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

[스크랩] 증일아함경 제9권

수선님 2019. 1. 1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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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일아함경 제9권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18. 참괴품(慚愧品)
  [ 1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두 가지 묘한 법이 있어서 세상을 잘 옹호(擁護)한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인가? 이른바 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慚]과 남에 대한 부끄러움[愧]이 그것이다.
  세상에 이 두 다지 법이 있어서 세상을 잘 옹호해주기 때문에 부모·형제·처자·어른·노소의 구별이 있어서 여섯 짐승처럼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부끄러워 할 줄을 알아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1) 이 소경의 이역경으로는 후한(後漢) 시대 안세고(安世高)가 한역한 『불설칠처삼관경(佛說七處三觀經)』이 있으며, 『잡아함경』 제47권 1243번째 소경인 「이정법경(二靜法經)」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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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그들은 다 만족할 줄을 모르고 목숨을 마친다. 어떤 것이 그 두 종류의 사람인가? 이른바 재물을 얻어 간직하기만 하다가 아주 거덜나는 사람과 재물을 얻으면 남에게 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것을 만족할 줄을 모르고 목숨을 마치는 두 종류의 사람이라고 말하느니라."
  그 때 어떤 비구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너무 간략히 말씀하시니 저희들은 그 뜻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떤 것이 재물을 얻어 간직하기만 하다가 아주 거덜나는 것이며, 어떤 것이 재물을 얻으면 남에게 주기를 좋아하는 것입니까?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하여 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사유해 기억하라. 내가 마땅히 너희들을 위하여 그 뜻을 분별해주리라."
  대답하였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기 어떤 족성자(族姓子)가 있다. 그들은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우는데, 혹은 농사짓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혹은 문학을 익히기도 하며, 혹은 계산법을 익히고 혹은 천문(天文)을 익히기도 하며, 혹은 지리(地理)를 익히기도 하고 혹은 점치기[卜相]를 익히기도 하며, 혹은 사신의 일을 익히기도 하고 혹은 왕을 보필하는 일을 하기도 하는데, 추위와 더위를 피하지 않고 굶주림과 헐벗음으로 고통받으면서 스스로 경영한다. 그는 이렇게 노력하여 재물을 얻으면 저도 잘 먹지 않고 처자(妻子)나 종들이나 친척들에게도 나누어주지 않는다.
  그는 그렇게 애써 벌어놓은 재물을 혹 왕에게 겁탈 당하기도 하고, 혹은 도둑에게 빼앗기기도 하며, 혹은 불에 타거나 물에 떠내려보내는 둥 다른 곳에 흩어버려 큰 손해를 보게 된다. 또는 그 집안 사람이 그 재물을 탕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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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을 보존하지 못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재물을 얻어 간직하기만 하다가 아주 거덜나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이 재물을 얻으면 잘 나누어주는 것인가? 여기 어떤 족성자가 있다. 그들은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우는데, 혹은 농사짓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혹은 문학을 익히기도 하며, 혹은 계산법을 익히고 혹은 천문(天文)을 익히기도 하며, 혹은 지리(地理)를 익히기도 하고 혹은 점치기[卜相]를 익히기도 하며, 혹은 사신의 일을 익히기도 하고 혹은 왕을 보필하는 일을 하기도 하는데, 추위와 더위를 피하지 않고 굶주림과 헐벗음으로 고통받으면서 스스로 경영한다.
  그는 이렇게 노력하여 재물을 얻으면 중생들에게 보시한다. 즉 부모·종·처자를 돌보고, 나아가서는 사문(沙門)이나 바라문(婆羅門)에게 보시하여 많은 공덕을 짓고 천상의 복을 심는다. 비구들아, 이것을 재물을 얻으면 잘 보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만족할 줄 모르는 두 종류의 사람이라고 말한다. 앞의 한 사람은 재물을 모았다가 거덜나는 것이니 그런 일에 대해서는 버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뒷사람은 애써 벌은 재물을 널리 보시하는 것이니 그런 일은 본받아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항상 마땅히 법을 보시해야 할 것이요, 음식을 보시하는 것은 익히지 말라. 왜냐 하면 너희들에겐 지금 과보(果報)의 도움이 있고, 내 제자들로 하여금 법을 공경하고 이양(利養)을 탐내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만일 이양을 탐
  
  
2) 이 소경은 『중아함경』 제22권 88번째 소경인 「구법경(求法經)」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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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면 곧 여래의 처소에 큰 허물이 있을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중생들은 법을 분별(分別)하지 못하여 세존의 가르침을 비방할 것이요, 이미 세존의 가르침을 비방하고 나면 나중에 다시는 열반(涅槃)의 길[道]에 이르지 못할 것이니, 나에게 곧 부끄러움이 될 것이다. 왜냐 하면 여래의 제자로서 이양을 탐하여 법을 행하지 않고 법을 분별하지 못하면 세존의 가르침을 비방하고 바른 법을 따르지 않을 것이요, 세존의 가르침을 비방하면 다시는 열반의 길에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 너희 비구들은 법(法) 보시하기를 생각하고, 재물을 보시하려고 생각지 말라. 그러면 좋은 이름이 사방에 펴지게 될 것이요, 법을 공경(恭敬)하고 재물을 탐내지 않으면 거기에는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왜냐 하면 여래의 제자는 법보시를 좋아하고 욕구를 바라는 보시를 탐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마땅히 법을 보시하기를 생각해야 하고 욕구를 바라고 보시하는 것을 좋아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너희 비구들아, 나는 여기에서 인(因)이 되는 이치를 말하였다. 그러면 무슨 뜻으로 나는 이 사실을 말하였는가?"
  그 때 모든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세존께서 일일이 자세하게 분별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자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어떤 사람이 나를 초청하여 공양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때 버려야 할 남은 음식이 있었다. 때마침 멀리서 두 비구가 찾아왔는데, 그들은 몸이 매우 피로해 보였고 얼굴도 수척하였다.
  그 때 나는 그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여기 남은 음식이 있어 버려야 할 처지이다. 필요하거든 마음대로 먹고 시장기를 면하도록 하라.'
  그 때 한 비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세존께서 남은 음식이 있어 버려야 할 처지이니 필요하거든 마음대로 먹고 시장기를 면하라고 하신다. 가령 우리가 그것을 먹지 않는다 하더라도 곧 이 음식은 깨끗한 땅에 버려지거나 또는 물에 버려질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 음식을 가져다 먹고 시장기를 면하고 기운을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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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그 비구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마땅히 법보시를 행하고 어떤 욕구를 바라고 보시하지 말라. 왜냐 하면 보시 중에 재물을 보시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은 없지만 그러나 또 법을 보시하는 것은 그 중에서도 최상(最上)이기 때문이다)라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종일 먹지 않는다 해도 그런 대로 견딜 수 있다. 꼭 저 시주의 복(福)을 받을 필요는 없다.'
  그래서 그 비구는 곧 스스로 단념하고 그 밥을 먹지 않았고, 몸이 매우 지쳤지만 목숨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 때 또 다른 한 비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남은 음식이 있어서 버려야 할 처지라고 하신다. 우리는 그것을 가져다 먹지 않으면 매우 곤란을 당할 것이다. 지금 저 음식을 가져다 먹고 허기를 면하고 기력(氣力)을 얻으면 이 밤을 편히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비구는 그 밥을 가져다 먹고 기력이 회복되어 그 밤을 편히 지냈느니라."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비구는 그 밥을 가져다 먹고 허기를 면하고 기력을 얻었지만, 공경할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하며 매우 존중할 만한 앞에서 말한 비구만 못하다. 앞에서 말한 비구는 오랜 세월 동안 좋은 이름이 멀리 퍼지고 만족할 줄 알아 쉽게 채워지고 쉽게 가득해졌느니라.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마땅히 법보시를 배워야 하고 어떤 욕구를 바라고 하는 보시는 배우지 말아야 하느니라. 내가 앞에서 말한 것은 이런 인연 때문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시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셨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아까 세존께서는 그 요점만 간략히 말씀하셨을 뿐 자세히 해설해주지 않으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적막하고 고요한 방으로 들어가셨다. 지금 이 대중들 가운데 이렇게 간략하게 말씀하신 것에 대하여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해 줄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리고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저 존자 사리불(舍利弗)은 세존의 칭찬을 받는 분이다. 우리 저 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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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에게 가보자.'
  그들은 곧 사리불의 처소로 찾아가 서로 인사를 나누고 한쪽에 앉았다. 많은 비구들은 세존께 들은 일을 모두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이 때 존자 사리불이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어떤 것이 세존의 제자로서 이양(利養)만을 탐하고 집착하여 법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며, 어떤 것이 세존의 제자로서 법 수행하기를 탐하고 이양을 탐하지 않는 것입니까?"
  그 때 비구 대중이 아뢰었다.
  "우리들은 먼 곳에서 와서 그 뜻을 청해 묻고 수행하려고 합니다. 존자 사리불께서는 그 일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분입니다. 우리에게 그 뜻을 자세히 말씀해주십시오."
  사리불이 말하였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사유하고 기억하시오. 내 그대들을 위해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해 드리리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세존의 제자로서 꼭 배워야 할 것은 적막하고 고요한 곳에서 편안함을 생각하는 것인데, 성문(聲聞)제자들이 그렇게 배우고 있지 않습니다. 세존께서는 반드시 없애야 할 법들을 가르치시는데, 비구들은 그것도 없애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곤 그 가운데서 게으름을 피우고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켜, 꼭 해야 할 일은 즐겨 실천하지 않고 해서는 안 될 일만을 굳이 익히고 실천합니다.
  그렇게 할 때 여러 장로(長老) 비구들은 세 가지 일에 대하여 곧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세존께서는 항상 적막하고 고요한 곳을 좋아하시는데, 그런데도 성문들이 그렇게 배우지 않으니 거기에 장로 비구들은 곧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반드시 이 법만은 없애야 한다고 가르치시는데, 비구들은 그 법을 없애지 못하고 있으니 거기에 장로 비구들은 곧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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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켜 뜻이 전일(專一)하지 못하니 거기에 장로 비구들은 곧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꼭 알아야만 합니다. 중년 비구도 세 가지 일에 대하여 곧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세존께서는 항상 적막하고 고요한 곳을 좋아하시는데, 그런데도 성문들이 그렇게 배우지 않으니 거기에 중년 비구들은 곧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반드시 이 법만은 없애야 한다고 가르치시는데, 저 비구들은 그 법을 없애지 못하고 있으니 거기에 중년 비구들은 곧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다시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켜 뜻이 전일하지 못하니 거기에 중년 비구들은 곧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꼭 알아야만 합니다. 연소(年少) 비구도 세 가지 일에 대하여 곧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세존의 제자들은 항상 적막하고 고요한 곳을 좋아하는데, 그런데도 성문들은 그렇게 배우지 않으니 거기에 연소 비구들은 곧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이 법만은 없애야 한다고 가르치시는데, 저 비구들은 그 법을 없애지 못하고 있으니 거기에 연소 비구들은 곧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다시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켜 뜻이 전일하지 못하니 거기에 연소 비구들은 곧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이것이 이른바 여러분이 재물을 탐하고 집착하면서 법은 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모든 비구들이 사리불에게 아뢰었다.
  "어떤 것이 비구들이 법을 탐하고 집착하며 재물을 탐하지 않는 것입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비구들이여, 세존께서는 적막하고 고요한 곳을 좋아하시면 성문들도 적막하고 고요한 곳을 좋아하고, 세존께서 마땅히 그 법만은 없애야 한다고 말씀하시면 모든 비구들은 곧 그 법을 없앱니다. 그리하여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마음이 어지럽지 않으며, 꼭 행해야 할 것은 곧 닦아 행하고, 행해서 안 될 것은 곧 행하지 않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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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은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장로 비구는 이 세 가지 일에 대하여 명예가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세존께서 적막하고 고요한 곳을 좋아하시면 성문들도 적막하고 고요한 곳을 좋아합니다. 거기에 장로 비구의 명예가 있습니다. 세존께서 사람들에게 그 법만은 꼭 없애야 한다고 가르치시면, 그 때 비구들은 곧 그 법을 없앱니다. 거기에 장로 비구의 명예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어지러운 생각의 기억을 일으키지 않고 뜻이 항상 전일(專一)하면 거기에 장로 비구의 명예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중년 비구도 이 세 가지 일에 대하여 명예가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세존께서 적막하고 고요한 곳을 좋아하시면 성문들도 적막하고 고요한 곳을 좋아합니다. 거기에 중년 비구의 명예가 있습니다. 세존께서 사람들에게 그 법만은 꼭 없애야 한다고 가르치시면, 그 때 비구들은 곧 그 법을 없앱니다. 거기에 중년 비구의 명예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어지러운 생각의 기억을 일으키지 않고 뜻이 항상 전일하면 거기에 중년 비구의 명예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연소 비구도 이 세 가지 일에 대하여 명예가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비구들이여, 세존께서 적막하고 고요한 곳을 좋아하시면 연소 비구도 적막하고 고요한 곳을 좋아합니다. 거기에 연소 비구의 명예가 있습니다. 세존께서 사람들에게 그 법만은 꼭 없애야 한다고 가르치시면, 그 때 비구들은 곧 그 법을 없앱니다. 거기에 연소 비구의 명예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어지러운 생각의 기억을 일으키지 않고 뜻이 항상 전일하면 거기에 연소 비구의 명예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탐욕(貪欲)은 병이 되고, 아주 큰 재앙입니다. 성내는 것도 또한 그러합니다. 탐욕·음욕·성냄을 없애면, 곧 중도를 얻어 눈이 생기고 지혜가 생겨 모든 얽매임을 풀고 열반(涅槃)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간탐과 질투가 병이 되는 것도 또한 매우 중하고, 번뇌는 사람을 불사르고 볶으며, 교만 역시 심각합니다. 거짓되어 진실하지 못한 것과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남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것과 바른 마음을 해치는 음욕을 버리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만(慢)과 증상만(增上慢)을 버리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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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데, 만일 만과 증상만을 버린다면 곧 중도(中道)를 얻어 눈이 생기고 지혜가 생겨 온갖 얽매임을 풀고 열반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비구들이 아뢰었다.
  "존자 사리불이여, 어떻게 하면 중도를 얻어 눈이 생기고 지혜가 생겨 온갖 얽매임을 풀고 열반에 이르게 되겠습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여러분은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현성(賢聖)의 8품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른바 바른 소견[正見]·바른 다스림[正治]·바른 말[正 語]·바른 행위[正行]·바른 생활[正命]·바른 방편[正方便]·바른 기억[正念]·바른 삼매[正三昧]입니다. 여러분, 이것이 '성현이 중도에 처하여 눈이 생기고 지혜가 생겨, 온갖 얽매임을 풀고 열반에 이르게 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은 존자 사리불의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 4 ]3)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의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때가 되어 가사(袈裟)를 입고 발우를 들고 라열성에 들어가 걸식(乞食)하시며 어떤 골목에 계셨다. 그 때 그 골목에 어떤 범지(梵志)의 아내가 바라문(婆羅門)에게 밥을 차려주려고 바라문을 찾아 문을 나섰다가 멀리서 세존을 보고는 곧 세존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
  "혹 바라문을 보셨습니까?"
  그 때 존자 대가섭(大迦葉)이 그 골목에 벌써부터 와 있었다. 세존께서는 손으로 그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저 사람이 바라문이다."
  그 범지의 아내는 여래(如來)를 물끄러미 보고는 잠자코 아무 말이 없었
  
  
3) 이 소경은 『잡아함경』 제10권 270번째 소경인 「수경(樹經)」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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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그 때 세존께서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욕심이 없고 성냄 없으며
  어리석음을 버려 어리석음 없으며
  온갖 번뇌 다 버린 아라한이면
  그런 사람을 범지라고 말한다.
  
  욕심이 없고 성냄 없으며
  어리석음을 버려 어리석음 없으며
  번뇌[結使]의 무더기 버려버리면
  그런 사람을 범지라고 말한다.
  
  욕심이 없고 성냄 없으며
  어리석음을 버려 어리석음 없으며
  나를 내세우는 교만함을 끊으면
  그런 사람을 범지라고 말한다.
  
  만일 네가 삼불(三佛 : 等正覺)께서 말씀하신
  바른 법을 알고자 한다면
  지극한 정성으로 저 분께 귀의하라
  그는 가장 존귀한 최상의 분이시다.
  
  그 때 세존께서 대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 범지의 아내에게 가서 그 부인을 위해 곧 몸을 나타내어 전생의 죄를 면하게 하라."
  그래서 가섭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그 범지 아내의 집으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그 때 그 바라문의 아내가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장만해 가섭에게 바쳤다. 그러자 가섭은 그 음식을 받고 그 부인을 제도하기 위해 다음 게송을 읊어 법보시(法布施)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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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사(祭祀)에는 불이 으뜸이 되고
  여러 글 중에는 게송(偈頌)이 제일이며
  사람 중에는 임금이 제일 높고
  모든 물에서는 바다가 으뜸이다.
  
  뭇 별 중에는 달이 우두머리요
  밝은 것에는 해가 첫째가 되며
  모든 방위와 지역 경계에는
  동·서·남·북과 상·하가 있다.
  
  천상이나 세간의 사람 중에는
  부처님이 가장 높으신 분이니
  그 복을 구하려 하는 사람은
  마땅히 삼불께 귀의해야 하리라.
  
  그 때 그 범지의 아내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며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 대가섭 앞으로 다가가 아뢰었다.
  "원컨대 범지시여, 제 청(請)을 받아 항상 저희 집에서 공양하소서."
  가섭은 그 청을 받아들여 그 집에서 공양하였다. 그 때 바라문의 부인은 가섭의 공양이 끝난 것을 보고 낮은 평상을 가지고 와서 가섭 앞에 앉았다. 그러자 가섭은 미묘한 법을 차례로 말하였다. 그 자리에서 논한 것은 보시론(布施論)·계율론(戒律論)·생천론(生天論)이었고, 탐욕은 깨끗하지 못한 것이므로 번뇌를 끊는 것이 제일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출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등이었다.
  존자(尊者) 마하 가섭은 범지 아내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려 못내 기뻐하는 줄을 알고 나서, 모든 부처님께서 늘 말씀하셨던 괴로움[苦]·괴로움의 발생[集]·괴로움의 소멸[盡]·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범지의 아내는 그 자리에서 온갖 번뇌의 때가 다 없어지고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었다. 마치 새롭고 깨끗한 흰 천은 때가 없어서 색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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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게 물이 드는 것처럼, 범지의 아내도 그와 같아서 그 자리에서 법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는 이미 법을 얻었고 법을 보았으며 법을 분별하였으므로 의심이 없어지고 두려움이 없어져 3존(尊)인 불(佛)·법(法)·승(僧)에 귀의하여 5계를 받아 가졌다.
  그 때 존자 대가섭은 거듭 범지의 아내를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가섭이 떠나간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그 남편이 집에 돌아왔다. 바라문은 아내의 얼굴빛이 매우 빛나고 부드러워 보통 사람과 다른 것을 보고 아내에게 물었다. 아내는 그 동안에 있었던 사실을 그 남편에게 자세히 말하였다. 그러자 바라문은 그 말을 듣고 나서 곧 아내를 데리고 정사(精舍)에 계신 세존을 찾아갔다. 바라문은 세존께 문안을 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바라문의 아내는 세존의 발에 머리를 대어 예를 올리고 나서 한쪽에 앉았다. 그 때 바라문이 세존께 아뢰었다.
  "아까 어떤 바라문이 저희 집에 오셨다가 가셨다는데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그 때 존자 대가섭은 세존께서 계신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묘한 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 멀리서 대가섭을 가리키셨다.
  "저 사람이 존장(尊長) 바라문이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구담(瞿曇)이시여, 어찌하여 사문(沙門)을 바라문이라 말씀하십니까? 사문과 바라문은 다르지 않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사문을 말하려면 내가 바로 사문이다. 왜냐 하면, 나는 곧 사문으로서 사문이 받들어 가지는 모든 계율을 이미 다 성취하였기 때문이다. 만일 또 바라문을 논하려고 하면 내가 바로 바라문이다. 왜냐 하면, 나는 곧 바라문으로서 과거 바라문들이 가졌던 법(法)과 행(行)을 이미 다 알았기 때문이다.
  만일 사문을 논하려고 하면, 대가섭이 바로 사문이다. 왜냐 하면, 사문이 지녀야 할 모든 계율을 가섭 비구는 다 거두어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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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라문을 논하려고 하면 가섭 비구가 바로 바라문이다. 왜냐 하면, 모든 바라문이 받들어 가져야 하는 계율을 가섭 비구는 다 환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때 세존께서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저 주술(呪術)을 아는 이를
  범지(梵志)라 말하지 않는다.
  범천에 태어난다 외쳐대지만
  아직 결박[縛]을 벗어나지 못했다.
  
  결박도 없고 태어나는 세계도 없고
  일체의 번뇌[結]를 능히 벗어나
  다시 천상의 복을 일컫지 않으면
  그것이 사문이요 범지니라.
  
  그 때 바라문이 세존께 아뢰었다.
  "결박(結縛)이란 어떤 것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욕애(欲愛)가 곧 결박이요, 성냄[瞋恚]과 어리석음[愚癡]이 곧 결박이다. 여래는 이 욕애가 아주 사라져 남음이 없고 성냄과 어리석음도 또한 그와 같다. 여래는 그런 결박이 다시는 없느니라."
  바라문이 말하였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깊고 묘한 법을 말씀하시어, 다시는 저희에게 그런 결박이 없게 하여 주소서."
  세존께서는 그 바라문을 위해 미묘한 논을 차례로 말씀하셨다. 이른바 논이란 보시론·계율론·천상에 태어나는 것에 대한 논이며, 탐욕은 더러운 것이므로 번뇌를 끊는 것이 제일이요, 그러기 위해서는 출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바라문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려 매우 기뻐하고 있음을 아시고는, 옛날의 여러 부처님들께서 늘 말씀하셨던 괴로움[苦]·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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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의 발생[集]·괴로움의 소멸[盡 : 滅]·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의 법에 대하여 설명하셨다. 세존께서 그 바라문을 위한 설법을 마치자, 바라문은 곧 그 자리에서 번뇌의 때가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하게 되었다. 마치 새롭고 깨끗한 흰 천은 빛깔이 쉽게 물이 드는 것처럼 그 바라문도 그와 같아서 그 자리에서 곧바로 법안이 깨끗해졌다.
  그는 법을 얻고 법을 보고 그 법을 분별하여 의심이 없어졌다. 두려움이 없게 되어 3존인 불·법·승에 귀의하고 5계를 받아 가져 여래의 참다운 제자가 되어 다시는 물러나지 않았다.
  그 때 그 바라문 부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의 가란다죽원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아사세왕(阿闍世王)에게는 나라기리(那羅祇梨)라는 코끼리가 있었다. 그 코끼리는 흉악하고 사나우며 모질고 용감하여 능히 바깥에서 침략해 들어오는 도적들을 항복 받았다. 또 그 코끼리의 힘으로 마갈타(摩竭陀)의 온 나라를 모두 항복 받았다.
  그 때 제바달다(提婆達多)는 아사세왕에게 찾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저 코끼리는 매우 사나워서 어떤 원수든 다 항복 받습니다. 그러니 저 코끼리에게 독(毒)한 술을 먹여 취하게 한 뒤에, 내일 아침이면 사문 구담이 틀림없이 성에 들어와 걸식할 것이니, 그 때 그 취한 코끼리를 풀어놓아 그를 밟아 죽이게 하십시오."
  그 때 아사세왕은 제바달다의 말을 듣고 곧 나라에 영(令)을 내렸다.
  "내일 아침에는 술에 취한 코끼리를 풀어놓을 것이니 아무도 길에 나와 다니지 말라."
  제바달다가 아사세왕에게 말하였다.
  "만일 사문 구담에게 일체지(一切智)가 있어서 닥쳐올 일을 미리 안다면, 내일은 분명히 성에 들어와 걸식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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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이 말하였다.
  "존자의 말씀과 같이 만일 그에게 일체지가 있다면 내일 아침에는 반드시 성에 들어와 걸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 왕사성 안에 살고 있던 부처님을 섬기는 남녀(男女)와 노소(老少)들은 아사세왕이 이른 아침에 취한 코끼리를 풀어놓아 부처님을 해치려 한다는 소문을 듣고, 모두들 걱정하면서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서서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내일 아침에는 성에 들어가지 마십시오. 왜냐 하면, 아사세왕이 영을 내려 '성 안 사람들은 내일 아침에 거리에 나와 다니지 말라. 내가 술 취한 코끼리를 풀어놓아 사문 구담을 죽이려고 한다. 만일 저 사문에게 일체지가 있다면 내일 아침에는 성에 들어와 걸식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니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성에 들어가지 마십시오. 만일 세존께서 다치시면 세상 사람들은 눈을 잃게 되고 다시는 구호(救護)해줄 이가 없게 될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모든 우바새(優婆塞)들은 걱정하지 말라. 왜냐 하면, 여래의 몸은 세속 무리들의 몸이 아니다. 그래서 남의 해침을 받지 않는다.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우바새들아, 꼭 알아야 한다. 이 염부리(閻浮里) 땅은 동서(東西)의 너비가 7천 유순(由旬)이요, 남북(南北)의 길이는 2만 1천 유순이나 된다. 또 구야니(瞿耶尼)는 길이와 너비가 8천 유순인데 반달 모양처럼 생겼다. 또 불우체(弗于逮)는 길이와 너비가 9천 유순인데 그 지형은 네모나다. 또 울단월(鬱單越)은 길이와 너비가 1만 유순인데 땅이 보름달처럼 둥글다.
  가령 이러한 네 천하를 벼나 삼대나 나무숲처럼 많은 취한 코끼리로 가득 채운다 하더라도 여래의 털끝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거늘, 하물며 여래를 해칠 수 있겠느냐?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이 네 천하는 고사하고, 다시 천 개의 천하·천 개의 해와 달·천 개의 수미산·천 개의 네 바다·천 개의 염부제·천 개의 구야니·천 개의 불우체·천 개의 울단월과 1천의 사천왕(四天王)·1천의 삼십삼천(三十三天)·1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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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도술천(兜術天)·1천의 염천(豔天)·1천의 화자재천(化自在天)·1천의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을 천 세계라 하고, 나아가 2천 세계를 중천세계(中千世界)라고 하며, 3천 세계를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라고 한다. 이 삼천대천세계에 이라발(伊羅鉢) 용왕을 가득 채우더라도 여래의 털끝 하나 움직이지 못할 것인데, 하물며 저 코끼리가 여래를 해치겠는가?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 하면, 여래의 신력(神力)은 불가사의(不可思議)하기 때문이다. 여래는 세상에 나와 결코 남의 해침을 받지 않는다. 너희들은 각기 자기 집으로 돌아가라. 여래가 스스로 알아서 그 일을 처리할 것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다시 사부대중을 위해 미묘한 법을 자세하게 설명하셨다. 그러자 우바새(優婆塞)와 우바이(優婆夷)들은 바른 법을 듣고는 각각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이내 물러갔다.
  그 때 세존께서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라열성에 들어가 걸식하려고 하셨다. 이 때 제두뢰타천왕(提頭賴吒天王)은 건답화(乾沓和) 무리들을 거느리고 동쪽으로부터 와서 세존을 모셨고, 비류륵왕(毗留勒王)은 구반다(拘槃茶) 무리들을 거느리고 남쪽으로부터 와서 세존을 모셨으며, 서방의 비류바차(毗留波叉)는 모든 용의 무리들을 거느리고 와서 세존을 모셨고, 북방 천왕 구비라(拘毗羅)는 나찰귀(羅刹鬼) 무리들을 거느리고 와서 세존을 모셨다.
  이 때 석제환인(釋提桓因)은 하늘사람 수천만을 거느리고 도술천(兜術天)에서 사라져 세존에게로 내려왔고, 범천왕도 범천 수천만을 거느리고 범천에서 세존이 계신 곳으로 왔다. 제석천·범천·사천왕과 또 28천과 큰 귀신왕들이 각각 말하였다.
  '우리 오늘 저 용과 코끼리 두 신이 싸우는 것을 구경하자, 누가 이기고 누가 질까?'
  그 때 라열성에 있던 사부대중들은 부처님께서 비구들을 데리고 걸식하기 위해 성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멀리서 보았고, 이 때 성안 사람들은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아사세왕은 그 소리를 듣고 좌우 신하들에게 물었다.
  "저 소리는 무슨 소리기에 여기까지 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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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저 소리는 여래가 걸식하러 성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지르는 소리입니다."
  아사세왕이 말하였다.
  "사문 구담도 성인의 도가 없구나. 사람의 마음에 닥쳐오는 변고(變故)의 징조를 알지 못하는구나."
  아사세왕은 곧 코끼리 조련사에게 명령했다.
  "너는 빨리 코끼리에게 독한 술을 먹이고, 그 코에 날카로운 칼을 달고는 곧 풀어놓아 치닫게 하라."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을 데리고 성문(城門)에 이르러 성문에 발을 막 들여놓자, 이 때 천지(天地)는 크게 진동하였고 모든 귀신과 하늘들은 허공에서 갖가지 꽃을 뿌렸다. 그 때 5백 비구들은 술에 취한 코끼리가 오는 것을 보고 저마다 달아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때 그 사나운 코끼리는 멀리서 세존이 오는 것을 보고 곧 달려왔다. 시자(侍者) 아난(阿難)은 술 취한 코끼리가 오는 것을 보고 세존의 뒤에서 어쩔 줄 몰라하면서 세존께 아뢰었다.
  "저 코끼리는 매우 사납습니다. 장차 해칠까 두려우니 마땅히 피하시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이제 여래의 신력으로 저 코끼리를 항복 받으리라."
  세존께서는 사나운 코끼리로부터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서 자세히 관찰하시고는, 곧 좌우 사람을 변화시켜 사자왕(師子王)을 만들고, 그 코끼리 뒤쪽에는 큰 불구덩이를 만들었다. 그때 그 사나운 코끼리는 좌우의 사자왕과 또 뒤의 불구덩이를 보고 그만 오줌과 똥을 싸고 말았다. 그러나 달아날 곳이 없게 되자 여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왔다.
  그 때 세존께서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너는 이 용을 해치지 말라.
  용을 만나 보기는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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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일 이 용을 해치지 않으면
  그로써 좋은 곳에 태어나리라.
  
  그 때 사나운 코끼리는 세존께서 설하신 이 게송을 듣고 불에 데인 듯 곧 스스로 칼을 풀더니, 여래를 향해 두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려 코로 여래의 발을 핥았다. 그러자 세존께서 오른손을 펴 코끼리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면서 다음 게송을 설하셨다.
  
  성내거나 분노하면 지옥에 태어나고
  나중에는 또 뱀이나 독사의 몸 받는다.
  그러므로 마땅히 성냄을 버려
  다시는 그런 몸 받지 말아라.
  
  그 때 모든 신과 하늘사람들은 허공에서 백 천 가지 꽃을 여래 위에 뿌렸다. 이 때 세존께서는 사부대중들과 하늘·용·귀신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연설하셨다. 그 때 코끼리를 항복 받는 것을 본 남녀 6만 여명은 온갖 번뇌의 때가 없어지고 법안(法眼)이 깨끗해졌으며, 또 하늘사람 8만 여명도 법안이 깨끗해졌다. 그리고 술에 취한 코끼리는 몸에 칼바람[刀風]4)을 일으키더니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 사천왕의 궁전에 태어났다.
  그 때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와 하늘·용·귀신들은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5)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난타(難陀)는 눈이 부시도록 빛깔이 찬란하고 매우 아름다운
  
  
4) 중생이 목숨을 마치려고 할 즈음 일어나는 바람의 기운. 사지 마디마디를 칼로 해체하듯 한다고 해서 도풍(刀風)이라고 한다.
5) 이 소경은 『잡아함경』 제38권 1,067번째 소경인 「난타경(難陀經)」과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제1권 5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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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을 입고, 금(金)으로 장식한 신을 신고, 또 두 눈썹을 예쁘게 그리고는 발우를 들고 사위성(舍衛城)으로 들어가 걸식(乞食)을 하려고 하였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은 존자 난타가 매우 아름다운 옷을 입고 사위성으로 들어가 걸식하려고 하는 것을 멀리서 보았다. 많은 비구들은 곧 세존의 처소로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가 조금 뒤에 세존께 아뢰었다.
  "아까 난타 비구가 매우 아름다운 옷을 입었는데, 그 빛깔이 사람의 눈을 부시게 하였습니다. 그런 옷을 입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였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빨리 난타에게 가서 여래가 부른다고 일러라."
  대답하였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비구는 세존의 분부를 받고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린 다음 난타에게 가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그대를 부르십니다."
  난타는 그 비구의 말을 듣고 곧 세존의 처소로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어쩌자고 그렇게 아름다운 옷을 입고, 게다가 금으로 꾸민 신까지 신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려고 하였느냐?"
  존자 난타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세존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어떠냐? 난타야, 너는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지 않은가?"
  난타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족성자로서 율(律)에 맞지 않는 행위를 했다.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서 어쩌자고 또 그렇게 아름다운 옷을 입고 몸을 다듬고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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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성에 들어가 걸식하려고 하느냐? 저 속인[白衣]들과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
  그 때 세존께서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내가 언제나 난타가
  아련야행(阿練若行)을 능히 닦으며
  사문(沙門)의 법을 좋아하면서
  두타(頭陀) 바라밀[度無極] 행하는 걸 보려나.
  
  "난타야, 너는 다시는 그런 행(行)을 하지 말아라."
  그 때 존자 난타와 사부대중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난타는 범행(梵行) 닦기를 견디지 못해 법의(法衣)를 벗고 속인[白衣]의 행(行)을 익히려고 하였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이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난타 비구가 범행 닦기를 견디지 못하여 법의를 벗고 속인의 행을 익히려고 합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난타가 있는 곳으로 가서 여래가 부른다고 일러라."
  대답하였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비구는 세존의 분부를 받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린 다음 물러갔다. 그리고는 난타가 있는 곳으로 가서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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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존께서 그대를 부르십니다."
  대답하였다.
  "곧 가겠소."
  난타 비구는 잠시 뒤에 그 비구를 따라서 곧 세존의 처소로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어떠냐? 난타야, 범행 닦기를 좋아하지 않아 법의를 벗고 속인의 행을 따르려하느냐?"
  난타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무슨 까닭이냐? 난타야."
  난타가 대답하였다.
  "음욕이 불꽃처럼 일어나 스스로 억제할 수가 없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난타야, 너는 족성자로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지 않느냐?"
  난타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족성자로서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족성자로서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집을 버리고 도를 배우면서 청정한 행(行)을 닦는데, 어찌하여 바른 법을 버리고 더러운 것을 익히려고 하느냐?
  난타야, 너는 꼭 알아야 하느니라. 두 가지 법이 있는데, 그것에 만족이란 없다. 만일 어떤 사람이 그 법을 익히면 끝내 만족할 줄 모를 것이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 법인가? 이른바 음욕(淫欲)과 술을 마시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만족할 줄 모르는 두 가지 법이니라. 어떤 사람이라도 이 두 가지 법을 익히면 끝끝내 만족할 줄을 모르느니라. 따라서 그 행의 결과로 말미암아 또한 함이 없는 곳[無爲處 : 涅槃]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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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므로 난타야, 마땅히 이 두 가지 법을 버리기를 생각하면, 뒤에는 반드시 번뇌가 없는 과보[無漏報]를 얻게 될 것이다. 난타야, 너는 지금부터 범행을 잘 닦아야 하느니라.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결과가 이것으로 말미암지 않는 것이 없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지붕을 촘촘히 덮지 않으면
  비가 내리면 곧 새나니
  사람이 범행을 닦지 않으면
  음욕·성냄·어리석음이 새게 되리라.
  
  지붕을 촘촘하게 잘 덮으면
  비가 내려도 새지 않나니
  사람이 능히 범행을 닦으면
  음욕·성냄·어리석음이 없어지리라.
  
  그 때 세존께서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족성자는 음욕이 너무 세구나. 내가 이제 불로써 저 음욕의 불을 꺼주리라.'
  그 때 세존께서는 곧 신력(神力)으로써 손으로 난타를 잡고,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만큼의 짧은 시간에 난타를 향산(香山) 위로 데리고 올라갔다. 그 산 위에는 바위 동굴이 하나 있었고, 그 동굴 속에는 한 마리 애꾸눈 원숭이가 살고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 오른손으로 난타를 잡고 물으셨다.
  "난타야, 너는 이 애꾸눈 원숭이가 보이느냐?"
  대답하였다.
  "보입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너의 아내 석씨(釋氏) 종족 손타리(孫陀利)가 아름다우냐, 이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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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눈 원숭이가 아름다우냐?"
  난타가 대답하였다.
  "이 원숭이는 마치 어떤 사람이 매우 추악한 개 코에 상처를 내고 거기에 다시 독약(毒藥)을 발라 그 개가 갑절이나 더 흉악해진 것과 같습니다. 석씨 가문의 딸 손타리와 이 애꾸눈 원숭이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마치 큰 불 덩어리가 산과 들을 태울 때 마른 섶나무를 거기에 보태면 불길이 더욱 왕성해지는 것처럼, 저는 지금 저 석씨의 딸에 대한 생각이 마음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의 짧은 시간에 그 산에서 사라져 삼십삼천으로 가셨다. 그 때 삼십삼천의 여러 하늘들은 모두 선법강당(善法講堂)에 모여 있었다. 선법강당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다시 궁전이 있는데, 거기에는 5백 옥녀(玉女)들이 서로 즐겁게 놀고 있었다. 온통 여자들뿐이고, 남자는 하나도 없었다. 난타는 멀리서 5백 천녀들이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연주하면서 서로 즐겁게 노는 것을 보고 세존께 여쭈었다.
  "여기가 어디기에 저 천녀(天女)들이 저렇게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연주하면서 즐겁게 놀고 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난타야, 네가 가서 물어 보아라."
  
  그 때 존자 난타는 곧 5백 천녀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 궁전에 이르러보니, 수백 가지 좋은 자리를 깔아놓았는데, 순전히 여자들뿐이고 남자는 하나도 없었다. 존자 난타는 그 천녀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어떤 하늘의 여인들이기에 이처럼 서로 즐겁게 놀며 이와 같은 쾌락을 누리는가?"
  천녀들이 대답하였다.
  "저희 5백 명은 모두 청정(淸淨)하고 남편이 없습니다. 저희들이 들으니 세존의 제자 중에 난타라는 이가 있는데, 그는 부처님과는 이종(姨從)간으로서, 여래 밑에서 범행을 깨끗이 닦는다고 합니다. 그가 목숨을 마친 뒤에 장차 이곳에 태어나 우리들의 남편이 되어 서로 즐기게 될 것입니다."
  존자 난타는 못내 기뻐하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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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나는 세존의 제자(弟子)요, 또한 이종간이다. 이 여러 천녀들은 다 내 아내가 될 것이다.'
  그 때 난타는 곧 물러나 세존이 계신 곳으로 갔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난타야, 저 옥녀(玉女)들이 무슨 말을 하던가?"
  난타가 대답하였다.
  "저 옥녀들이 저마다 말하기를, '저희는 모두 남편이 없습니다. 듣자하니 세존의 제자로서 범행을 잘 닦는 이가 있는데, 그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여기 와서 태어날 것이라고 합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난타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난타야, 네 생각은 어떠하냐?"
  난타가 대답하였다.
  "저는 그 때 곧 생각하기를, 나는 세존의 제자이며, 또 세존과는 이종간이다. 이 여러 천녀들은 장차 다 내 아내가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매우 유쾌한 일이다. 난타야, 네가 범행을 잘 닦으면, 이 5백 명의 여자들로 하여금 다 너를 시봉(侍奉)하게 할 것을 내 너에게 증명하리라."
  세존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어떠냐? 난타야, 석씨 종족의 딸 손타리가 아름다우냐? 저 5백 명의 천녀들이 더 아름다우냐?"
  난타가 대답하였다.
  "마치 저 산꼭대기의 애꾸눈 원숭이가 손타리 앞에서는 조금도 광택(光澤)이 없는 것처럼, 손타리도 저 천녀들 앞에 있으면 또한 아무 광택이 없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범행을 잘 닦아라. 내가 꼭 너에게 저 5백 명의 천녀들을 얻도록 보증해줄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불로써 난타의 불을 꺼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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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생각하시고는 마치 역사가 팔을 굽혔다가 펴는 만큼의 짧은 시간에 세존께서는 오른손으로 난타의 손을 잡고 지옥으로 데리고 갔다. 그 때 지옥에 있던 중생들은 여러 가지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그 지옥에는 커다란 빈 가마솥 하나만 있고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그것을 보고 몹시 두려워 온몸의 털이 다 곤두섰다. 그는 세존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이 모든 중생들이 모두 고통을 받고 있는데, 오직 이 가마솥만은 비어 있고 아무도 없으니 무슨 까닭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곳이 바로 아비지옥(阿毗地獄)이라고 하는 곳이니라."
  그러자 난타는 더욱 더 겁이 나서 온 몸의 털이 모두 일어섰다. 그는 세존께 아뢰었다.
  "이 아비지옥만이 비어 있사온데, 여기는 죄인이 아무도 없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난타야, 네가 직접 가서 물어 보아라."
  그 때 존자 난타가 직접 가서 물었다.
  "어떻습니까? 옥졸(獄卒)이여, 여기는 무슨 지옥인데 텅 비어있고 아무도 없습니까?"
  옥졸이 대답하였다.
  "비구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석가문(釋迦文) 부처님의 제자 난타는 여래의 처소에서 범행(梵行)을 깨끗이 닦고 있는데,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좋은 세계인 천상(天上)에 태어나, 천 년 동안 그곳에서 지내며 스스로 쾌락을 누릴 것입니다. 그러다가 그는 거기에서 목숨을 마치고 이 아비지옥에 태어날 것입니다. 그 때 이 빈 가마는 곧 그의 집이 될 것입니다."
  존자 난타는 이 말을 듣고 더욱 두렵고 무서워서 온 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빈 가마솥이 바로 내 집이구나.'
  그는 세존께 돌아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세존께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제가 지금 참회하오니 저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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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 닦지 않고 여래를 괴롭혔습니다."
  그 때 존자 난타는 다시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람의 삶이란 귀할 것 하나 없고
  하늘의 목숨도 다하면 죽는다네.
  지옥은 아프고 쓰라리고 괴로운 곳
  오직 열반에만 즐거움이 있네.
  
  그 때 세존께서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네 말과 같다. 열반만이 가장 즐거운 것이다. 난타야, 너의 참회를 받아주노라. 너는 어리석었다. 너는 참으로 어리석었다. 그러나 이제 내 앞에서 스스로 그 허물을 알았으니, 나는 이제 네 참회를 들어준다. 뒤에는 다시 범하지 말라."
  그리고는 세존께서 팔을 굽혔다 펴는 짧은 시간 동안에 손으로 난타를 붙들고 지옥에서 사라져 사위성에 있는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으로 돌아왔다.
  그 때 세존께서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난타야, 너는 지금부터 반드시 두 가지 법(法)을 닦아야 하느니라. 어떤 것이 그 두 가지 법인가? 이른바 지(止)와 관(觀)이다. 또 두 가지 법을 닦아야 하느니라. 어떤 것이 그 두 가지 법인가? 태어나고 죽는 것은 즐거워할 만한 것이 아니요, 열반만이 즐거움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또 두 가지 법을 닦아야 하느니라. 어떤 것이 그 두 가지 법인가? 이른바 지혜(智慧)와 변재(辯才)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이런 여러 가지 법을 난타에게 말씀해주셨다.
  그 때 존자 난타는 세존의 가르침을 받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이내 물러갔다. 그는 곧 안타원(安陀園)으로 가서 한 나무 밑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몸과 마음을 바르게 가지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여래의 이러한 가르침을 생각하였다.
  이 때 존자 난타는 한가하고 고용한 곳에서 지내면서 언제나 여래의 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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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을 생각하며 잠시도 잊지 않았다. 그리하여 족성자들이 굳은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道)를 배우는 목적대로 위없는 범행을 닦아, '나고 죽음을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알게 되었다.
  그 때 존자 난타는 곧 아라한이 되었다. 이미 아라한이 되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미고는 세존의 처소로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린 다음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존자 난타가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전에 5백 천녀들로 하여금 저를 시중들게 하겠다고 증명하셨지만 저는 이제 다 버리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이 이미 성취되었구나. 나도 곧 없던 일로 하리라."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내 이제 난타를 보니
  사문의 법을 닦아 행하여
  모든 악을 다 끊고
  두타행에 잘못이 없구나.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라한이 된 사람은 바로 난타 비구요, 음욕·성냄·어리석음이 없는 이도 바로 난타 비구이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석시수(釋翅瘦) 가비라월(迦毗羅越) 니구류원(尼拘留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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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대애도(大愛道) 구담미(瞿曇彌)가 세존의 처소로 찾아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언제나 어리석은 이를 교화하시고 항상 생명을 보호하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구담미야, 여래를 향하여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여래는 오래 살기로 말하면 끝이 없을 것이요, 항상 그 목숨을 보호하느니라."
  그 때 대애도 구담미가 다음 게송을 말하였다.
  
  가장 높은 분께 어떻게 예배해야 할까
  이 세상에서 견줄 데 없으신 분
  일체의 의심을 끊으셨으니
  그러므로 그런 말씀 능히 하시네.
  
  세존께서 또 게송으로 구담미에게 대답하셨다.
  
  정진하며 그 뜻이 이지러짐 없고
  언제나 용맹스런 마음가져서
  평등하게 저 성문(聲聞) 제자들 보면
  그것이 곧 여래께 예배하는 것이다.
  
  이 때 대애도가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부터 이후로는 마땅히 세존께 예를 올리겠습니다. 여래께서 지금 말씀하신 것과 같이, 모든 중생들에게 예를 올리되 마음에 차별을 두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천상(天上)과 인간(人間)과 아수륜(阿須倫) 가운데서 여래께서 가장 높으십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대애도의 말을 옳다고 하셨다. 대애도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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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성문 가운데 제일가는 제자로서 널리 듣고 많이 아는 이는 바로 저 대애도이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두 사람은 여래의 제자들을 비방한다. 어떤 이가 그 두 사람인가? 이른바 법이 아닌 것을 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바른 법을 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이것이 '어떤 두 사람은 여래를 비방한다'고 하는 것이다.
  또 어떤 두 사람은 여래를 비방하지 않는다. 어떤 이가 그 두 사람인가? 이른바 법이 아닌 것은 법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과 참된 법은 참된 법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이것이 '어떤 두 사람은 여래를 비방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법이 아닌 것은 법이 아니라고 말하고 참된 법은 참된 법이라고 말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이, 너희들은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두 사람은 한량없이 많은 복을 받는다. 어떤 이가 그 두 사람인가? 칭찬할 만한 사람을 칭찬하는 사람과 칭찬해서는 안 될 사람을 칭찬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이것이 '두 사람은 한량없이 많은 복을 받는다'고 하는 것이다.
  또 어떤 두 사람은 한량없이 많은 죄를 받는다. 어떤 이가 그 두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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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찬할만한 사람을 도리어 비방하는 사람과 칭찬해서는 안 될 사람을 도리어 칭찬하는 사람이다.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그렇게 배우지 말지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출처 : 通達無我法者
글쓴이 : 통달무아법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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