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

[스크랩] 증일아함경 제12권

수선님 2019. 1. 20. 12:25
[282 / 1393] 쪽
  
증일아함경 제12권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21. 삼보품(三寶品)
  [ 1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스스로 귀의하는 덕(德)에 세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부처님께 귀의하는 것이 첫 번째 덕이고, 법(法)에 귀의하는 것이 두 번째 덕이며, 승가에 귀의하는 세 번째 덕이다.
  어떤 것을 부처님께 귀의하는 덕이라 하는가? 모든 중생인 두 발 달린 것·네 발 달린 것·많은 발이 달린 것과, 형상이 있는 것[有色]2)·형상이 없는 것[無色]3)과 생각이 있는 것[有想]·생각이 없는 것[無想]4)들에서부터 저 니유선천(尼維先天 : 非想非非想處天)에 이르기까지 여래(如來)가 그 중에서 가장 존귀하고 최상이어서 어느 누구도 여래를 따를 이가 없느니라.
  그것은 마치 소에서 젖[乳]을 얻고 우유에서 낙(酪)을 얻으며, 낙에서 소(酥)를 얻고 소에서 제호(醍醐)를 얻지만, 그 중에서 제호가 가장 존귀하고
  
  
1)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1권 902∼904번째 소경과, 『잡아함경』 제31권 894번째 소경인 「여실지경(如實知經)」이 있다.
2) 욕계(欲界)·색계(色界)의 중생을 말한다.
3) 무색계(無色界)의 중생을 가리킨다.
4) 멸진정(滅盡定)에 든 사람과 무상천(無想天)의 유정(有情)을 가리킴. 이곳을 제외한 다른 곳에 속한 중생들을 유상(有想)이라 한다.
[283 / 1393] 쪽
  최상이어서 그 어느 것도 제호의 맛을 따를 수 없는 것처럼, 모든 중생인 두 발 달린 것·네 발 달린 것·많은 발이 달린 것과 형상이 있는 것·형상이 없는 것과, 생각이 있는 것·생각이 없는 것들에서부터 저 니유선천에 이르기까지 여래가 그 중에서 가장 존귀하고 최상이어서 어느 누구도 여래를 따를 이가 없기 때문에, 모든 중생들이 다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는 것이다. 이것을 제일가는 덕을 받들어 섬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제일가는 덕을 획득하면, 곧 천상(天上)이나 인간(人間) 세상에서 복을 받나니, 이것을 제일가는 덕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스스로 법에 귀의하는 것이라고 하는가? 모든 법인 유루(有漏)·무루(無漏)와 유위(有爲)·무위(無爲)와 무욕(無欲)·무염(無染)와 멸진(滅盡)·열반(涅槃)이 있지만, 그 중에서 열반이 가장 존귀하고 최상이어서 그 어느 것도 여기에 미칠 것이 없다.
  그것은 마치 소에서 젖을 얻고 우유에서 낙을 얻으며, 낙에서 소를 얻고 소에서 제호를 얻지만, 그 중에서 제호가 가장 존귀하고 최상이어서 그 어느 것도 제호의 맛을 따를 수 없는 것처럼, 모든 법인 유루·무루와 유위·무위와 무욕·무염과 멸진·열반이 있지만, 그 중에서 열반이 가장 존귀하고 최상이기 때문에 모든 중생들은 법을 섬기는 것이다. 이것을 제일가는 덕을 받들어 섬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제일가는 덕을 획득하면, 곧 천상이나 인간 세상에서 복을 받나니, 이것을 제일가는 덕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스스로 성중(聖衆)에 귀의하는 것이라고 하는가? 성중이라고 말하는 것은 형상이 있는 대중들이 많이 모여 사는 것을 말한다. 그 중생들 가운데 여래의 대중인 승가[僧]가 가장 존귀하고 최상이어서 어느 누구도 성중에 미칠 이는 없다. 그것은 마치 소에서 젖을 얻고 우유에서 낙을 얻으며, 낙에서 소를 얻고 소에서 제호를 얻지만, 그 중에서 제호가 가장 존귀하고 최상이어서 그 어느 것도 제호의 맛을 따를 수 없는 것처럼, 성중이라고 말하는 것은 형상이 있는 대중들이 많이 모여 사는 것을 말하는데, 그 중생들 가운데 여래의 대중인 승가가 가장 존귀하고 최상이어서 어느 누구도 성중에 미칠 이는 없다. 이것을 제일가는 덕을 받들어 섬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제일가는 덕을 획득하면, 곧 천상이나 인간 세상에서 복을 받나니, 이것을 제일가는 덕이라고 하느니라.
  
[284 / 1393] 쪽
  그 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첫 번째로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면
  가장 존귀하여 더 높은 것 없고
  다음으로 또 법을 받들어 섬기면
  탐욕이 없어지고 집착도 없어진다.
  
  현성(賢聖) 대중을 공경하고 받드는 것
  그것은 가장 좋은 복밭[福田]이니
  그런 사람은 제일가는 지혜가 있어
  제일 먼저 복을 받으리라.
  
  만일 그가 천상이나 인간에 태어나면
  대중들 속에서 바른 길잡이 되고
  또한 가장 묘한 자리를 얻어
  저절로 감로(甘露)를 마시게 되리라.
  
  몸에는 7보 옷 입고
  다른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가장 완전한 계를 갖추어
  모든 감각기관 새거나 결함 없으리.
  
  게다가 지혜의 바다까지 얻어
  열반의 세계로 차츰 나아가리니
  이 세 가지에 귀의하는 사람은
  태어나는 세계 또한 어려운 일 없으리.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85 / 1393] 쪽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복이 되는 업(業)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보시(布施)가 복을 짓는 업이요, 평등(平等)이 복을 짓는 업이며, 사유(思惟)가 복을 짓는 업이다. 어째서 보시가 복을 짓는 업이 되는가? 만일 어떤 사람이 마음을 열어 사문·바라문·매우 빈궁(貧窮)한 사람·고독한 사람·갈 곳 없는 이에게 보시를 하되, 밥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는 밥을 주고 장(漿)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는 장을 주며, 의복(衣服)·음식(飮食)·평상[牀]·침구[臥具]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醫藥]과 향(香)·꽃과 자고 머물 수 있는 곳 등을 저들의 요구를 따라 아낌없이 주면, 이것을 '보시가 복을 짓는 업이 된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어째서 평등이 복을 짓는 업이 되는가? 혹 어떤 사람이 살생을 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항상 부끄러워할 줄 알고 나쁜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며, 남의 물건을 몰래 훔치지 않고 남에게 보시하기를 좋아하며, 탐하거나 아끼는 마음이 없고 말씨가 온화하고도 맑으며, 남의 마음에 상처 입히지 않고 또한 다른 이와 음란한 짓을 하지 않으며, 제 자신이 범행(梵行)을 닦고 자기 아내에 만족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아 항상 성실하기를 생각하며, 속이는 말을 하지 않아서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일이 없고 또한 술을 마시지 않아서 언제나 혼란한 것을 피할 줄 안다.
  또 자애로운 마음[慈心]을 1방(方)에 두루 채우고, 2방·3방·4방에도 또 그렇게 하고, 8방과 상·하에까지 두루 채워서 헤아릴 수도 없고 한정할 수도 없다. 한정할 수도 없고 무게를 달아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의 이와 같은 자애로운 마음으로 일체를 두루 덮어 그들로 하여금 안온함을 얻게 한다. 또 불쌍히 여기는 마음[悲心]·기뻐하는 마음[喜心]·보호하려는 마음[護心]을 1방에 가득 채우고, 2방·3방·4방에도 또한 그렇게 하고, 8방과 상·하에까지도 모두 채워 헤아릴 수도 없고 한정할 수도 없으며, 무게를 달아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이 불쌍히 여기는 마음·기뻐하는 마음·보호하는 마음을 일체에 가득 채운다. 이것을 일러 '평등이 복을 짓는 업이 된다'고 하는 것이
  
[286 / 1393] 쪽
  니라.
  어째서 사유가 복을 짓는 업이 되는가? 비구(比丘)가 염각의(念覺意)를 수행하여 욕심 없음[無欲]에 의지하고 관찰함이 없음에 의지하며, 다 사라짐에 의지하고 번뇌를 벗어나는 중요한 방법에 의지하여 법각의(法覺意)를 닦고 염각의(念覺意)를 닦으며, 의각의(猗覺意)를 닦고 정각의(定覺意)를 닦으며, 호각의(護覺意)를 닦아 욕심 없음에 의지하고 관찰함이 없음에 의지하며, 다 사라짐에 의지하고 번뇌를 벗어나는 중요한 방법에 의지하면, 이것을 일러 '사유가 복을 짓는 업이 된다'고 하는 것이니라.
  이와 같나니 비구들아, 이런 세 가지 복을 짓는 업이 있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보시와 평등과 자애로운 마음과
  보호하는 마음과 또 사유하는 것
  이런 것들의 세 가지 업이 있는데
  지혜로운 사람은 이를 친근히 한다.
  
  이 세상에서 그 과보(果報) 받고
  천상에서도 또한 그러하나니
  이런 세 가지 업으로 말미암아
  천상에 태어날 것 의심 없어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세 가지를 찾아야 한다. 이와 같나니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인연이 있어야 식(識)이 태(胎)를 받게 된다. 어떤 것이 그 세
  
[287 / 1393] 쪽
  가지인가? 비구들아, 어머니가 애욕(愛欲)의 마음이 있어서 부모가 한곳에 모여 함께 머물러 잔다 하더라도, 그러나 또한 바깥에서 식(識)이 와서 호응해주지 않으면 곧 태가 이루어지지 못한다. 또 식(識)이 와서 들어가려고 하더라도 부모가 한곳에 모여 있지 않으면 역시 태는 성립되지 못한다.
  또 어머니가 애욕의 마음이 없는 상태로 부모가 한곳에 모여 있을 경우, 그 때 아버지가 아무리 애욕의 마음이 왕성하다 하더라도 어머니가 그리 간절하지 않으면 태는 성립되지 못한다. 또 부모가 한 곳에 모여 있을 경우 어머니가 아무리 애욕의 마음이 왕성하다 하더라도 아버지가 그리 간절하지 않으면 태는 성립되지 못한다.
  또 부모가 한 곳에 모여 있다 하더라도 아버지에게 풍병(風病)이 있거나 어머니에게 냉병(冷病)이 있으면 태는 성립되지 못한다. 또 부모가 한곳에 모여 있다 하더라도 어머니에게 풍병이 있거나 아버지에게 냉병이 있으면 태는 성립되지 못한다.
  또 어느 때에 부모가 한 곳에 모여 있다 하더라도 아버지의 몸에 물 기운[水氣]이 지나치게 많으면 어머니에게 그런 질환이 없어도 태는 성립되지 못한다. 또 어느 때에 부모가 한 곳에 모여 있다 하더라도 아버지의 상(相)에는 자식이 있으나 어머니의 상에 자식이 없으면 태는 성립되지 못한다. 또 어느 때에 부모가 한 곳에 모여 있다 하더라도 어머니의 상에는 자식이 있으나 아버지의 상에 자식이 없으면 태는 성립되지 못한다. 또 어느 때에 부모의 상에 모두 자식이 없으면 태는 성립되지 못하느니라.
  또 때로는 식신(識神)이 태에 나아가더라도 아버지가 떠나 있어 없을 경우엔 태는 성립되지 못한다. 또 어느 때에 부모가 꼭 한 곳에 모여 있어야 할 것이나, 그러나 어머니가 멀리 떠나 있어 없을 경우엔 태는 성립되지 못하느니라. 또 어느 때에 부모가 한 곳에 모여 있더라도, 그러나 아버지가 몸에 위중한 병이 있을 경우, 그 때는 식신이 태에 나아간다 하더라도 태가 성립되지 못한다. 또 어느 때에 부모가 한 곳에 모일 만하고 식신이 와서 태에 나아간다 하더라도 어머니가 위중한 병을 앓을 경우 태는 성립되지 못한다. 또 어느 때에 부모가 한 곳에 모일 만하고 식신이 와서 태에 나아간다 하더라도, 그러나 부모가 모두 병을 앓을 경우 태는 성립되지 못한다.
  또 비구들아, 만일 부모가 한 곳에 모여 있고 부모에게 질환이 없을 경우
  
[288 / 1393] 쪽
  에야 식신이 오는 것이고, 그리고 또 부모에게 모두 자식을 둘 상(相)이 있을 경우에 그는 곧 태가 성립되는 것이다. 이것을 일러 '세 가지 인연이 있어야 태가 성립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하고, 이 세 가지 인연을 끊어야 한다. 이와 같나니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중생이 자애로운 마음을 일으키고 독실하게 믿는 마음을 가지고서 부모·형제·친척·아내·친구·선지식을 받들어 섬기려고 하거든 마땅히 세 곳에 안주(安住)하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이동(移動)할 생각을 가지지 않게 하라.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첫째는 마땅히 환희심(歡喜心)을 내어 여래의 처소에서 마음이 이동하지 않게 하라. 저 분은 여래·지진(至眞)·등정각(等正覺)·명행성위(明行成爲)·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도법어(道法御)·천인사(天人師)·불세존(佛世尊)이라고 호칭하느니라.
  둘째는 바른 법[正法]에 대하여 마음을 내는 것이다. 여래의 법은 잘 말씀하신 걸림이 없는 것으로서 지극히 미묘하여 그것으로 말미암아 큰 과(果)를 이루는 것이다. 이와 같나니 지혜로운 사람은 꼭 배워서 알아야 하느니라.
  셋째는 이 성중(聖衆)에 대해 마음을 내는 것이다. 여래의 성중은 모두 화합(和合)하여 어지러움이 없고, 법(法)과 법을 성취하고 계(戒)를 성취하며, 삼매(三昧)를 성취하고 지혜(智慧)를 성취하며, 해탈(解脫)을 성취하고 해탈견혜(解脫見慧)를 성취한다. 성중이란 4쌍8배(四雙八輩)와 12현성(賢聖)을 이르는 말이다. 이는 곧 여래의 성중이니 공경할 만하고 귀하게 여길 만하나니, 이들은 세상에서 더할 나위 없는 복밭이다.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이 이 세 가지를 배우면 큰 과보를 이룩할 것이다.
  
[289 / 1393] 쪽
  이와 같나니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구파리(瞿波離) 비구가 세존께서 계시는 곳을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그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 사리불(舍利弗)과 목건련(目揵連) 비구는 소행(所行)이 매우 나쁩니다. 저들은 온갖 악행(惡行)을 다 짓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말을 하지 말라. 너는 여래의 처소에서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야 한다. 사리불과 목건련 비구는 소행이 순수하고 착하다. 저들은 아무런 악함도 없느니라."
  그 때 구파리 비구가 두 번 세 번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의 말씀은 진실하여 거짓이 없습니다. 그러하오나 사리불과 목건련 비구는 소행이 매우 나쁩니다. 저들은 선(善)한 근본이 조금도 없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미련한 사람아, 너는 여래의 말을 믿지 못하느냐? 너는 방금 '사리불과 목건련 비구는 소행이 매우 나쁘다'고 말하였다. 너는 지금 악행을 지었다. 나중에 그에 대한 과보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자 그 비구는 그 자리에서 즉시 몸에 악성 종기[惡瘡]가 생겼는데, 그 크기가 처음에는 겨자씨 만하더니 차츰 커져서 콩 만해졌고, 또 점점 커져서 아마륵(阿摩勒) 열매 만해지더니 다시 호도(胡桃)만해졌고, 마침내는 합장(合掌)한 크기만 하게 되었다. 그 악성 종기에서 고름과 피가 흘러나오더니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연화지옥(蓮華地獄)에 떨어졌다.
  그 때 존자 대목건련은 구파리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곧 세존의 처소를 찾아가서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잠시 뒤에 자리에서 조금 물러나 앉아서 세존께 아뢰었다.
  
[290 / 1393] 쪽
  "구파리 비구는 지금 어디에 태어났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죽어서 연화지옥에 태어났느니라."
  이 때 목련이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그 지옥에 가서 그 사람을 교화하려고 하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목련아, 너는 거기 갈 필요가 없느니라."
  목련은 거듭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그 지옥에 가서 그를 교화하고 싶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잠자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그러자 존자 대목건련이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만큼의 짧은 시간에 사위성(舍衛城)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더니 곧 연화 대지옥에 이르렀다. 그 때 구파리 비구는 온 몸이 불에 타고 있었고, 또 백 마리 소가 그의 혀를 보습으로 갈고 있었다.
  그 때 존자 대목건련이 허공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손가락을 튀기면서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 비구는 곧 우러러 보면서 물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목건련이 대답하였다.
  "구파리여, 나는 바로 석가문(釋迦文) 부처님의 제자이며, 이름은 목건련이고 성은 구리타(拘利陀)라고 합니다."
  그 때 비구는 목련을 보고 나서 곧 이런 욕을 하였다.
  "나는 지금 이 나쁜 세계에 떨어져 있는데도 아직 네 앞을 벗어나지 못하였구나."
  이렇게 말하자, 바로 그 때 천 마리 소가 보습으로 그의 혀를 갈았다. 목련은 그것을 보고 나서 근심이 갑절이나 더하고 답답해져서 후회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는 그곳에서 모습을 감춰 사위국으로 돌아와 세존의 처소에 이르러서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목련은 그간에 있었던 인연사를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머물렀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291 / 1393] 쪽
  "나는 전에 너에게 '그곳에 가서 그 나쁜 사람을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그 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대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
  도끼가 그 사람의 입 속에 있어
  그것으로써 제 몸을 베나니
  그것은 악한 말 때문이니라.
  
  저의 숨길과 내 이 숨길
  그것은 모두 착하건만
  이미 나쁜 짓을 하였기 때문에
  그는 나쁜 세상에 떨어졌다.
  
  끝이 있거나 끝이 없거나
  그곳은 가장 나쁜 곳이요
  여래에 대해 나쁜 짓을 하면
  그것은 가장 중한 죄이니라.
  
  1만 3,061명이나 되는 이
  회옥(灰獄)에 떨어졌네.
  성인을 비방하여 저기에 떨어졌으니
  몸과 입으로 지은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 이어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세 가지 법을 배워서 그 행을 성취해야 한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몸으로 짓는 착한 행과 입으로 짓는 착한 행과 뜻으로 짓는 착한 행이 그것이다. 이와 같나니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92 / 1393] 쪽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비구가 세 가지 법을 성취(成就)하면 현재 세상에서 쾌락을 누릴 수 있고, 용맹스럽게 정진(精進)하여 번뇌를 다 끊어 없애게 될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비구야, 모든 감각기관이 고요하고 음식에 절제할 줄을 알며 거닐기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비구는 모든 감각기관을 고요하게 하는가? 혹 비구가 눈으로 빛깔을 보고도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인식하고 기억하는 마음이 없어서 눈이 청정하게 되면, 그로 인해 해탈(解脫)을 구해 항상 눈을 보호하게 된다.
  또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알고 몸으로 부드럽고 매끄러움을 느끼며, 뜻으로 법을 분별하더라도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인식하고 기억하는 마음이 없어서 뜻이 청정하게 되면, 그로 인해 해탈을 구해 항상 뜻을 보호하게 된다. 이와 같이 비구는 모든 감각기관을 고요하게 하느니라.
  어떻게 비구는 모든 음식을 절제할 줄 아는가? 비구가 음식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가를 생각하여 살지고 깨끗한 것만을 구하지 말고, 다만 몸의 4대(大)를 부지(扶持)하고 보전(保全)하기만을 생각하되 '나는 지금 오래된 병(病)을 고치고 다른 병이 새로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며, 몸에 기운이 생기게 하여 도를 닦아 범행(梵行)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음식을 먹는다'라고 하느니라.
  그것은 마치 남자나 여자의 몸에 악성 종기가 생기면, 혹은 고약을 그 종기에 바르는데 그것은 곧 종기를 고치기 위해서이다. 이 또한 그와 같아서 모든 비구들아, 음식을 절제할 줄 알아야 하느니라. 이에 비구들은 그 음식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가를 생각해 보고서 살지고 깨끗한 것만 구하지 말고, 다만 몸의 4대를 부지하고 보전하기만을 생각하되 '나는 지금 오래된 병을 고치고 다른 병이 새로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며, 몸에 기운이 생기게 하여 도를 닦아 범행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음식을 먹는다'라고 하느니라.
  또 그것은 마치 무거운 짐을 실은 수레의 바퀴 통에 기름을 바르는 것은
  
[293 / 1393] 쪽
  짐을 싣고 목적한 곳으로 가기 위해서인 것처럼, 비구도 또한 그와 같아서 음식을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비구들은 그 음식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가를 생각하여 살지고 깨끗한 것만을 구하지 말고, 다만 몸의 4대를 부지하고 보전하기만을 생각하되 '나는 지금 오래된 병을 고치고 다른 병이 새로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며, 몸에 기운이 생기게 하여 도를 닦아 범행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와 같이 비구는 음식을 절제할 줄 알아야 하느니라.
  어떻게 비구는 거닐기[經行]를 잃어버리지 않는가? 비구는 초저녁[前夜]이나 새벽[後夜]이나 언제나 거닐기를 생각하여 때를 잃어버리지 않고 항상 도품(道品) 가운데 생각을 매어 둔다. 낮에는 다니거나 앉거나 간에 묘한 법[妙法]을 사유(思惟)하여 번뇌[陰蓋]를 없애고, 초저녁에도 다니거나 앉거나 간에 묘한 법을 사유하여 번뇌를 없애며, 한밤중에는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누워 생각을 매어 밝은 곳에 두고, 새벽에는 일어나서 다니거나 앉거나 간에 심오한 법을 사유하여 번뇌를 없앤다. 이와 같이 비구는 거닐기를 잃어버리지 않느니라.
  만일 어떤 비구든지 모든 감각기관[根]이 고요해지고 음식을 절제할 줄 알며, 거닐기를 잃어버리지 않고 항상 도품 가운데 생각을 매어두면, 그 비구는 곧 두 가지 과(果)를 성취하고 현재 세상에서 아나함(阿那含)이 될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말을 잘 다루는 사람이 평탄[平正]한 길에서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를 몰면 아무 장애가 없어 가려고 목적한 곳에 틀림없이 이르게 되는 것처럼, 이 비구도 그와 같아서 모든 감각기관이 고요해지고 음식을 절제할 줄 알며 거닐기를 잃어버리지 않고 항상 도품 가운데 생각을 매어두면 그 비구는 곧 두 가지 과를 성취하고 현재 세상에서 번뇌가 다 끊어져 아나함이 될 것이다."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5)
  이와 같이 들었다.
  
  
5) 이 소경의 이역경(異譯經)으로는 후한(後漢) 시대 안세고(安世高)가 한역한 『불설칠처삼관경(佛說七處三觀經)』이 있다.
[294 / 1393] 쪽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큰 병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즉 풍(風)이 큰 병이요, 담(痰)이 큰 병이며, 냉(冷)이 큰 병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세 가지 큰 병이라고 말하느니라.
  그러나 또 이 세 가지 큰 병에는 세 가지 좋은 약[良藥]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만일 풍병에는 소(酥)가 좋은 약이 되나니, 소로써 밥을 지어주고, 또 담병에는 꿀이 좋은 약이 되나니 꿀로 밥을 지어주며, 또 냉병에는 기름이 좋은 약이 되나니 기름으로 밥을 지어주어야 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세 가지 큰 병에 세 가지 좋은 약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비구들아, 또 세 가지 큰 병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탐욕(貪欲)·성냄[瞋恚]·어리석음[愚癡]를 이르는 말이니, 비구들아, 이것이 세 가지 큰 병이니라.
  그러나 이 세 가지 큰 병에도 또 세 가지 좋은 약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 약인가? 만일 탐욕이 일어날 때에는 부정관(不淨觀)을 가지고 가서 다스려 부정도(不淨道)를 사유하게 하고, 성냄[瞋恚]의 큰 병이 걸린 사람에게는 자애로운 마음을 가지고 가서 다스려 자애로운 마음의 도를 사유하게 하며, 어리석음이라는 큰 병이 걸린 사람에게는 지혜(智慧)를 가지고 가서 다스려 인연으로 일어나는 도를 사유하게 해야 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세 가지 큰 병에는 세 가지 좋은 약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써서 이 세 가지 약을 찾아야 한다. 이와 같나니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나쁜 행[三惡行]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몸으로 짓는 나쁜 행과 입으로 짓는 나쁜 행과 뜻으로 짓는 나쁜 행을 말한다. 비구들
  
[295 / 1393] 쪽
  아, 이것을 일러 세 가지 나쁜 행이라고 하느니라.
  그러므로 꼭 방편을 구해 세 가지 착한 행을 닦아야 한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몸으로 짓는 나쁜 행을 한 이는 몸으로 짓는 착한 행을 닦아야 하고, 입으로 짓는 나쁜 행을 한 이는 입으로 짓는 착한 행을 닦아야 하며, 뜻으로 짓는 나쁜 행을 한 이는 뜻으로 짓는 착한 행을 닦아야 하느니라."
  이 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몸으로 짓는 나쁜 행을 잘 단속하고
  몸으로 짓는 착한 행을 닦아 익혀라.
  몸으로 짓는 나쁜 행 버리기를 생각하고
  몸으로 짓는 착한 행을 꼭 배워야 한다.
  
  입으로 짓는 나쁜 행을 잘 단속하고
  입으로 짓는 착한 행을 닦아 익혀라.
  입으로 짓는 나쁜 행 버리기를 생각하고
  입으로 짓는 착한 행을 꼭 배워야 한다.
  
  뜻으로 짓는 나쁜 행을 잘 단속하고
  뜻으로 짓는 착한 행을 닦아 익혀라.
  뜻으로 짓는 나쁜 행 버리기를 생각하고
  뜻으로 짓는 착한 행을 꼭 배워야 한다.
  
  그 몸으로 짓는 행이 만일 착하면
  입으로 짓는 행도 또한 그럴 것이요
  그 뜻으로 짓는 행이 만일 착하면
  모든 것도 또한 그러하리라.
  
  그 입과 뜻을 단속해 청정해지면
  그 몸도 나쁜 행 짓지 않나니
  이 세 가지 행이 깨끗해지면
  
[296 / 1393] 쪽
  무위의 신선 경지에 이를 것이다.
  
  "이와 같나니,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꼭 세 가지 나쁜 행을 버리고 세 가지 착한 행을 닦아야 한다. 이와 같나니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6)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은 때가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걸식을 하기 위해 성으로 들어갔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이 갑자기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들이 성에 들어가 걸식하기에는 아직 때가 좀 이르다. 그러니 우리 지금 외도(外道) 범지(梵志)들이 있는 곳이나 우르르 몰려 가보자.'
  그 때 비구 대중들은 곧 이학(異學) 범지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 가서 서로 문안을 하고 한 쪽에 앉았다.
  이 때 범지들이 사문(沙門)에게 물었다.
  "구담(瞿曇) 도사(道士)는 늘 욕론(欲論)·색론(色論)·통론(痛論)·상론(想論)에 대해서 말씀하신다고 하던데,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주장은 우리들 주장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들이 주장하는 것이 곧 사문의 주장이요, 사문의 주장이 곧 우리들의 주장이다. 설법도 우리들이 하는 설법과 같고 가르침도 우리들이 가르치는 것과 같다."
  그 때 비구 대중들은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나서 훌륭하다고 말하지도 않고 나쁘다고 말하지도 않은 채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들은 꼭 이 뜻을 세존께 가서 여쭈어보리라.'
  그 때 비구 대중들은 걸식을 마치고 곧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나아가 부
  
  
6) 이 소경의 이역경(異譯經)으로는 역자를 알 수 없는『불설고음경(佛說苦陰經)』이 있고, 『중아함경』 제25권 99번째 소경인 「고음경(苦陰經)」과 그 내용이 비슷하며, 참고할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24권 98번째 소경인 「염처경(念處經)」이 있다.}
[297 / 1393] 쪽
  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비구 대중들은 범지들이 물었던 일들을 전부 세존께 아뢰었다.
  그러자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가령 저 범지들이 그렇게 물었다면 너희들은 마땅히 이런 이치를 가지고 저들의 질문에 대답했어야 했다.
  '탐욕에는 어떤 맛이 있고 또 어떤 허물이 있는가? 마땅히 탐욕을 버려야 한다. 색(色)에는 어떤 맛이 있고 또 어떤 허물이 있는가? 마땅히 색을 버려야 한다. 통(痛 : 受)에는 어떤 맛이 있고 또 어떤 허물이 있는가? 마땅히 통을 버려야 한다.'
  만일 너희들이 이런 말로 저들이 던진 물음에 대답했다면, 저들 범지는 잠자코 아무 대답도 못했을 것이다. 비록 무슨 말을 했다 하더라도 그들은 이 심오한 이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마침내는 어리석음과 의혹만 더 늘려 한쪽으로 치우친 소견에 떨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왜냐 하면, 그것은 저들의 경계(境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또 비구들아, 여래·등정각과 여래의 가르침을 받은 성중을 제외하고, 그밖에 저 마(魔)·마천(魔天)·제석천·범천·사천왕·사문·바라문·사람과 그리고 사람이 아닌 것들은 이 이치를 논할 수 없느니라.
  탐욕[欲]에는 어떤 맛이 있는가? 말하자면 다섯 가지 욕망[五欲]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눈으로 빛깔[色]을 보아 안식(眼識)을 일으키게 되면, 그 물질에 대하여 매우 사랑스럽고 존경스러운 마음을 내는데, 이는 세상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또 귀로 소리[聲]를 듣고 코로 냄새[香]를 맡으며, 혀로 맛[味]을 알고 몸으로 보드랍고 매끄러움을 느끼면, 그것에 대하여 매우 사랑스럽고 존경스러운 마음을 내는데, 이는 세상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다섯 가지 욕망 속에서 괴롭다거나 즐겁다는 마음을 내면 이것을 탐욕의 맛이라고 말하느니라.
  탐욕에는 어떤 허물이 있는가? 어떤 좋은 집안[族姓]의 자제는 온갖 기술(伎術)을 배워 스스로 살아가면서, 혹 농사를 짓는 일을 배우기도 하고 혹은 글 쓰는 것을 배우기도 하며, 혹은 품팔이를 하기도 하고 혹은 셈하는 법을 배우기도 하며, 혹은 방편상 남을 속이는 것을 배우기도 하고 혹은 조각하는 기술을 배우기도 하며, 혹은 통신(通信)하는 것을 배워 저기에 갔다가 여기
  
[298 / 1393] 쪽
  로 오기도 하고 혹은 임금을 받들어 섬기는 법을 배워 추위와 더위를 피하지 않고 고달픈 것을 무릅쓰고 부지런히 애쓰지만, 제 마음대로 하지 못하며 이렇게 고생하면서 재물을 모으나니, 이것을 탐욕의 허물이라고 말한다.
  현재 세상의 고뇌(苦惱)는 모두 이 은애(恩愛)로부터 생기고 또한 모두 탐욕 때문에 생겨난다. 그러나 저 좋은 집안의 자제들은 그렇게 고생을 하고서도 재물을 얻지 못하면, 저들은 갑자기 시름하고 근심하며 고뇌하기를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한다. 그러다가 그들은 곧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괴롭게 공(功)을 들이고 온갖 방법을 써 보았으나 재물을 얻지 못하였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이런 짓을 버리자.'
  이것이 바로 탐욕을 여읜다는 것이니라.
  또 저 좋은 집안의 자제는 혹 어느 때는 그런 방법으로써 재물을 얻기도 한다. 그는 그 얻은 재물을 여러 가지 방법을 총동원하여 보호하려고 한다. 혹 왕(王)에게 빼앗기지나 않을까, 도둑들에게 도둑을 맞지나 않을까, 물에 떠내려가지나 않을까, 불에 타버리지나 않을까 하고 늘 걱정하다가 다시 이렇게 생각한다.
  '땅에 파묻어 간직하려 하니 나중에 그 자리를 잊을까 걱정이 되고 이자 놀이를 하자 하니 되돌려 받지 못할까 걱정이며, 혹은 집 안에 나쁜 자식이라도 태어나면 내 재물을 다 낭비하고 말 것이다.'
  이것을 일러 탐욕이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한 것으로서, 다 탐욕의 근본으로 인하여 이런 재변(災變)이 생기는 것이니라.
  저 좋은 집안의 자제는 항상 이런 마음을 내어 그 재물[財貨]을 보호하려 하지만, 그는 훗날 오히려 국왕에게 빼앗기고 도둑에게 겁탈 당하거나, 물에 떠내려보내고 불에 타버리게 되기도 한다. 땅에 묻은 것은 찾아내지 못하고 이자놀이를 한 것은 받지 못하게 되며, 집안에 나쁜 자식이 태어나서 그 재물을 모두 써버려 만 분(分)의 하나도 갖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근심하고 걱정하며 괴로워하고 번민하면서 가슴을 치고 부르짖는다.
  '내가 본래 가지고 있던 재물이 지금은 모두 없어졌다.'
  그러면서 마침내는 어리석어지고 미혹되어 마음과 뜻이 착란(錯亂)을 일으킨다. 이것을 일러 탐욕은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하는 것으로서, 이 탐욕의
  
[299 / 1393] 쪽
  근본을 조건[緣]으로 하여 무위(無爲 : 涅槃)에 이르지 못하느니라.
  또 이 탐욕의 근본을 조건으로 하여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서로 공격하여 치게 되는데, 서로 공격하여 치기 때문에 혹은 코끼리 군사 앞에서나 말 군사 앞에서나 보병의 앞에서나 수레 군사의 앞에서, 말을 보면 말과 싸우고 코끼리를 보면 코끼리와 싸우며, 수레를 보면 수레와 싸우고 보병을 보면 보병과 싸우면서, 혹은 서로 칼로 베고 활을 쏘며 창으로 서로 찌른다. 이와 같은 일들을 좇는 것은 다 탐욕이 큰 걱정거리가 되는 것으로서 탐욕의 근본을 조건으로 하여 이런 재변이 생기는 것이니라.
  또 이 탐욕의 근본을 조건으로 하여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혹은 성문에서, 혹은 성 위에서 서로 칼로 베고 활로 쏘며 창으로 찌르기도 하며, 혹은 쇠 바퀴[鐵輪]로 그 머리를 갈고 쇠를 녹여 서로 퍼붓는다. 이런 고통을 받아 죽는 사람이 매우 많다.
  또 탐욕이란 역시 무상(無常)한 것으로서 사라지고 생겨나면서 번갈아 변화하고 바뀌어 잠시도 멈추지 않으며 풀리지도 않는다. 이렇게 탐욕은 변하고 바뀌어 무상한 것이므로 이것을 일러 탐욕은 큰 걱정거리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니라.
  어떻게 해야 마땅히 탐욕을 버리겠는가? 만일 수행해서 탐욕을 버리면 그것을 탐욕을 버렸다고 말하느니라. 그런데 어떤 사문과 바라문들은 탐욕이 큰 걱정거리가 되는 것임을 알지 못하고, 또한 탐욕의 근본을 버릴 줄 모르며, 사문(沙門)으로서 사문의 위의(威儀)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를 알지 못하고, 바라문(婆羅門)으로써 바라문의 위의를 제대로 알지 못하나니, 그들은 사문도 바라문도 아니다. 또한 온몸으로 그것을 증득하여 스스로 유희(遊戱)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탐욕이 큰 걱정거리의 근원임을 자세히 알아 헛되지 않고 참답게 탐욕을 버린다. 그들은 사문으로서 사문의 위의를 알고 바라문으로서 바라문의 위의를 알며, 제 자신의 몸으로 그것을 증득하여 스스로 유희한다. 이것을 일러 탐욕을 버리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이 몸의 맛[色味]인가? 만일 찰리(刹利)의 여자·바라문의 여자·장자의 여자로서 나이 14세·15세·16세쯤 되고 키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살이 찌지도 않고 야위지도 않으며,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아서 세상
  
[300 / 1393] 쪽
  에서 둘도 없는 단정한 여자를 보면, 그는 그 여자의 얼굴을 보고 기뻐하고 좋아하는 생각을 낸다. 이것을 일러 몸의 맛이라고 한다.
  어떤 것이 몸의 큰 걱정거리인가? 또 나중에 그 여자가 나이 80·90 내지 1백 살이 되어 얼굴색이 변하여 달라지고 젊은 시절은 이미 다 지나가서 이는 빠지고 머리는 희며, 몸은 추하게 되고 피부는 늘어나고 얼굴에는 주름이 생기며, 등은 굽고 숨은 가쁘며, 몸뚱이는 낡은 수레와 같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지팡이에 의지해서 간신히 걸어다닌다.
  어떻겠는가? 비구들아, 처음 볼 때에는 그처럼 아름답던 몸이었는데, 뒤에는 저렇게 변해버렸으니, 그것이 어찌 큰 걱정거리가 아니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을 일러 몸은 큰 걱정거리[大患]라고 말한다. 다시 만일 그 여자가 중한 병에 걸려 병상에 누운 채 대소변(大小便)도 가리지 못하고 스스로 기동하지도 못하는 것을 본다면 어떻겠는가? 비구들아, 본래는 그처럼 아름답던 몸이었는데 지금은 저런 병을 앓고 있는 것을 보니, 그런 것들이 어찌 큰 걱정거리가 아니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아, 그것을 일러 몸은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한 것이니라. 또 비구들아, 만일 그 여자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무덤으로 가는 것을 본다면 어떻겠는가? 비구들아, 본래는 그처럼 아름답던 몸이었는데 지금은 저렇게 변해버렸으니, 거기에서 괴로움과 즐거움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어찌 큰 걱정거리가 아니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아, 그것을 일러 몸은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한 것이니라. 또 비구들아, 만일 다시 그 여자가 죽은 지 하루·이틀·사흘·나흘·닷새 내지
  
[301 / 1393] 쪽
  이레가 되어 몸이 퉁퉁 부어오르고 썩어 문드러져서 냄새가 나고 한쪽에 버려져 있는 것을 본다면, 어떻겠는가? 비구들아, 본래는 그처럼 아름답던 몸이었는데 지금은 저렇게 변해버렸으니, 그런 것들이 어찌 큰 걱정거리가 아니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아, 그것을 일러 몸은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한 것이니라. 또 만일 다시 그 여자의 시체를 까마귀·까치·솔개·독수리 따위가 다투어 와서 쪼아먹거나, 혹은 여우·개·이리·호랑이 따위가 와서 씹어먹거나, 혹은 아주 작은 벌레나 곤충들이 갉아먹는 것을 본다면 어떻겠는가? 비구들아, 본래는 그처럼 아름답던 몸이 지금은 저렇게 변해버렸으니, 그 가운데에서 괴로움과 즐거움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어찌 큰 걱정거리가 아니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아, 그것을 일러 몸은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한 것이니라. 또 만일 그 여자의 몸을 벌레와 새들이 반쯤 먹어치워 창자와 밥통과 살덩이와 피 같은 것들의 더러운 모습을 본다면 어떻겠는가? 비구들아, 본래는 그처럼 아름답던 몸이 지금은 저렇게 변해버렸으니, 그 가운데에서 괴로움과 즐거움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어찌 큰 걱정거리가 아니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아, 그것을 일러 몸은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한 것이니라. 또 만일 그 여자의 몸이 피와 살은 모두 없어지고 뼈만 서로 연이어져 앙상하게 남아 있는 것을 본다면 어떻겠는가? 비구들아, 본래는 그처럼 아름답던 몸이 지금은 저렇게 변해버렸으니, 그 가운데에서 괴로움과 즐거움을 생각하게 될
  
 
[302 / 1393] 쪽
  것이다. 그런 것들이 어찌 큰 걱정이 아니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아, 그것을 일러 몸은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한 것이니라. 또 만일 그 여자의 몸이 피와 살은 다 없어지고 오직 힘줄이 남아 나뭇단처럼 묶여 있는 것을 본다면 어떻겠는가? 비구들아, 본래는 그처럼 아름답던 몸이 지금은 저렇게 변해버렸으니, 그 가운데에서 괴로움과 즐거움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어찌 큰 걱정거리가 아니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아, 그것을 일러 몸은 큰 걱정거리가 될 뿐이라고 한 것이니라. 또 만일 그 여자의 몸이 해골이 되어 여러 개로 나뉘어 흩어져 저마다 한 곳에 나뒹굴고 있어서, 혹은 다리뼈도 어느 한 곳에 있고 장딴지 뼈도 어느 한 곳에 있으며, 넙적다리 뼈도 어느 한 곳에 있고 허리뼈도 어느 한 곳에 있으며, 옆구리 뼈도 어느 한 곳에 있고 갈비뼈도 어느 한 곳에 있으며, 어깨뼈도 어느 한 곳에 있고 팔 뼈도 어느 한 곳에 있으며, 목뼈도 어느 한 곳에 있고 머리뼈도 어느 한 곳에 있어 사방에 흩어진 것을 본다면 어떻겠는가? 비구들아, 본래는 그처럼 아름답던 몸이 지금은 저렇게 변해버렸으니, 그 가운데에서 괴로움과 즐거움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어찌 큰 걱정거리가 아니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아, 그것을 일러 몸은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한 것이니라. 또 만일 그 여자의 해골이 희거나 혹은 잿빛으로 된 것을 본다면 어떻겠는가? 비구들아, 본래는 그처럼 아름답던 몸이 지금은 저렇게 변해버렸으니, 그 가운데에서 괴로움과 즐거움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어찌 큰 걱정
  
[303 / 1393] 쪽
  이 아니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아, 그것을 일러 몸은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한 것이니라. 또 만일 그 여자의 해골이 무수히 많은 해를 지내 썩고 문드러지고 무너져서 흙과 똑같은 색깔이 된 것을 본다면 어떻겠는가? 비구들아, 본래는 그처럼 아름답던 몸이 지금은 저렇게 변해버렸으니, 그 가운데에서 괴로움과 즐거움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어찌 큰 걱정거리가 아니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을 일러 몸은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한 것이니라. 이 몸은 무상한 것으로서 변하고 바뀌어 오래 머무를 수 없으며, 또 거기에는 늙고 젊음[牢强]의 구별이 없다. 이것을 일러 몸은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한 것이니라.
  어떤 것이 이 몸을 벗어나는 긴요한 방법인가? 만일 몸을 버리고 여의어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없애면, 이것을 일러 몸을 버리고 여의었다고 하는 것이니라.
  그런데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몸을 보고 몸에 집착하여 그 몸이 큰 걱정거리라는 것을 알지도 못하고 또한 버리지도 못하며, 사실 그대로 알지도 못한다. 이들은 사문(沙門)도 아니요 바라문(婆羅門)도 아니다. 사문으로서 사문의 위의(威儀)를 알지 못하고 바라문으로서 바라문의 위의를 알지 못하며, 자신의 몸으로 증득(證得)하여 스스로 유희(遊戱)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몸을 보고도 몸에 집착하지 않고 그것의 큰 걱정거리임을 확실히 알아 능히 그것을 버릴 줄을 안다. 그들은 사문으로서 사문의 위의를 알고 바라문으로서 바라문의 위의를 알며, 제 자신이 증득하여 스스로 유희한다. 이렇게 하는 것을 일러 몸을 버리고 여의었다고 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을 느낌의 맛[痛味]이라고 하는가? 비구들아, 즐거움을 느낄 때에
  
[304 / 1393] 쪽
  는 곧 나는 즐거움을 느낀다고 알고, 괴로움을 느낄 때에는 곧 나는 괴로움을 느낀다고 알며,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음을 느낄 때에는 곧 나는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음을 느낀다고 안다.
  만일 음식을 먹고 즐거움을 느낄 때에는 곧 나는 음식을 먹고 즐거움을 느낀다고 알고, 음식을 먹고 괴로움을 느낄 때에는 곧 나는 음식을 먹고 괴로움을 느낀다고 알며, 음식을 먹고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음을 느낄 때에는 곧 나는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음을 느낀다고 안다.
  만일 음식을 먹지 않아 괴로움을 느낄 때에는 곧 스스로 나는 음식을 먹지 않아 괴로움을 느낀다고 알고, 음식을 먹지 않아 즐거움을 느낄 때에는 곧 스스로 나는 음식을 먹지 않아 즐거움을 느낀다고 알며, 만일 음식을 먹지 않아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음을 느낄 때에는 곧 스스로 나는 음식을 먹지 않아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음을 느낀다고 안다.
  또 비구들아, 만일 즐거움을 느끼면 그 때에는 괴로움을 느끼지 못하고, 또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도 없다. 그 때에는 내게는 다만 즐거운 느낌만 있다고 안다. 만일 괴로움을 느끼면 그 때에는 즐거운 느낌은 없고, 또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도 없으며, 오직 괴로운 느낌만 있다. 또 비구들아, 만일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음을 느끼면 그 때에는 즐거운 느낌이나 괴로운 느낌은 없고 오직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만 있다.
  또한 느낌이란 무상한 것이며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느낌은 무상한 것이며 변하고 바뀌는 것인 줄을 알기 때문에 이것을 일러 느낌은 큰 걱정거리가 된다고 말한 것이니라.
  어떤 것이 느낌에서 벗어나는 긴요한 방법인가? 만일 능히 느낌을 버리고 여의어서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없애면 그것을 일러 느낌을 버리고 여의었다고 하느니라.
  그런데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느낌에 대해서 느낌에 집착하여 또한 버려 여의지도 못하고, 사실 그대로 알지도 못한다. 이들은 사문도 아니요 바라문도 아니다. 사문으로서 사문의 위의를 알지 못하고 바라문으로서 바라문의 위의를 알지 못하며, 자신의 몸으로 증득하여 스스로 유희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느낌에 대해서 느낌에 집착하지 않고 그것이 큰 걱정거리가 되는 것임을 확실히 알아 능히 그것을 버릴 줄을 안다.
  
[305 / 1393] 쪽
  그들은 사문으로서 사문의 위의를 알고 바라문으로서 바라문의 위의를 알며, 제 자신이 증득하여 스스로 유희한다. 이렇게 하는 것을 일러 느낌을 버려 여의었다고 한다.
  또 비구들아,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으로서 괴로운 느낌과 즐거운 느낌과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을 가르쳐 교화시켜 그것을 행하게 하면 그것은 옳지 못하다.
  그러나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으로서 능히 느낌을 버려 여의고 또한 사실 그대로 알아서 남에게 권유하고 가르쳐서 그것을 멀리 여의게 하면 그것은 진정 옳은 일이다. 이것을 일러 느낌을 버려 여의었다고 하는 것이니라.
  비구들아, 나는 지금 탐욕에 대한 집착과 탐욕의 맛[味欲]과 그런 것들이 큰 걱정거리가 된다는 것과 그것을 버려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말하였고, 또 몸에 대한 집착과 몸의 맛[味色]과 그런 것들이 큰 걱정거리가 된다는 것과 그것을 버려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말하였다. 그리고 느낌에 대한 집착과 느낌의 맛[味痛]과 그런 것들이 큰 걱정거리가 된다는 것과 그것을 버려야 할 것이라는 것에 대하여 말하였다. 모든 여래께서 꼭 행하셨던 것들을 나는 여기에서 다 말해 마쳤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항상 나무 밑이나 비고 고요한 곳에 앉아서 조용히 사유하고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이것이 나의 가르침이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든든하지[牢要] 못한 것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몸뚱이가 든든하지 못하고 목숨이 든든하지 못하며 재물이 든든하지 못한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세 가지 든든하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비구들아, 이 든든하지 못한 세 가지 중에서 마땅히 방편(方便)을 구하여 세 가지 든든한 것을 성취해야 한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든든하지 못한 몸에서 든든한 것을 찾고 든든하지 못한 목숨에서 든든한 것을 찾으며
  
[306 / 1393] 쪽
  든든하지 못한 재물에서 든든한 것을 찾는 것이다.
  어떤 것이 든든하지 못한 몸에서 든든한 것을 찾는 것인가? 겸손하고 공경하고 예배(禮拜)하여 수시(隨時)로 안부를 묻는 것이다. 이것을 일러 든든하지 못한 몸에서 든든한 것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이 든든하지 못한 목숨에서 든든한 것을 찾는 것인가? 선남자(善男子)나 선여인(善女人)이 목숨을 마칠 때까지 살생하지 않는 것이니, 칼이나 몽둥이로 해를 가하지 않고 항상 부끄러워[慚愧]할 줄을 알며 자비심(慈悲心)을 가져 널리 일체 중생들을 생각하는 것이다.
  또 목숨을 마칠 때까지 도둑질하지 않는 것이니, 항상 보시[惠施]를 생각하여 마음에 인색한 생각이 없는 것이다. 또 목숨을 마칠 때까지 음행하지 않는 것이니, 다른 사람과는 관계하지 않는 것이다. 또 목숨을 마칠 때까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니, 항상 진실한 마음으로 세상 사람들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 또 목숨을 마칠 때까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니, 생각이 뒤섞이고 어지럽지 않아 부처님의 금계(禁戒)를 잘 지키는 것이다. 이것을 일러 든든하지 못한 목숨에서 든든한 것을 찾는다고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든든하지 못한 재물에서 든든한 것을 찾는 것인가?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항상 보시하기를 생각하여 사문·바라문이나 여러 가난한 이들에게 베풀어주되, 밥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는 밥을 주고, 음료수[漿]가 필요한 이에게는 음료수를 주며, 의복[衣被]·음식(飮食)·평상[牀敷]·침구[臥具]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醫藥]과 집[舍宅]·성(城) 등 필요로 하는 것을 모두 주면, 이와 같이 하는 것을 든든하지 못한 재물에서 든든한 것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세 가지 든든하지 못한 것에서 세 가지 든든한 것을 찾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몸은 든든하지 못한 것이요
  목숨도 든든하지 못한 것이며
  재물은 줄어들고 없어지는 것임을 알아
  마땅히 든든한 것을 찾아야 하리라.
  
[307 / 1393] 쪽
  사람의 몸은 매우 얻기 어렵고
  목숨도 또한 오래 머물지 않으며
  재물은 사라져 없어지는 것이니
  기쁜 마음으로 보시하기를 생각하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제일가는 덕(德)과 복(福)의 업과
  세 가지 원인과 세 가지 편안함과 구담과
  세 가지 밤[夜]과 병(病)과 악행(惡行)과
  괴로움 없앰과 든든하지 못한 것에 대해 설하셨다.
  
22. 삼공양품(三供養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 사람들이 마땅히 공양(供養)해야 할 사람이 셋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사람인가? 여래·지진(至眞)·등정각(等正覺)께 세상 사람들은 마땅히 공양해야 하고, 여래의 제자로서 번뇌가 다한[漏盡] 아라한(阿羅漢)을 세상 사람들은 꼭 공양해야 하며, 셋째는 전륜성왕(轉輪聖王)을 세상 사람들은 꼭 공양해야 하느니라.
  무슨 인연(因緣)으로 여래를 세상 사람들은 공양해야 하는가? 대개 여래(如來)는 굴복하지 않는 이를 굴복 받으시고, 항복하지 않는 이를 항복 받으시며, 제도되지 못한 이를 제도하시고, 해탈(解脫)하지 못한 이를 해탈하게 하시며, 열반(涅槃)하지 못한 이를 열반하게 하시고, 구호할 이 없는 이를 구호하시며, 장님에게는 눈이 되어 주시고 병든 사람은 구호(救護)하여 주신다. 그는 제일 높고 존귀한 분으로서 마(魔)·마천(魔天)·하늘·사람, 이 가운데에서 가장 높고 존귀한 복밭[福田]이므로 공경할 만하고 귀하게 여길 만한
  
[308 / 1393] 쪽
  분이시다. 사람들을 인도해주시는 분이 되어 바른 길을 알게 하시고 길을 모르는 이에게는 길을 가르쳐주시고 인도해주신다. 이런 인연으로 세상 사람들은 마땅히 여래를 공양해야 하느니라.
  또 무슨 인연으로 여래의 제자로서 번뇌가 다 없어진 아라한을 세상 사람들은 마땅히 공양해야 하는가?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번뇌가 다 없어진 아라한은 나고 죽는 근원을 벗어나서 다시는 몸을 받지 않고, 위없는 법[無上法]을 얻어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어져 완전히 다했기 때문에 그는 세상의 복밭이 된다. 이런 인연으로 번뇌가 없어진 아라한을 세상 사람들은 마땅히 공양해야 하느니라.
  또 무슨 인연으로 전륜성왕을 세상 사람들은 당연히 공양해야 하는가?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전륜성왕은 법으로 다스리고 교화하여 끝내 살생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시켜서 살생하게 하지도 않으며, 제 자신이 직접 도둑질하지 않고 남을 시켜서 도둑질하게 하지도 않으며, 제 자신이 직접 음행하지 않고 남을 시켜서 음행하게 하지도 않으며, 제 자신이 직접 거짓말을 하지 않고 남을 시켜서 거짓말을 하게 하지도 않으며, 제 자신이 직접 이간하는 말을 하여 남을 싸우게 하지 않고 남을 시켜서 이간하는 말을 하게 하지도 않으며, 제 자신이 직접 질투하거나 성내거나 어리석지 않고 남을 시켜서 그런 법을 익히게 하지도 않으며, 제 자신이 바른 소견을 가지고 남을 시켜서 삿된 소견을 가지게 하지 않느니라. 이런 인연으로 전륜성왕을 세상 사람들은 당연히 공양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선근(善根)이 있어 끝[窮]이 없고 다함[盡]이 없이 점점 열반(涅槃)의 세계에 이르게 하느니라.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여래의 처소에서 공덕(功德)을 심는 것이니, 이 선근은 끝이 없고 다함이 없느니라. 또 정법(正法) 가운데에서 공덕을 심는 것이니, 이 선근도 끝이 없고 다함이 없느니
  
[309 / 1393] 쪽
  라. 또 성중(聖衆)에게 공덕을 심는 것이니, 이 선근도 끝이 없고 다함이 없느니라.
  아난아, 이 세 가지 선근은 끝이 없고 다함이 없어서 열반의 세계로 점점 이르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끝이 없고 다함이 없는 복(福)을 얻어야 한다. 아난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7)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느낌[痛]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 느낌인가? 즐거운 느낌과 괴로운 느낌과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이다.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저 즐거운 느낌이라는 것은 애욕의 번뇌[欲愛使]이고, 저 괴로운 느낌이라는 것은 성냄의 번뇌[瞋恚使]이며,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이라는 것은 어리석음의 번뇌[癡使]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방편을 배워서 이 번뇌[使]들을 다 없애야만 한다. 왜냐 하면, 마땅히 스스로 불꽃처럼 치열하게 스스로 그렇게 법을 수행하면 비길 데 없는 법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내가 죽은[滅度] 뒤에 어떤 비구는 스스로 불꽃처럼 치열하게 생각하고 또 그 법을 수행하여 비길 데 없는 법을 얻게 될 것이니 그가 곧 제일가는 성문(聲聞)이리라.
  비구들아, 어떻게 마땅히 스스로 불꽃처럼 치열하게 또 마땅히 스스로 수행하여 수행하는 법을 증득해야만 비길 데 없는 법을 얻게 되는가? 비구들아, 안으로 직접 몸[身]을 관찰하고 밖으로 몸을 관찰하며 안팎으로 몸을 관찰하여 스스로 유희(遊戱)해야 한다. 안으로 직접 느낌[痛]을 관찰하고 밖으로 느낌을 관찰하며 안팎으로 느낌을 관찰해야 한다. 또 안으로 뜻[意]을 관찰하고 밖으로 뜻을 관찰하며 안팎으로 뜻을 관찰해야 한다. 또 안으로 법(法)을 관찰하고 밖으로 법을 관찰하며 안팎으로 법을 관찰하여 스스로 유희해야 하
  
  
7) 이 소경은 『잡아함경(雜阿含經)』 제17권 468번째 소경과 내용이 비슷하다.
[310 / 1393] 쪽
  느니라.
  이와 같나니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불꽃처럼 치열하게 법을 행하여 비길 데 없는 법을 얻어야만 한다. 모든 비구들아, 이 법을 행하면 성문들 중에 제일가는 제자(弟子)가 될 것이다. 이와 같나니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일이 있는데 덮어두면 미묘한데 드러내면 미묘하지 않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 일인가? 첫째는 여인(女人)이니 덮어두면 미묘하지만 드러내면 미묘하지 않다. 둘째는 바라문의 주술(呪術)이니 덮어두면 미묘하지만 드러내면 미묘하지 않다. 셋째는 삿된 소견으로 짓는 업(業)이니 덮어두면 미묘하지만 드러내면 미묘하지 않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세 가지 일이 있는데 덮어두면 미묘하지만 드러내면 미묘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세 가지 일이 있는데 드러나면 미묘하지만 덮어버리면 미묘하지 않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 일인가? 첫째는 해와 달이니 드러나면 미묘한데 덮이면 미묘하지 않다. 나머지는 여래의 법과 말씀이니, 드러나면 미묘하지만 덮여버리면 미묘하지 않다. 비구들아, 이것이 드러나면 미묘하지만 덮여버리면 미묘하지 않다고 한 세 가지 일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여자와 주술과
  삿된 소견으로 짓는 착하지 못한 행(行)
  세상의 이 세 가지 법은
  덮어 숨기면 가장 묘한 것이다.
  
  널리 비추는 저 해와 달과
  
[311 / 1393] 쪽
  
  그리고 여래의 바른 법과 말씀
  세상의 이 세 가지 법은
  드러내야 가장 묘한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여래의 법을 밝게 드러내고 덮어버리지 않게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유위(有爲)와 유의의 모습[有爲相]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생겨나는 현상을 알고 마땅히 변천(變遷)하는 현상을 알며, 장차 반드시 없어질 것임을 아는 것이다.
  어떤 것이 생겨나는 현상을 아는 것인가? 생겨나는 것을 말하나니, 자라고 5음(陰)의 형체[形]를 이루며 모든 지(持)와 입(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생겨나는 현상을 안다고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없어질 것임을 아는 것인가? 죽는 것을 말하나니 목숨은 흘러 머물지 않으며 무상한 것이어서 모든 음(陰)은 다 무너져 흩어지고 친족[宗族]들과도 이별하며, 목숨[命根]이 끊어지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없어질 것임을 안다고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변천하는 현상인가? 이는 빠지고 머리는 희어지며 기운은 다 떨어지고 나이가 들어 몸이 무너지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변화하고 바뀌는 법[變易法]이라고 하느니라.
  비구들아, 이것이 세 가지 유위와 유위의 모습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이 세 가지 유위와 유위의 모습을 잘 분별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와 같이 들었다.
  
 
[312 / 1393] 쪽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세 가지 모양과 세 가지 법이 있는데, 믿고 의지할 만한 것이 아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어리석은 사람은 사유할 만한 것이 아닌 것을 사유하고, 논란하여 말할 만한 것이 아닌 것을 논하여 말하며 행해서는 안 될 것을 닦아 익힌다.
  어떤 것이 어리석은 사람은 사유할 만한 것이 아닌 것을 사유하는 것인가? 어리석은 사람은 마음의 세 가지 행을 곧 생각하고 기억한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어리석은 사람은 남의 재물과 남의 여자에 대해 질투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나쁜 말을 기억해서 미워하는 마음을 일으켜서 '저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모두 나에게 허용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이와 같이 어리석은 사람은 사유할 만한 것이 아닌 것을 사유하느니라.
  어떤 것이 어리석은 사람은 논란하여 말할 만한 것이 아닌 것을 논하는 것인가? 어리석은 사람은 입으로 네 가지 허물을 짓는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어리석은 사람은 항상 거짓말과 꾸밈말과 악한 말과 사람들을 다투게 하는 말을 하기 좋아한다. 이와 같이 어리석은 사람은 입으로 네 가지 허물을 짓느니라.
  어떤 것이 어리석은 사람은 악한 짓을 행하는 것인가? 어리석은 사람은 몸으로 악한 짓을 하면서 언제나 살생(殺生)·도둑질[竊盜]·음행[淫泆]을 늘 생각한다. 이와 같이 어리석은 사람은 악한 짓을 행하느니라.
  이와 같나니 비구들아,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이러한 세 가지 행이 있고, 어리석은 사람은 이러한 세 가지 일을 익히느니라.
  또 비구들아, 지혜로운 이에게도 세 가지 일이 있으니, 항상 생각하고 닦아 실천해야 한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지혜로운 사람은 꼭 사유해야 할 것을 곧 사유하고, 꼭 논하여 말해야 할 것을 곧 논하여 말하며, 꼭 행해야 할 착한 일을 곧 닦고 실천한다.
  어떤 것이 지혜로운 사람은 꼭 사유해야 할 것을 곧 사유하는 것인가?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의 세 가지 행을 생각한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지혜로운 사람은 질투하거나 성내거나 어리석지 않고, 항상 바른 소견을 행하여 남의 재물을 보고도 욕심을 내지 않는다. 이와 같이 지혜로운 사람은 꼭
  
[313 / 1393] 쪽
  생각해야 할 것만을 곧 생각하느니라.
  어떤 것이 지혜로운 사람은 꼭 논해 말해야 할 것을 논하여 말하는 것인가? 지혜로운 사람은 입으로 네 가지 행을 성취한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지혜로운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남을 시켜서 거짓말을 하게 하지도 않으며, 남이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면 마음으로 좋아하거나 기뻐하지 않는다. 이것을 일러 지혜로운 사람은 그 입을 보호한다고 하는 것이다. 또 지혜로운 사람은 꾸밈말·악한 말·남과 다투게 하는 말을 하지 않고, 또한 남을 시켜서 꾸밈말·악한 말·남과 싸우게 하는 말을 하게 하지도 않는다. 이와 같이 지혜로운 사람은 입으로 네 가지 행을 성취하느니라.
  어떤 것이 지혜로운 사람은 몸으로 세 가지 행을 성취하는 것인가? 지혜로운 사람은 몸의 행(行)을 사유하여 범하거나 저촉되는 일이 없다. 그리하여 지혜로운 사람은 제 자신이 직접 살생하지도 않고, 남을 시켜서 살생하게 하지도 않으며, 남이 살생하는 것을 보면 마음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제 자신이 직접 도둑질하지도 않고, 남을 시켜서도 도둑질하게 하지도 않으며, 남이 도둑질하는 것을 보면 마음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또 음행을 하지 않아서 남의 여자를 보아도 음욕의 생각이 일어나지 않고, 또한 남을 시켜서 음행을 행하게 하지도 않는다. 그리하여 가령 늙은 여자를 보면 자기 어머니처럼 생각하고 중년 여자를 보면 누이처럼 생각하며 젊은 여자를 보면 누이동생처럼 생각하여, 마음에 차별[高下]이 없다. 이와 같이 지혜로운 사람은 몸으로 세 가지 행을 성취한다. 이것을 일러 지혜로운 사람의 소행(所行)이라고 하느니라.
  이와 같이 비구들아, 이런 세 가지 유위의 모습이 있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어리석은 사람의 세 가지 행은 항상 버려 여의어야 하고 지혜로운 사람의 세 가지 소행은 잠깐이라도 그만두지 말아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314 / 1393] 쪽
  "여기 세 가지 법이 있다. 그 법은 깨달아 알 수 없고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 나고 죽음을 수없이 겪었으면서도 일찍이 본 일이 없고, 나나 너희들도 일찍이 보았거나 들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성현(聖賢)의 계(戒)를 이르는 말이다. 그 법은 깨달아 알 수 없고 보이거나 들리지도 않으며, 나고 죽음을 수없이 겪었으면서도 일찍이 본 일이 없고, 나나 너희들도 일찍이 보았거나 들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또 성현의 삼매(三昧)와 성현의 지혜(智慧)로도 깨달아 알 수 없고 보이거나 들리지도 않았던 것이다. 만일 지금 나나 너희들이 모두 성현의 계와 성현의 삼매와 성현의 지혜를 다 깨달아 알고, 모조리 다 성취한다면 다시는 몸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 까닭은 이미 나고 죽는 근원을 끊었기 때문이니라.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이 세 가지 법을 기억하여 닦고 실천해야 한다. 이와 같나니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법이 있는데, 그 법은 매우 존중하고 사랑할 만한 것이라서 세상 사람들이 탐(貪)하는 대상이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이른바 젊고 씩씩함이니, 그것은 매우 존중하고 사랑할 만한 것이라서 세상 사람들이 탐하는 대상이다. 다음에는 병이 없는 것[無病]이니, 그것은 매우 존중하고 사랑할 만한 것이라서 세상 사람들이 탐하는 대상이다. 그 다음에는 목숨[壽命]이니 그것은 매우 존중하고 사랑할 만한 것이라서 세상 사람들이 탐하는 대상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매우 존중하고 사랑할 만한 것이라서 세상 사람들이 탐하는 세 가지 법이라고 한다.
  또 비구들아, 비록 그 세 가지 법은 매우 존중하고 사랑할 만한 것이라서 세상 사람들이 탐하는 대상이긴 하더라도, 그러나 다시 존중하고 사랑할 만한 것이 아니라서 세상 사람들이 탐하지 않는 세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첫째는 아무리 젊고 씩씩하더라도 장차 틀림없이 늙을 것이니,
  
[315 / 1393] 쪽
  그 법은 존중하고 사랑할 것이 아니라서 세상 사람들이 탐하지 않는 것이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아무리 병들지 않고 건강하다 하더라도 장차 틀림없이 앓을 때가 있을 것이니, 그 법은 존중하고 사랑할 만한 것이 아니라서 세상 사람들이 탐하지 않는 것이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아무리 수명이 있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것이니, 그 법은 존중하고 사랑할 만한 것이 아니라서 세상 사람들이 탐하지 않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비록 젊고 씩씩하다 하더라도 장차 늙지 않기를 구해 열반의 경계로 나아가야 한다. 또 아무리 병이 없어 건강하다 하더라도 마땅히 방편을 써서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아무리 수명이 있다 하더라도 방편을 써서 목숨이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나니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봄날 하늘에서 큰 우박이 쏟아지는 것처럼, 만일 여래(如來)께서 이 세상에 나오시지 않았다면 중생들이 지옥에 들어가는 것도 그와 같았을 것이다. 그 때에는 지옥에 들어가는 여자의 숫자가 남자보다 많을 것이니, 무엇 때문인가?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세 가지 일 때문에 중생들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세 갈래 나쁜 세계[三惡趣]에 들어간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곧 탐욕(貪欲)과 잠[睡眠]과 들뜸[調戲]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일이 마음을 얽어매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여인은 하루 종일 세 가지 법을 익히면서 스스로 즐긴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이른 아침에는 질투하는 마음으로써 제 자신을 얽어매고, 한낮이 되면 잠으로써 제 자신을 얽어매며, 저물어서는 탐욕의 마음으로써 제 자신을 얽어맨다. 이런 인연 때문에 그 여인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세
  
[316 / 1393] 쪽
  갈래 나쁜 세계에 태어나게 된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꼭 이 세 가지 법 여의기를 생각해야 하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질투와 잠자기와 들뜸과
  그리고 탐욕은 나쁜 법이니
  사람을 지옥으로 끌어들여
  마침내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그러므로 질투와 잠과
  들뜸을 반드시 버려야 하며
  또한 탐욕도 버려야 하나니
  그러한 나쁜 짓을 행하지 말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질투를 여의기를 생각해야 하며, 아끼는 마음을 없애고 언제나 보시를 행해야 할 것이며, 잠에 집착하지 말고 탐욕에 물들거나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같나니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법이 있다. 그것을 익히고 음미하면 만족할 줄 모르게 되고, 또 휴식처(休息處)로 가지 못하게 된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즉 탐욕이니, 만약 어떤 사람이 그것을 익히고 음미하면 조금도 만족할 줄 모르게 되고, 또 만약 어떤 사람이 술 마시기에 익숙해지면 조금도 만족할 줄 모르게 되며, 또 만약 어떤 사람이 잠에 익숙해지면 조금도 만족할 줄 모르게 된다.
  
[317 / 1393] 쪽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만일 어떤 사람이 세 가지 법에 익숙해지면 만족할 줄 모르고, 또 멸진(滅盡)의 처소에 이르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항상 꼭 이 세 가지 법을 버려 여의고 그 세 가지 법을 친근히 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이와 같나니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공양과 세 가지 선근과
  세 가지 느낌과 세 가지 덮고 드러냄과
  모양과 법과 세 가지 깨닫지 못함과
  공경과 봄[春]과 만족할 줄 모름에 대해 설하셨다.
  
 
출처 : 通達無我法者
글쓴이 : 통달무아법자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