어 세 번 무너지니, 그러므로 이 기와집을 지었습니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기와 토굴을 부숴라. 그것은 왜냐하면 외도의 무리들이 필시 말하기를 ‘큰 스승이신 부처님께서 계실 때 이미 잘못된 법이 나왔다’고 하리라.”

 

이와 같은 것들이 부처님께서는 곳곳에서 아시면서도 짐짓 물으신 것이다.

 

또한 부처님께서는 비록 일체지이시지만,

세상의 법을 따르시어 세상 사람들이 문안을 하면 부처님께서도 문안하셨다.

 

부처님이 인간에 태어나셔서 인간의 법을 받으시고,

추위․더위․태어남․죽음이 사람들과 같으시니 문안하는 법도 마땅히 같아야 하리라.

 

또한 세상에서는 크게 귀한 자와 크게 천한 자가 서로 문안할 수 없으나,

부처님의 힘은 등등한 까닭에 서로 문안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 다보세계는 청정하게 장엄되고 부처님의 몸과 광명 역시 위대하다.

  
  
  
18) 범어로는 Dhaniya.
[391 / 805] 쪽

만일 문안을 드리지 않으면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업신여긴다’ 하리라.

 

또한 비록 부처님 세계의 색신광명(色身光明)이 갖가지로 수승하지만 지혜와 신력이 더불어 평등하여 차이가 없음을 보이시고자 하셨다. 그러므로 문안을 드린 것이다.

 

 

[문] 어째서 ‘번뇌 적으시고 병환 적으신가’고 묻는가?

 

[답] 두 가지 병이 있으니, 하나는 바깥 인연의 병이요 둘째는 속 인연의 병이다.

 

바깥의 인연이란 추위․더위․주림․목마름․군대․무기․칼․몽둥이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무너져 갇히는 일 등이니, 이런 갖가지 바깥 근심거리들을 번뇌라 한다.

 

속의 인연이란 음식이 고르지 못하거나 앉고 누움에 절도가 없음 등 404가지 병이니,

이러한 갖가지들을 속의 병이라 한다.

 

이런 두 가지 병이 몸이 있다면 모두 괴로우니,

그러므로 문안하기를 ‘번뇌 적으시고 병환 적으십니까’라고 물으신 것이다.

 

[문] 어찌하여 “번뇌 없으시고 병환 없으셨습니까”라고 묻지 않고 “번뇌 적으시고 병환 적으셨습니까”라고 묻는가?

 

[답] 성인께서는 실로 몸이 괴로움의 근본이어서 병 아닌 때가 없음을 아시기 때문이다.

 

그것은 왜냐하면 이 4대가 합하여 몸을 이루는데,

흙․물․불․바람의 성품이 서로 용납하지 않고 제각기 서로 해치기 때문이다.

 

비유하건대 종기로 아프지 않을 때가 없는데 약을 발라 치료하면 잠시 차도가 있지만 낫지 않는 것과 같다.

 

사람의 몸도 이와 같아서 항상 병이 들고 항상 치료를 한다.

고치는 까닭에 생명을 얻고 고치지 못하면 곧 죽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번뇌 없으시고 병환 없으셨습니까’라고 묻지 못한다.

바깥 근심으로는 항상 바람․비․추위․더위에 시달림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몸의 네 가지 거동이 있으니, 앉고 눕고 다니고 머무는 일이다.

 

앉기를 오래하면 번뇌가 극치에 이른다.

오래 눕거나 오래 머물거나 오래 다녀도 모두 괴롭다.

그러므로 ‘번뇌 적으시고 병환 적으십니까’라고 물은 것이다.

 

 

[문] ‘번뇌 적으시고, 병환 적으십니까’라고 묻기만 하면 족하거늘

어찌하여 다시 ‘기거에 경쾌하십니까’라고 말하는가?

  
[392 / 805] 쪽

[답] 사람이 비록 병에 차도가 있어도 아직 완전하게 쾌차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기거에 경쾌하십니까’라고 물은 것이다.

 

[문] 어찌하여 ‘기력이 있으시고 안락하십니까’라고 물었는가?

 

[답] 어떤 사람은 비록 병에 차도가 있어 걷고 앉고 일어서기는 해도 아직 기력이 부족하다면 일을 만들고 행하지 못하고 가벼운 것을 끌거나 무거운 것을 들지 못한다. 때문에 기력을 묻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비록 병이 쾌차하여 능히 무거운 것을 들고 가벼운 것을 끌게 되었으나

아직 안락함을 느끼지 못한다. 때문에 ‘안락하십니까’라고 물은 것이다.

 

[문] 만일 병이 없고 힘이 있는데 어찌하여 안락함을 느끼지 못하는가?

 

[답] 어떤 사람이 가난하고 두렵고 근심한다면 안락할 수 없다.

그러므로 ‘안락하십니까’라고 물었다.

 

또한 두 가지 문안하는 법이 있으니, 몸의 문안과 마음의 문안이다.

 

만일 ‘번뇌 적으시고 병환 적으시며, 기거에 경쾌하시고 기력이 있으십니까’라고 말한다면 이는 몸의 문안이요, 만일 ‘안락하십니까’라고 말한다면 이는 마음의 문안이다.

 

갖가지 안팎의 병들을 몸의 병이라 하고, 음욕․성냄․질투․간탐․근심․두려움 등 갖가지 번뇌와 98종의 번뇌[結]와 5백 종의 얽매임과 갖가지 바람[欲願]을 모두 마음의 병이라 한다.

 

이들 낱낱 병을 문안하기 때문에 ‘번뇌 적으시고 병환 적으시며, 기거에 경쾌하시고 기력이 있으시며 안락하십니까’라고 말한 것이다.

 

[문] 사람들의 문안이면 그렇다 하겠지만 하늘들에게도 그처럼 문안할 수 없을 것이거늘 하물며 부처님에게 그럴 수 있겠는가.

 

[답] 부처님의 몸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신통변화한 몸이요, 둘은 부모가 낳아 주신 몸이다.

부모가 낳아 주신 몸은 인간의 법을 받아들이므로 하늘과 같지 않다.

그러므로 인간의 법과 같이 문안하여야 한다.

 

[문] 일체의 성현들은 마음에 집착이 없어서 몸을 탐내지 않고, 목숨을 아끼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삶을 기뻐하지 않는다. 만일 이와 같다면 어찌 문안할 필요가 있으랴.

[393 / 805] 쪽

[답] 세상의 법을 따르기 때문에 인간의 습관[法]인 문안을 받으며,

사람을 보내 문안함에도 또한 인간의 습관으로써 하셨다.

 

천 잎새의 금빛 연꽃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글쓴이 : - 해탈 -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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