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116. 석가모니 부처님, 위대한 자비심으로 여의주를 구하시다.

수선님 2019. 1. 6. 11:58

어떤 것이 보시에서 비리야바라밀(毘梨耶波羅蜜)이 생기는 것인가?

 

보살은 보시할 때 항상 정진을 행한다.

 

그것은 왜냐하면 보살이 처음 발심할 때엔 공덕이 크지 못하니,

이때는 두 가지 보시를 행하여 모든 중생의 소원을 채워 주고자 하건만

재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재물과 법을 간절히 구하여 그로써 베푸는 것이다.

 

마치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전생에 큰 의원이셨는데, 일체의 병을 고쳐 주되 명예나 이익을 구하지 않았으니,

중생을 가엾이 여기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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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는 매우 많은데 두루 다 구제하지 못해서 모두를 위해 근심하다가 마음대로 되지 않자 깊이 근심했다.

 

죽어서 곧 바로 도리천(忉利天)22)에 태어나서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가 지금 하늘에 태어났으나 복의 갚음을 누릴 뿐 길이 이익되는 바가 없도다’라고 하고는 곧 방편을 써서 몸을 마쳤다.

 

이 하늘의 수명을 버리고는 사가타(娑伽陀)용왕23)의 궁에 태어나 용의 태자가 되니,

그 몸이 훤칠함에 부모의 사랑을 받았다.

 

다시 죽음을 당하기 위하여 금시조 왕에게 갔더니, 새는 곧 이 용의 태자를 집어서는 사마리(舍摩利)나무 위에 올라가 먹어버렸다. 부모는 애통해하면서 깊이 근심했다.

 

용의 태자는 죽어서 염부제에 태어났는데 큰 나라의 태자가 되어 능시(能施)라 불렸다.

 

태어나자마자 말을 하였는데 좌우의 사람들에게 묻기를 “지금 이 나라에 어떤 물건이 있는가? 모두 가지고 오라. 보시에 쓰리라” 하니, 사람들이 듣고 모두가 괴이하게 여기고 두려워하면서 그를 버리고 달아났다.

 

그러나 어머니만은 가엾이 여겨 혼자 지키고 있노라니, 그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나는 나찰도 아닌데 사람들이 왜 나를 버리고 달아납니까?

나는 본래부터 보시하기를 좋아했으니, 나는 모든 사람의 단월(壇越)24)이 되겠습니다.”

 

어머니가 이 말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니 사람들은 다시 돌아왔다. 어머니는 그를 잘 양육해 차츰 장성해지자 자기가 가지고 있던 것을 모두 보시해 버리고는 다시 부왕에게 가서 재물을 요구해 보시했다. 아버지가 자기의 몫을 주었는데 역시 모두 보시에 써 버렸다.

 

다시 염부제 사람들이 빈궁하고 고달파하는 것을 보고는 보시해 주고 싶었으나 재물이 부족했다.

 

문득 울면서 사람들에게 묻기를 “어떤 방편을 써야 모두를 만족하게 할 재물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하니,

여러 노숙[宿人]들이 대답했다.

  
  
  
22) 범어로는 Trāyastriṃśa.
23) 범어로는 Sāgaranāgarāja.
24) 범어로는 danapa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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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이전에 듣건대 여의주라는 것이 있어서 그것을 얻기만 하면 마음속에 구하는 것 모두를 반드시 얻는다 합니다.”

 

보살이 이 말을 듣자 부모에게 말하기를 “바다에 들어가서 용왕의 머리 위에 있는 여의주를 구해오겠습니다” 하니, 부모는 만류했다.

 

“우리에게 자식이라고는 너 하나뿐이다. 바다에 들어가면 온갖 환난을 건너기가 어렵거늘 자칫 너를 잃는다면 우리는 어찌 살아가겠느냐. 갈 필요가 없느니라. 지금 우리 창고에는 아직 재물이 남았으니 그것을 너에게 주겠다.”

 

아들이 말했다.

 

“창고에 있는 것은 한정이 있지만 저의 뜻은 끝이 없습니다. 저는 재물로써 일체를 충족시켜주어 모자람이 없게 하려는 것입니다. 바라옵건대 허락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본래의 뜻을 이루어 염부제의 사람들 모두가 풍족하게 되도록 하여주옵소서.”

 

부모는 그의 뜻이 원대함을 알고는 더 이상 말리지 못한 채 결국 그를 떠나게 했다.

 

그때 5백 명의 상인이 있었는데 그의 복덕이 위대했기에 그들은 모두 그를 따라가기를 희망했다.

그들은 그가 떠나는 날을 알고는 포구[海道]로 모여 들었다.

 

보살은 먼저부터 사가타(娑伽陀)용왕의 머리 위에 여의보주25)가 있다는 말을 들었던 터이므로 사람들에게 물었다.

 

“누가 그 용궁으로 가는 물길을 아는가?”

 

타사(陀舍)라는 맹인이 있었는데, 그는 일찍이 일곱 번이나 바다에 들어갔던 터라 바닷길을 잘 알고 있었다.

보살은 그에게 함께 가기를 청하니 그가 대답했다.

 

“나는 이미 나이가 늙었고, 두 눈마저 멀었습니다. 비록 전에는 자주 드나들었으나 지금은 갈 수 없습니다.”

 

보살이 다시 간청했다.

  
  
  
25) 범어로는 cintamāṇ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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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 길은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두루 일체의 중생을 위한 것입니다. 여의주를 얻어서 중생들에게 베풀어 그 몸에 궁핍함이 없게 하려는 것이며, 그리고는 도법의 인연으로써 그들을 교화하려는 것입니다. 그대는 지혜로운 사람이거늘 어찌 사양할 수 있겠습니까. 나의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그 어찌 그대의 힘이 아니겠습니까.”

 

타사는 그의 간곡한 말을 듣자 흔연히 생각이 같아져서 보살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그대와 함께 바다에 들어가겠는데 나는 분명 온전치 못할 것이오.

그대는 나의 시체를 바다 안의 금모래 섬에 묻어 주시기 바라오.”

 

준비가 모두 끝나고 일곱째 닻줄을 끊으니, 배는 달리듯 뭇 보배가 있는 갯벌에 이르렀다.

장사꾼들은 앞 다투어 보배를 주워 제각기 만족한 뒤에 보살에게 말했다.

“어째서 보물을 캐지 않으십니까?”

 

보살이 대답했다.

“내가 구하는 것은 여의보주이다. 이 다함이 있는 물건은 내게 필요치 않다. 그대들은 각각 만족함을 알고 분량을 알아서 배가 무거워 견디기 어렵게 하지 말라.”

 

이때 장사꾼들이 보살에게 말했다.

“대덕(大德)께서는 우리들이 평안히 돌아가도록 축원을 해 주십시오.”

 

그리고는 하직하고 물러갔다.

 

이때 타사가 보살에게 말했다.

“따로 배 한 척을 남겨 이 별도(別道)를 따라 가도록 하십시오. 바람이 7일 동안 분 뒤에 바다 남쪽 기슭으로 밀리어 어느 험한 곳에 이르면, 절벽이 있고 대추숲[棗林]이 있는데 가지가 온통 물을 덮고 있을 것입니다. 그때 큰 바람이 불어 배를 뒤집을 것이니, 그대는 대추나무 가지에 매달리면 구제될 것이나 나는 눈이 없으니 거기에서 죽게 될 것입니다.

이 기슭을 지나면 황금 모래섬이 있을 터이니, 내 몸을 이 모래 가운데 묻어주시오.

금모래는 청정할 것입니다. 이것이 나의 소원입니다.”

 

그의 말대로 바람이 이르렀다 가니 이미 절벽에 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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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타의 말대로 보살은 대추나무 가지를 휘어잡아 환난을 면할 수 있었다.

사타의 시체는 금모래에 묻어 주었다.

 

그리고는 혼자 찾아가서 그가 미리 일러 준대로 7일간을 깊은 물에 떠있고, 7일간 목까지 차는 물에 다니고, 7일간 허리까지 차는 물에 다니고, 7일간 무릎까지 차는 물에 다니고, 7일간 진흙밭을 다녔다.

드디어 예쁜 연꽃이 곱고 부드럽게 피어 있는 것을 보고는 스스로 생각했다.

“이 꽃이 부드럽고 약하니, 허공삼매(虛空三昧)에 들어야 되겠구나.”

 

스스로 몸을 가볍게 하여 연꽃 위를 다니기를 7일, 독사들을 보고 생각했다.

‘독을 품은 벌레는 참으로 무섭도다.’

 

곧 자심삼매(慈心三昧)에 들어 독사의 머리 위로 다니기를 7일,

독사들을 모두 머리를 들어 보살로 하여금 밟고 지나가게 했다.

 

이런 난관을 지나자 일곱 겹의 보배성이 나왔는데, 주변에는 일곱 겹의 구덩이[塹]가 있고,

구덩이 가운데에는 독사가 가득했으며, 세 마리의 큰 용이 문을 지키고 있었다.

 

용들은 보살의 용모가 단정하고 상호에 위엄이 있으며,

그 어려운 난관들을 지나서 거기까지 온 것을 보고 생각했다.

 

“이는 범부가 아니다. 반드시 보살의 대공덕을 지닌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는 지름길로 나아가 용왕의 궁전에 들어가도록 허용했다.

 

이때 용왕 부부는 아들을 잃은 지 오래지 않았다.

때문에 아직도 눈물을 흘리며 울다가 보살이 오는 것을 보았다.

 

용왕 부인은 신통으로 자기의 아들이었음을 알자 두 젖에서는 젖이 흘러내리는 것이었다.

곧 앉으라고 분부하면서 물었다.

“너는 내 아들이었는데 나를 버리고 죽어서 어디에 태어났느냐?”

 

보살 또한 숙명통[宿命識]으로 부모임을 알고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나는 염부제에 태어나 큰 나라의 태자가 되었습니다.

가난한 이들이 춥고 배고프고 고달파서 자유롭지 못함을 보고 여의보주를 구하기 위하여 여기까지 왔습니다.”

 

어머니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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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버지 머리 위에 그 여의보주가 있기는 하나 머리장식이므로 얻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너를 데리고 보물창고에 들어가서 네가 원하는 대로 마음대로 가져가라 하시리니, 너는 대답하기를 ‘그런 잡된 보물은 제가 원하지 않습니다. 오직 대왕의 머리 위의 보주만을 원합니다. 저를 불쌍히 여기신다면 그것을 저에게 주옵소서’ 하라. 그러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곧 아버지에게로 가니, 아버지는 슬픔과 기쁨이 한없이 복받쳤다.

그 아들이 험난한 길을 거쳐 멀리 온 것을 가엾이 여겨 묘한 보물이 있는 곳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대가 원하는 대로 주리라. 필요한 것이 있다면 가지거라.”

 

이에 보살이 말했다.

“제가 멀리 온 뜻은 대왕을 뵙고 대왕의 머리 위에 놓인 여의보주를 구하기 위함입니다.

저를 불쌍히 여기시거든 마땅히 그것을 주시옵소서. 만일 주지 않으신다면 다른 것은 필요치 않습니다.”

 

용왕이 대답했다.

“나는 오직 이 보주 하나만으로 머리장식을 삼고 있다.

염부제 사람들은 복이 얇고 천박해서 여의주를 볼 수 없느니라.”

 

보살이 다시 말했다.

“저는 그 때문에 멀리서 험난한 길을 지나서 죽음을 무릅쓰고 온 것입니다. 염부제 사람들이 복이 얇고 빈천하기 때문에 여의보주를 가지고 그들의 소원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뒤에 불도의 인연으로 교화하려 합니다.”

 

마침내 용왕은 보주를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 보주를 너에게 주노니, 네가 세상을 뜨게 되거든 나에게 돌려주어야 하느니라.”

 

보살이 대답했다.

“공경히 대왕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보살은 보주를 받아들고는 허공으로 날아올라 팔을 한번 굽혔다 펴는 사이에 염부제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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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왕의 부모는 아들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보고는 기뻐 어쩔 줄 모르며 껴안고 물었다.
“너는 무엇을 얻었느냐?”

 

보살이 대답했다.

“여의보주를 얻어왔습니다.”

 

“어디에 있느냐?”

 

“이 옷자락 속에 있습니다.”

 

“어찌 그리 작으냐?”

 

“신비한 공덕은 커야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는 부모에게 말했다.

“마땅히 성에 명을 내려 성의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고, 향을 사루고, 비단 번과 일산을 달고, 가지런히 계를 지녀야 합니다.”

 

다음날 아침 긴 장대를 세우고 보주를 끝에 달아 표시를 하고는 보살은 스스로 서원을 세웠다.

“제가 불도를 이루어 일체 중생을 제도할 수 있다면, 마땅히 제가 원하는 대로 여의보주에서 일체의 보물이 나와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바를 좇아 모두가 충족되게 하소서.”

 

이때 구름이 온 하늘을 두루 덮으면서 갖가지 보물과 의복․음식․와구․탕약 등을 비처럼 내렸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모두 구족되니, 그들의 수명이 다하기까지에 항상 갖추어져 끊어지는 일이 없었다.

 

이와 같은 것을 일컬어 ‘보살의 보시가 정진바라밀26)을 낸다’ 한다.

 

 

 

대지도론(大智度論) 116. 석가모니 부처님, 위대한 자비심으로 여의주를 구하시다.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글쓴이 : - 해탈 -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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