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스크랩] 44. 仁王經(인왕경)

수선님 2018. 12. 30. 12:34


역사의 별별 격랑을 다 헤쳐온 우리에게 IMF구제금융 역시 하나의 사건일 뿐이다. 그보다 더한 고초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였다.
 
돌려 말해 과거를 돌아보면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아마 신라 고려시대에 지금과 같은 정도의 위기를 만났다면, 국가적으로 위난극복법회를 열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당시 단골처럼 베풀어졌던 것이 인왕백고좌회(仁王百高座會)였다. 1백명의 스님과 신도들이 주축이 되어 불상과 불보살을 백구씩 봉안한 후에 백명의 법사를 초청하여 강설하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이 행사의 근거가 되는 경전이 <인왕경>이었다.
 
이 경은 신구역(新舊譯) 이본(二本)이 있다. 구역은 구마라습삼장이 번역한 것으로 <불설인왕반야바라밀경>으로 불렸고 신역은 불공삼장(不空三藏)이 번역하여 <인왕호국반야바라밀다경>이라고 한다. 약해서 흔히 <인왕반야경> 혹은 <인왕경>이라 하기도 한다. 인왕(仁王)은 당시 16대국의 국왕을 일컫는 것으로 모든 왕에 대하여 부처님이 각각의 나라를 수호하여 안정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반야바라밀다경>의 심법(深法)을 설한 경전이다. 이 경을 수지하거나 강설하면 칠난(七難)이 생기지 않을 뿐더러 재해가 없고 만민이 안락하게 되므로 옛적부터 <법화경> <금광명경>과 함께 호국삼부경(護國三部經)의 하나로 꼽아왔다.

 

<인왕경>은 총 2권8품으로 구성돼 있다. 제1품에서는 부처님 당시 파사익왕을 중심으로 16대 국왕과 부처님이 문답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2품에서 7품까지는 내호(內護)와 외호(外護)의 방법을 밝힌 다음 그 인과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제8품에서는 불멸후에 정법이 쇠퇴하게 된다는 점을 주지시켜 일체 재난과 복을 구하기 위해서는 반야의 법문을 수지하는 것 밖에 없음을 일러주고 있다.
 
흔히들 불교의 지향점을 개인의 구원이나 침잠으로 몰고간 나머지 주위를 외면하는 소극성을 힐난하는 경우를 본다. 하지만 불교의 가르침을 모르는 소치이다. <인왕경>은 만물간의 인과율이나 유기성을 강조하는 데서 나아가 개인과 위정자, 국가간의 관계를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즉 국가적 위기일수록 반드시 음미 독송해야 할 말들로 채워진 보고라 할 수 있다. 가령 부처님이 16대국의 왕에게 설하는 아래 말은 깊은 뜻과 여운으로 남는다.
 
“성하면 반드시 쇠하는 것/실한 것이 반드시 헛된 것이니/중생들은 이 살아가는 그 모습/도무지 환상에 지나지 않네/…형상(물질, 육신)과 정신은/언젠가 모두 떠나야 할 것/ 이 세상 모든 것 다 그러하거니/나라인들 어찌 그렇지 않을까.”<호국품 제2>

 

확실히 IMF는 무상을 생각하게 해주는 극적인 사건임이 틀림없다. 강의를 하거나 연구원에서 종종 “IMF시대니 우리도 IMF인간이네”라는 자조섞인 농담을 듣는다. 달도 차면 기운다고 하지 않던가. 우리는 무상을 생각할 겨를은 커녕 백일몽에 취해서 스러짐의 미래를 인정하지 않으려 들었던 과보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나는 사람들에게 <인왕경>의 얘기를 들려준다.

 

“대왕이여, 하루 두 번 이 경을 강독하라…다만 나라를 지킬뿐만 아니라, 또 복덕을 지키는 힘도 될 것이며 부귀와 관위와 칠보를 구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뜻을 이루게 하는 힘을 얻을 수 있느니라.”

 

<인왕경(人王經)>에서 대왕들에게 하신 부처님말씀은 내호와 외호에 대한 깨우침이자 처량하기 이를데 없는 지경으로 추락한 이 나라와 국민들에게 옛적의 허울을 벗고 현실을 직시하며 사치와 방종에서 나와 자신을 신독하라는 가르침이다. 요약컨대 외적이 어느새 들어와 자리를 틀어 허세와 오욕으로 가득차 있는 마음을 버리라는 것이다. 이제 <인왕경>에서 말하는 신인(信忍) 지인(止忍) 견인(堅忍)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한다면, 오래지 않아 심중의 칠난(七難)은 소멸할 것이고 가라앉은 이 나라조차 승천하는 시간을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승호/동국대 한국문학硏 연구원


출처 : 淨土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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