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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일아함경 제11권 |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
20. 선지식품(善知識品) |
[ 1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마땅히 선지식(善知識 : 착한 벗)을 친근히 하고, 나쁜 행[惡行]을 익히거나 나쁜 업[惡業]을 믿지 말아야 한다. 왜냐 하면 모든 비구들아, 선지식을 친근히 하면 믿음이 더욱 늘어나고 지식[聞]·보시[施]·지혜(智慧)가 다 자꾸만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비구들아, 선지식을 친근히 하고 나쁜 행을 익히지 말라. 왜냐 하면 만일 나쁜 벗을 친근히 하면 곧 믿음[信]·계(戒)·지식[聞]·보시[施]·지혜(智慧)가 모두 없어지기 때문이다. |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선지식을 친근히 하고 나쁜 벗을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2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 : 王舍城)에 있는 가란다죽원(迦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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陀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에게 앞뒤로 둘러싸인 채 설법을 하고 계셨다. |
그 때 제바달두(提婆達兜 : 제바달다)는 5백 명의 비구들을 거느리고 여래께서 계신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세존께서 제바달두가 거느리고 있는 제자들을 보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나쁜 벗을 친근히 하지 말고 |
어리석은 이와 종사(從事)하지 말라. |
사람 중에서 가장 뛰어난 |
선지식을 친근히 해야 한다. |
사람이 본래는 악하지 않지만 |
만일 나쁜 벗을 친근히 하게 되면 |
나중엔 반드시 나쁜 뿌리를 심어 |
언제나 어둠 속에 살게 되리라. |
그 때 제바달두가 거느린 5백 명의 제자들은 세존께서 설하신 이 게송을 듣고, 곧 세존께서 계신 곳을 찾아가서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조금 있다가 다시 물러나 앉아서 세존을 향하여 잘못을 참회하였다. |
"저희들은 어리석고 미혹하여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의 참회를 받아 주소서.' |
세존께서는 그 5백 명 비구들의 참회를 받아들이시고, 그들을 위해 설법하여 그들로 하여금 믿음[信根]을 얻게 하셨다. 그 때 5백 명의 비구들은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서 심오한 법을 사유하였다. 그 까닭은 이름 있는 족성의 자제로서 출가하여 도(道)를 배우는 것은, 견고한 믿음으로 위없는 범행(梵行)을 닦는 데 있기 때문이었다. |
그 때 저 5백 명의 비구들은 곧 아라한(阿羅漢)이 되어,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도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다 마쳤으므로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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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5백 사람은 다 아라한이 되었다. |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3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는 수없이 많은[無央數]1) 대중들에게 둘러싸여서 설법을 하고 계셨다. |
그 때 담마유지(曇摩留支)는 고요한 방에서 혼자 사유하다가 선삼매(禪三昧)에 들어, 자기 전생(前生)의 몸이 큰 바다 속의 물고기였었는데, 그 몸의 길이가 7백 유순(由旬)이나 되었던 것을 알았다. 그는 곧 고요한 방에서 나와서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만큼의 아주 짧은 시간에 저 큰 바다로 가서 옛날의 자신의 시체 위를 거닐었다. |
그 때 담마유지는 곧 이런 게송을 읊었다. |
무수한 겁(劫)을 나고 죽고 하면서 |
돌아다닌 것 헤아릴 수 없으니 |
사람마다 편안한 것을 구하지만 |
끊임이 없이 괴로움만 받는구나. |
가령 내가 또 그 몸을 보고 나서 |
마음에 내가 살 집을 만들고 싶어할지라도 |
사지와 뼈마디가 모두 허물어져 |
완전한 형체를 얻을 수 없네. |
마음이 이미 모든 행 여의었으면 |
애착도 아주 사라져 없으리니 |
1) 인도에서 제일 큰 수를 말할 때 쓰는 숫자의 한 단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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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이 따위의 몸 받지 않고 |
영원히 열반(涅槃)을 누리리라. |
그 때 존자 담마유지는 이 게송을 마치고 나서, 곧 그곳에서 사라져 사위국 기원정사(祇洹精舍)로 와서,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갔다. |
그 때 세존께서 담마유지가 온 것을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
"훌륭하다. 담마유지야, 참으로 오랜만이로구나." |
담마유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정말 오랜만입니다." |
그 때 여러 상좌들과 모든 비구들이 저마다 이런 생각을 하였다. |
'저 담마유지는 항상 세존의 곁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는데, 지금 세존께서는 (훌륭하다, 담마유지야. 참으로 오랜만이구나) 하고 말씀하시는구나.' |
그 때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이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 그 의심을 풀어주기 위해 곧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담마유지가 오랜만에 왔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니다. 내가 이제 그 까닭을 말해 주리라. 과거 무수히 많은 겁(劫) 이전에, 정광(定光) 여래·지진(至眞)·등정각(等正覺)·명행성위(明行成爲)·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도법어(道法御)·천인사(天人師)·불중우(佛衆祐)라고 부르는 분이 세상에 출현하셨었다. 그는 발마(鉢摩)라고 하는 큰 나라를 다스리면서 대비구(大比丘)들 14만 8천 명과 함께 계셨었다. |
그 때 거기에는 사부대중들도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래서 국왕·대신·관리·백성들은 모두 와서 공양을 올리고 또 필요한 물건을 공급해 주었다. |
그 때 거기에 야야달(耶若達)이라고 하는 어떤 범지(梵志)가 있었는데 그는 설산(雪山) 곁에 머물러 살고 있었는데, 비참(祕讖)·천문(天文)·지리(地理) 등 널리 해박하게 알지 못하는 것이 없었고 문장과 글씨에도 다 능통하였으며, 시를 암송하는 것도 1구(句) 5백언(言)이나 되었고, 큰 인물이 될 관상인지에 대해서도 척척 알아냈으며, 불의 신[火神]·해·달·별자리를 섬기면서 5백 제자들을 가르쳤는데 밤낮으로 게을리 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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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야야달 범지에게는 운뢰(雲雷)라는 제자가 있었는데, 그는 세상에 드물 정도로 안색과 용모가 단정했고 털은 감청(紺靑)색이었다. 운뢰 범지는 총명(聰明)한 데다가 식견이 넓어 모르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언제나 야야달의 사랑을 받게 되었고, 잠시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 그 때 그는 그 바라문이 할 줄 아는 주술(呪術)을 모두 배웠다. |
그 때 운뢰 범지는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였다. |
'나는 이제 배워야 할 것을 이미 다 갖추어 배웠다.' |
그리고 다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
'나는 책에 실려 있는 여러 유학(有學) 범지들이 행하는 기술을 훨씬 능가하게 되었으니, 나는 지금 마땅히 스승님의 은혜를 갚아야겠다.' |
그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
'나는 지금 꼭 배워야 할 것은 다 배워서 모르는 게 하나도 없게 되었으니, 내 이제 스승의 은혜를 갚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러나 집안이 가난하여 스승님께 공양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마땅히 내가 다른 나라에 나아가 필요한 것을 구해 와야겠다.' |
그렇게 생각한 운뢰 범지는 곧 그 스승의 처소를 찾아가서 스승께 아뢰었다. |
'범지로서 배워야 할 기술들을 이제 다 배웠고, 또 책에 실려 있는 여러 유학들의 기술을 훨씬 능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스승님의 은혜를 갚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으나, 집안이 가난하여 공양을 올릴 만한 금·은 같은 진귀한 보물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다른 나라에 나아가 재물을 구해 스승님께 공양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 때 야야달 바라문(婆羅門)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
'이 운뢰 범지는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제자이거늘 마음에서 떠나보낼 수 없다. 설령 내가 죽는다 해도 오히려 떠나보낼 수 없겠거늘 하물며 지금 나를 버리고 떠나려 하는 것이겠는가? 내가 지금 마땅히 어떤 방편을 써야 머물러 있도록 붙들 수 있을까?' |
그 때 아야달 범지는 곧 운뢰에게 말하였다. |
'범지야, 너는 아직 바라문으로서 꼭 배워야 할 것이 남아 있다. 네가 오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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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 |
그러자 운뢰 범지가 곧 스승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
'부디 원컨대 가르쳐 주소서. 제가 아직 외우지 못한 것이 무엇입니까?' |
그 때 야야달 범지는 곧 5백언(言)의 송(誦)을 생각해 지어 가지고 운뢰에게 말하였다. |
'여기 5백언 송이라고 하는 이런 글이 있다. 너는 이것을 공부해야 한다.' |
운뢰가 아뢰었다. |
'원컨대 스승께서 가르쳐 주시면 제가 외우겠습니다.' |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때 야야달 범지에게 이 5백언 송을 가르친 지 며칠이 되지 않아 그는 그것을 다 외웠다. |
그 때 야야달 바라문이 5백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
'이 운뢰 범지는 모든 기술을 다 갖추어 무슨 일이든지 통달하지 못한 것이 없다.' |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초술(超術)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 초술 범지는 매우 재주가 뛰어나서 천문과 지리를 널리 보아 알지 못하는 것이 없었고 글씨와 문장까지도 다 깨달아 알았다. 그 때 초술 범지는 며칠이 지나자 다시 그 스승에게 아뢰었다. |
'범지로서 배워야 할 기술이란 기술은 이제 모두 알았습니다. 그리고 또 책에 실려 있는 모든 유학(有學)들의 기술을 훨씬 능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스승님의 은혜를 갚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으나, 집안이 가난하여 스승님께 공양을 올릴 만한 금·은 같은 진귀한 보물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다른 나라에 나아가 재물을 구해 스승님께 공양할까 하오니 원컨대 허락해 주십시오.' |
그러자 야야달 범지가 말하였다. |
'네가 그 때를 제대로 알 것이다.' |
초술 범지는 앞으로 나아가 그 스승의 발에 예를 올리고 곧 물러나 떠나갔다. |
그 때 그 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발마(鉢摩) 대국이 있었는데, 그곳에 많은 범지들이 한곳에 모두 모여 크게 제사를 올리고, 게다가 강론(講論)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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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벌이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8만 4천 명의 범지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는데, 그 중 제일가는 상좌(上座)로서 또한 외도(外道)의 글들을 외워 밝게 통달하지 않은 것이 없고, 천문·지리·별자리들의 변괴 따위에 대하여 모두 밝게 아는 이에게 그 법회(法會)를 마치고 서로 헤어질 때에는 금 5백 냥과 금 지팡이 하나, 금 물통 하나, 소 천 마리를 가지고 스승으로 받들어 섬기며 그 제일가는 상좌에게 주기로 하였다. |
그 때 초술 범지는 '발마대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8만 4천 명의 범지들이 한 곳에 모여 기술을 시험해, 제일 뛰어난 사람에게 금 5백 냥과 금지팡이 하나, 금 물통 하나, 소 천 마리를 준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 때 초술 범지는 스스로 생각하였다. |
'나는 지금 무슨 까닭에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구걸하고 있는 걸까? 차라리 저 대중들에게 가서 기술을 겨루어 보는 것이 낫겠다.' |
초술 범지는 곧 그 대중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
그 때 많은 범지들이 멀리서 초술 범지를 보고 저마다 큰 소리로 외쳐댔다. |
'훌륭하십니다. 제사 주인[祠主]이여, 이제 큰 이익을 얻게 되어 범천을 몸소 내려오시게까지 하였습니다.' |
8만 4천 명의 범지들은 저마다 일어나 함께 맞이하면서, 똑같은 소리로 이렇게 말하였다. |
'잘 오셨습니다, 큰 범신천(梵神天)이여.' |
그 때 초술 범지가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였다. |
'이 모든 범지들은 나를 범천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나는 범천이 아니다.' |
그 때 초술 범지가 여러 바라문들에게 말하였다. |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여러분, 나를 범천이라고 부르지 마시오. 당신들은 듣지 못하였습니까? 설산 북쪽에 많은 범지 대중들의 스승이 계신데, 그 이름을 야야달이라고 하오. 그 분은 천문과 지리에 대해 모두 환하게 통달하지 못한 것이 없소.' |
모든 범지들이 말하였다. |
'우리들도 듣기는 했는데 아직 만나 보지는 못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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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술 범지가 말하였다. |
'나는 그 분의 제자로서 이름을 초술이라고 합니다.' |
그 때 초술 범지는 그 대중들 중 제일가는 상좌를 향하여 말하였다. |
'어떤 기술이든지 아는 것이 있으면 나에게 말해 보시오.' |
그 때 저 대중들 중에 제일가는 상좌가 곧 초술 범지를 향해 3장(藏)의 기술을 외웠는데, 조금도 빠뜨리거나 실수가 없었다. 그러자 초술 바라문이 다시 그 상좌에게 말하였다. |
'1구 5백 언을 나에게 외워 보시오.' |
그 때 그 상좌는 말하였다. |
'나는 그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어떤 것이 그 1구 5백 언입니까?' |
초술 범지가 말하였다. |
'여러분은 잠자코 내가 말하는 1구 5백 언으로 된 대인(大人)의 모습에 대해 들으시오.' |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
그 때 초술 범지는 곧 3장의 기술과 1구 5백 언으로 된 대인의 모습에 대해 외웠다. 그 때 8만 4천 명의 범지들은 일찍이 들어보지 못했던 내용이라고 찬탄하였다. |
'참으로 기이하고 매우 특별한 일입니다. 우리는 1구 5백 언으로 된 대인의 모습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제 존자는 제일가는 상좌로서 우두머리가 되셔야 합니다.' |
그 때 초술 범지는 그 상좌의 자리로 옮기고 자기가 제일가는 우두머리의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그 대중들의 상좌로 있던 이가 심한 원한을 품고 이런 서원을 하였다. |
'이제 이 사람이 내가 앉는 자리를 밀어내고 제가 그 자리에 앉았다. 내가 지금 경전을 암송하는 것과 고행하며 계를 지키는 것이, 만일 장차 어떤 복이 있는 것이라면, 그것을 다 걸고 이렇게 서원을 할 것이다. 이 사람이 어떤 곳에서 태어나서 어떤 일을 하려고 하면 나는 그 때마다 꼭 그 공을 부숴 버릴 것이다.' |
그 때 그 모임의 시주는 곧 금 5백 냥과 금 지팡이 하나, 금 물통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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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천 마리와 미녀 한 사람을 뽑아 이 초술 상좌에게 주며 주원(呪願)을 해 달라고 하였다. |
그 때 이 초술 상좌가 시주에게 말하였다. |
'나는 지금 이 금 5백 냥과 금 지팡이와 금 물통만 받아 내 스승님께 공양할 것이오. 그리고 이 여자와 소 천 마리는 시주님에게 도로 돌려주겠소. 왜냐 하면, 나는 탐욕을 익히지 않았고, 또한 재물을 쌓아두지도 않기 때문이오.' |
그리고 나서 초술 범지는 그 금 지팡이와 금 물통만 받아 가지고 발마대국으로 갔다. 그 나라 왕의 이름은 광명(光明)이라고 하였는데, 그 때 그 국왕은 정광(定光)여래와 비구 대중들을 초청하여 의복(衣服)과 음식(飮食)을 공양하려 하였다. 그래서 그 국왕은 성 안에 영(令)을 내렸다. |
'어떤 백성이든지 향(香)과 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모두 그것을 팔지 말라. 만일 파는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 엄중한 벌을 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사서 다시 다른 곳에 팔지 않을 것이다.' |
그리고 다시 백성들에게 칙명(勅命)을 내려 길을 깨끗이 쓸게 하고 청소하여 흙·자갈과 그밖에 더럽고 흉악한 물건을 다 치우고, 비단으로 만든 번기와 일산을 달고 향즙(香汁)을 땅에 뿌리고 광대와 기생으로 하여금 음악을 연주하게 하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
그 때 저 범지는 이것을 보고 나서 길을 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
'오늘이 무슨 날이기에 이처럼 길을 깨끗이 쓸고 더러운 물건을 치우며, 비단으로 만든 번기와 일산을 다는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분주하니, 장차 국왕이나 태자가 결혼이라도 하는 것입니까?' |
길을 가던 사람이 대답하여 말하였다. |
'범지께서는 알지 못하십니까? 발마대국의 왕이 지금 정광 여래·지진·등정각을 초청하여 의복과 음식을 공양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길을 닦고 비단으로 만든 번기와 일산을 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범지비기(梵志祕記)』에도 또한 이런 말이 있습니다. |
(여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을 만나기는 매우 어렵다. 오랜만에 나타나는 일이라 참으로 만날 뵐 수가 없다. 비유하면 마치 우담발화(優曇鉢華)가 아주 오랜만에 한 번 피는 것처럼,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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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것도 참으로 어렵다.) |
또 범지의 책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
(두 사람이 세상에 나타나는 것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 어떤 사람이 그 두 사람인가? 여래(如來)와 전륜성왕(轉輪聖王)을 말하는 것이다. 이 두 사람이 세상에 출현하는 것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 |
그 때 그 범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
'내가 지금 어떻게 해야 빨리 스승님의 은혜(恩惠)를 갚을 수 있을까? 그러나 지금은 우선 금 5백 냥을 정광 여래께 바치리라.' |
그리고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
'책에 기록된 것을 보니 여래는 금·은 같은 진귀한 보물 따위는 받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그러면 나는 이 금 5백 냥으로 꽃과 향을 사서 여래 위에 뿌리리라.' |
그 때 범지는 곧 성안으로 들어가 향과 꽃을 사려고 하였다. 그러자 성안의 길을 가던 사람이 말하였다. |
'범지는 알지 못하십니까? 지금 국왕이 영(令)을 내려, 그 누구든지 향이나 꽃을 파는 사람이 있으면 중한 벌을 내리겠다고 하였습니다.' |
그러자 그 초술 범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
'내가 복이 엷어서 꽃을 구하려고 해도 얻을 수가 없구나. 어쩌면 좋을까?' |
도로 성을 나와 성문 밖에 서 있었다. |
그 때 어떤 바라문의 딸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선미(善味)라고 하였다. 그는 물병을 가지고 물을 길러 나오는 중이었는데, 한 손에 다섯 송이의 꽃을 들고 있었다. 범지는 그것을 보고 그 여인에게 말하였다. |
'누이여, 나는 지금 꽃이 필요합니다. 바라건대 누이여, 나에게 그 꽃을 파시오.' |
범지녀(梵志女)가 말하였다. |
'내가 언제부터 당신의 누이란 말입니까? 제 부모님을 알기라도 하십니까?' |
초술 범지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
'이 여자는 성품과 행실은 관대하지만, 장난치려는 생각을 하고 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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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녀에게 말하였다. |
'현녀(賢女)여, 내가 꽃값을 지불할 테니, 이 꽃을 그냥 보시한다고 보지 마시오.' |
범지녀가 말하였다. |
'당신은 어찌 꽃을 팔지 말라고 하는 대왕의 엄명을 듣지 못했습니까?' |
범지가 말하였다. |
'현녀여, 그 일은 그리 어려울 게 없습니다. 대왕이라 한들 그대한테까지야 어떻게 할지 못할 것입니다. 나는 지금 급하게 그 다섯 송이 꽃이 필요합니다. 내가 그 꽃만 얻는다면 그대는 귀한 대가를 받을 것입니다.' |
범지녀가 말하였다. |
'당신은 그렇게 급하게 꽃을 구해서 무엇에 쓰려고 하십니까?' |
범지가 말하였다. |
'내가 오늘 좋은 땅을 발견했습니다. 그 꽃을 거기에 심으려고 합니다.' |
범지녀가 말하였다. |
'이 꽃은 이미 뿌리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라서 결국 살지 못할 것입니다. 무슨 방법으로 내가 심으려고 한다고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
범지가 말하였다. |
'내가 오늘 발견한 좋은 밭은 죽은 재를 심어도 오히려 살아날 것인데 하물며 이렇게 좋은 꽃이겠습니까?' |
범지녀가 물었다. |
'어떤 좋은 밭이기에 죽은 재를 심어도 곧 살아날 것이라고 하십니까?' |
범지가 대답하였다. |
'현녀(賢女)여, 정광(定光) 불(佛)·여래(如來)·지진(至眞)·등정각(等正覺)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셨습니다.' |
범지녀가 말하였다. |
'정광 여래는 어떤 분이십니까?' |
범지가 곧 그녀에게 대답하였다. |
'정광 여래는 이와 같은 덕(德)이 있으시고 이와 같은 계(戒)를 지니셨으며, 온갖 공덕을 성취하신 분이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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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지녀가 말하였다. |
'만일 그런 공덕이 있는 분이시라면 그 분에게서 어떤 복을 구하려고 합니까?' |
범지가 대답하였다. |
'나는 후생(後生)에 꼭 저 정광 여래·지진·등정각처럼 되고 싶고, 또 금계(禁戒)와 공덕도 그와 같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
범지녀가 말하였다. |
'만일 당신이 나와 태어나는 세상마다 부부가 되겠다고 허락해 준다면 나는 곧 이 꽃을 당신에게 드리겠습니다.' |
범지가 말하였다. |
'내가 지금 수행하고 있는 것은 마음이 탐욕에 집착하지 않는 것입니다.' |
범지녀가 말하였다. |
'제가 지금 당장 이 몸으로 당신의 아내가 되겠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 생에 당신의 아내가 되게 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입니다.' |
초술 범지가 말하였다. |
'보살이 닦는 행은 애욕과 아까워하는 것을 없애는 데 있습니다. 만일 그대가 내 아내가 된다면 반드시 내 마음을 무너뜨리고 말 것입니다.' |
범지녀가 말하였다. |
'나는 결코 당신이 보시를 하려고 하는 뜻을 무너뜨리지 않을 것입니다. 설령 내 몸을 가지고 남에게 보시한다 하더라도 나는 끝내 그 보시할 마음을 무너뜨리지 않을 것입니다.' |
그 때 범지는 곧 5백 금전(金錢)을 주고 그 다섯 송이 꽃을 사 가지고 그 여자와 서로 서원(誓願)을 하고는 제각기 헤어져 갔다. |
그 때 정광 여래·지진·등정각께서 때마침 비구 스님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발마대국으로 들어가고 계셨다. |
그 때 초술 범지는 멀리서 정광 여래를 보았다. 용모가 매우 단정하여 보는 이마다 모두들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모든 감각기관[根]은 고요하였으며, 걸음걸이도 어지럽지 않았고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갖추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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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물이 맑아서 더럽고 흐림이 없고 광명이 두루 비쳐 걸림이 없는 것 같았고, 또 보배 산[寶山]이 여러 산 위에 우뚝 솟아있는 것과 같았다. 그는 부처님을 보고 곧 환희심(歡喜心)을 내어, 여래께서 계신 곳에서 그 다섯 송이 꽃을 들고 정광 여래께서 있는 곳으로 나아가 한쪽에 머물렀다. 그 때 초술 범지가 정광(定光) 부처님께 아뢰었다. |
'원컨대 이것을 받아 주소서. 만약 세존께서 지금 수결(授決)을 주시지 않는다면 저는 여기서 목숨을 끊겠나이다. 살기를 원하지 않나이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범지야, 그 다섯 송이 꽃을 위없는 등정각에게 주는 것은 옳지 않다.' |
범지가 아뢰었다. |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위해 보살이 행해야 할 법을 말씀해 주십시오.' |
정광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
'보살이 행해야 할 법은 애욕을 없애는 것이니라.' |
그 때 범지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
감히 아버지와 어머니를 |
다른 사람에게 보시할 수는 없고 |
모든 부처님은 진인(眞人)의 어른이라 |
또한 감히 남에게 보시할 수 없다. |
해와 달은 세상을 골고루 돌아다니는 것이라서 |
그 두 가지도 보시할 수 없지만 |
나머지는 다 보시해야 하나니 |
마음에 결정 내리면 어려울 것이 없네. |
그 때 정광 부처님도 또한 이런 게송으로 범지에게 대답하셨다. |
네가 말한 것과 같은 그런 보시는 |
여래가 말한 보시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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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겁 동안 괴로움을 참으며 |
머리·몸·귀·눈을 보시하라. |
또 처자와 나라와 재물도 보시하고 |
수레와 말과 종들까지 보시하라. |
만일 그런 것을 다 보시할 수 있다면 |
나는 곧 너에게 수기를 주리라. |
그 때 마납(摩納)2)이 다시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
마치 불이 훨훨 타오르는 큰 산을 |
억 겁 동안 머리에 이고 참고 견디면서 |
도를 향하는 마음 무너지지 않으리니 |
원컨대 지금 곧 수기를 주소서. |
그 때 정광 여래께서는 잠자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그 때 그 범지가 손에 다섯 송이 꽃을 들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정광 여래께 뿌리면서 아울러 이렇게 말하였다. |
'이 복[福祐]으로 말미암아 다음 세상에 꼭 정광 여래·지진·등정각처럼 되게 하시어 조금도 다름이 없게 하소서.' |
그리고는 곧 머리를 풀어 진흙길 위에 깔고 아뢰었다. |
'만일 여래께서 저에게 수결(授決)을 주시려거든 지금 곧 제 머리털을 밟고 지나가십시오.' |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그 때 정광 여래께서는 범지가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 곧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
'너는 다음 세상에서 석가문(釋迦文) 불·여래·지진·등정각이 될 것이 |
2) 팔리어로는 ma ava라고 한다. 또는 마납바(摩納婆)라고 하기도 하며, 번역하여 소년(少年)·연소정행(年少淨行)이라고 하니, 정정하게 수행하는 젊은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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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
그 때 초술 범지에게는 함께 공부를 하던 담마유지(曇摩留支)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여래의 곁에 있다가 정광부처님께서 초술 범지에게 수결을 주고, 또 발로 머리털을 밟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
'이 까까머리 사문(沙門)이 어떻게 차마 발로 이 청정한 범지의 머리털을 밟고 지나간단 말인가? 이것은 사람으로서 할 행동이 아니다.'" |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그 때 야야달 범지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그렇게 알지 말라. 왜냐 하면, 그 때의 야야달은 바로 지금의 백정왕(白淨王)이고, 그 때 8만 4천 명의 범지 상좌는 바로 지금의 제바달두이며, 그 때 초술 범지는 바로 지금의 나이니라. 그 때 범지의 딸로서 꽃을 판 여자는 바로 지금의 구이(瞿夷)이고, 그 때의 사당 주인[祠主]은 바로 지금의 집장(執杖) 범지이며, 그 때 입으로 좋지 않은 소리를 내는 행(行)을 지은 담마유지는 바로 지금의 담마유지이니라. |
그리고 또 담마유지는 수없이 많은 겁 동안 늘 축생(畜生)이 되었다가 최후로 받은 몸이 큰 바다의 물고기가 되었는데 그 몸의 길이가 7백 유순(由旬)이나 되었었다. 그는 거기서 목숨을 마치고 이 세상에 태어나서는 선지식(善知識)들과 함께 종사(從事)하고 항상 선지식을 친근히 하면서, 여러 착한 벗과 함께 일하고 항상 착한 벗과 가까이 친하면서, 여러 가지 착한 법을 익혀서 모든 감각기관이 통하고 영리해졌다. 그런 까닭에 나는 '참으로 오랜만이다'라고 말하였던 것이고, 담마유지도 또한 스스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오랜만입니다'라고 아뢰었던 것이다. |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항상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행을 잘 닦아 익혀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4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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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나는 이제 말하리라. 사자(師子)와 같은 사람이 있고 양(羊)과 같은 사람이 있다.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해 보아라." |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어떤 사람이 사자와 같은 사람인가? 비구들아, 혹 어떤 사람은 의복·음식·평상[牀]·침구[臥具]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醫藥] 등의 공양을 받으면, 그는 그것들을 받아서 스스로 쓰면서도 집착하여 물든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또한 욕심도 없으며, 아무런 생각도 일으키지 않아서 조금도 다른 생각이 없다. 그래서 번뇌를 벗어나는 요긴한 법[出要法]을 스스로 안다. 설사 이양(利養)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혼란한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마음에 더하고 덜함이 없느니라. |
이를 비유하면 마치 사자왕(師子王)이 자질구레한 짐승을 잡아먹을 때에 그 때 저 짐승의 왕은 '이것은 맛이 좋다, 이것은 맛이 없다'는 등의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또한 욕심도 없으며, 어떤 생각도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이 사람도 의복·음식·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의 공양을 받아 스스로 쓰면서도 집착하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설사 그것들을 얻지 못하더라도 다른 생각이 없는 것과 같으니라. |
또 어떤 사람은 남에게서 의복·음식·평상·침구와 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의 공양을 받으면, 그는 그것을 받아서 스스로 쓰면서 곧 물들어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애욕의 마음을 내어, 번뇌를 벗어나는 요긴한 길을 알지 못한다. 만일 그것들을 얻지 못하면 항상 그런 것들을 얻으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 사람이 그런 공양을 얻고 나면 비구들을 향해 스스로 뽐내고 남을 업신여기면서 '나는 의복·음식·평상·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을 공양 받는데 저 모든 비구들은 그런 것들을 얻지 못하는구나'라고 한다. |
이것을 비유하면 마치 양 떼 속에서 어떤 양이 그 무리에서 벗어나, 혼자서 똥 무더기로 가서 똥을 실컷 먹고는 양의 무리 속으로 돌아와 뽐내면서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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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좋은 음식을 얻어먹었는데 이 양 떼들은 먹어보지도 못하였구나'라고 하는 것과 같다. |
이와 같이 또 어떤 사람은 의복·음식·평상·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의 이양을 얻으면 곧 온갖 혼란한 생각을 일으키고 물들고 집착하는 마음을 내어 곧 다른 비구들을 향해 스스로 뽐내면서 '나는 공양을 받는데 이 비구들은 공양을 받지 못하는구나'라고 한다. |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사자왕을 본받고 양처럼 되지 말아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5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만일 어떤 중생이 은혜를 갚을 줄 알면 그 사람은 공경할 만한 사람이다. 조그만 은혜도 오히려 잊지 않거늘 하물며 큰 은혜이겠느냐? 그는 설사 나에게서 천 유순(由旬)이나 혹은 백천 유순쯤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멀다고 할 수 없고, 내 곁에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왜냐 하면, 비구들아, 꼭 알아야 하느니라. 나는 항상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사람을 찬탄하기 때문이니라. |
어떤 중생이라도 은혜를 갚을 줄 모르는 사람은 큰 은혜도 오히려 기억하지 않거늘 하물며 조그만 은혜이겠느냐? 그는 나와 가깝지도 않고 나도 그와 가깝지 않다. 비록 승가리(僧伽梨)를 입고 내 곁에 있다 하더라도 그는 나에게서 멀리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냐 하면, 나는 항상 은혜를 갚을 줄 모르는 사람을 칭찬하여 말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항상 은혜 갚기를 생각해야 하고 은혜를 갚지 않는 것은 배우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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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만일 어떤 사람이 게으름을 피우면서 나쁜 행동만 심으면 그는 일에 손해만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이 게으르지 않아서 열심히 정진(精進)하면 이 사람은 제일 미묘한 사람으로서 모든 착한 법이 곧 자꾸만 늘어나게 될 것이다. |
왜냐 하면, 미륵(彌勒) 보살은 30겁(劫)을 지나서야 비로소 불(佛)·지진(至眞)·등정각(等正覺)이 될 것이니, 나는 정진하는 힘과 용맹(勇猛)한 마음으로서 미륵 보살을 뒤에 있게 하였기 때문이다. |
과거 항하강(恒河江) 모래 수만큼 많은 다살아갈(多薩阿竭 : 如來)·아라하(阿羅訶)·삼야삼불(三耶三佛)도 다 용맹으로 말미암아 부처가 되었느니라. 이런 사실로 보아 게으름은 괴로움이 되고 온갖 악행(惡行)을 지으며, 일에 손해가 있다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잘 정진하고 용맹스런 마음이 강(强)하면 온갖 착한 공덕은 자꾸만 늘어날 것이다. |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항상 정진하기를 생각하고 게으름을 피우지 말라. 이와 같나니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7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아련야(阿練若) 비구는 마땅히 두 가지 법(法)을 닦고 실천해야 한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 법인가? 지(止)와 관(觀)을 말한다. 만일 아련야 비구가 휴식(休息)하여 멈추는 법[止]을 터득하면 곧 계율을 성취하여 위의(威儀)를 잃지 않고, 금지하는 행위[禁行]를 범하지 않아 온갖 공덕을 지을 것이다. |
또 아련야 비구가 다시 관법(觀法)을 터득하면 괴로움[苦]을 관찰하여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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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그대로 알고, 괴로움의 발생[苦集]을 관찰하고, 괴로움의 소멸[苦盡]을 관찰하며,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苦出要]을 관찰하여 사실 그대로를 알게 될 것이다. |
그가 이와 같이 관찰하고 나면 욕루(欲漏)의 마음에서 해탈하고, 유루(有漏)의 마음과 무명루(無明漏)의 마음에서 해탈하여 곧 해탈의 지혜를 얻는다. 그리하여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梵行)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아느니라. 과거의 모든 다살아갈·아라하·삼야삼불께서도 다 이 두 가지 법으로 말미암아 성취하게 되었다. 그 까닭은 보살이 나무 밑에 앉았을 때에 먼저 이 지와 관, 두 가지 법을 생각하였기 때문이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지에 대하여 터득하고 나면, 마원(魔怨)을 항복 받을 것이요, 또 관법을 터득하고 나면, 이내 세 가지 밝은 지혜[三達智]를 이루어 위없는 지진·등정각을 성취하게 될 것이다. |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아련야 비구는 마땅히 방편(方便)을 구하여 이 두 가지 법을 닦아 행하여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8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만일 아련야[阿練] 비구로서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대중들 속에 있지 않더라도 항상 공경하고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야 한다. 만일 아련야 비구로서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있다고 해서, 공경하지 않고 기뻐하는 마음을 내지 않는다면 그가 혹 대중 속에서 남을 위해 설법하더라도 아련야의 법[阿練之法]을 알지 못할 것이다. 왜냐 하면, 그 아련야 비구는 공경하는 마음이 없고 기뻐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
또 비구들아, 아련야 비구는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대중들 속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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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않더라도 항상 정진하고 게으름을 피우거나 교만하게 굴지 말고, 모든 법의 긴요한 것을 다 알아야 한다. 만일 또 아련야 비구로서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게으르고 교만한 마음을 가지고 온갖 악행(惡行)을 지으면, 그는 혹 대중 속에서 남에게 '이 아련야 비구는 게으름을 피우면서 정진하지 않았다'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다. |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아련야 비구는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대중들 속에 있지 않더라도 항상 겸손하고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야 한다. |
그래서 게으르고 교만하거나 공경하는 마음이 없어서는 안되고 정진을 생각하고 행하여 뜻이 변하지 않고 모든 착한 법을 완전히 갖추어야 한다. 이와 같나니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9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두 사람에게는 법어(法語)를 잘 말해 줄 수가 없다. 어떤 사람이 그 두 사람인가?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 믿음에 대한 법을 말해 주는 이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요, 인색하고 탐욕이 있는 사람에게 보시에 대한 법을 말해 주는 이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
또 비구들아,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 믿음에 대한 법을 말해 주면, 그는 곧 성을 내어 해칠 마음을 낼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본래도 사나운 개에게 코까지 다치게 하면 개는 곱절이나 더 성을 내는 것과 같다. 모든 비구들이여, 이와 마찬가지로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 믿음에 대한 법을 말해 주면, 그는 더욱 성을 내어 한층 더 해칠 마음을 낼 것이다. |
또 비구들아, 만일 인색하고 탐욕이 있는 사람에게 보시(布施)에 대한 법을 말해 주면 그는 곧 성을 내어 해칠 마음을 낼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종기가 아직 곪지도 않았는데 그걸 칼로 째면 그 고통을 참아낼 수 없는 것처럼 인색하고 탐욕이 있는 사람에게 보시에 대한 법을 말해 주면, 그는 더욱 성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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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어 해칠 마음을 낼 것이다. |
비구들아, 이것을 '두 사람에게는 법을 설해 주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다. |
또 비구들아, 어떤 두 사람에게는 법을 설해 주기가 쉽다. 어떤 사람이 그 두 사람인가? 믿음이 있는 사람에게 믿음에 대한 법을 말해 주는 것과 인색하거나 탐욕이 없는 사람에게 보시에 대한 법을 말해 주는 것이다. |
비구들아, 만일 믿음이 있는 사람에게 믿음에 대한 법을 말해 주면, 그는 곧 기뻐하면서 마음이 변하거나 후회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병든 사람에게 병을 없애는 약(藥)을 말해 주면 그는 곧 평상시처럼 병이 회복되는 것처럼 믿음이 있는 사람에게 믿음에 대한 법을 말해 주면 곧 기뻐하면서 마음을 바꾸거나 변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
또 만일 탐욕이 없는 사람에게 보시에 대한 법을 말해 주면, 그는 곧 기뻐하면서 후회하는 마음이 없을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얼굴이 예쁘고 단정한 어떤 남녀(男女)가 스스로 목욕하고 세수하기를 좋아하는데 어떤 사람이 아름다운 꽃을 가지고 와서 그들에게 받들어 올리면 그 얼굴은 곱절이나 아름다워지며, 또 좋은 옷을 그 사람들에게 받들어 올리면 그들은 그 옷을 받고 더욱 기뻐하는 것처럼, 그와 같이 인색하거나 탐욕이 없는 사람에게 보시에 대한 법을 말해 주면 그는 곧 기뻐하면서 후회하는 마음이 없을 것이다. |
비구들아, 이것을 '두 사람에게는 설법하기 쉽다'고 말하는 것이다. |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믿음에 대해 배우고 보시에 대해 배워야 할 것이요, 인색하거나 탐하는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나니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10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범부(凡夫)가 두 가지 법에 보시하면 큰 공덕(功德)을 얻고 큰 과보(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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報)를 성취하고 감로의 맛을 얻어 무위처(無爲處 : 涅槃)에 이르게 될 것이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 법인가? 하나는 부모님을 공양(供養)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두 사람에게 보시하면 큰 공덕을 얻고 큰 과보를 성취한다'고 한 것이다. |
또 다른 하나는 일생보처보살(一生補處菩薩)에게 공양하면 큰 공덕을 얻고 큰 과보를 성취할 것이다. |
비구들아, 이것을 '두 사람에게 보시하면 큰 공덕을 얻고 큰 과보를 받고 감로의 맛을 얻어 무위처에 이른다'고 한 것이니라. |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항상 부모에게 효순(孝順)하고 공양하기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11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두 사람에게는 아무리 착한 일을 하여도 그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다. 어떤 사람이 그 두 사람인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일컫는 말이다. 가령 비구들아, 어떤 사람이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 얹고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얹고 다니면서, 천 만년 동안 의복·음식·평상·침구·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 등으로 공양할 때에 그 부모가 설령 어깨 위에서 오줌과 똥을 눈다 하더라도, 오히려 그 은혜를 다 갚을 수 없을 것이다. 비구들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부모의 은혜는 참으로 막중(莫重)하니라. 우리들을 안아 길러 주셨고, 수시로 보살펴 시기를 놓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저 해와 달을 보게 된 것이다. 이런 사실[方便]로 보아 이 부모의 은혜를 갚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부모에게 공양을 해야 할 것이요, 항상 효도하고 순종하여 그 시기를 놓지지 말아야 하느니라. 이와 같나니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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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12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존자 반특(槃特)이 그 아우 주리반특(朱利槃特)에게 말하였다. |
"만일 계(戒)를 지킬 능력이 못되거든 속세[白衣]로 돌아가라." |
그러자 주리반특은 그 말을 듣고 나서 곧 기원정사(祇洹精舍)로 가서 문 밖에 서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 깨끗한 천안(天眼)으로 주리반특 비구가 문 밖에 서서 스스로 견딜 수 없이 울고 있는 것을 보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고요한 방에서 나와 전처럼 거닐어 기원정사의 문 밖으로 나가셔서 주리반특에게 말씀하셨다. |
"비구야, 무슨 까닭에 여기서 슬피 울고 있는가?" |
주리반특이 대답하였다. |
"세존이시여, 형님에게 쫓겨났습니다. 형님이 말하기를 '만일 계를 지킬 능력이 못되거든 속세로 돌아가라. 여기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슬피 울고 있습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비구야, 걱정하지 말라. 나는 위없는 등정각[無上等正覺]을 이루었지만, 너희 형 반특으로 인해서 도(道)를 얻은 것은 아니다." |
그리고 나서 세존께서 손으로 주리반특을 붙잡고 고요한 방으로 데리고 가서 자리에 앉게 하셨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다시 비[掃·]를 잡게 하고 가르치셨다. |
"너는 이 글자를 외워라. 이 글자가 무슨 글자이냐?" |
그런데 주리반특은 소(掃)자를 외우면 혜(·)자를 잊어버리고, 혜자를 외우면 또 소자를 잊어버렸다. 그 때 존자 주리반특이 그렇게 소자와 혜자를 외운 지 며칠이 지나갔다. 그러나 그는 이 소혜는 '때를 제거하여 없애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주리반특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
'무엇을 제거한다[除]고 하고 무엇을 때[垢]라고 하는가? 때라는 것은 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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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灰]·흙[土]· 기왓장[瓦]·돌[石]이요, 제거하여 없앤다는 것은 깨끗하게 하는 것이다.' |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
'세존께서는 무슨 까닭에 이런 것으로 나를 가르치시는 걸까? 나는 지금 그 뜻을 생각해보리라.' |
그리고 그 뜻을 생각해보고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
'지금 내 몸에도 티끌과 때가 있다. 내 스스로를 비유해 보자. 무엇이 없애는 것이며, 무엇이 때인가?' |
그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
'결박[縛結]이 때이고, 지혜(智慧)가 없애는 것이다. 나는 지금 지혜의 비로써 이 결박을 쓸어버리리라.' |
그 때 주리반특은 5성음[盛陰 : 五蘊]이 이루어지는 것과 소멸하는 것을 생각하였다. 즉 이른바 '이것은 색(色)이요, 이것은 색의 발생원인[色集]이며, 이것은 색의 소멸[色滅]이다. 이것이 통(痛 : 受)·상(想)·행(行)·식(識)이 이루어지고 소멸하는 것이다'고 사유하였다. |
그는 이 5성음을 생각하고 난 뒤에 욕루(欲漏)의 마음에서 해탈하고 유루(有漏)의 마음과 무명루(無明漏)의 마음에서 해탈하였으며, 해탈하고 나서는 이내 해탈의 지혜를 얻었다. 그리하여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梵行)이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았다. 이에 존자 주리반특은 곧 아라한(阿羅漢)이 되었고, 아라한이 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아서 세존께 아뢰었다. |
"이제는 지(智)가 생겼습니다. 이제서야 혜(慧)가 생겼습니다. 이제는 소혜(掃·)를 알았습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비구야, 어떻게 알았느냐?" |
주리반특이 대답하였다. |
"없앤다는 것은 지혜를 이르는 말이고, 때라는 것은 결박을 이르는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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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훌륭하다. 비구야, 네가 말한 것과 같다. 없앤다고 하는 것은 곧 지혜를 이르는 말이고, 때라는 것은 곧 결박을 이르는 말이니라." |
그 때 존자 주리반특이 세존께 이런 게송으로 아뢰었다. |
이제 이것을 외움으로 만족하였습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사옵니다. |
지혜라야 능히 결박을 없앨 수 있고 |
그 밖의 다른 행은 의지할 것 못되나이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비구야, 네가 말한 것과 같다. 지혜로만 그렇게 할 수 있을 뿐, 그 밖의 다른 행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하느니라." |
그 때 존자는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13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두 가지 법이 있으니, 그 법은 소중히 여길 것이 못되고, 또한 애착(愛着)할 만한 것도 아니어서 세상 사람들이 버리는 것이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 법인가? 하나는 미워하는 이와 서로 만나는 것이니, 이것은 소중히 여길 것이 못되고, 또한 애착할 만한 것도 아니어서 세상 사람들이 버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은애(恩愛)하는 이와 헤어지는 것이니, 이것도 소중히 여길 것이 못되고, 또한 애착할 만한 것도 아니어서 세상 사람들이 버리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여기 두 가지 법이 있는데 세상 사람들이 기뻐하지 않고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이다'고 말한 것이니라. |
비구들아, 또 두 가지 법이 있는데, 그 법은 세상 사람들이 버리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 법인가? 첫째는 미워하는 이와 헤어지는 것이 |
[281 / 1393] 쪽 |
니, 세상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은애하는 이와 한곳에 모이는 것이니, 매우 사랑할 만한 것이라서 세상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여기 두 가지 법이 있는데 세상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니라. |
나는 지금 이 미워하는 이와 만나는 것과,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것을 말했고, 다시 미워하는 이와 헤어지는 것과 사랑하는 이와 만나는 것에 대하여 말하였다. 여기에는 무슨 뜻이 있으며, 무슨 인연이 있는가?" |
비구들이 아뢰었다. |
"세존께서는 모든 법의 왕이십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위하여 말씀하여 주십시오. 저희 모든 비구들은 그것을 듣고 나서 받들어 실천하겠습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자세히 듣고 그것을 잘 기억하라. 내가 너희들을 위해 그것을 분별해 해설해 주리라. 모든 비구들아, 이 두 가지 법은 애욕으로 말미암아 생기며, 애욕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지고, 애욕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애욕을 없애는 것을 배워 부디 생겨나지 않게 하라. 이와 같나니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출처 : 通達無我法者
글쓴이 : 통달무아법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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