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136. 재보시, 법보시, 무외보시

수선님 2019. 1. 13. 12:45

23. 초품 중 시라바라밀을 찬탄한 뜻을 풀이함②
  
[문] 시라(尸羅)의 모습은 이미 알았거니와 어떤 것이 시라바라밀(尸羅波羅蜜)1)인가?

 

[답]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보살이 계행을 지니되 차라리 자신의 몸을 잃어버릴지언정 조그마한 계도 범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시라바라밀이다” 한다.

 

앞의 『소타소마왕경(蘇陀蘇摩王經)』2)에 의하면,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금계(禁戒)를 온전히 지킨 이야기가 있다.

 

 

 

 

곧 보살은 전생에 힘센 독룡(毒龍)이었는데,

어떤 중생이 그 앞에 있으되 몸의 힘이 약한 자는 눈으로 쳐다만 보아도 곧 죽어버리고,

힘이 센 자는 정신이 돌아 죽어버렸다.

 

그 용이 일일계를 받고, 집을 떠나 고요를 구해 숲 속으로 들어가서 사유했는데,

너무 오래 앉아 있었기에 피로해져서 잠이 들었다.

 

용이란 잘 때에는 그 모습이 마치 뱀과 같고, 몸에 무늬가 있는데 7보의 빛깔로 뒤섞여 있다.

사냥꾼이 그것을 보고 놀랄 듯이 기뻐하며 말했다.

“이 희유한 가죽을 국왕께 헌상하여 옷감으로 쓰게 하면 좋지 않을까.”

 

그리고는 곧 작대기로 그 머리를 누르고 칼로 그 가죽을 벗기기 시작했다.

  
  
  
1) 범어로는 śīla-pāramita. 계를 지니어 완전하게 만드는 일이다. 지계바라밀(持戒波羅蜜).
2) 범어로는 Sutasomarājasūtra.
[547 / 805] 쪽
용은 생각했다.
“내 힘이 자재하여서 이 나라를 뒤집기를 마치 손바닥 뒤집듯 할 수 있거늘 이 사람은 극히 작은 물건인데 어찌 나를 괴롭히는가. 내가 지금 계를 지키기 때문에 이 몸을 생각지 않고 부처님의 말씀만을 따라야 하리라.”

 

여기에서 스스로 참아 눈을 감고는 보지 않고, 기운을 막아 숨을 쉬지 않은 채 그 사람을 가엾이 여겼다.

계를 지키려는 까닭에 한결같은 마음으로 껍질이 벗겨지면서도 후회하지 않았다.

 

이미 가죽을 잃고는 붉은 살이 땅에 놓였는데 때 마침 햇살이 몹시 뜨거워 땅 위를 꿈틀거리면서

큰물을 찾으려 했으나 작은 벌레들이 와서 그의 살을 물어뜯었다.

 

하지만 계행을 지니는 까닭에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 이 몸을 벌레들에게 보시하는 것은 불도를 구하는 까닭이다. 지금 살로써 보시하여 그들의 몸을 살찌우게 해 주고, 나중에 성불하거든 다시 법으로 보시하여 그들의 마음을 이롭게 해 주리라.”

 

이렇게 맹세하자 몸이 마르고 목숨이 끊어져 둘째 하늘인 도리천에 태어났으니,

그때의 독룡은 석가문불이시고,

사냥꾼은 제바달 등의 여섯 외도[六師]이고,

작은 벌레의 무리들은 석가문불께서 처음으로 법의 바퀴를 굴리실 때 도를 얻은 8만의 하늘 무리들이다.

 

보살이 계행을 지니되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결정코 후회하지 않음이 이와 같았으니,

이를 시라바라밀이라 한다.

 

 

 

또한 보살은 계를 지니고 불도를 위한 까닭에 이렇게 큰 서원을 세운다.

“반드시 중생을 제도하리라. 금생이나 내생의 즐거움을 구하지 않으며, 좋은 이름이나 헛된 명예를 바라지 않으리라. 또한 스스로가 일찍 열반에 들기를 바라지 않으며, 오직 중생들이 긴 물결 속에 빠져 사랑에 속고 어리석음에 그르치는 까닭에 내가 마땅히 그들을 구제하여 피안에 이르게 하리라.”

 

한마음으로 계를 지니어 좋은 곳에 태어나며, 좋은 곳에 태어나는 까닭에 착한 사람을 만난다.

 

착한 사람을 만나는 까닭에 지혜가 생기고, 지혜가 생겨나는 까닭에 6바라밀을 행하게 되며,

6바라밀을 행하는 까닭에 불도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계를 지키는 것을 일컬어 시라바라밀이라 한다.

  
[548 / 805] 쪽

또한 보살이 계행을 지니어 마음으로 착함을 즐기고 청정해짐은 나쁜 길을 두려워해서가 아니며,

하늘에 태어나기를 구해서도 아니다.

 

오직 착함과 청정함을 구하여 계율로써 마음을 길들여서 마음으로 하여금 착함을 즐기게 하려는 것이니,

이것이 시라바라밀이다.

 

또한 보살은 크게 인자한 마음으로 계를 지녀 불도에 이르게 되나니, 이것이 시라바라밀이다.

또한 보살은 계를 지니어 능히 6바라밀을 내는데, 이것을 이름하여 시라바라밀이라 한다.

 

 

 

어떻게 지계가 능히 계를 내는가?

 

곧 5계로 인하여 사미계를 얻고,

사미계로 인하여 율의계(律儀戒)를 얻고,

율의계로 인하여 선정의 계를 얻고,

선정의 계로 인하여 무루의 계를 얻나니,

이것을 일컬어 계에서 계가 생긴다고 한다.

 

 

 

 

어찌하여 지계가 능히 보시[檀]를 내는가?

 

곧 보시에 세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재물보시[財施]요, 둘째는 법보시[法施]요, 셋째는 무외보시[無畏施]이다.

 

계행을 지니어 스스로를 단속하고 모든 중생의 재물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이것을 재물보시라 한다.

 

중생들이 보고는 그의 행을 흠모하거나 그들에게 법을 설해 주어 깨닫게 하거나 또한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맑은 계행을 굳게 지니어 일체 중생을 위해 공양의 복밭이 되어 주고, 중생들로 하여금 무량의 복을 얻게 하리라’ 하나니, 이러한 갖가지는 법보시이다.

 

일체 중생은 모두 죽음을 두려워하는데, 계행을 지니어 해치지 않는다면, 이것이 곧 무외보시이다.

 

 

또한 보살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계행을 지니고, 이 지계의 과보로써 중생들을 위하여 전륜성왕이 되거나 염부제의 왕이 되거나 혹은 천왕(天王)이 되어서 중생들로 하여금 재물이 만족하여 모자람이 없게 하리라. 그런 뒤에야 보리수 밑에 앉아서 마군을 항복받고, 마군을 무찔러 위없는 도를 이루고는 중생들을 위하여 청정한 법을 설해 주어 한량없는 중생들로 하여금 늙음․앓음․죽음의 바다를 건너게 하리라.’

 

이것을 일컬어 지계의 인연으로 보시바라밀을 낸다고 하는 것이다.

 

 

 

 

대지도론(大智度論) 136. 재보시, 법보시, 무외보시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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