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127. 불망어, 거짓말을 하지 말라.

수선님 2019. 1. 13. 12:43

거짓말[妄語]이라 함은 부정한 마음으로 남을 속이려 하며,

사실을 숨겨 다른 말을 하여 입의 업을 내는 것이니, 이를 거짓말이라 한다.

 

거짓말의 죄는 말소리를 서로 알아들음으로써 생기나니,

서로 알아듣지 못한다면 비록 진질된 말이 아닐지라도 거짓말의 죄가 안 된다.

  
  
  
12) 16소지옥(小地獄) 가운데 하나이다.
[521 / 805] 쪽

이 거짓말이란 아는 것을 모른다 하고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며,

본 것을 보지 못했다 하고 보지 못한 것을 보았다 하며,

들은 것을 듣지 못했다 하고 듣지 못한 것을 들었다 하는 것이니, 이를 거짓말이라 한다.

 

만약에 이 같은 일을 짓지 않는다면 이를 일러 불망어(不妄語)라 한다.

 

 

[문] 거짓말에는 어떤 죄가 있는가?

 

[답]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을 속인 뒤에 남을 속이나니,

사실을 거짓이라 여기고 거짓을 사실이라 하여 사실과 거짓이 뒤바뀌어 착한 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비유하건대 엎질러진 병에 물이 다시 들어갈 수 없듯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어 하늘의 길[天道]과 열반의 문을 막아버린다.

 

이러한 죄를 보아서 아는 까닭에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진실한 말의 이익이 매우 넓음을 보아서 안다.

진실한 말의 이익은 자기에게서 나오니, 매우 얻기 쉽다. 이것이 모든 출가한 사람들의 힘이다.

 

이러한 공덕은 집에 있거나 집을 떠난 이나 다 함께 그 이익이 있으며, 착한 사람의 특징이 된다.

 

또한 진실한 말을 하는 사람은 그 마음이 단정하고 곧나니,

그 마음이 단정하고 곧다면 쉽게 괴로움을 면하게 된다.

 

비유하건대 빽빽한 숲에서 나무를 끌면 곧은 나무는 끌어내기 쉬운 것과도 같다.

 

 

[문] 거짓말에 그러한 죄가 있다면 사람들은 어찌하여 거짓말을 하는가?

 

[답] 어떤 사람은 어리석고 지혜가 모자라서 괴롭고 위태로움을 만나면 거짓말을 해서 벗어나기를 구하는데,

일의 발단을 알지 못한 채 이 세상에서 죄를 지으면 내생에 큰 죄보가 있음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사람은 거짓말의 죄를 알기는 하나 탐냄․성냄․어리석음이 많은 까닭에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또한 어떤 사람은 비록 탐내고 성내지는 않으나

거짓으로 남의 죄를 입증하기 위하여 사실이라 하다가 죽어서는 지옥에 떨어진다.

 

 

예컨대 제바달다의 제자 구가리(俱伽離)13)는 항상 사리불과 목건련의 허물을 찾았다.

 

이때 두 사람은 하안거를 마치고 여러 나라로 다니다가 때마침 큰 비를 만나

옹기장이의 집에 들어가서 옹기를 쌓아 둔 헛간에서 잠을 잤다.

  
  
  
13) 범어로는 Kokālika.
[522 / 805] 쪽
 

그런데 이 헛간에는 어떤 여자가 먼저 와 있었는데, 어둠 속에서 자고 있었기에 두 사람은 알지 못했다.

 

이 여자는 그날 밤 꿈속에서 부정물(不淨物)을 흘리고는

새벽에 물가로 가서 빨래를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구가리가 지나다가 이를 보았다.

 

구가리는 사람들이 정을 통하는 정상(情狀)을 능히 아는 재주가 있었으나

꿈에서 한 것과 꿈 밖에서 한 것을 구분해 알지 못했다.

 

이때 구가리는 자기의 제자들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이 여자는 지난밤에 남과 정을 통했구나.”

 

그리고는 곧 여자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디에서 잤는가?”

 

“나는 옹기장이의 헛간에서 잤습니다.”

 

“누구와 잤는가?”

 

“두 비구와 잤습니다.”

 

이때 두 사람이 헛간에서 나왔다.

구가리는 이를 보고나서 점을 치더니, “두 사람은 반드시 부정한 짓을 했을 것이다”라며 질투를 일으켰다.

 

그가 이런 일을 보고는 온 성을 두루 돌면서 떠들다가 다시 기원정사로 가서는 이 나쁜 소리를 퍼뜨렸다.

 

 

그러는 동안 범천왕이 부처님을 뵙고자 내려왔다.

 

부처님께서는 조용한 방에 들어가 고요한 마음으로 삼매에 들어계셨으며,

비구들도 각기 자기 방에서 삼매에 들어 깨울 수가 없었다. 그러자 그는 생각했다.

“나는 부처님을 뵈러 일부러 왔는데 부처님께서 삼매에 들어 계시니, 일단 돌아가야겠다.”

 

그리고는 다시 생각했다.

‘부처님께서 선정에서 일어나실 시간이 오래지 않으리라.’

 

여기에서 잠시 머물다가 구가리의 방 앞에 이르러 문을 두드리고 이렇게 말했다.

  
[523 / 805] 쪽
  
“구가리여, 사리불과 목건련은 마음이 맑고 부드러우니 그대는 공연히 그를 비방하다가 영원한 고통을 받지 않도록 하라.”

 

구가리가 물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나는 범천왕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대는 아나함14)의 지위를 얻었다 하셨는데 어찌하여 여기에 왔는가?”

 

왕은 마음속으로 이런 게송을 읊었다.

  
  한량없는 법을 헤아리고자 하면
  형상으로써 취하지 말지니라.
  한량없는 법을 헤아리고자 해도
  이 어리석은 사람[野人]은 법에 묻혀버리리라.
  
이런 게송을 읊고는 부처님께 가서 이 일을 자세히 말씀드리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참으로 훌륭하구나. 흔쾌히도 이 게송을 읊어주었구나.”

 

그리고 세존께서도 거듭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한량없는 법을 헤아리고자 하면
  형상으로써 취하지 말지니라.
  한량없는 법을 헤아리고자 해도
  이 어리석은 사람은 묻혀버리고 말리라.
  
범천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는 홀연히 사라져서는 천상으로 돌아갔다.

그때 구가리가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 숙여 발아래에 절하고 물러서서 한쪽에 서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14) 범어로는 anāgāmin.
[524 / 805] 쪽
  

“구가리야, 사리불과 목건련은 마음이 깨끗하고 부드러우니, 그대는 공연히 비방하다가 영원한 고통을 받지 않도록 하라.”

 

구가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제가 부처님의 말씀을 믿지 않을 수는 없사오나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았사온데,

이 두 사람은 분명히 부정한 짓을 한 것을 똑똑히 아옵니다.”

 

마찬가지로 부처님께서는 세 차례 꾸짖으셨으나 구가리 역시 세 차례나 받아들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자 온몸에 종기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겨자씨 같더니, 차츰 자라나서 콩같이 되고 대추같이 되고 밤같이 되었다.

결국 참외만 하게 커지더니 갑자기 터졌다.

 

마치 큰 불에 덴 것 같았으니, 울부짖고 날뛰다가 그날 밤 죽어서 대연화지옥(大蓮華地獄)으로 떨어졌다.

 

이때 어떤 범천(梵天)이 내려와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구가리가 이미 죽었습니다.”

 

다시 어떤 범천이 내려와서 말씀드렸다.

“대연화지옥에 떨어졌습니다.”

 

그 밤이 지나자 부처님께서 대중을 모아놓고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구가리가 떨어진 지옥의 수명이 얼마나 긴지 알고 싶더냐?”

 

비구들이 대답했다.

“듣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예순 섬의 참깨가 있는데, 어떤 사람이 백년 만에 한 번씩 참깨 한 알을 가져가서 다 없어지면, 그것이 아부타(阿浮陀)15)지옥의 수명인데 아직 다하지 못하였나니,

 

20 아부타지옥의 수명이 한 니라부타(尼羅浮陀)16)지옥의 수명이요, 20 니라부타지옥의 수명이 한 아라라(阿羅羅)17)지옥의 수명이요, 20 아라라지옥의 수명이 한 아바바(阿婆婆)18)지옥의 수명이요, 20 아바바지옥의 수명이 한 휴휴(休休)19)지옥의 수명이요, 20 휴휴지옥의 수명이 한 구파라(漚波羅)20)지옥의 수명이요, 20 구파라지옥의 수명이 한 분타리가(分陀梨迦)21)지옥의 수명이요, 한 분타리가지옥의 수명이 한 마하파두마(摩呵波頭摩)22)지옥의 수명이니라.

 

구가리는 지금 이 마하파두마지옥에 떨어졌는데,

큰 혀를 빼내어 백 개의 못을 박고 5백 개의 보습으로 갈고 있느니라.”

  
  
  
15) 범어로는 Arbuda.
16) 범어로는 Nirarbuda.
17) 범어로는 Aṭaṭa.
[525 / 805] 쪽
  
그리고 세존께서는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도끼가 입에 있나니
  자신을 죽게 함은
  거친 말 때문이니라.
  
  꾸짖을 곳에 칭찬하고
  칭찬할 곳에 꾸짖어서
  입으로 모은 죄악 때문에
  마침내 즐거움을 못 본다.
  
  마음과 입으로 나쁜 업 지어
  니라부타지옥에 떨어져서는
  백․천 생을 지나도록
  온갖 고퉁을 골고루 받는다.
  
  아부타지옥에 태어나면
  
  
  
18) 범어로는 Hahava.
19) 범어로는 Huhuva.
20) 범어로는 Utpala.
21) 범어로는 Padma.
22) 범어로는 Mahāpadma.
[526 / 805] 쪽
  36생을 깍듯이 채우고
  다시 다섯 생을 지나면
  온갖 고통을 모두 받는다.
  
  마음이 삿된 소견을 의지해
  성현의 말씀을 거슬러 범하니
  대나무에 열매가 생겨나듯이
  스스로 자신을 멸망케 한다.
  

이와 같이 마음에 의혹과 비방을 내어 마침내 결정하기에 이르나니, 이것 또한 거짓말 때문이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부처님의 말씀까지도 믿고 따르지 아니하나니 그가 받는 죄가 이러하다.

그러므로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부처님의 아들인 라후라가 아직 나이가 어려 말조심을 할 줄 모를 때,

 

어떤 사람이 와서 묻기를 “부처님께서 계시는가?” 하면 “안 계십니다”라며 거짓을 말하였고,

안 계실 때 사람이 와서 묻기를 “부처님 계시느냐?” 하면 또한 라후라는 “계십니다”라며 거짓말을 했다.

 

사람들이 이 사실을 부처님께 알리니,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대야에 물을 떠다가 내 발을 씻겨다오.”

 

발을 씻고 나서 다시 말씀하셨다.

“이 대야를 엎어 놓아라.”

 

라후라가 말씀대로 엎어 놓으니, 부처님께서는 “그 엎어진 대야 위에다 물을 부어라” 하셨다.

 

다시 라후라가 분부대로 하니, 부처님께서는 물으셨다.

“물이 들어가느냐?”

 

라후라가 대답했다.

“들어가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창피를 모르는 사람은 거짓말이 마음을 가려서 도법이 들어가지 못함이 이와 같으니라.”
[527 / 805] 쪽

또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거짓말에 열 가지 허물이 있나니,

 

첫째는 입에서 냄새가 나며,

둘째는 선신(善神)이 멀리하고 그릇된 사람이 기회를 얻으며,

셋째는 아무리 참말을 해도 남이 믿지 않으며,

넷째는 지혜로운 사람들의 토론에 항상 참예하지 못하며,

다섯째는 항상 비방을 받아 추악한 소문이 천하에 가득하며,

여섯째는 사람들의 공경을 받지 못해 비록 분부를 내려도 사람들이 복종치 않으며,

일곱째는 근심이 많으며,

여덟째는 비방의 업을 지으며,

아홉째는 죽은 뒤에 지옥에 떨어지며,

열째는 다행히 나와서 사람이 되더라도 항상 남의 비방을 받느니라.”

 

이러한 갖가지 일을 하지 않는 것을 거짓말을 않는다 하나니, 이것이 입의 착한 율법이다.

 

 

 

대지도론(大智度論) 127. 불망어, 거짓말을 하지 말라.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글쓴이 : - 해탈 -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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