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일컬어 지계가 정진을 낳는다고 하는가?
계를 지니는 사람은 방일(放逸)을 제거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부지런히 위없는 법을 닦아 익히며, 세간의 쾌락을 버리고 선한 도에 들어가 열반 구하기에 뜻을 두어 모든 중생을 제도하며, 큰 마음으로 게을리 하지 않아 부처 구하는 것으로 본분을 삼는다.
이것을 일컬어 지계가 능히 정진을 낳는다고 하는 것이다. |
또한 계를 지니는 사람은 세상의 고통과 늙음․앓음․죽음의 과환을 싫어하고 정진할 마음을 내어 스스로 벗어나려 하고 남도 제도하려 한다.
비유하건대 마치 야간(野干)4)이 숲 속에서 사자나 범․이리 등을 따라다니면서 그들이 남긴 고기를 얻어먹고 살아가는 것과 같으니, 간혹 헛탕을 치면 밤중에 성을 넘어 인가(人家) 깊숙이 들어가서 고기를 찾다가 얻지 못할 경우 으슥한 곳에서 잠시 잠에 들어 쉰다.
모르는 결에 새벽이 되었음을 깨닫고는 깜짝 놀라 갈피를 잡지 못한다. 달아나자니 벗어날 길이 없는 것이 걱정이요, 머물러 있자니 죽음의 고통이 두렵다.
그는 문득 죽은 듯이 땅에 엎드려 있기로 결심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지나다가 보고는 “나는 야간의 귀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귀를 베어낸다.
이에 야간은 생각했다. |
‘귀를 베이니 아프기는 하나 몸만은 보전케 하리라.’ |
다시 어떤 사람이 “나는 야간의 꼬리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꼬리를 베어 가니, 야간은 다시 생각했다. |
‘꼬리를 베이니 아프기는 하나 아직은 작은 일이다.’ |
다시 어떤 사람이 “나는 야간의 어금니가 필요하다”라고 말하자, 야간은 속으로 생각했다. |
‘베어가는 자가 점점 많아지니, 혹 나의 머리를 끊는 자가 있다면 살아날 길이 없다.’ |
그리고는 곧 땅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그의 지력을 다하여 트인 길을 찾아 용맹스럽게 빠져나가 겨우 살아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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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우[狐]의 일종이다. |
[551 / 805] 쪽 |
수행자의 마음이 고난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도 이와 같나니,
늙음이 이르를 때엔 그래도 너그러워서 정성스럽게 결단을 내려 정진하지 않고, 법이 들어도 그러하다가 죽음이 이르려 할 때에야 더 바랄 것이 없음을 알고는 문득 스스로 힘써서 과감하게 성의를 다하여 크게 정진을 닦아 죽음에서 벗어나 마침내는 열반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
또한 계행을 지니는 법은 마치 활쏘기와 같아서 먼저 평평한 땅을 만나야 하나니, 땅이 평평하여야 마음이 안정되고, 마음이 안정되어야 마음껏 활을 당기며, 마음껏 활을 당겨야 깊이 꽂히는 법이다. |
계율은 평평한 땅이요, 안정된 마음[意]은 활이요, 힘껏 당기는 일은 정진이요, 화살은 지혜요, 도적은 무명이니, 만약에 능히 이와 같이 힘써 정진하면 반드시 큰 도에 이르러 중생을 제도하리라. |
또한 계를 지니는 사람은 능히 정진으로써 5정(情)을 스스로 제어하여 5욕을 받지 않나니, 마음이 흩어지면 거두어서 다시 돌아오게 한다.
이것이 곧 지계에 의해 능히 모든 감관을 잘 보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모든 감관을 잘 보호하면 선정이 생기고, 선정이 생기면 지혜가 생기고, 지혜가 생기면 불도에 이르게 된다.
이것을 일컬어 지계에서 비리야바라밀이 생겨난다고 한다. |
대지도론(大智度論) 138. 지계는 정진바라밀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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