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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일아함경 제13권 |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
23. 지주품(地主品) |
[ 1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
그 때 파사닉왕(波斯匿王)이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
"그대들은 빨리 우보(羽寶)로 만든 수레를 장엄(莊嚴)하라. 내가 세존께서 계신 곳을 찾아가 예배하고 문안드리고자 한다." |
그러자 좌우(左右)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우보로 만든 수레를 장엄하고 왕에게 아뢰었다. |
"수레를 다 장엄하였습니다. 지금이 곧 떠나실 때입니다." |
그 때 파사닉왕은 곧 우보로 장엄한 수레를 타고 가는데, 보병(步兵)과 기병(騎兵) 수천 명이 앞뒤로 빙 둘러쌌다. 그들은 사위국을 나가 기원정사(祇園精舍)에 이르러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갔다. 왕법(王法)을 따라 장식했던 다섯 가지 장식인, 일산[蓋]·천관(天冠)·칼[劍]·신[履屣], 그리고 금(金)으로 만든 총채를 제거하여 한쪽으로 치워두고 나서, 세존의 처소로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
그 때 세존께서 그를 위해 심오한 법을 설명하여 그를 기쁘고 즐겁게 해주셨다. 그러자 파사닉왕은 그 설법을 듣고 세존께 아뢰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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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석 달 동안 저의 청을 받아주시고, 비구 스님들도 다른 곳에 있지 말게 해주소서." |
그러자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받아 주셨다. 그 때 왕은 세존께서 잠자코 그 청을 받아들이심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떠나갔다. 그는 사위성으로 돌아가 여러 신하들에게 명(命)하였다. |
"나는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에게 석 달 동안 공양을 올리고, 또 의복[衣被]·음식[飯食]·평상[牀]·침구[臥具]과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醫藥] 등 필요한 물건을 모두 제공하려고 한다. 너희들도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야 할 것이다." |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
"그렇게 하겠습니다." |
그리고 파사닉왕은 궁전 문 밖에 아주 큰 강당(講堂)을 지었는데 매우 특이하고 아름다웠다. 비단으로 된 번기[幡]와 일산[蓋]을 달고 광대들이 풍류를 울리는 등 화려하기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또 온갖 목욕할 못을 만들고 온갖 기름 등불도 준비하였으며, 온갖 종류의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였다. 그런 다음에 파사닉왕은 사람을 보내 세존께 아뢰었다. |
"때가 되었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 집으로 왕림해주소서." |
그러자 세존께서 때가 된 것을 아시고 가사(袈裟)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모든 비구승들을 거느리고 앞뒤로 빙 둘러싸인 채, 사위성으로 들어가 그 강당에 이르러 자리에 앉으셨다. 비구승들도 각각 차례를 따라 앉았다. |
그 때 파사닉왕은 많은 궁녀들을 거느리고 나와 손수 음식을 돌리고 필요한 물건을 공급했다. 그렇게 석 달 동안 모자라는 것이 없이 의복·음식·평상·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을 지급하였다. |
세존께서 공양을 마치신 것을 본 왕은 갖가지 꽃을 가져다가 세존과 비구스님들 위에 뿌리고, 또 조그만 의자를 가져다 놓고 여래의 앞에 앉아 아뢰었다. |
"저는 전에 부처님으로부터 인연(因緣)의 본말(本末)에 대하여 설법하신 것을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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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생(畜生)들에게 음식을 준 이는 그 백 갑절의 복을 받고, 계(戒)를 범한 이에게 음식을 준 이는 그 천 갑절의 복을 받으며, 계를 잘 지키는 이에게 음식을 준 이는 그 만 갑절의 복을 받고, 탐욕[欲]을 끊은 선인(仙人)에게 음식을 준 이는 그 억 갑절의 복을 받으며, 수다원(須陀洹)으로 향(向)하는 이에게 음식을 준 이까지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복을 받는데, 하물며 수다원을 성취한 분에게 음식을 준 사람이겠는가? 더구나 사다함(斯陀含)으로 향하고 사다함의 도(道)를 얻은 사람이나, 아나함(阿那含)으로 향하고 아나함의 도를 얻은 사람이나, 아라한(阿羅漢)으로 향하고 아라한의 도를 얻은 사람이나, 벽지불(辟支佛)로 향하고 벽지불이 된 사람이나, 여래(如來)·지진(至眞)·등정각(等正覺)으로 향하는 이나 부처님이 된 분과 그 밑의 제자 비구들이겠는가? 그들에게 보시한 공덕과 복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
그래서 저는 지어야 할 공덕(功德)을 지금 다 마쳤습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대왕이여, 그런 말은 하지 마십시오. 복을 짓는 데는 만족이라는 것이 없는데, 어찌하여 지어야 할 일을 오늘 다 마쳤다고 그런 말을 하십니까? 왜냐 하면, 나고 죽음은 길고도 아득해 이루 다 헤아릴 기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대왕이여, 아주 먼 옛날에 지주(地主)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 왕이 이 염부리(閻浮里 : 南贍部洲)의 땅을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그 왕에게는 선명(善明)이라고 하는 신하가 있었는데, 그는 젊을 때부터 왕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면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 때 그 왕은 염부리의 국토의 절반을 나누어주고 그 신하에게 다스리라고 하였습니다. |
그 작은 왕 선명은 성을 쌓았는데 동서(東西)의 길이가 12유순(由旬)이었고, 너비는 7유순이었으며, 토지는 기름졌고 백성도 아주 많았습니다. 그 때 그 성의 이름은 원조(遠照)라고 하였으며, 선명왕은 일월광(日月光)이라고 하는 첫째 부인을 맞이했습니다. 그 부인은 키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았고, 살지지도 않고 여위지도 않았으며,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았고, 얼굴 모습은 단정하여 세상에 보기 드문 미인이었습니다. 입에서는 우발화(優鉢華) 향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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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났고 몸은 전단향(栴檀香)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며칠이 안 되어 그 부인은 아기를 배었는데, 그 부인이 왕에게 가서 말하였습니다. |
'저는 지금 아기를 배었습니다.' |
그러자 왕은 그 말을 듣고는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고, 곧 좌우에 명하여 편안하기 견줄 데 없는 좌구(坐具)를 만들게 하였습니다. 부인은 아기를 밴 후 달이 차서 한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아이가 나올 때가 되자 염부리 경내는 온통 금빛으로 환하게 빛났습니다. 그 아이의 얼굴 모습은 단정(端正)하였고 온몸에 32상(相)을 갖추었으며 몸은 온통 금빛이었습니다. 선명 대왕은 그 태자를 보고 기뻐 어쩔 줄 몰라하면서 한량없이 좋아하였습니다. 왕은 곧 여러 스승인 바라문(婆羅門)과 도사(道士)들을 부르고 몸소 태자를 안고 나아가 아기의 관상을 보라고 하면서 말하기를, '나는 지금 이 아이를 낳았다. 그대들은 이 아이의 관상을 보고 곧 이름을 지어라'라고 하였습니다. 그 때 여러 관상가[相師]들은 왕의 분부를 받고 제각기 아이를 안고 그 얼굴 모습을 관찰하고 나서 모두 아뢰었습니다. |
'성왕(成王)이시여, 이 태자는 단정하기 비길 데 없습니다. 모든 감각기관[根]은 결함이 없고 32상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왕자(王子)에게는 두 길이 있습니다. 만일 장차 세간에 있으면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어 7보를 원만하게 갖추게 될 것입니다. 그 7보는 윤보(輪寶)·상보(象寶)·마보(馬寶)·주보(珠寶)·옥녀보(玉女寶)·거사보(居士寶)·전병보(典兵寶)이니 이 일곱 가지를 말합니다. |
또 천 명의 아들도 두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용맹스럽고 굳세어 많은 적(敵)을 물리칠 것이요, 이 천하에서는 무기를 쓰지 않고도 모두 저절로 항복해오게 될 것입니다. 또 만일 이 왕자가 출가하여 도(道)를 닦으면 위없는 바른 깨달음[無上正覺]을 이루어, 그 명성(名聲)과 덕망(德望)이 멀리 퍼져 온 세계에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이 왕자가 태어나던 바로 그 날 광명(光明)이 멀리 비치었으니, 이 왕자의 이름은 등광(燈光)이라고 하소서.' |
여러 관상가들은 이미 그렇게 이름을 지어주고는 각기 그 자리에서 물러나 가버렸습니다. |
그러자 왕은 하루 종일 태자를 안고 앉아서 잠깐도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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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왕은 그 태자를 위해 세 개의 강당을 지어 가을과 겨울과 여름에 그 계절에 따라 알맞도록 하였으며, 궁인(宮人)들과 채녀(婇女)들을 궁전 안에 많이 두어 태자로 하여금 그 속에서 놀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왕태자(王太子)는 나이 29살 되던 때에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려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 태자는 그 날로 출가하여 바로 그 날 밤에 부처가 되었습니다. 그 때 염부리 사람들은 모두 그 왕태자가 출가하여 도를 배워 그 날로 바로 부처가 되었다는 말을 들어 알게 되었습니다. |
부왕(父王)은 이른 아침에 왕태자가 출가하여 도를 닦아 그 날 밤에 부처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때 그 부왕은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
'어젯밤에 나는 여러 하늘들이 허공에서 훌륭하다고 칭찬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틀림없이 좋은 징조이지 나쁜 소식은 아닐 것이다. 내가 지금 가서 보리라.' |
왕은 곧 40억 남녀들에게 빙 둘러싸인 채 등광(燈光) 여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갔다. 그곳에 이르러서 왕은 여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고, 40억 명의 대중들도 여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습니다. |
그 때 여래께서는 부왕과 40억 명의 대중들을 위해 점차 묘(妙)한 논(論)에 대하여 말씀하셨습니다. 그 논은 곧 보시론(布施論)·계율론(戒律論)·생천론(生天論)을 일컫는 것이었고, 또 '애욕(愛欲)은 더러운 것이요, 번뇌[漏]는 깨끗하지 못한 행(行)이다. 그러므로 출가하는 것이 요긴한 일이며 청정(淸淨)한 과보(果報)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
그 때 여래께서는 중생들의 심성이 부드러워졌음을 관찰하시고, 모든 불여래(佛如來)께서 늘 말씀하셨던 법(法)인 괴로움[苦]과 괴로움의 발생[集]과 괴로움의 소멸[盡]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의 뜻에 대하여 저 40억 명의 대중들에게 널리 말씀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그 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든 번뇌[塵垢]가 다하고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었습니다. |
그 때 40억 명의 대중들이 등광 여래에게 아뢰었습니다. |
'저희들도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를 원합니다.' |
대왕께서는 그 때 저 40억 명의 대중들이 모두 출가하여 도를 배워, 그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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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아라한이 되었다는 것을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
그 때 등광 여래는 40억 명의 대중을 거느리고 계셨는데, 그들은 모두 아라한[無着]들이었습니다. 그들이 국경을 유행할 때, 그 나라의 백성들이 모두 의복·음식·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 네 가지를 공양하여 조금도 부족한 것이 없게 하였습니다. |
그 때 지주 대왕은 자신의 아들 등광이 위없이 바르고 참된 등정각[無上正眞等正覺]을 성취하여, 40억 명의 대중들을 거느렸는데 그들은 다 아라한으로서 그 나라를 유행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생각하였습니다. |
'나는 지금 마땅히 사신을 보내 여래께서 여기에 와서 유람하면서 교화해달라고 청하리라. 만일 오신다면 내 본래 소원을 이룰 것이요, 오시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가서 예배하고 꿇어앉아 문안을 드리리라.' |
그리고 곧 한 신하에게 명령하였습니다. |
'너는 저곳에 가서 여래께 문안을 드리되, 내 이름으로 여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한 뒤에 (기거하시기에 경쾌하고 다니시기에 편하고 건강하십니까?)라고 하고 나서, 왕 지주(地主)가 여래께 문안드리오니 (기거하시기에 경쾌하고 다니시기에 편하고 건강하십니까?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우리나라에 왕림하소서)라고 말하라.' |
그 때 그 사람은 왕의 분부를 받고 그 나라로 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
'대왕 지주는 여래의 발에 예배하고 문안드립니다. 예를 마치고는 (기거하시기에 경쾌하고 다니시기에 편하고 건강하십니까?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우리나라에 왕림해 주십시오)라고 하나이다.' |
그러자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받아주셨습니다. |
그 때 등광 여래는 대중들을 데리고 차츰차츰 인간 세상을 유행하시면서, 대비구(大比丘)들 40억 명과 함께 계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르는 곳마다 공경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의복·음식·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들을 모두 바쳤습니다. 점점 나아가 지주왕의 나라에 이르렀을 때 지주 대왕은 등광 여래께서 대비구 40억 명을 데리고 그 나라에 와서 그 나라 북쪽에 있는 바라(婆羅) 동산에서 계신다는 말을 듣고 '내가 직접 가서 맞이하리라'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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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지주 대왕은 다시 40억 명의 대중들을 거느리고 등광 여래의 처소를 찾아갔습니다. 그곳에 이르자 그는 여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고, 40억 명의 대중들도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습니다. |
그 때 등광 여래는 그 왕과 40억 명의 대중들을 위해 묘한 논에 대하여 말씀해주셨는데, 그 논은 곧 보시론·계율론·생천론을 말하는 것이며, 또 '애욕은 더러운 것이요, 번뇌[漏]는 깨끗하지 못한 행이므로 출가하는 것이 요긴한 일이며 청정한 과보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때 여래께서는 중생들의 심성이 부드러워졌음을 관찰하고, 모든 불여래께서 늘 말씀하셨던 법인 괴로움·괴로움의 발생·괴로움의 소멸·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저 40억 명의 대중들에게 널리 말씀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그 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든 번뇌가 다하고 법안이 깨끗하게 되었습니다. |
그 때 40억 명의 대중들이 등광 여래께 아뢰었습니다. |
'저희들도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를 원합니다.' |
대왕께서는 그 때 그 40억 명의 대중들은 모두 출가하여 도를 배워, 그 날로 아라한이 되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
그 때 지주 국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떠났습니다. 그러자 모두 아라한이었던 80억 명의 등광 여래 제자 대중들은 그 나라를 유행할 때 그 나라 백성들은 의복·음식·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의 네 가지를 공양하였는데, 이런 것들을 낱낱이 공급해주되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였습니다. |
지주 국왕은 또 다른 때에 여러 신하들을 데리고 그 여래의 처소를 찾아가서 여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는데, 그 때 등광 여래께서는 그 국왕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해주셨습니다. 그러자 지주 대왕이 여래에게 아뢰었습니다. |
'오직 원하건대 세존이시여, 제 목숨[形壽]이 다할 때까지 제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또 비구 스님들에게도 의복·음식·평상·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들을 공급해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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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등광 여래께서는 잠자코 그 왕의 청을 받아 주셨고, 왕은 부처님께서 잠자코 받아 주시는 것을 보고 거듭 세존께 아뢰었습니다. |
'저는 지금 세존께 한 소원이 있나이다. 부디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습니다. |
'여래의 법은 그 소원보다 더 훌륭합니다.' |
왕이 세존께 아뢰었습니다. |
'제가 지금 청하는 소원은 매우 깨끗하고 미묘한 것입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습니다. |
'그 청하는 소원이 무엇이기에 깨끗하고 미묘하다고 합니까?' |
왕이 세존께 아뢰었습니다. |
'제 생각에는 오늘은 여러 스님들께 한 그릇의 밥을 드리고, 내일은 또 다른 그릇을 사용하여 밥을 드리며, 오늘은 여러 스님들께 한 가지 옷을 입히고 내일은 다시 다른 옷을 갈아 입히며, 오늘은 여러 스님들을 한 종류의 자리에 앉으시게 하고 내일은 다시 다른 자리에 앉으시게 하며, 오늘은 여러 스님들에게 심부름할 사람을 주어 심부름을 시키게 하고 내일은 다시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보내서 심부름을 시키게 하는 것입니다. 제가 청하는 소원은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
등광 여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
'왕의 소원대로 하십시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
그러자 지주 대왕은 기뻐하여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습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여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곧 물러나 떠났습니다. |
그는 궁중으로 돌아와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습니다. |
'나는 오늘부터 목숨을 마칠 때까지 등광 여래·지진·등정각과 또 비구 스님들께 의복·음식·평상·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을 공양하려고 한다. 너희들도 마땅히 서로 권장하고 마음을 내어 내가 준비하는 것을 도와야 할 것이다.' |
신하들이 모두 대답하였습니다. |
'대왕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
왕은 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 1유순쯤 떨어진 곳에 집을 지은 뒤에 채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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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써서 무늬를 새기고 그림을 그리고, 다섯 가지 빛깔의 비단 번기와 일산을 달고 광대들을 시켜 음악을 연주하게 하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목욕할 못을 수리하고 밝은 등불과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앉을 방석을 깔아놓고는 사람을 보내 아뢰었습니다. |
'때가 되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바라옵건대 부디 세존께서는 제 집으로 오십시오.' |
그 때 등광 여래께서는 이미 때가 된 것을 아시고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인 채 그 강당으로 가시어 각각 제 자리에 나아가 앉았습니다. 지주 대왕은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이 자리에 다 앉은 것을 보고, 궁인(宮人)들과 시녀들과 여러 대신들을 거느리고 나와 손수 짐작(斟酌)하여 온갖 맛있는 음식을 돌렸습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그 때 지주 국왕은 7만 년 동안 등광 여래와 80억 대중이나 되는 모든 아라한들을 공양하면서도 일찍이 게으름을 피거나 중단한 적이 없었습니다. |
그 때 여래께서 교화를 마치시고 곧 무여열반(無餘涅槃)의 경계에 들어가 반열반(般涅槃)하셨습니다. 그 때 지주 대왕은 온갖 종류의 숱한 향과 꽃을 공양하고, 네 거리 길에 네 개의 절[廟寺]을 세우고는 금·은·유리·수정 등 7보로 꾸미고, 비단 번기와 일산을 달았습니다. 그리고 저 80억 명의 대중들도 점점 무여열반의 경계로 들어가 반열반하였습니다. 그러자 지주대왕은 80억 대중들의 사리(舍利)를 거두어 각각 절을 짓고 비단 번기와 일산을 달고 향과 꽃을 공양하였습니다. |
대왕께서는 꼭 알아야만 합니다. 그 때 지주 대왕은 다시 등광 여래께서 계시는 절과 80억 아라한들이 있는 절에 공양하였습니다. 그 뒤에 다시 7만 년을 지내는 동안 수시로 공양하고 등불을 켜고 꽃을 뿌리고 비단 번기와 일산을 달았습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등광 여래께서 남겨주신 법이 다 없어진 뒤에야 그 왕은 비로소 열반[滅度]에 들었습니다. |
그 때의 그 지주 대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습니까? 그렇게 보시면 안됩니다. 왜냐 하면, 그 때 그 지주 대왕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대 자신은 그 때 7만 년 동안 의복·음식·평상·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들을 그 부처님께 공양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했었고, 그 부처님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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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열반하신 뒤에 다시 7만 년 동안은 그 형상과 사리에 공양하고, 향을 사르고 등불을 켜고 비단 번기와 일산을 달아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였습니다. |
그러나 그대 자신은 그 때 그렇게 한 공덕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나고 죽는 속에 있으면서 이러한 복을 받기만 바라고 해탈하기를 구하지는 않았었습니다. 대왕께서는 꼭 알아야만 합니다. |
'그 때 지녔던 복덕(福德)이 아직도 남아 있는가?' |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내가 오늘날 그 복을 관찰해보면 털끝만큼도 남은 것이 없습니다. 왜냐 하면 나고 죽음은 길고도 아득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니, 그 동안 그 복을 다 누렸고 지금은 털끝만큼도 남은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대왕께서는 '내가 지어야 할 복(福)을 오늘 다 마쳤다'라는 그런 말을 하지 마십시오. |
그보다도 대왕께서는 마땅히 이렇게 말해야만 합니다. |
'나는 지금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모든 행으로 해탈을 구하기를 다해야 하리니, 나고 죽는 속에 있으면서 거기에서의 복업(福業)을 구하지 않으면 곧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이 안온하리라.'" |
그 때 파사닉왕은 갑자기 두려워져 온 몸의 털이 곤두서고 슬픔과 울음이 뒤엉켰다. 그는 손으로 눈물을 훔치면서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서 자신의 잘못을 털어놓았다. |
"이 미련한 것이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 뉘우침을 받아 주소서. 저는 지금 온 몸을 땅에 던져 지나간 잘못을 고치고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세존께서는 제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
이와 같이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였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장하십니다. 대왕이여, 지금 여래의 앞에서 잘못을 뉘우치면서 지난 잘못을 고치고 미래를 다짐하시니 나는 지금 확실히 당신의 참회(懺悔)를 받아들이겠습니다. 다시는 죄를 짓지 마십시오." |
그 때 그 대중들 가운데 가전연(迦旃延)이라는 비구니가 있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아뢰었다. |
"지금 세존께서 하신 말씀은 매우 미묘(微妙)합니다. 또 세존께서는 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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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왕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
'대왕은 꼭 알아야만 합니다. 나는 지금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모든 행으로 해탈을 구하기를 다해야 하리니, 나고 죽는 속에 있으면서 거기에서의 복업(福業)을 구하지 않으면 곧 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이 안온할 것입니다.' |
왜냐 하면 저는 스스로 과거 31겁(劫) 동안의 일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 식힐(式詰 : 尸棄) 여래·지진·등정각께서 세상에 출현(出現)하셨는데, 그 분은 명행성위(明行成爲)·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도법어(道法御)·천인사(天人師)이시며 불중우(佛衆祐)라고 호칭하는 분으로서, 야마(野馬) 세계에 유행하시고 계셨습니다. |
그 때 그 부처님께서는 때가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야마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셨습니다. 그 때 그 성에는 순흑(純黑)이라고 하는 심부름꾼이 있었습니다. 그 심부름꾼은 여래께서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와 걸식하시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
'지금 여래께서 성에 들어오신 것은 틀림없이 음식이 필요해서일 것이다.' |
그는 곧 집에 들어가 음식을 가지고 와서 여래께 바치면서 이렇게 발원하였습니다. |
'나는 이 공덕을 지녔기 때문에 세 갈래 나쁜 세계에는 떨어지지 않고, 또 미래 세상에도 분명 이런 성인을 만나게 될 것이며, 또한 그 성인이 나를 위해 설법해주실 터이니, 그 때 해탈을 얻게 하여지이다.' |
세존과 파사닉왕은 다 아실 것입니다만 그 때 그 심부름꾼 순흑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마소서. 왜냐 하면 그 때의 순흑은 바로 저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때 식힐 여래의 앞에서 이런 서원을 하였습니다. |
'미래 세상에 이런 성인을 만나고, 그 성인이 저를 위해 설법할 때에 해탈을 얻게 하여지이다.' |
이런 서원을 세웠기 때문에 저는 31겁 동안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늘 하늘과 인간 세계에 태어났으며, 최후(最後)로 지금 이 몸을 받아 이렇게 성존(聖尊)을 만났고, 출가하여 도를 배워 모든 번뇌를 없애고 아라한이 된 것입니다. 또 세존의 말씀은 지극히 미묘하시니, 파사닉왕에게 이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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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말씀하셨습니다. |
'몸과 입과 뜻으로 지은 많은 행(行)으로 해탈을 구하기를 다하고, 나고 죽는 속에 있으면서 거기에서의 복업(福業)을 구하지 말아야 합니다.' |
제가 만일 비구·비구니·우바새(優婆塞)·우바이(優婆夷)로서 오직 기쁜 마음으로 여래를 향하는 이를 보면 저는 곧 이렇게 생각하겠습니다. |
'이 모든 어진 사람들은 마음 씀은 있지만 아직 여래를 존경하고 받들어 공양하지는 못한다.' |
또 제가 만일 사부대중을 보면 곧 가서 말하겠습니다. |
'여러 어진 이들이여, 그대들은 무슨 물건이 필요합니까? 가사입니까, 발우입니까? 니사단(尼師檀)입니까, 바늘통[針筒]입니까? 세숫대야[澡罐]입니까, 그 밖의 사문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기구[什物]입니까? 나는 무엇이든 다 공급해드리겠습니다.' |
저는 이미 그렇게 하기로 다짐하고 여러 곳으로 다니면서 구걸하겠습니다. 그래서 만일 내가 그것을 얻으면 이는 큰 다행일 것이요, 만일 얻지 못하면 울단월(鬱單越)·구야니(瞿耶尼)·불우체(弗于逮) 등을 돌아다니면서 그것을 구해와서 공급해주겠습니다. 왜냐 하면 이는 다 사부대중들로 하여금 열반의 길을 얻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
그 때 세존께서 가전연 비구니의 마음을 관찰해보시고 곧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너희들은 혹 이러한 신심(信心)의 해탈을 지닌 가전연 비구니 같은 이를 본 적이 있느냐?" |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
"보지 못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내 성문 제자 중 제일가는 비구니로서 신해탈(信解脫)을 얻은 이는 바로 가전연 비구니이다." |
그 때 가전연 비구니와 파사닉왕, 그리고 사부대중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30 / 1393] 쪽 |
[ 2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 기사굴산(耆闍堀山)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
그 때 존자 바구로(婆拘盧)는 어떤 산모퉁이에서 헌 옷을 깁고 있었다. |
그 때 석제환인(釋提桓因)이 멀리서 존자 바구로가 어떤 산모퉁이에서 헌 옷을 깁고 있는 것을 보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
'이 존자 바구로는 이미 아라한이 되어 모든 결박이 벌써 풀렸고 한량없이 장수하며, 항상 제 자신을 항복 받고 비상(非常 : 無常)·괴로움[苦]·공(空)·비신(非身 : 無我)을 생각하여 세상일에 집착하지 않으며, 또한 다른 사람에게 설법하지 않고 잠자코 자기 몸만 닦는 것이 마치 저 외도들의 수행과 같다.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저 존자가 과연 다른 사람에게 설법하는 일을 감당해낼 수가 있을까? 내가 지금 가서 그를 시험해 보리라.' |
그 때 천제석(天帝釋)은 곧 삼십삼천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더니 기사굴산에 내려와 존자 바구로 앞에 나타나, 그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 때 석제환인이 곧 이 게송을 설하였다. |
지혜로운 이 찬탄하여 말하나니 |
어찌하여 그 법을 설명하지 않습니까? |
결박 끊고 거룩한 행 이루었으면서 |
어찌하여 그저 잠자코 머물러 계십니까? |
그 때 존자 바구로도 또한 이런 게송으로 석제환인에게 대답하였다. |
부처님과 또 사리불(舍利弗)과 |
아난(阿難)과 균두반(均頭槃)과 |
그리고 여러 존장들 있어 |
묘한 법을 잘 연설하고 있기 때문이네. |
[331 / 1393] 쪽 |
그 때 석제환인이 존자 바구로에게 아뢰었다. |
"중생들의 근기(根器)는 참으로 다양합니다. 그러나 존자께서는 꼭 아셔야만 합니다. 세존께서도 중생들의 종류는 이 땅덩이의 흙보다 더 많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존자 바구로께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설법하지 않습니까?" |
바구로가 대답하였다. |
"중생들의 종류는 다 깨달아 알기 어렵고 세계의 온갖 나라들도 모두 똑 같지 않습니다. 그들은 다 내 것[我所]과 내 것이 아니다[非我所]라고 하는 데에 집착하고 있다. 나는 지금 그 이치를 다 관찰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에게 설법하지 않는 것입니다." |
석제환인이 말하였다. |
"원컨대 존자께서는 저를 위해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하여 그 이치를 설명하여 주십시오." |
존자 바구로가 말하였다. |
"나는 사람의 수명(壽命)에 대하여 남자·여자 등 사람의 종류라면 누구나 다 이 목숨을 의지해서 존재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 또 구익(拘翼)이여, 세존께서도 또 말씀하시기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만 하느니라. 항상 스스로 치열하게 힘써 삿된 법을 일으키지 말고, 또 성현의 침묵[默然]을 배워야 하느니라'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그 이치를 관찰하였기 때문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
그 때 석제환인은 멀리서 세존께서 계신 곳을 향해 합장하고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
10력을 가지신 존귀한 분께 귀의하나니 |
원만하게 빛나 그 광명은 가리움이 없네. |
모두가 일체 중생을 위하는 것이니 |
이야말로 참으로 기이하고 특별하네. |
존자 바구로가 대답하였다. |
[332 / 1393] 쪽 |
"어찌하여 제석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특별합니다." |
석제환인이 말하였다. |
"나는 기억합니다. 옛날에 나는 세존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 그 발에 예배하고 이런 이치를 물었습니다. |
'하늘이나 사람의 무리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
그 때 세존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
'이 세계의 많은 종류들이 제각기 달라서 그 근원이 똑같지 않느니라.' |
저는 그 말을 듣고 조금 있다가 대답하였습니다. |
'그렇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습니다. 세계의 많은 종류들은 제각각이어서 똑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일 저 중생들을 위해 설법해 주시면 모두 그것을 받들어 가져 좋은 과(果)를 성취하는 이가 있을 것입니다.' |
그러므로 저는 '그것은 매우 기이하고 특별한 일이다'라고 말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존자 바구로께서도 또한 그와 같이 세계의 많은 종류들은 제각각이어서 똑같지 않다고 말하십니다." |
그 때 석제환인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
'이 존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충분히 설법할 수 있는 분이다. 설법할 능력이 없지 않다.' |
그리고 석제환인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
그 때 석제환인은 존자 바구로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3 ]1)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점파국(占波國)2)의 뇌성(雷聲) 못가에 계셨다. |
1)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것으로는 『중아함경』 제29권 123번째 소경인 「사문이십억이경(沙門二十億耳經)」과 『잡아함경』 제9권 254번째 소경인 「이십억이경(二十億耳經)」이 있다. |
2) 팔리어로는 camp 라고 하며, 첨파(瞻波)국이라고도 한다. 한역하여 무승(無勝)이라고도 하는데, 인도 16대국 가운데 하나로 중인도 긍가(恆伽) 못 주변에 위치해 있었으며, 도성(都城)을 또한 점파(占波)라고 하였다. |
[333 / 1393] 쪽 |
이 때 존자 이십억이(二十億耳)는 어떤 고요한 곳에서 스스로 법의 근본을 닦아 12두타(頭陀)의 행법(行法)을 버리지 않고, 밤낮으로 경행(經行)하면서 37도품(道品)의 가르침에서 떠나지 않았다. 앉거나[坐] 다니거나[行] 간에 항상 바른 법을 닦고, 초저녁이나 밤중이나 새벽이나 늘 스스로 격려하여 잠깐도 쉬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욕루(欲漏)의 법에서 마음이 해탈하지 못하였다. |
그 때 존자 이십억이는 경행하던 곳에서 다리를 다쳐 피가 흘러 온 길에 낭자했다. 비유하면 마치 소를 잡은 곳에서 흘러내린 피를 까막까치가 먹는 것과 같았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욕루의 마음에서 해탈하지 못하였다. |
그 때 존자 이십억이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
'석가문(釋迦文)부처님의 제자로서 고행(苦行) 정진(精進)하는 이들 중에 내가 제일이다. 그런데도 나는 오늘날까지 번뇌의 마음[漏心]에서 해탈하지 못하였다. 게다가 우리 집은 재산도 많고 보배도 넉넉하다. 나는 차라리 이 가사를 벗어버리고 세속 사람으로 되돌아가 집안의 재물을 가지고 널리 보시하는 것이 낫겠다. 사문 노릇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
그 때 세존께서 멀리서 이십억이가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 곧 허공을 날아 그가 경행하는 곳으로 가서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그 때 존자 이십억이가 부처님의 처소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러자 세존께서 이십억이에게 물으셨다. |
"너는 전에 어떤 이유로 '석가문(釋迦文)부처님의 제자로서 고행 정진하는 이들 가운데서는 내가 제일이다. 그런데도 나는 오늘날까지 번뇌의 마음에서 해탈하지 못하였다. 게다가 우리 집은 재산도 많고 보배도 넉넉하다. 나는 차라리 이 가사를 벗어버리고 세속 사람으로 되돌아가 집안의 재물을 가지고 널리 은혜나 베푸는 것이 낫겠다. 사문 노릇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느냐?" |
이십억이가 대답하였다. |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나는 지금 너에게 도로 물으리니, 네 마음 내키는 대로 나에게 대답하여 |
[334 / 1393] 쪽 |
라. 어떠냐? 이십억이야, 너는 본래 세속 집에 있을 때에 거문고를 잘 탔느냐?" |
이십억이가 대답하였다. |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본래 속가 집에 있을 때에 거문고를 잘 탔었습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어떠냐? 이십억이야, 만일 거문고 줄을 너무 죄면 그 소리가 고르지 못할 터인데, 그 때에도 거문고 소리를 잘 나게 탈 수 있었느냐?" |
이십억이가 대답하였다. |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어떠냐? 이십억이야, 만일 거문고 줄을 다시 느슨하게 하면 그 때에도 거문고 소리를 잘 나게 탈 수 있었느냐?" |
이십억이가 대답하였다. |
"아닙니다, 새존이시여."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어떠냐? 이십억이야. 만일 거문고 줄을 너무 죄지도 않고 너무 늦추지도 않으면, 그 때에는 거문고 소리를 잘 나게 탈 수 있었느냐?" |
이십억이가 대답하였다. |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거문고 줄을 너무 죄지도 않고 너무 늦추지도 않으면 그 때는 거문고소리를 잘 나게 탈 수 있었습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공부하는 일도 그와 같다. 너무 지나치게 정진(精進)하면 그것은 마치 조롱하고 장난치는[調戱] 것과 같고, 게을리 하면 삿된 소견에 떨어지게 된다. 만일 그 중간에 있으면 그것이 최상의 행(行)이다. 그렇게 하면 오래지 않아 마땅히 번뇌가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니라." |
그 때 세존께서 이십억이와 비구들에게 미묘한 법을 설명하시고 나서 뇌음못가로 돌아가셨다. |
그 때 존자 이십억이는 세존의 가르침을 생각하여 잠깐도 게을리 하지 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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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서 그 법을 수행하였다. 좋은 집안 자제가 출가하여 도를 배울 때처럼, 수염과 머리를 깎고 위없는 범행(梵行)을 닦았다. 그래서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다 마쳐 다시는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아 존자 이십억이는 곧 아라한(阿羅漢)이 되었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내 성문(聲聞)들 중에서 정진 고행으로 제일가는 제자는 바로 이 이십억이 비구이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4 ]3)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사위성에 살고 있던 바제(婆提) 장자는 우연히 병이 들어 목숨을 마쳤다. 그런데 그 장자는 자식이 없어 그가 가지고 있던 재보(財寶)는 모두 국가에 귀속되었다. |
그 때 파사닉왕이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
그 때 세존께서 왕에게 물었다. |
"대왕이여, 무슨 일로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나의 처소에 오신 것입니까?" |
파사닉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
"이 사위성 안에 살고 있던 바제 장자가 오늘 죽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자식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직접 가서 그가 가지고 있던 재산과 보물을 거두어 국가에 귀속시켰습니다. 순금(純金)이 8만 근(斤)이나 되었으니, 하물며 그 밖의 다른 물건들이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 장자가 세상 |
3)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것으로는 『잡아함경』 제46권 1,233번째 소경인 「명종경(命終經)」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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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살아 있었을 때에는 그가 먹는 음식은 매우 거칠고 부드럽지 못했고, 그가 입은 옷은 때가 묻어 더러웠으며, 그가 타고 다니던 말은 매우 여위고 약했었습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대왕께서 하신 말씀과 같습니다. 대개 인색하고 탐욕이 많은 사람은 재물을 많이 가지고도 잘 먹지 못하는 법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부모·처자·하인[僕從]·종[奴婢]들에게도 베풀지 않으며, 또한 벗[朋友]이나 지식(知識)에게도 주지 못하고, 또한 사문(沙門) 바라문(婆羅門)이나 모든 어른들에게도 베풀어주지 못합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선비는 재물을 얻으면 곧 능히 보시하여 널리 구제하고, 조금도 그 재물을 아까워하지 않으며, 사문 바라문이나 덕이 높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급한답니다." |
그러자 파사닉왕이 물었다. |
"이 바제 장자는 지금 죽어서 어디에 태어났습니까?"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저 바제 장자는 죽어서 체곡(涕哭)이라고 하는 큰 지옥에 태어났습니다. 왜냐 하면 선근(善根)을 끊은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체곡 지옥에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
파사닉왕이 말하였다. |
"저 바제 장자는 선근을 끊은 사람입니까?"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왕께서 하신 말씀과 같습니다. 그 장자는 선근을 끊었습니다. 그런데다가 그 장자는 과거에 지었던 복도 이미 다하고 없건만 다시 새로운 복(福)도 짓지 않았습니다." |
파사닉왕이 말하였다. |
"그 장자에게 혹 남은 복이 있습니까?"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없습니다. 대왕이여, 털끝만큼도 남아있는 것이 없습니다. 비유하면 마치 저 농부가 오로지 거두어들이기만 하고 씨를 뿌리지 않아서 곤궁하게 살다가 목숨을 마치는 경우와 같습니다. 왜냐 하면 다만 예전에 지었던 양식은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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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졌고 다시 새로운 양식은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니, 이 장자도 그와 같이 다만 예전에 지었던 복을 먹어 없애기만 하고 새로운 복은 짓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장자는 오늘 밤에 틀림없이 체곡 지옥에 있을 것입니다." |
그 때 파사닉왕은 갑자기 두려움이 생겨 눈물을 닦으면서 말하였다. |
"그 장자는 옛날 무슨 공덕의 복업(福業)을 지었기에 부잣집에 태어났으며, 또 무슨 착하지 않은 근본을 지었기에 지극히 풍부했던 재물을 써보지도 못하고 다섯 가지 즐거움[五樂]을 누리지도 못하였습니까?" |
그 때 세존께서 파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
"과거 아주 먼 옛날 가섭(迦葉) 부처님 때에 이 장자(長者)는 이 사위성에 사는 어떤 농부 아들이었습니다. 그 부처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뒤에 어떤 벽지불(辟支佛)이 세상에 나와 그 장자의 집에 갔었는데, 그 장자는 이 벽지불이 문 밖에 있는 것을 보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
'이렇게 거룩하신 분이 세상에 나오시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나는 이제 음식을 가져다가 저 분께 보시하리라.' |
그 때 장자는 곧 음식을 가지고 가서 그 벽지불에게 보시하였고, 벽지불은 그 음식을 먹고 곧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 때 그 장자는 그 벽지불의 신통을 보고 서원(誓願)을 세웠습니다. |
'이 착한 근본의 소원으로 말미암아 저로 하여금 태어나는 생마다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재산과 보물이 많게 하여지이다.' |
그러나 그는 이후에 후회하는 마음이 생겨 '내가 아까 보시한 음식은 종들에게 주어야 할 것이었는데, 저 까까머리 도인에게 주어 먹게 하지 말 것을 그랬구나'라고 후회하였습니다. 그 때 농부의 장자를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그 때 그 농부의 장자는 바로 지금 저 바제 장자이기 때문입니다. |
그 때 그는 보시를 하고 나서 이런 서원을 세웠었습니다. |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태어나는 곳마다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언제나 재물이 풍부하며, 부귀한 집안에 태어나 조금도 모자랄 것이 없게 하여지이다.' |
그러나 그는 이미 보시를 하고 나서 '내가 아까 보시한 음식은 종들에게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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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야 할 것이었는데, 저 까까머리 도인에게 주어 먹게 하였구나' 하고 후회하였으니, 이런 인연으로 그는 그 많은 재물을 쓰지도 못하고 또 다섯 가지 즐거움을 누리지도 못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 자신도 쓰지도 못하고 또 부모·형제·처자·노비·벗·지식들에게도 주지 않았으며, 사문 바라문이나 여러 어른들에게도 보시하지 못하고서, 다만 옛날에 지었던 업만 다 까먹고 새로운 복은 짓지 않았습니다. |
그러므로 대왕이여, 만일 지혜로운 사람이 이렇게 재물을 얻었거든 널리 보시하여 아끼지 마십시오. 그러면 다시 한량없는 재물을 얻게 될 것이니, 대왕이여,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합니다." |
그 때 파사닉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
"저는 지금부터 이후로는 사문 바라문과 사부대중(四部大衆)들에게 널리 보시하겠습니다. 그러나 그밖에 모든 외도들은 아무리 와서 구걸하더라도 저는 보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대왕이여,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왜냐 하면 일체 중생은 다 음식으로 말미암아 살아가고, 먹지 않으면 곧 죽기 때문입니다." |
그 때 세존께서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
언제나 널리 보시하기를 생각하고 |
끝까지 보시할 마음 끊지 않으면 |
장차 틀림없이 현성(賢聖)을 만나 |
생사(生死)의 근원을 벗어나리라. |
그 때 파사닉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
"저는 이제 몇 갑절이나 기쁜 마음을 가지고 여래를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왜냐 하면 여래께서는 '일체 중생은 다 음식으로 말미암아 살아가고, 먹지 않으면 곧 죽는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
그 때 파사닉왕이 다시 아뢰었다. |
"저는 지금부터 이후로는 마땅히 널리 보시하고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겠습 |
[339 / 1393] 쪽 |
니다." |
그 때 세존께서 왕을 위해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다. 그러자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떠나갔다. |
그 때 파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5 ]4)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존자 아난(阿難)이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하였다. |
'이 세간(世間)에 자못 어떤 향이 있어서 혹 바람을 거슬러서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향내를 풍기며, 또는 바람을 거슬러서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는 그런 향이 있을까?' |
그 때 존자 아난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찾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존자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
"저는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문득 '이 세간에 어떤 향이 있어서 혹 바람을 거슬러서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향내를 풍기며, 또는 바람을 거슬러서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는 그런 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러자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
"그런 묘한 향이 있다. 그 향은 바람을 거슬러서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향내를 풍기며, 또는 바람을 거슬러서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는 그런 향이다." |
그 때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
4)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것으로는 『잡아함경』 제38권 1,073번째 소경인 「아난경(阿難經)」과『별역잡아함경』 제1권 12번째 소경이 있고, 이역경으로는 동진(東晋) 시대 축담무란(竺曇無蘭)이 한역한『불설계덕향경(佛說戒德香經)』과 송(宋) 시대 법현(法賢)이 한역한『불설계향경(佛說戒香經)』이 있다. |
[340 / 1393] 쪽 |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도 향내를 풍기며 바람을 거슬러서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는 그 향은 어떤 향입니까?"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그런 향이 있다. 그러나 이 향기(香氣)의 힘은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도 향내를 풍기며 바람을 거슬러서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는 것이다." |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그 향은 어떤 향이기에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도 향내를 풍기며, 바람을 거슬러서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나이까?"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세 가지 향이 있다. 그 향은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도 향내를 풍기며, 바람을 거슬러서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는 것이다." |
"어떤 것이 그 세 가지 향입니까?"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계의 향[戒香]·들음의 향[聞香]·보시의 향[施香]이니, 아난아, 이것이 이른바 향의 종류이니,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도 향내를 풍기며, 바람을 거슬러서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는 향'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향 중에서 이 세 가지 향이 가장 훌륭하여 그 어느 것도 이 향에 비교할 만하거나, 이 향에 미칠 만한 것이 없느니라. |
이를 비유하면 마치 소[牛]에서 낙(酪)이 생기고 낙에서 소(酥)가 생기며 소에서 제호(醍醐)가 생기지만, 그 제호가 가장 맛이 좋고 뛰어나서 그 어는 것으로도 견줄 만한 것이 없고 그 맛에 미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세간의 모든 향 중에서는 이 세 가지 향이 가장 좋고 최상이어서 그 어느 향도 여기에 미칠 만한 것이 없느니라." |
그 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
[341 / 1393] 쪽 |
목밀(木蜜)과 전단(栴檀)과 |
우발(優鉢) 및 모든 향들 |
이러한 온갖 향들 중에서 |
계의 향이 가장 훌륭하다네. |
이 계를 성취함으로써 |
탐욕도 없어지고 더러움도 없어져서 |
평등한 지혜로 해탈 얻으면 |
그가 가는 곳은 악마도 모르리라. |
전단향(栴檀香)이나 목밀향(木蜜香) |
이러한 향들 아무리 좋다 해도 |
계의 향이 가장 미묘하나니 |
시방에 모두 두루 풍기기 때문이네. |
전단향이나 우담향(優曇香) |
그 밖의 다른 온갖 향들 |
그러한 모든 향들 가운데에서 |
많이 들어 아는 향이 제일이니라. |
전단향이나 우담향 |
그 밖의 다른 온갖 향들 |
그러한 모든 향들 가운데에서 |
많이 들어 아는 향이 제일이니라. |
"이른바 이 세 가지 향은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내를 풍기고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도 향내를 풍기며, 바람을 거슬러서나 바람 부는 대로 따라서나 언제나 향내를 풍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너는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세 가지 향을 성취해야 하느니라. 아난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342 / 1393] 쪽 |
그 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6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의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때가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라열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다. 마침 제바달두(提婆達兜 : 提婆達多)도 그 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있었다. 그 때 제바달두가 들어간 골목으로 부처님도 들어가시게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멀리서 제바달두가 오는 것을 보고 돌아서 가시려고 하셨다. 그러자 아난이 세존께 여쭈었다. |
"왜 이 골목에서 떠나시려고 하십니까?"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제바달두가 이 골목에 있기 때문에 그래서 피하려고 하는 것이다." |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세존께서는 어째서 제바달두를 두려워하십니까?"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나는 제바달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만 그 나쁜 사람과 만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
아난이 말하였다. |
"그러하오면 세존이시여, 그 제바달두를 시켜 다른 곳에 가서 살게 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
그 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
나는 그를 다른 곳에 있게 하고픈 |
그런 마음이 끝내 없노라. |
제 스스로 마땅히 제 할 일을 따르다가 |
저절로 다른 곳에 가서 살게 되리라. |
[343 / 1393] 쪽 |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
"그렇다면 제바달두가 여래보다 더 뛰어납니까?"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저 어리석고 미혹한 사람과는 가급적 만나지 않아야 하느니라." |
그 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이런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가급적 어리석은 사람과는 만나지 말고 |
또한 어리석은 사람과는 함께 일하지도 말며 |
또한 그런 이와 더불어 서로 따지며 |
일의 옳고 그름에 대해 다투지 말라. |
그러자 아난도 세존께 이런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
어리석은 이 무슨 능력 있으며 |
어리석은 이 무슨 나음 있으랴. |
비록 그와 더불어 말한다 한들 |
거기에 그 어떤 잘못 있으랴. |
세존께서 다시 아난에게 다음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
어리석은 이는 제멋대로 하나니 |
그가 하는 일 법이 아니다. |
바른 소견과 바른 율을 어겨 |
삿된 소견만 날로 불어가네. |
"그러므로 아난아, 나쁜 벗과 함께 일하지 말라. 왜냐 하면 어리석은 사람과 같이 일을 하면 믿음이 없어지고 계도 없어지며, 들어 아는 것도 없어지고 지혜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착한 벗과 일을 같이 하면 온갖 공덕이 불어나고 계도 완전히 성취될 것이다. 아난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 |
[344 / 1393] 쪽 |
라." |
그 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7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의 가란다죽원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
그 때 아사세왕(阿闍世王)은 항상 5백 개의 가마솥에 밥을 지어 제바달두에게 공양(供養)하곤 하였다. 그런 일이 있자 제바달두의 명성이 사방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
'그는 계와 덕을 원만하게 갖추었고 명예까지도 모두 갖추었다. 그래서 그 왕이 날마다 그를 모셔다가 공양을 하곤 한다.' |
그 때 제바달두가 이와 같은 이양(利養)이 있고 난 다음 모든 비구들이 그 소문을 듣고 세존께 아뢰었다. |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제바달두를 찬양하여 그의 명성이 멀리까지 퍼졌습니다. 그래서 급기야 아사세왕으로 하여금 항상 와서 공양하게 하고 있습니다." |
그러자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비구들아, 너희들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제바달두가 누리는 이양을 탐하지 말아라. 왜냐 하면 저 어리석은 제바달두는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세 가지 나쁜 짓을 행하면서도, 마침내 무서워하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만일 저 제바달두 같이 어리석은 사람은 지금 누리고 있는 온갖 복(福)이 끝나게 되면 마치 사나운 개의 코를 잡아 때리면 그 개는 더욱 사나워지는 것처럼, 저 제바달두 같이 어리석은 사람도 그와 같아서 그런 호강을 받음으로써 마침내 교만해지게 될 것이다. |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역시 이양에 집착하는 생각을 내지 말아야 하느니라. |
가령 비구가 되어 물질에 집착하면 세 가지 법을 얻지 못할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현성(賢聖)의 계(戒)와 현성의 삼매(三昧)와 현성의 |
[345 / 1393] 쪽 |
지혜(智慧)를 말하는 것인데, 이 세 가지를 성취하지 못할 것이다. 만일 비구가 되어 물질에 집착하지 않으면 곧 세 가지 법을 얻을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현성의 계와 현성의 삼매와 현성의 지혜를 이르는 말이니라. 가령 이 세 가지 법을 성취하려고 하면, 마땅히 착한 마음을 내어 이양(利養)에 집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8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세 가지 불선근(不善根)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탐욕의 불선근·성냄의 불선근·어리석음의 불선근이 그것이다. 만일 비구가 되어 이 세 가지 불선근이 있으면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질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지옥(地獄)·아귀(餓鬼)·축생(畜生)의 세계를 말하는 것이다. 이와 같나니 비구들아, 만일 이 세 가지 불선근이 있다면 곧 세 갈래 나쁜 세계가 있게 되는 것이니라. |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또 세 가지 선근(善根)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탐내지 않는 선근[不貪善根]·성내지 않는 선근[不恚善根]·어리석지 않은 선근[不癡善根]이 그것이다. 이것을 비구의 세 가지 선근이라고 한다. 만일 이 세 가지 선근이 있다면 곧 두 가지 좋은 세계에 태어날 것이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 세계인가? 인간과 천상이 그 세계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세 가지 선근이 있으면 그 좋은 세계에 태어난다'고 하는 것이니라. |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이 세 가지 불선근을 여의고, 세 가지 선근을 닦아야 하느니라. 이와 같나니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46 / 1393] 쪽 |
[ 9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세 가지 성질[聚]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바른 성질[等聚]·삿된 성질[邪聚]·결정되지 않은 성질[不定聚]이다. 어떤 것이 바른 성질인가? 바른 소견[等見]·바른 다스림[等治]·바른 말[等語]·바른 업[等業]·바른 생활[等命]·바른 방편[等方便]·바른 기억[等念]·바른 선정[等定]을 이르는 말이니, 이것을 바른 성질이라고 한다. |
어떤 것이 삿된 성질인가? 삿된 소견[邪見]·삿된 다스림[邪治]·삿된 말[邪語]·삿된 업[邪業]·삿된 생활[邪命]·삿된 방편[邪方便]·삿된 기억[邪念]·삿된 선정[邪定]을 이르는 말이니, 이것을 삿된 성질이라고 한다. |
어떤 것이 결정되지 않은 성질인가? 괴로움[苦]임을 모르는 것, 괴로움의 발생[集]을 모르는 것, 괴로움의 소멸[盡]을 모르는 것,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을 모르는 것, 바른 성질을 모르는 것, 삿된 성질을 모르는 것을 이르는 말이니, 이것을 결정되지 않은 성질이라고 하느니라. |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또 세 가지 성질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착한 성질[善聚]과 바른 성질[等聚]과 결정된 성질[定聚]를 말한다. |
어떤 것이 착한 성질인가? 세 가지 선근을 이르는 말이니, 즉 탐내지 않는 선근·성내지 않는 선근·어리석지 않은 선근을 이르는 말이니, 이것을 착한 성질이라고 하느니라. |
어떤 것이 바른 성질인가? 현성의 8품도(品道)인 바른 소견·바른 다스림·바른 말·바른 업·바른 생활·바른 방편·바른 기억·바른 삼매를 말하는 것이니, 이것을 바른 성질이라고 하느니라. |
어떤 것이 결정된 성질인가? 괴로움임을 알고, 괴로움의 발생을 알며, 괴로움의 소멸을 알고,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알며, 착한 성질을 알고, 나쁜 세계를 알며, 결정된 성질을 아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 이것을 결정된 성질이라고 하느니라. |
[347 / 1393] 쪽 |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이 세 가지 성질 중에서 삿된 성질과 결정되지 않은 성질은 마땅히 멀리해야 하고 바른 성질은 꼭 받들어 행해야 하느니라. 이와 같나니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10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세 가지 생각[想]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탐내는 생각·성내는 생각·살해(殺害)하려는 생각을 말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세 가지 생각이라고 하느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탐내는 생각을 가지면 목숨을 마친 뒤에는 곧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만일 성내는 생각을 가지면 목숨을 마친 뒤에는 닭이나 개에 소속되거나 뱀이나 독사 따위의 축생으로 태어날 것이다. 만일 해치려는 생각을 가지면 그 또한 목숨을 마친 뒤에는 아귀로 태어나 온 몸이 불에 타리니, 그 고통을 이루 다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세 가지 생각이 있으면 지옥과 아귀와 축생 세계에 태어난다고 하는 것이다. |
또 세 가지 생각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탐욕을 벗어나려는 생각·해치지 않으려는 생각·성내지 않으려는 생각을 말한다. |
만일 어떤 사람이 탐욕을 벗어나려는 생각이 있으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는 이 인간 세계에 태어날 것이고, 만일 해치려는 생각이 없으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저절로 천상(天上)에 태어날 것이며, 만일 죽이려는 마음을 가지지 않으면 그는 목숨을 마칠 때에 5결(結)을 끊고 그곳에서 바로 반열반(般涅槃)할 것이다. |
비구들아, 이것을 세 가지 생각이라 하나니 항상 기억하고 수행하여 이 세 가지 나쁜 생각을 마땅히 멀리 여의어야 하느니라. 이와 같나니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48 / 1393] 쪽 |
지주(地主)·바구(婆拘)·이십억이(二十億耳)와 |
바제(婆提)와 역순(逆順)의 향(香)과 |
어리석음·세상·세 가지 불선을 설하셨고 |
세 가지 성질과 생각은 맨 뒤에 설하셨다. |
출처 : 通達無我法者
글쓴이 : 통달무아법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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