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닿임을 꾸짖는가?
이 닿임은 모든 허물을 내는 원인이며, 마음을 속박하는 근본이다.
그것은 왜냐하면 나머지 네 감정은 제각기 자기의 몫이 있지만 이 닿임은 온몸에 두루하여 생기는 곳이 넓기 때문에 물들은 집착을 많이 내기 때문이다.
이 집착은 여의기 어렵다. |
어떻게 그런 줄 아는가?
예컨대 어떤 사람이 몸의 부정한 36종의 관법을 닦아서 싫어하는 마음을 내면서도 닿임에 의해 집착하는 마음을 내었다.
비록 그것이 부정함을 알면서도 그 보드랍고 연함을 탐내므로 아무리 부정함을 관찰하여도 이익이 없었다. 그러므로 여의기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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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버리기 어렵기 때문에 항상 무거운 죄를 짓다가 지옥에 떨어진다. |
지옥에는 두 부분이 있는데 하나는 한빙(寒氷)이요, 또한 하나는 염화(焰火)이다.
이 두 큰 지옥에는 모두가 몸의 닿임 때문에 죄를 받아 고통이 만 갈래나 되나니, 이 닿임은 매우 어두운 곳이라 하며 위험하고 험난한 곳이라 한다. |
또한 『라후라모본생경(羅睺羅母本生經)』15)에는 이런 얘기가 있다. |
석가모니보살에게는 두 부인이 있었으니, 한 사람은 구비야(劬毘耶)16)요, 또한 한 사람은 야수다라(耶輸陀羅)17)였다. 야수다라는 라후라의 어머니이다. 구비야 부인은 보녀[寶女]이었기에 아이를 배지 못했다. |
야수다라 부인은 보살이 출가하시는 날 저녁에 태기를 느꼈다. 보살이 출가해서 6년 동안 고행하였는데 야수다라 또한 6년 동안 임신한 채 몸을 풀지 않았다. |
이에 석가족 사람들[釋氏]이 따져 물었다. |
“보살은 출가하셨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있는가?” |
“나는 죄가 없습니다. 내가 가진 아기는 분명히 태자의 아기입니다.” |
“어째서 오래도록 아기를 낳지 않았는가?” |
“나도 모를 일입니다.” |
이에 석가족 사람들이 모여 의논한 끝에 왕에게 알리고 법답게 다스릴 것을 건의했다. |
이때 구비야 부인이 왕에게 사뢰었다. |
“관대히 용서하시옵소서. 제가 항상 야수다라와 거처했으니 저는 그녀의 죄 없음을 증명합니다. 아기를 낳은 뒤 아비를 닮았는지의 여부를 살피신 뒤에 다스려도 늦지 않으실 것입니다.” |
그러자 왕도 관대히 미루어 두었다. |
15) 범어로는 Rāhulamātṛjātaka. |
16) 범어로는 Gopiyā. |
17) 범어로는 Yaśodhar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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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6년간의 고행을 마치시고 성불하시던 날 저녁에 라후라도 탄생했다.
왕은 그 아기가 아비를 닮은 것을 보자 사랑스럽게 여겨 모든 근심을 잊고 여러 신하들에게 말했다. |
“내 아들은 떠났지만 이제 그의 자식을 얻으니, 아들이 곁에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
야수다라 부인은 비록 벌은 면했으나 나쁜 소문이 온 나라에 퍼져 있었으므로 야수다라는 그 나쁜 소문을 불식시키고 싶었다. |
부처님께서 도를 얻으신 뒤 가비라바18)에 돌아와 석가족 사람들을 제도하셨는데, 이때 정반왕과 야수다라 부인은 매일 부처님을 궁안으로 청하여 공양을 올렸다. |
이때 야수다라 부인은 발우에다 아주 맛난 환희환(歡喜丸)19)을 담아 라후라에게 주면서 부처님께 갖다 드리라 했다. |
이때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으로 5백 아라한들의 모습을 모두 부처님과 똑같아 차이가 없게 하셨다. |
라후라는 이때 일곱 살이었지만, 환희환을 들고 곧장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더니 바쳤다. |
이때 부처님께서 신통력을 거두시어 비구들은 제모습으로 돌아가게 하시니, 모두가 빈 발우로 앉았는데 부처님의 발우에만 환희환이 가득했다. |
야수다라는 왕에게 말했다. |
“이것을 보건대 저의 무죄가 증명되옵니다.” |
이어 부처님께 여쭈었다. |
“제가 무슨 인연으로 6년 동안이나 애기를 배고 있었는지요?” |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
“그대의 아들, 라후라는 아주 오랜 옛날에 국왕이었는데 5신통을 얻은 어떤 선인이 그 왕국에 들어와서는 ‘왕법은 도적을 벌주시니, 부디 저의 죄를 다스려 주십시오’라고 말했느니라. |
이에 왕이 물었느니라. |
18) 범어로는 Kapilavastu. |
19) 범어로는 modaka. 사탕과자(sweetmeat)의 일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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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
‘저는 왕의 나라에 들어와서 주지 않는 것을 가졌습니다. 왕의 물을 마셨고 왕의 양지(楊枝)로 이를 닦았습니다.’ |
‘내가 준 것이거늘 무슨 죄가 있겠는가. 내가 왕위에 오를 때에 물과 양지 모두를 여러 사람에게 쓰도록 허락했노라.’ |
‘왕께서 비록 주신 것이지만, 제가 마음속에 품은 죄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바라건대 저를 벌주시어 다음에 다시 죄가 생기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
이에 왕이 말하기를 ‘그대가 꼭 그렇게 원한다면 내가 잠시 안에 들어갔다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거라’ 하고는 궁으로 들어가서 6일 동안이나 나오지 않았으니, 선인은 왕의 뜰에서 6일 동안을 아무것도 마시거나 먹지 못했느니라.
이에 선인은 ‘이 왕께서 바로 이것으로 나의 죄를 다스리시는구나’라고 생각했느니라. 그런데 왕은 6일이 지나서야 나오더니 선인에게 ‘내가 깜박 잊었을 뿐이니 탓하지 마시오’라며 사과했느니라. |
이런 인연으로 5백 생 동안 3악도의 죄를 받았고, 5백 생 동안 항상 어머니의 뱃속에 6년간을 있었으니, 이런 증거에 의하여 야수다라에게 죄가 없음이 입증됐느니라.” |
이때 세존께서 공양을 마치고 자리를 떠서 나가시니, 야수다라는 섭섭한 생각이 들었다. |
“이렇게 좋으신 분은 세상에서도 만나기 어려운데 내 이제 만났다가 다시 영원히 잃는구나.” |
세존께서 앉으셨을 때엔 똑바로 쳐다보아 눈도 깜박이지 않았고, 나간 뒤에는 그 뒤를 좇아 지켜보다가 멀리 사라진 뒤에야 멈추고서는 크게 한탄했다.
서운한 생각이 일어날 때마다 땅에 쓰러져 기절하니, 곁의 사람들이 물을 부어 주어야 다시 깨어났다. |
항상 혼자서 골똘히 생각하기를 ‘천하에서 누가 나를 위해 주술(呪術)을 잘 부려서 그 마음을 돌려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오게 해서 전과 같이 즐겁게 만들어 주겠는가’ 하고는 7보의 값진 구술을 풀어 황금소반 위에 놓고 그것으로 사람을 모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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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어떤 범지가 나서서 말했다. |
“제가 능히 주술을 써서 그의 마음을 돌리겠습니다. 백 가지 맛을 내는 환희환을 지어서 약초에다 섞고 주문을 외우면 그 마음이 곧 돌아서서 반드시 다시 오실 것이 틀림없습니다.” |
야수다라는 그의 말대로 해 놓고, 사람을 부처님께 보내어 여러 성인들과 함께 왕림해 주시기를 청했다. |
부처님께서 왕궁에 드시자 야수다라는 곧 백 가지 맛을 내는 환희환을 내어 부처님의 발우에 넣어드렸다. |
야수다라는 부처님께서 잡수신 뒤 소원이 이루어져서 처음과 같이 되기를 바랐으나 부처님은 잡수신 뒤에도 아무런 이상도 없이 마음과 눈이 맑고 고요하기만 했다.
야수다라는 생각했다. |
‘아직 아무 변화가 없는 것은 아직 약효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약효가 발동하면 반드시 내 소원은 이루어질 것이다.’ |
부처님께서 공양 드시기를 마치시고 축원을 해주신 뒤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버리시니, 야수다라는 생각했다. |
‘약의 힘이 저녁때가 되어 해가 지면 나타나서 반드시 궁으로 돌아오시리라.’ |
하지만 부처님은 공양하신 뒤 여전히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이튿날 비구들은 밥을 먹을 시간이 되자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성으로 들어가서 걸식을 하다가 이 사실을 자세히 듣고는 더욱 공경하여 말했다. |
“부처님의 힘은 한량이 없으시고 신통한 마음씨는 헤아릴 수도 없으니, 말이나 생각으로 따질 수 없다. 야수다라의 약인 환희환은 그 힘이 매우 크건만 세존께서는 잡수시고도 몸과 마음에 아무런 이상이 없으시다.” |
비구들은 밥을 받아 가지고 성에서 나와 이 일을 자세히 부처님께 말씀드리니,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야수다라는 지금만 환희환으로 나를 흘리는 것이 아니다. 지난 세상에도 환희환으로 나를 홀린 적이 있느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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