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보시란 모든 법 가운데서도 실다운 모습이어서 깨뜨리거나 멸하거나 나거나 지을 수 없는 것이거늘 어찌하여 세 가지[三事]를 타파하여 얻을 수 없다 하는가? |
[답] 범부들은 베푸는 이와 받는 이와 베푸는 물건을 보나니, 이는 뒤바뀌고 허망한 소견이다. 세간에 태어나서 즐거움을 받다가 복이 다하면 다시 윤회의 길로 굴러간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보살들로 하여금 진실한 도를 행하여 진실한 과보를 얻게 하시려 하였으니, 진실한 과보란 곧 불도이다. |
부처님은 허망한 소견을 깨뜨리고자 세 가지 일을 얻을 수 없으며 실로 깨뜨릴 바 없다고 말씀하셨다. 왜냐하면 모든 법은 본래부터 끝내 공하기 때문이다. |
이러한 갖가지 한량없는 인연은 얻을 수 없으니, 그러므로 일컬어 ‘단바라밀을 구족해 원만히 한다’고 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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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보살이 단바라밀을 행하여 능히 6바라밀을 내면 이때를 일러서 ‘단바라밀을 구족해 원만히 했다’고 한다. |
어찌하여 보시가 단바라밀을 낳는가? 단에는 상․중․하가 있는데, 하품에서 중품이 생기고, 중품에서 상품이 생긴다. |
만일 음식 등 거친 물건을 가지고 연한 마음으로 보시하면 이를 하품이라 한다. 보시를 익히고 더욱 늘려서 능히 의복이나 보물을 가지고 보시하면 이것은 하품에서 중품을 낳은 것이 된다. |
보시할 마음이 더욱 늘어나서 아낌없이 머리․눈․피․살․나라․재물․처자를 모두 보시한다면 이것은 중품에서 상품을 낳은 것이 된다. |
전생에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처음 발심하셨을 때 광명이라 불리는 국왕이셨는데, 불법을 구하기 위하여 적건 많건 모두 보시하였더니 윤회해서 뒷몸을 받자 옹기장이가 되었다.
그는 목욕하는 도구와 꿀물로써 지금과는 다른 석가모니부처님과 비구들에게 공양하였더니, 다시 몸을 바꾼 뒤에 큰 장자의 딸이 되었다. 다시 등불로써 교진야불(憍陳若佛)에게 공양하였으니, 이러한 갖가지를 보살의 하품의 보시라 한다. |
또한 석가모니부처님은 전생에 장자의 아들이었는데, 옷으로써 대음성불(大音聲佛)17)에게 공양하였으며, 그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뒤에는 90개의 탑을 일으켰다. 뒤에 다시 몸을 바꾸어서는 큰 국왕이 되었는데, 7보의 일산으로 사자불(師子佛)18)에게 공양했다. 나중에 다시 몸을 바꾸어서는 큰 장자가 되어 묘목불(妙木佛)19)에게 가장 좋은 방사(房舍)와 7보의 묘한 꽃으로 공양했다. |
이러한 갖가지를 보살의 중품의 보시라 한다. |
또한 석가모니부처님은 전생에 선인(仙人)이셨다. 교진야불의 상호가 단정하시고 수묘(殊妙)하심을 뵙고는 문득 높은 산 봉우리에 올라가서 부처님 앞으로 몸을 던졌는데 그 몸이 무사하게 한쪽에 서 있었다. |
17) 범어로는 Mahāgahoṣa-buddha. |
18) 범어로는 Siṁha-buddha. |
19) 범어로는 Sunetra-buddh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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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중생희견보살(衆生喜見菩薩)20)이 몸으로 등불을 만들어 일월광덕불(日月光德佛)께 공양했다. |
이렇게 갖가지로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부처님들께 공양했으니, 이것은 보살의 상품의 보시이다. |
이것을 보살의 세 종류의 보시라 한다. |
어떤 이가 처음으로 불심(佛心)을 내어 중생에게 보시하는 것도 이와 같으니, 처음에는 음식으로 보시하다가 보시할 마음이 차츰 늘어나서 몸이나 살로써 베풀게 된다.
먼저는 갖가지 좋은 음료수를 보시하다가 나중에 그 마음이 차츰 늘어나서 몸의 피를 베풀며, 먼저는 종이나 먹으로 된 경서를 보시하거나 의복․음식 등 네 가지 공양구로 법사에게 공양하다가 나중에는 법신을 얻어 한량없는 중생에게 갖가지 법을 말해 주는 법시를 하게 된다. |
이와 같이 갖가지로 단바라밀에서 단바라밀이 생겨나는 것이다. |
어떤 것이 보살의 보시에서 시라바라밀(尸羅波羅蜜)이 생겨나는 것인가?
보살은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
“중생들은 베풀지 않는 까닭에 후세에 빈궁해진다. 빈궁하기 때문에 훔치려는 생각을 내고, 훔치기 때문에 죽이고 해하게 된다. 또한 빈궁하기 때문에 색(色)에 있어서 충족하지 못하고, 색이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삿된 음행을 한다. 또한 빈궁하기 때문에 남보다 하천하게 되고, 하천해지면 두려워하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
이렇게 빈궁한 인연 때문에 10불선도(不善道)를 행하거니와 만일 보시를 행하면 태어났을 때 재물이 있고, 재물이 있기 때문에 법답지 못한 짓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왜냐하면 5욕(欲)이 충족되어 결핍됨이 없기 때문이다. |
제바달다(提婆達多)는 전생에 뱀이었는데, 두꺼비와 거북과 함께 한 못에서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
후에 그 못이 말라버리자 굶주림이 극에 달하고 견디기 어렵게 되었건만 구할 곳이 없었다.
이때 뱀은 거북을 보내어 두꺼비를 불렀다. 두꺼비는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대답했다. |
20) 범어로는 Sarvasattvapariyadarśan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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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궁하다고 본심을 잃으면 |
의리보다 음식을 중히 여긴 것이니 |
그대는 나의 말을 뱀에게 전하라 |
두꺼비는 끝내 그대 곁에 가지 않으리니. |
만일 보시를 닦았다면 후생에 복이 있어 모자람이 없으니, 곧 능히 계를 지니어 이러한 악한 일들이 없게 된다. |
이것이 ‘보시는 능히 시바라밀을 낳는다’는 것이다. |
또한 보시할 때엔 능히 계를 파하는 일이나 모든 번뇌가 얇아지게 되고, 계행을 지키려는 마음은 더욱 견고해진다.
이것이 보시한 인연으로 계행이 더욱 견고해지는 것이다. |
또한 보살은 베풀되 언제나 받는 이에게 자비한 마음을 내어 재물에 집착하지 않고, 자기의 물건에 대하여 아까워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하물며 겁탈하거나 훔치겠는가. 받는 이를 자비로써 대하거늘 어찌 해칠 생각이 있겠는가. |
이러한 일들은 능히 파계를 막으니, 이것이 보시가 계행을 낸다는 것이다. |
만일 능히 보시한다면 그로써 인색한 마음을 깨뜨리며, 그 뒤에 지계ㆍ인욕 등을 행함이 쉬워진다. |
문수사리는 아주 오랜 옛날에 한 비구였을 때에 성에 들어가서 걸식을 하다가 백 가지 맛을 내는 환희환(歡喜丸)21)을 발우 가득히 얻었다. |
이때 성안에 있던 어떤 아이가 따라오면서 달라고 하였는데 주지 않고 절[佛圖]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자 손으로 환희환 두 개를 집어 들고는 그에게 이렇게 다짐했다. |
“이 한 알은 네가 먹고 한 알은 스님들께 보시하겠다면 주겠다.” |
아이는 곧 그렇게 하겠다 하고는 환희환 한 알을 승려들에게 보시했다. 그 뒤 문수사리에게 계를 받고는 부처를 이루리라고 발심했다. |
이와 같이 보시는 능히 계를 받고 성불할 마음을 내기까지 하게 하나니, 이것이 보시가 시라바라밀을 내는 것이다. |
21) 범어로는 modaka. 사탕과자(sweetmeat)의 일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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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보시의 과보로 네 가지 공양과 좋은 나라와 좋은 스승을 얻어 모자람이 없게 되기 때문에 계율을 지킬 수 있다. |
또한 보시의 과보는 그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니, 마음이 부드러운 까닭에 능히 계율을 지니게 되고, 계율을 지니게 되는 까닭에 착하지 못한 법에서 능히 스스로의 마음을 제어한다. |
이러한 갖가지 인연에 의해 보시로부터 시라바라밀이 생기는 것이다. |
대지도론(大智度論) 114. ★ 보시의 위대함 : 보시바라밀은 지계바라밀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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