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공간

[스크랩] 마음의 네가지원인..인연..소연연..등무간연..증상연..

수선님 2019. 1. 27. 11:40
마음의 네 가지 원인 〈끝〉
 
〈중론송〉의 첫 번째 장은〈원인에 대한 고찰〉입니다. 구마라집의 한역에 따르면〈관인연품(觀因緣品)〉이지만, 범어 원문에서는〈연(緣)에 대한 고찰〉로 되어 있습니다. ‘연(緣)’이란 원인 일반을 통칭하는 표현으로, 아비다르마 불교에서는 이를 네 가지 유형으로, 곧 인연(因緣), 소연연(所緣緣), 등무간연(等無間緣), 증상연(增上緣)으로 구별합니다. 이 말들은 현장 이후 널리 쓰인 역어입니다만, 구마라집 같으면 이를 각각 인연(因緣), 연연(緣緣), 차제연(次第緣), 증상연(增上緣)으로 번역합니다. 구마라집이 장 제목을〈관인연품〉이라 붙인 것은, 네 가지 유형의 원인을 대표하는 것으로 ‘인연’을 보았기 때문이지 이 장이 인연만을 다루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따라서 첫 번째 장을〈원인 일반에 대한 고찰〉로 보면 무난하리라 생각합니다. 원인은 결과에 상대하는 말이지요? 그리고 제가 앞에서도 말했듯이, 여기서 우리가 ‘원인’이니 ‘결과’니 하는 것은 ‘원인이나 결과에 해당하는 연생법(緣生法)’ 곧 인과관계로 얽혀 있는 존재를 뜻합니다. 그러니〈중론송〉첫 번째 장은, 어떠한 존재가 생길 때 그 원인에 해당하는 존재는 어떤 것인가 하는 물음을 논의 주제로 삼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네 가지 유형의 원인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번거로우시겠지만 사전 지식으로서 이에 관해서 간단하게 파악해두죠. 우리 ‘마음’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불교에서 ‘마음’이라 하면, 심층영역의 마음도 있겠고 표층영역의 마음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흔히 시각 청각 등 감각을 마음과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불교에서는 다섯 가지 감각과 의식을 모두 표층영역에 속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또 이 마음을 인과 관계에 얽혀 있는 ‘존재’로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이 ‘마음’이라는 존재는 어떻게 생길까요?

아비다르마 불교에서는 마음의 생성 조건 또는 원인을 네 가지로 분류해서 생각합니다. 마음이 생기기 위해서는 우선, 눈·귀·코 등 감각 능력이나 정신과 같은 사유능력이 ‘지금’ 온전하게 있어야 하지요? 이러한 현 찰나의 감각 능력이나 사유능력은 마음이 생기기 위해서 직접적인 원인 노릇을 하기 때문에 이를 ‘인연’이라고 부릅니다. 두 번째, 마음이 생기기 위해서는 색깔·형태·소리·냄새 등 감각 대상이나 개념·관념과 같은 사유대상이 있어야 합니다. 대상이 없이 마음이 생겨날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러한 인식 대상들을 ‘소연연’이라 불러 마음의 생성 원인에 끼워 넣습니다. 세 번째, 마음은 ‘존재’이기 때문에 불교적 시각에서 보면 부단히 흐르는 ‘상속(相續)’(이에 관해서는 전에 설명했죠?)입니다. 따라서 현 찰나의 마음이 생기기 위해서는 한 찰나 전의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구요? ‘찰나(刹那)’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 단위입니다. 원자핵이 한 번 진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비유할 수도 있겠고, 또는 앞으로는 그 보다고 더 작은 시간 단위를 생각해낼 수도 있겠지요. 아무튼 인간이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짧은 시간 단위라 보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불교는 존재 세계를 ‘무상(無常)의 상(相) 하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존재는 한 찰나 한 찰나 생성 소멸이 이루어지는 ‘찰나적’ 존재일 뿐입니다.

따라서 어떤 존재든지 어떤 찰나에 생성되기 위해서는 전 찰나의 존재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보면 “존재는 흐름이다”라고 말할 수 있겠죠? 마음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이 부단한 흐름인 한, 바로 직전 찰나의 마음이 원인이 되어서 그 결과로 현 찰나의 마음이 생깁니다. 이를 ‘등무간연’이라 부르는데, 현 찰나의 마음과 시간적으로 붙어있고(無間) 그 질이 거의 같기(等) 때문에 이런 이름을 붙인 겁니다. 네 번째, 마음이 생기기 위해서는 그 생성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이 없어야 합니다. 가령 눈이 말짱하고 정신도 정상적으로 제 기능을 다하고 있으며, 시각대상이 눈앞에 있다 하더라도, 햇볕이 없으면 시각이 생길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 햇볕이 있는 것은 시각이 생기기 위한 보조적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보조적 원인을 모두 통틀어서 ‘증상연’이라 불러 생성 원인 항목에 추가합니다.

이렇게 네 가지 유형의 원인이 고루 갖춰지면 마음이 그 결과로 생겨나게 됩니다. 조금 까다롭지만 그 치밀한 이론적 구성에 감탄스럽지 않습니까?

 

 

출처 : eastandsouth
글쓴이 : 동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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