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곳곳에서 살기 어렵다는 말이 너무 자주 나온다. 사회는 온통 어려운 사람 천지이고, 넘쳐나는 실업자로 이 사회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가히 국난(國難)이다. 이 경전은 10권11품으로 돼 있으며, 내용의 절반이상이 <대집경>의 ‘다라니자재왕보살품’과 상당히 일치한다. 이중 계·정·혜 다라니문의 네가지 영락장엄을 밝히면서, 계에 열 가지, 삼매에 열 가지, 지혜에 열 가지, 다라니에 열 가지의 다름이 있는 것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 ‘보살영락장엄품’과 모든 국왕과 대신, 장자, 석제환인, 대범천왕 등이 이 경을 찬탄하고 지송 옹호할 것을 서약하는 게송이 나오는 ‘여래촉루품’은 오늘과 같은 어려운 시대를 극복하는 지혜가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이 경은 국가수호의 근거를 밝힌 경전이므로 옛부터 중히 여겨져서 신라시대 명랑법사와 혜통국사를 비롯하여 고려시대의 수많은 스님들이 이 경을 호국불교경전으로 많이 활용하였다. 김영덕/위덕대 교수·불교학
우리에게 이 어려움은 미증유의 것이었던가. 아니다. 우리 민족에게 IMF한파 이전의 잠깐동안의 번영이 미증유의 것이었을 뿐이다. 우리의 반만년 역사는 가난과 배고픔으로 일관된 역사였다. 현재 40대 이전 사람들은 누구나 배고팠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절에 굶는 사람은 있었어도 이렇게 가치관이 송두리째 흔들리지는 않았다.
우리는 지금 번영 후에 오는 피폐가 더 참담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이 국난이 아껴쓰는 것만으로 충분히 극복될 수 있겠는가. 더 중요한 것은 가치관의 문제이다. 철학의 문제이다.
이 시대에 불교가 할 수 있으며, 반드시 해야할 것은 흔들리는 국민의 가치관을 굳게 잡아주는 일이어야 할 것이다. 배고픈 자에게 밥을, 재물이 없는 자에게 재물을 주는 보시행위는 직접적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으나, 더 근원적인 도움은 가진 것이 없어도 여유로울 수 있는 마음의 평안을 주는 일이다.
어려운 시절을 만나 흔들리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튼튼한 마음의 울타리를 생각한다. 그 울타리는 나와 남을 분별하고 차별시하는 울타리가 아니라 본래 청정한 마음을 지켜주는 방패로서의 울타리이다. 그 울타리가 금강(金剛)으로 이루어졌다면 그야말로 금강성(金剛城)으로 보호되는 절대의 영역이 된다. 금강성을 구축하는 금강의 재료가 무엇인데 절대의 공간이 될 수 있겠는가. 금강은 절대의 공성(空性)을 상징하며 이 절대의 공성은 일체를 부수고 일체를 성립케한다. 한시절의 부귀영화도 인연따라 이루어진 공한 것이며, 또한 빈곤과 고통도 그 본래의 고정된 성품이 없으므로 언제까지 그 고통에 억눌려 지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수호국계주다라니경(守護國界主陀羅尼經)>에는 금강성만다라(金剛城曼茶羅)가 등장하며 이 만다라는 바로 금강계만다라를 말한다. 이 경은 당나라 때 인도에서 온 승려인 반야(般若)와 모니실리(牟尼室利)가 자사사(玆思寺)에서 공동으로 번역한 경으로 전해진다. 이 경은 금강성만다라와 더불어 특징있는 호국사상을 설하여 유명하다. <수호국계주다라니경>에 의거하여 진호국가(鎭護國家)를 위해 닦는 수호경법(守護經法)은 인왕경법(仁王經法) 공작경법(孔雀經法)과 함께 3대법이다. <수호국계주다라니경>의 호국사상은 정법을 홍포하여 백성들을 좋은 정치로 잘 다스리면 국위가 선양되어 인민이 안락하여 국계(國界)가 태평하고 국권(國權)이 튼튼하여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국왕과 백성은 모두 정법을 신수봉행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전쟁에 버금가는 위난에 처하여 있다. 이때에 국난을 이겨내는 가르침을 불교의 경전 가운데에서 찾아, 경제가 무너짐에 의해 철학마저 무너지고 있는 우리의 나약한 정신상태를 재무장할 수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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