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사람이 도를 얻기 전에 의식(衣食)이 급하거늘 나에게 공양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능히 참아 그 마음이 베푸는 이에게 집착하거나 애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답] 지혜의 힘으로 무상한 모습ㆍ괴로운 모습ㆍ나 없는 모습을 관하여 마음으로 항상 싫어한다.
마치 죄인이 형벌을 당하기 직전 아무리 맛난 음식이 앞에 있고 가족들이 권하더라도 죽음을 근심하기 때문에 맛난 음식을 먹더라도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다.
행자 역시 이와 같으니, 항상 무상한 모습ㆍ괴로운 모습을 관한다면, 비록 공양을 얻을지라도 마음이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
또한 호랑이에게 쫓기는 사슴이 호랑이에게서 벗어나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풀과 맑은 물을 얻어먹는다고 해도 마음에 염착이 없는 것과 같으니, 수행자 역시 그와 같아서 ‘항상 무상의 범에게 쫓기어 쉴 틈이 없다’ 고 사유해 싫어하는 마음을 낸다면, 비록 맛난 음식을 얻더라도 집착하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수행자는 공양하는 사람에 대해 그 마음이 스스로 인욕하게 되는 것이다. |
또한 여인이 와서 오락으로써 보살을 유혹하려 하거든, 이때 스스로 마음을 굴복시키고 참아서 욕망이 일어나지 않게 하여야 한다.
마치 석가모니부처님께서 보리수 밑에 앉아계실 때 마왕(魔王)이 근심이 되어 세 딸[王女]을 보냈으니, 첫째는 낙견(樂見)이요, 둘째는 열피(悅彼)요, 셋째는 갈애(渴愛)였다.
그들은 와서 몸을 나타내어 갖가지 교태를 부리면서 보살을 무너뜨리려 하였다. 이때 보살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잠시도 눈을 주지 않으셨다. 이에 세 여자들은 생각했다. |
‘사람의 마음은 같지 않아 좋아하는 바가 각각 다르다. 젊은이를 좋아하거나 혹은 중년에 애착하며, 키가 큰 이를 좋아하거나 혹은 키가 작은이를 좋아하며, 피부가 희거나 혹은 검은 사람을 좋아한다. 이렇듯 갖가지로 좋아함이 다르다.’ |
17) 의ㆍ식ㆍ주의 셋을 말한다. |
[563 / 2071] 쪽 |
이때 세 여인은 각각 5백 명의 미녀로 변화했는데, 하나하나의 변화한 여자는 다시 한량없는 교태를 나타내며 숲에서 나왔으니, 마치 먹구름에서 잠시 번개가 나타나는 것 같았다. |
혹은 눈썹을 드날리거나 눈길을 주거나 어리광을 부리거나 눈을 가늘게 떠 홀리며, 갖가지 풍악을 울리는 등 온갖 교태를 부리면서 보살에게 다가와서 교태로운 몸으로 보살에게 접촉하려 했다.
이때 밀적금강역사(密迹金剛力士)18)가 눈을 부릅뜨며 그들을 꾸짖었다. |
“이 분이 누구이신데 너희들이 감히 음탕한 교태로 접근하려 하느냐.” |
그리고 밀적은 게송으로써 그들을 꾸짖었다. |
너희들은 천명(天命)을 모르는구나. |
예쁜 모습 잃으면 머리카락 변하니 |
큰 바닷물 맑고 아름다웠으나 |
오늘엔 모두가 쓰고 짜게 변한 줄을. |
그대들은 날로 줄어드는 도리를 모르는 구나. |
바수(姿數)19)의 하늘들도 나쁜 길에 떨어지고 |
불이 본래는 하늘의 입이었으나 |
지금은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것을. |
이어 말하기를 “너희들은 이런 줄 알지 못한 채 이 성인을 가벼이 여기 구나” 하니, 그때 여자들이 머뭇거리다가 조금 물러서서 보살에게 말했다. |
18) 인왕(仁王)이라고도 한다. 금강저(金剛杵)를 들고 불법을 수호하는 야차. 28부중 가운데 하나. 인도에서는 나형, 중앙아시아 동부에서는 무장을 한 형태로 표현되고 있으며, 진나라 말로는 절문 좌우에 안치되어 사원을 지키는 수문존(守門尊)이 되고 있다. 이 금강역사를 안치하는 문을 ‘인왕문(仁王門)’이라 부른다. |
19) 범어로는 Vāsu. |
[564 / 2071] 쪽 |
“지금 이 아씨들은 모두가 단정하고 예쁨이 견줄 이 없으니 즐겨보실 만합니다. 우두커니 앉아서 무엇 하시렵니까.” |
보살이 말씀하셨다. |
“너희들은 부정하고 더럽도다. 물러가 헛되이 말을 걸지 말라.” |
이때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이 몸은 더러움의 숲 |
부정하고 부패한 무더기이니 |
실로 다니는 뒷간이라 하리니 |
무엇이 즐거울 게 있으랴. |
여자들은 이 게송을 듣고는 생각했다. |
‘이 사람은 우리들이 청정한 하늘의 몸임을 모르는 채 이런 게송을 읊고 있구나.’ |
그리고는 곧 몸을 변하여 본래의 형태로 돌아가 찬란한 빛으로 숲을 비추고 하늘의 기악을 연주하며 보살에게 말했다. |
“우리들의 몸이 이러하거늘 어찌 꾸짖을 수 있습니까?” |
“때가 오면 스스로 알 것이니라.” |
“그게 무슨 말씀이옵니까?” |
그러자 보살은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
하늘나라 동산 숲에 |
7보의 연꽃 피는 연못가에서 |
하늘사람이 서로 어울려 즐기나 |
잃을 때가 되면 너희들 스스로 알리라. |
이때 무상이 나타나면 |
하늘의 즐거움 모두 고(苦)가 되니 |
[565 / 2071] 쪽 |
그대들은 마땅히 욕락을 싫어하고 |
바르고 참된 도를 사랑해야 하리라. |
여자들이 이 게송을 듣고 생각했다. |
“이 사람은 큰 지혜가 한량이 없다. 하늘의 즐거움이 청정하거늘 오히려 그 삿됨을 알고 있으니, 당할 수가 없도다.” |
그리고는 즉시 사라졌다. |
보살은 이와 같이 음욕의 즐거움을 관찰하고는 스스로 마음을 제어하고 인내해 요동치 않는 것이다. |
대지도론(大智度論) 146. ★ 성욕의 쾌락을 싫어하고, 참된 도를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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