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여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근심․걱정․초췌함은 돌아보지 않으면서, 재산을 넉넉히 부양하고 공경해 받들어 주면 그 교만과 사치가 억제하기 어렵다. | ||
또한 여자는 착한 사람에게는 제멋대로 교만한 마음을 품고,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원수같이 여기고, 부귀한 사람에게는 따르면서 공경히 사랑하고, 빈천한 사람은 개보듯 하면서 항상 욕심만을 따르고 공덕은 따르지 않는다. | ||
전하는 말에 어떤 국왕에게 구모두(拘牟頭)20)라는 딸이 있었는데, 때마침 술바가(述姿伽)라는 어부가 길을 따라가다가 멀리서 왕녀가 높은 누각에 있는 것을 창틈으로 보고는 애착심을 일으켜 잠시도 버리지 못했다. | ||
날과 달이 갈수록 더욱 잊지 못해 음식을 먹지 못하니, 그 어미가 그 사유를 물은즉 이렇게 대답했다. | ||
“제가 왕녀를 보고나니 잊을 수 없습니다.” | ||
어미가 “너는 소인이요 왕녀는 존귀한 몸이니, 아니 될 말이다”라며 타이르니, 아들이 말했다. | ||
20) 범어로는 Kumuda. ‘지희화(地喜花)’라 의역한다. 혹은 ‘아직 개화되지 않은 연꽃’을 의미하기도 한다. | ||
[568 / 2071] 쪽 | ||
“내 마음이 간절히 원하여 잠시도 잊을 수 없습니다. 내 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나는 살지 못할 것입니다.” | ||
어미는 아들을 위하는 까닭에 왕궁에 들어가서 항상 살찐 물고기와 맛난 고기를 왕녀에게 바치면서도 그 값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왕녀는 이상하게 생각하여 물었다. | ||
“무슨 원하는 게 있느냐?” | ||
그러자 어미는 왕녀에게 말했다. | ||
“바라옵건대 잠시 좌우를 물러나게 해 주십시오. 사실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에게는 외아들이 있는데 왕녀를 사모하는 나머지 한이 맺혀서 병이 되어 목숨마저 멀지않게 되었습니다. 바라건대 가엾이 여기시어 그의 생명을 건져 주십시오.” | ||
이에 왕녀가 말했다. | ||
“그대는 돌아가서 아무 달 보름날 아무 데 있는 천사(天祠) 안의 천상(天像) 뒤에 있으라.” | ||
어미는 돌아와서 “네 소원이 이루어졌다”며 위의 사실을 다 이야기해 주었다. 그날이 되자 목욕을 하고 새 옷을 갈아입고, 천상 뒤에 기다리고 있었다. | ||
왕녀는 때가 되자 부왕에게 말했다. | ||
“저에게 불길한 조짐이 있으니, 부득이 천상 앞에 나아가서 복을 빌어야 되겠습니다.” | ||
왕은 “좋다”라며 곧 수레 5백 대를 장엄시켜 천사까지 데려다 주게 했다. | ||
천사에 이르자 모든 시종들에게 명해 문을 경계로 멈춰 서게 하고는 혼자서 사당 안으로 들어갔다. | ||
이때 천신(天神)은 생각하기를 ‘이 일은 옳지 못하다. 왕은 인간세상의 주인인데 이 천한 백성이 왕녀를 욕되게 하게 할 수는 없다’ 하고는 곧 그 아들을 홀려 깊은 잠에 빠져 깨어나지 못하게 했다. | ||
왕녀가 들어와서 보니 그가 깊은 잠에 들어 있었다. 흔들었으나 깨지 않기에 10만 냥어치나 되는 영락(瓔珞)을 그에게 남겨두고 떠나 버렸다. | ||
그녀가 떠난 뒤에 깨어나서 보니, 영락이 목에 걸려 있었다. 곁의 사람들에게 물어보고서야 왕녀가 왔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정을 통하려던 원[情願]을 이루지 못한 채 근심하고 괴로워하더니 음욕의 불에 복받쳐 죽었다. | ||
[569 / 2071] 쪽 | ||
이런 예로 보아도 여자의 마음은 귀천을 가리지 않고 오직 음욕만을 쫓는다는 것을 알겠다.
또한 옛날 어떤 왕녀는 전다라(栴陀羅)21)를 따라다니면서 부정한 짓을 하였으며, 어떤 선인의 딸은 스승의 아들을 따라다녔다. 이러한 갖가지 형태의 여자들은 마음에 아무런 가리움이 없다. 이러한 갖가지 인연 때문에 여자에 대하여 욕정을 버리고 인내해 애착하지 말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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