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 194. 香의 욕심을 꾸짖으라.

수선님 2019. 2. 3. 11:31

어떻게 냄새를 꾸짖는가?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냄새에 집착되는 것은 죄가 없다’ 하고는 냄새에 물들고 애착되어 번뇌의 문을 여나니,

비록 백 년 동안 계행을 지니다가도 일시에 몽땅 무너뜨린다.

 

 

예컨대 어떤 아라한이 항상 용궁에 들어가서 밥을 먹고 돌아와서 사미(沙彌)11)에게 발우를 주어 씻으라 했다.

발우에는 남은 밥풀 몇 알이 있었는데, 사미가 냄새를 맡아 보니 몹시 향기로웠고 먹어보니 매우 맛이 좋았다.

 

그는 곧 꾀를 써서 스승의 승상(繼床)12)밑으로 숨어 들어가서 두 손으로 침대 다리를 꼭 쥐고 있었다.

그리고 그 스승이 갈 때가 되자 침대에 붙어 함께 용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용이 말하기를 “이 아이는 아직 도를 얻지 못했는데 어찌하여 데리고 왔습니까?” 하니,

스승이 대답하길 “나는 모르는 일입니다”라고 하였다.

 

결국 사미는 밥을 얻어먹게 되었다.

 

또한 매우 예쁘고 견줄 이 없는 향취를 내는 용녀를 보고는 크게 마음이 애착된 나머지 맹세하기를

“내가 복을 지어서 이 용의 궁전을 빼앗아 살리라” 했다.

 

그때 용이 말했다.

“다시는 이 아이를 데리고 오지 마시오.”

 

사미는 돌아오자 일심으로 보시와 지계에 힘쓰면서

소원하는 일이 빨리 이루어지기를 애써 구하여 빨리 용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11) 범어로는 śrāmaṇera.
12) 팔리어로는 mañca. ‘줄을 쳐서 만든 침대’ 혹은 ‘보잘것없는 의자’를 말한다.
[645 / 2071] 쪽

어느 때 사미가 절을 도는데 자기의 발바닥에서 물이 나오는 것을 보자 틀림없이 용이 될 것을 확신했다.

 

그러자 곧장 자신의 스승이 전부터 용궁으로 들어가던 큰 못가로 가서

가사자락으로 머리를 덮고는 물로 뛰어들었다.

 

그 복덕의 힘이 컸기에 그는 죽어서 곧 죽어서 용이 되었는데,

여기에서 본래의 용을 죽이니 온 못이 피로 붉게 변했다.

 

이렇게 되기 전부터 여러 스승들과 대중이 사미에게 꾸짖었지만 사미는 말했다.

“내 마음은 이미 결정되었고, 이제 그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때 스승은 여러 승려들을 데리고 못으로 가서 그 모양을 보았다.

이러한 인연은 냄새에 집착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비구가 숲 속 연못가를 거닐다가 연꽃 향기를 맡았는데,

좋아하는 마음이 지나쳐 애착심을 일으키게 되였다.

 

이때 못의 신[池神]이 그에게 말했다.

“그대는 어찌하여 저 숲 속에 조용히 앉아 참선하던 자리를 버리고 와서 나의 향기를 훔치느냐.”

 

왜냐하면 향기에 집착하는 까닭에 모든 결사가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어느 때 다시 다른 사람이 와서 못에 들어가 그 꽃을 많이 꺾고 그 뿌리를 캐어 아주 어지럽게 해놓고는 가버렸다. 그런데 지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에 비구가 말했다.

“저 사람은 그대의 못을 파괴하고 그대의 꽃을 꺾어가도 그대는 아무런 말도 없으면서 어찌하여 나는 못 가에서 걷기만 하였는데도 ‘나의 향기를 훔치느냐’며 꾸짖는가?”

 

지신이 대답했다.

 

“세상의 악인들은 항상 죄악의 분뇨 속에 빠져 더러움이 머리까지 묻었으므로 나는 그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대는 선정을 닦는 훌륭한 사람인데 이 냄새에 집착해 그대의 좋은 일을 무너뜨리고 있다.

 

그러므로 그대를 꾸짖는 것이다.

 

비유하건대 희고 고운 비단에 더러운 것이 한 점만 묻어도 여러 사람이 다 보거니와

저 악인은 마치 검정 옷에 먹을 떨어뜨린 것과 같아서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누가 묻겠는가.”13)

  
  
  
13) 이상 『좌선비구도향화(坐禪比丘盜香話)』, 좌선비구가 향을 훔친 이야기이다. (Sṃyuttanikāya, I, p.204:『잡아함경』 제50권, 『신수대장경』 제2권, 369a-b에 해당한다.)
[646 / 2071] 쪽
  이러한 갖가지 인연을 일컬어 ‘냄새의 욕심을 꾸짖는다’ 하는 것이다.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글쓴이 : - 해탈 -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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