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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도림선사와 백낙천(나무위에 자리를 깔고) - 구인사

수선님 2019. 1. 27. 12:27

 

 

도림선사와 백낙천(나무위에 자리를 깔고)
 
도림선사와 백낙천(나무위에 자리를 깔고)
 

당나라의 백낙천(白樂天)은 유명한 시인이요. 뛰어난 경륜을 지닌 정치가이기도 하였다. 그는 본래 학식과 견문이 두루 뛰어난 데에다 벼슬이 자사(刺史)에까지 오르니 자못 우월감과 성취감에 충만해 있었다. 그가 항주(抗州)자사로 부임하였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항주의 전망 산에 도림선사(道林禪師)라는 덕망 높은 이름난 고승이 살고 있었다. 도림선사(741~824)는 항상 산중의 나무 가지에 앉아서 좌선(坐禪)을 하고 있어서 마치 새의 둥지처럼 보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조과선사(鳥?禪師)또는 작소선사라고들 하였다. 백락천이 하루는 도림선사의 고명과 덕망을 듣고 ‘내가 한번 직접 시럼해 보리라’ 하며 마음을 먹고는 도림선사가 머물고 있는 과원 사를 향해 수행원을 거느리고 찾아갔다. 도림선사는 청명한 날이면 경내에 있는 노송 위에 올라가 좌선을 하곤 하였다. 마침 백낙천이 도림선사를 찾아간 날도 나무위에서 좌선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스님의 좌선하는 모습을 본 백낙천은 너무나도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생각이 들었다.

“선사의 거처가 너무 위험한 것 아닙니까?” 이 말을 들은 선사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말하였다. “내가 볼 때에는 자네가 더 위험하네.” “나는 벼슬이 이미 자사에 올라 강산을 진압하고, 또 이렇게 안전한 땅을 밟고 있거늘 도대체 무엇이 위험하다는 말이오?” 백낙천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대꾸하자, 선사는 그가 학문과 벼슬에 대한 자만심이 대단한 것을 알고, 이 기회에 그의 교만함을 깨우쳐 주려고 생각하여 말하였다. “티끌 같은 세상의 지식으로 교만한 마음만 늘어, 번뇌가 끝이 없고 탐욕의 불길이 쉬지 않으니, 어찌 위험하지 않겠는가! 명리와 이해가 엇갈리는 속세가 더 위험한 곳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알려 준 것이었다. 백낙천은 자신의 마음을 환히 꿰뚫어보는 듯한 눈매와 자기가 자사라는 벼슬에 있음을 알면서도 당당하게 할 말을 다하는 도림 선사의 기개에 그만 눌렸다. “제가 평생 좌우명으로 삼을 법문을 한 구절 들려주십시오.” 애초에 선사를 시험하고자 했던 오만 방자한 태도를 바꾸어, 공손하고 겸손한 자세로 가르침을 청하였다. 이에 도림선사는 다음과 같이 설하였다.

제악막작(諸惡莫作); 나쁜 짓을 하지 말고 중선봉행(衆善奉行);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라. 자정기의(自淨基義); 자기의 마음을 맑게 하면 시제불교(是諸佛敎); 이것이 곧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대단한 가르침을 기대했던 백낙천은 이 같은 대답에 실망하여 말했다. “그거야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백낙천이 신통치 않다는 듯이 말하자, 선사는 침착한 어조로 다시 말하였다. “알기야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팔십 노인도 행하기는 어려운 일이지.”

이 말을 들은 백낙천은 비로소 깨달은 바가 있었다.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으며 그 가르침을 실천하여 인격화하지 않으면 교만(驕慢)과 번뇌(煩惱)만이 더할 뿐, 진리의 길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함을 깨달은 것입니다. 당대의 대문장가인 백낙천은 그 뒤로 도림선사에게 귀의하여 불법의 수행에 매진하였다고 합니다. 오늘날까지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백낙천의 명문 시구들은 이러한 지행합일(知行合一)의 깨달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 됩니다.

 

출처> 구인사

출처 : - 행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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