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각과 관은 한 법인가? 두 법인가? |
[답] 두 법이다. 거친 마음으로 처음 생각하는 것을 각이라 하고, 세밀한 마음으로 분별하는 것을 관이라 한다.
비유하건대 종을 쳤을 때 처음의 소리가 큰 것은 각이요, 나중에 소리가 가늘어지는 것은 관이라 할 수 있다. |
[문] 아비담에서는 말하기를 “욕계로부터 초선에 이르기까지 한마음에 각과 관이 있어 상응한다” 하였는데 지금은 어찌하여 말하기를 “거친 마음으로 처음 생각하는 것은 각이요, 세밀한 마음으로 분별하는 것은 관이다” 하는가? |
[답] 두 법이 한마음에 있기는 하지만 두 모습이 함께하지는 않는다. 각이 있을 때는 관이 분명치 않고, 관이 있을 때는 각이 분명치 않다.
마치 해가 떴을 때 뭇별이 나타나지 않는 것과 같으니, 일체의 심과 마음에 속하는 법이 때에 따라 이름을 달리하게 되는 것도 그러하다. |
부처님께서도 말씀하시기를 “만일 한 법을 끓는다면, 나는 그대가 아나함(阿那含)36)을 얻게 됨을 보증하노라” 하셨다.
한 법이라 함은 곧 간탐(慳 貪)이거니와 실제에는 5하분결(下分結)을 다 끊어야 아나함을 얻는다 해야 할 것이어늘 어찌하여 “한 법만 끊으면 된다”고 말씀하셨겠는가?
곧 이 사람은 간탐에 치우침이 많아서 다른 번뇌가 모두 따라서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간탐이 끊어지면 다른 번뇌도 끊어진다 하신 것이다. |
36) 범어로는 anāgāmin. 불환과(不還果)라고도 한다. 두 번 다시 욕계에 태어나지 않는 경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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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과 관이 때에 따라 이름을 지을 수 있는 것도 이와 같다. |
수행자는 이 각과 관이 비록 좋은 법인 줄은 아나, 집중된 마음[定心]을 어지럽히기에 마음에서 그것을 여의기를 원한다.
때문에 이 각과 관을 꾸짖어 생각하기를 ‘각과 관이 선심(禪心)을 요동시킨다’ 하는 것이다. |
비유하건대 맑은 물에 파도가 치면 비치지 못하는 것 같으며, 또한 몹시 피로한 사람이 쉴 틈을 얻어 자려 하는데 곁의 사람이 부르면 갖가지로 어지러워지는 것 같으니, 마음을 거두어 속으로 안정시키는데 각과 관이 흔들어 어지럽히는 것도 이와 같다. |
이러한 갖가지 인연으로 각과 관을 꾸짖어 각과 관이 멸하면 내적으로 청정해지고 마음을 한 곳에 매어두어 각도 없고 관도 없으며 집중[定]에서 생겨나는 기쁨이 있는 경지인 제2선에 들어간다.
2선을 얻은 뒤엔 2선에서 일찍이 얻어보지 못했던 비할 바 없는 기쁨과 즐거움을 얻는다. |
각과 관이 멸한다고 함은 각과 관의 허물을 아는 까닭에 멸한다는 것이다. |
내적으로 청정해진다고 했는데, 곧 깊은 선정에 들어가서 초선의 각과 관을 버림으로써 얻는 이익이 매우 중하며, 잃는 바가 매우 적고 얻는 바가 많고 큼을 믿어서 마음을 한 대상에 매어 두기 때문에 안으로 청정해지는 것이다. |
수행자가 기쁨의 허물을 관찰함도 각과 관의 경우와 같다. 기쁨이 있는 곳을 따라 기쁨도 많고 근심도 많다.
왜냐하면 마치 가난한 사람이 보물을 얻어 기쁨이 한량이 없다가 하루아침에 잃어버리면 그 근심 또한 깊은 것 같으니, 기쁨은 곧 근심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
그러므로 이 기쁨을 버려야 하니, 따라서 ‘생각을 버리는 지혜[捨念智]’를 행하여 이번에는 몸의 즐거움[身樂]을 받는 것이다.
이 즐거움은 성인만이 얻을 수 있고 버릴 수도 있나니, 전일한 마음을 즐거운 곳에 두어 제3선에 들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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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린다 함은 기뻐하는 마음을 버리고는 다시 후회하지 않는 것이요, 지혜라 함은 이미 3선의 즐거움을 얻고는 그 즐거움에 대하여 근심을 내지 않는 것이요, 몸의 즐거움을 받는다 함은 이 3선의 즐거움을 온몸으로 모두 받는 것이요, 성인이라야 능히 얻고 능히 버린다 함은 이 즐거움이 세간에서 으뜸가는 것이어서 능히 집착하는 마음을 내게 하므로 범부로서는 버리는 이가 적다는 것이다. |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기를 “자비를 행하는 과보는 변정지(遍淨地) 가운데 제일이니라”고 하신 것이다. |
수행자는 즐거움의 허물을 관찰하기를 기쁨의 허물을 관찰하듯이 한다. 마음이 요동치 않는 곳이 제일인 줄 아나니, 만일 움직이는 곳이 있다면 이는 괴로움이 있는 것이다. |
수행자는 제3선천의 즐거움이 요동하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곳을 구한다.
괴로움과 즐거움을 끊고 먼저 근심과 기쁨을 멸하니, 때문에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으며 생각을 버리고 청정한 경지인 제4선에 들어간다. |
이 4선에는 괴로움도 없고 즐거움도 없으며, 오직 요동치 않는 지혜만이 있다. 이런 까닭에 제4선을 ‘생각을 버린 청정한 경지’(捨念淸淨)라고 하는 것이다. |
제3선의 즐거움은 움직이기 때문에 괴롭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제4선은 괴로움도 즐거움도 끊어진 곳이라 한다. |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색상을 초월하여 다른 상을 생각하지 않고 대할 수 있는 상[有對相]을 멸해 무변허공처(無邊虛空處)37)에 들어간다” 하셨다. |
이때 수행자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
‘만일 색이 없다면 주림ㆍ목마름․추위․더위의 고통도 없을 것이다. 이 몸의 색은 거칠고, 무겁고, 가리어지고, 악하고, 거짓되고, 속이고, 진실 되지 않다. 전생부터의 인연이 화합해서 과보로 이 몸을 받았으나 갖가지 괴로움이 머무는 곳이다. 어찌하여야 이 몸의 근심을 면할 수 있을까. 이 몸에 대해 허공을 관해야 하리라.’ |
37) 범어로는 ākāṡānantyāyatana-samapatti)를 가리킨다. 공무변처(空無邊處)라고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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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관하기를 ‘몸은 새장[籠] 같고, 시루[甑] 같다’ 하며, 항상 생각하기를 ‘버리지 않으면 색계를 건너서 다시는 몸을 보지 않게 된다’ 한다. |
몸 안이 공하듯이 밖의 색도 그러하나니, 이때에 능히 한량없고 가없는 허공을 관하게 되는 것이다. |
이 관(觀)을 얻으면 괴로움도 즐거움도 없어서 그 마음이 더욱 늘어나나니, 마치 새가 병 속에 갇혔다가 병이 깨지면서 벗어나는 것과 같다. |
이것을 공처정(空處定)이라 한다. 이 공은 한량이 없고 끝이 없어서 식(識)을 그 대상으로 삼나니, 대상이 많으면 곧 흩어져서 선정을 깨고 만다. |
수행자는 허공의 반연[虛空緣]인 느낌[受]․생각[想]ㆍ지어감[行]․분별[識]을 병 같고, 종기 같고, 상처 같고, 가시 같아서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나가 없고, 속이는 것이어서 화합하면 있을지언정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관찰한다. |
이와 같이 생각하고 나서는 허공의 대상을 버리고 다만 식만을 대상으로 삼는다. |
그렇다면 어떻게 반연하는가?
곧 현전의 식을 반연하고, 과거ㆍ미래의 한량없고 끝없는 식을 반연하나니, 이 식은 한량없고 끝이 없다. 마치 허공이 한량없고 끝없는 것과 같으니, 이것을 일컬어 식처정(識處定)38)이라 한다. |
이 식은 한없고 끝이 없어 식으로써 반연하나니, 식이 많으면 흩어져서 선정이 깨어진다.
수행자는 이 식의 대상인 느낌․생각․지어감․분별이 병 같고, 종기 같고, 상처 같고, 가시 같아서 무상하고, 괴롭고, 나 없고, 속이는 것이어서 화합하면 있을지언정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관찰한다. |
이렇게 관찰하고는 식의 모습을 깨뜨리나니, 이는 식처를 질책하고 무소유처(無所有處)39)를 찬탄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모든 식의 모습을 깨뜨리고 무소유에 마음을 매어 두니, 이것을 무소유처정이라 한다. |
무소유처의 대상인 느낌․생각․지어감․분별은 병ㆍ종기ㆍ상처ㆍ가시 같아서 괴롭고, 공하고, 나 없고 속이는 것이어서 화합하면 있을지언정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님을 관찰한다. |
38) 범어로는 vijñānantyāyatana. |
39) 범어로는 ākiñcanyāyatanaṃ.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음을 관찰해 얻는 경지’를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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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사유해 보건대, 생각 없는 곳은 종기 같고, 생각 있는 곳도 병․종기․상처․가시와 같으니, 제일 묘한 곳은 바로 비유상비무상처(非有想非無想處)40)가 된다. |
대지도론 205. ★ 2선/3선/4선/무색계 4선에 들어가는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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