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스크랩] 57. 守護國界主陀羅尼經(수호국계주다라니경)

수선님 2019. 1. 27. 12:51


우리나라 곳곳에서 살기 어렵다는 말이 너무 자주 나온다.

 

사회는 온통 어려운 사람 천지이고, 넘쳐나는 실업자로 이 사회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가히 국난(國難)이다.
 
우리에게 이 어려움은 미증유의 것이었던가. 아니다. 우리 민족에게 IMF한파 이전의 잠깐동안의 번영이 미증유의 것이었을 뿐이다. 우리의 반만년 역사는 가난과 배고픔으로 일관된 역사였다. 현재 40대 이전 사람들은 누구나 배고팠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절에 굶는 사람은 있었어도 이렇게 가치관이 송두리째 흔들리지는 않았다.
 
우리는 지금 번영 후에 오는 피폐가 더 참담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이 국난이 아껴쓰는 것만으로 충분히 극복될 수 있겠는가. 더 중요한 것은 가치관의 문제이다. 철학의 문제이다.
 
이 시대에 불교가 할 수 있으며, 반드시 해야할 것은 흔들리는 국민의 가치관을 굳게 잡아주는 일이어야 할 것이다. 배고픈 자에게 밥을, 재물이 없는 자에게 재물을 주는 보시행위는 직접적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으나, 더 근원적인 도움은 가진 것이 없어도 여유로울 수 있는 마음의 평안을 주는 일이다.
 
어려운 시절을 만나 흔들리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튼튼한 마음의 울타리를 생각한다. 그 울타리는 나와 남을 분별하고 차별시하는 울타리가 아니라 본래 청정한 마음을 지켜주는 방패로서의 울타리이다. 그 울타리가 금강(金剛)으로 이루어졌다면 그야말로 금강성(金剛城)으로 보호되는 절대의 영역이 된다. 금강성을 구축하는 금강의 재료가 무엇인데 절대의 공간이 될 수 있겠는가. 금강은 절대의 공성(空性)을 상징하며 이 절대의 공성은 일체를 부수고 일체를 성립케한다. 한시절의 부귀영화도 인연따라 이루어진 공한 것이며, 또한 빈곤과 고통도 그 본래의 고정된 성품이 없으므로 언제까지 그 고통에 억눌려 지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수호국계주다라니경(守護國界主陀羅尼經)>에는 금강성만다라(金剛城曼茶羅)가 등장하며 이 만다라는 바로 금강계만다라를 말한다. 이 경은 당나라 때 인도에서 온 승려인 반야(般若)와 모니실리(牟尼室利)가 자사사(玆思寺)에서 공동으로 번역한 경으로 전해진다. 이 경은 금강성만다라와 더불어 특징있는 호국사상을 설하여 유명하다. <수호국계주다라니경>에 의거하여 진호국가(鎭護國家)를 위해 닦는 수호경법(守護經法)은 인왕경법(仁王經法) 공작경법(孔雀經法)과 함께 3대법이다. <수호국계주다라니경>의 호국사상은 정법을 홍포하여 백성들을 좋은 정치로 잘 다스리면 국위가 선양되어 인민이 안락하여 국계(國界)가 태평하고 국권(國權)이 튼튼하여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국왕과 백성은 모두 정법을 신수봉행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경전은 10권11품으로 돼 있으며, 내용의 절반이상이 <대집경>의 ‘다라니자재왕보살품’과 상당히 일치한다. 이중 계·정·혜 다라니문의 네가지 영락장엄을 밝히면서, 계에 열 가지, 삼매에 열 가지, 지혜에 열 가지, 다라니에 열 가지의 다름이 있는 것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 ‘보살영락장엄품’과 모든 국왕과 대신, 장자, 석제환인, 대범천왕 등이 이 경을 찬탄하고 지송 옹호할 것을 서약하는 게송이 나오는 ‘여래촉루품’은 오늘과 같은 어려운 시대를 극복하는 지혜가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이 경은 국가수호의 근거를 밝힌 경전이므로 옛부터 중히 여겨져서 신라시대 명랑법사와 혜통국사를 비롯하여 고려시대의 수많은 스님들이 이 경을 호국불교경전으로 많이 활용하였다.
 
지금 우리는 전쟁에 버금가는 위난에 처하여 있다. 이때에 국난을 이겨내는 가르침을 불교의 경전 가운데에서 찾아, 경제가 무너짐에 의해 철학마저 무너지고 있는 우리의 나약한 정신상태를 재무장할 수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김영덕/위덕대 교수·불교학


출처 : 淨土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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