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113. ★ 영혼은 물질이 아니다. 어떻게 해탈하는가?

수선님 2019. 1. 6. 11:57

 

만일 영혼이 물질[色]의 모습이라 한다면 이는 옳지 못하다.

그것은 왜냐하면, 모든 물질은 무상(영원하지 못함)하기 때문이다.

 

[문] 사람들은 어찌하여 “물질이 나의 모습이다”라고 말하는가?

 

[답]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영혼은 마음속에 있어서 미세하기가 겨자씨 같고 청정한 것을 일컬어 맑은 색신(色身)이라 한다”고 했다. 또한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보리쌀과 같다” 하고,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콩알과 같다” 하고,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크기가 반 치[半寸]이다” 하고, 어떤 이는 말하기를 “크기가 한 치인데, 처음 몸을 받을 때 가장 먼저 받는다. 마치 등상[像]의 골격 같다가 몸을 이루면 등상과 같이 이미 가지런히 이루어진다” 한다. 다시 어떤 이는 말하기를 “크고 작음이 사람의 몸에 따라 다르나, 죽어 무너질 때엔 이것이 또한 앞서 나간다” 한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모두가 옳지 못하다.

 

 

그것은 왜냐하면 일체의 물질은 4대로 이루어지고 인연 따라 생겨난 것이기에 무상하기 때문이다.

만일 영혼이 물질이라면 물질이 무상하므로 영혼 역시 무상할 것이다.

 

만일 무상하다면 앞에서 말한 바와 같다.

 

[문] 몸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거친 몸과 미세한 몸이다.

거친 몸은 무상하지만, 미세한 몸은 영혼[神]이어서 세세에 항상하여 5도에 든다.

 

[답] 이 미세한 몸이란 얻을 수 없다.

미세한 몸이 있다면 처소가 있어야 하는데 5장(藏)과 4체(體) 등 낱낱 처소에서 구하여도 모두 얻을 수 없다.

 

[문] 이 미세한 몸은 미세하여서 처음 죽으려 할 때엔 이미 떠났고,

살아있을 때엔 찾을 수 없거늘 그대가 어떻게 능히 보겠는가?

또한 이 미세한 몸은 5정(情)으로는 볼 수도 없고 알 수도 없으니, 오직 신통을 얻은 성인이라야 볼 수 있다.

 

[답] 만일 그렇다면 없는 것과 다름이 없다.

 

마치 사람이 죽을 때 이 몸[生陰]을 버리고 중음(中陰)으로 들어가는데

이때 이 세상의 몸이 멸하고 중음의 몸을 받는다. 여기에는 앞뒤가 없어서 멸할 때에 곧 생겨난다.

 

비유하건대 밀랍도장[蠟印]을 진흙에 찍으면 진흙에 도장이 찍히면서 밀랍도장은 이내 망가져 버리는 것과 같다. 곧 이루어짐과 무너짐이 동시여서 앞뒤가 없는 것이다.

 

이때 중음 가운데 몸을 받았다가 그 중음의 몸을 버리면 다시 이 몸[生陰]의 존재를 받는데,

그대가 말하는 미세한 몸이란 곧 이 중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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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음의 몸은 출입이 없다.

비유하건대 등불을 켜면 나고 멸함이 상속하여 항상함도 아니고 없어짐도 아닌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일체의 물질은 과거ㆍ미래ㆍ현재이거나 안팎이거나 거칠거나 곱거나 모두 무상하다.

 그대의 영혼이 미세한 물질이라면, 이 역시 무상하여 단절되고 없어지리라.”

 

이러한 갖가지 인연에 의하여 물질의 모습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영혼은 물질의 특성이 없는 것[無色相]도 아니라고 했는데,

무색이란 4중(衆) 및 무위(無爲)를 말한다.

 

4중은 무상하고 자재롭지 못하고 인연에 속하기 때문에 영혼이 될 수 없다.

 

세 가지 무위15)에는 신이 있다고 계교할 수 없으니, 받아들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갖가지 인연 때문에 영혼은 물질의 특성이 없는 것도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천지 사이의 안팎과 3세(世)와 시방에서 나를 구하여도 얻을 수 없나니,

오직 12입(入)이 화합해서 6식(識)을 낳는다.

 

3사(事)16)가 화합한 것을 촉(觸)이라 하고,

촉은 수(受)․상(想)․사(思) 등의 마음에 속하는 법[心數法]을 내며,

이 법 가운데 무명의 힘 때문에 신견(身見)이 생겨나고,

신견이 생기므로 영혼이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러한 신견은 고제(苦諦)의 고법제(苦法諦)와 고비지(苦比知)를 본다면 곧 끊어지나니,

끊어진다면 곧 영혼이 있음을 보지 않게 된다.

 

 

그대가 먼저 말하기를 “만일 안에 영혼의 물질[色]이 없다면 식은 생각마다 생멸하거늘 어떻게 빛의 청․황․적․백을 분별해 알겠는가” 했으며, 또한 그대는 말하기를 “만약에 영혼이 있더라도 혼자서 아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눈의 의식에 의지해서야 안다”고 했다. 만일 그렇다면 영혼은 쓸모가 없는 것이다.

 

눈의 의식으로 색을 아니, 색의 생멸은 생을 닮기도 하고 멸을 닮기도 한 것이다.

그런 연후에 마음속에 어떤 법이 생겨남을 일컬어 생각[念]이라 한다.

 

이 생각의 모습은 유위의 법이어서 비록 멸하여 과거가 되나 이 생각으로 능히 아는 것이다.

마치 성인이 지혜의 힘으로 미래의 일을 아는 것과 같다.

 

생각[念念]도 그와 같아서 능히 과거의 법을 안다.

  
  
  
15) 세 가지 무위란 택멸ㆍ비택멸ㆍ허공을 말한다.
16) 근ㆍ경ㆍ식의 세 가지를 말한다.
[485 / 805] 쪽
  

만일 앞의 눈의식이 멸하고 뒤의 눈의식이 생긴다면 뒤의 눈의식은 더욱 예리하고 힘이 있게 된다.

색은 비록 잠시 있을 뿐 머물지 않으나 생각의 힘이 예리한 까닭에 능히 아는 것이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 비록 생각마다 생멸하여 무상하나 능히 색을 분별하여 아는 것이다.

 

 

또한 그대가 말하기를 “현존하는 사람의 의식이 새록새록 생멸하고, 몸의 목숨이 끊어질 때 역시 다한다면, 모든 행의 죄와 복은 누구를 따르고 누가 받으며, 누가 고락을 받고 누가 해탈하리오” 했는데, 이제 대답하리라.

 

그대는 아직 진실한 도를 얻지 못했다.

 

이런 사람은 모든 번뇌가 마음을 덮고, 인연의 업을 지어 태어난다.

죽을 때엔 이로부터 5음이 상속되어 5음을 낳는다.

 

비유하건대 한 등잔으로 다시 한 등잔을 켜는 것과 같으며,

또한 곡식이 나는데 땅․물․종자 등 세 인연이 있어야 되는 것과 같다.

 

뒷세상의 몸이 나는 것도 그와 같아서 몸과 유루의 업과 번뇌[結使]의 이 세 가지가 있어야 뒷몸이 생긴다.

 

 

여기에서 몸과 업의 인연은 끊을 수도 없고 깨뜨릴 수도 없거니와 단지 모든 번뇌만은 끊을 수 있다.

번뇌가 끊어질 때엔 비록 남은 몸, 남은 업이 있으나 해탈 할 수가 있다.

 

마치 곡식이 땅은 있어도 물이 없으면 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비록 몸과 업만 있고 애욕 번뇌의 물이 축여주지 않는다면 나지 못하나니,

이를 일러 ‘비록 영혼은 없으나 역시 해탈을 얻는다’고 한다.

 

무명 때문에 속박되고 지혜 때문에 벗어나니, 곧 영혼이란 쓸모가 없는 것이다.

 

또한 이 이름과 모양[色]이 화합한 것을 거짓으로 사람이라 하는데,

이 사람은 모든 번뇌에 얽매였으나 무루지혜의 손톱을 얻어 이 모든 번뇌의 매듭을 풀면

이는 해탈을 얻은 사람이라 한다.

 

마치 노끈을 맺고 노끈을 푸는 일과 같다.

 

노끈이 곧 매듭이니,

매듭이란 다른 특징[法]이 없어서 세간에서는 노끈을 맺는다거나 노끈을 푼다고 말할 따름이다.

  
[486 / 805] 쪽

이름과 모양도 이와 같아서 이름과 모양의 두 법이 화합한 것을 거짓으로 사람이라 한다.

 

이 번뇌는 이름이나 모양과 다르지 않아서 단지 일컫기를 ‘이름과 모양이 맺어지고, 이름과 모양이 풀렸다’고 할 뿐이다.

 

죄와 복을 받는 것도 이와 같아서 비록 한 법도 사람이란 실체가 없지만

이름과 모양 때문에 죄와 복의 결과를 받으며, 게다가 사람이란 명칭을 얻는다.

 

비유하건대 수레에 물건을 싣는 것과 같으니,

하나하나 추궁하면 끝내 수레의 실체는 없지만 수레는 물건을 싣는다는 명칭을 받는다.

 

사람이 죄와 복을 받는 것도 이와 같아서 이름과 명칭이 죄와 복을 받으며 게다가 사람이 그 이름을 받을 뿐이다.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는 것도 이와 같다.

 

이러한 갖가지 인연에 의해 영혼은 얻을 수 없다.

 

영혼은 곧 베푸는 이요, 받는 이라 함도 이와 같나니, 그대는 영혼을 사람이라 여긴다.

그러므로 베푸는 사람도 얻을 수 없으며, 받는 사람도 얻을 수 없음도 또한 이와 같다.

 

이러한 갖가지 인연에 의해 이것을 일컫기를

‘베푸는 물건과 베푸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얻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대지도론(大智度論) 113. 영혼은 물질이 아니다. 무엇을 사람이라 하는가?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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