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스크랩] 55. 金光明經(금광명경)

수선님 2019. 1. 20. 13:16


경전(經典) 할 때의 경(經)은 본래 지구상의 위치를 표시하는 좌표의 하나인 경도(經度)에서 온 말로서, 이것이 직물(織物)의 날을 의미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리하여 실제로 이 날을 보면 그 모양에 있어서 쭉 뻗어서 똑바르기 때문에 이를 우리 생활 속의 교훈에 비유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이와 같이 경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불교에서 사용하는 경전이란 그 내용이 긴 것이든 짧은 것이든 간에 부처님께서 직접 설하신 말씀으로서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 것이다. 또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은 마치 실(絲) 등을 가지고 꽃 등을 꿰어서 화환을 만드는 것과 같이, 온갖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이를 자각한 뒤에 진리 그 자체를 설하신 내용이 경이기 때문에 비록 시간이 지난다 해도 쉽게 흩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부처님께서 기사굴산에 계시면서 신상보살, 견로지신, 사천왕, 대변천신, 공덕천 등에게 말씀하시기를 “부처의 수명은 한정된 것이 아니라 한량이 없고, 경전에 설해진 내용은 미묘하기가 그지없어서 여러 경전 중에서 가장 뛰어나므로 이를 ‘최승왕경’이라고 한다”는 것인데 그 찬란하고 빛나는 내용이 마치 금과 같으므로 이를 <금광명경(金光明經)>이라고도 했다.
 
이와 같은 두 가지의 의미를 함축해서 <금광명최승왕경>이라고도 하는 이 경전에 관한 우리 나라의 주석서를 살펴보면 이를 또한 금고경이라고 이름할 때가 있다. 이는 의정(義淨)이 번역한 <금광명최승왕경(金光明最勝王經)> 중의 제4 몽견금고참회품에서 그 이름을 차용하여 사용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는 것이다.

 

<금광명경>의 구성을 보면 권본의 차이에 따라서 이에 설해진 각 품의 숫자도 다른데, 담무참(曇無讖)의 것은 19품으로 되어 있고, 보귀(寶貴)가 엮은 것은 24품이며, 의정이 번역한 것은 총 31품으로 되어 있다.

‘여래수량품’에서는 왕사성의 신상보살이 부처님의 수명이 80세라는 점에 대하여 의심을 갖자, 사방에서 부처님들이 출현하여 부처님의 수명은 영원하다는 것을 설했다는 것이며, ‘분별삼신품’에서는 여래의 세 가지 몸, 즉 법신과 보신과 화신에 대하여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고, ‘금고참회품’과 ‘시방보살찬탄품’ 등에서는 금고광명의 가르침과 금광명참법의 공덕에 관하여 자세하게 설하고 있다.

 

또한 ‘중현공성품’에서는 우리 중생들의 몸은 허망하기가 마치 빈 마을과 같으며, 여섯 가지의 감각기관 즉 6근은 번뇌의 도둑들이 따로 있어서 제각기 하는 일을 서로 모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허망한 몸에서 나온 모든 번뇌를 끊고 제법의 진실한 자리를 알아서 걸림이 없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사천왕호국품’에서는 만일 이 경을 호지하거나 독송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사천왕이 철저하게 보호해주고, 또한 모든 공포로부터 구제해주며, 침략자들을 물리쳐주고, 흉년이 들었을 때에는 이를 면케 하여 굶주림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며, 질병에 결렸을 적에도 조속하게 그를 낫게 하여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으로 말미암아 호국경전으로 알려진 <인왕경>과 함께 사천왕의 구제를 받고자 하는 신앙심의 발로에서 거의 모든 대승국가들이 개인이나 국가의 안위를 위해서 이를 호지, 독송하고서 의례나 법회 등을 여는 의식이 활발하게 행하여졌다.

 

우리 나라에서도 일찍이 일부의 국왕이나 고승들이 이러한 사천왕의 가호를 얻기 위하여 사천왕사 등을 지었으며, 백제가 처음으로 일본에 불교를 전할 때에 이 경전도 함께 전해져서 매년 사천왕의 왕림을 기원하는 행사가 지금도 행해지고 있는 것은 이 경이 그만큼 영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과 같이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에는 이 경전의 내용을 현대적으로 다시 각색해서 큰 법회라도 한 번 열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만/동국대 교수·불교학


출처 : 淨土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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