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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일아함경 제26권 |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
34. 등견품(等見品) |
[ 1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존자 사리불은 사위성(舍衛城)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
그 때 많은 비구들이 사리불(舍利弗)을 찾아가 서로 문안인사를 나누고 한쪽에 앉았다. 이 때 비구들이 사리불에게 아뢰었다. |
"계(戒)를 성취한 비구는 어떤 법을 사유(思惟)해야 합니까?" |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
"계율을 성취한 비구는 '5성음(盛陰)은 무상(無常)한 것이요 괴로운 것이며, 번민이요 두려움이 많은 것이다'라고 사유해야 합니다. 또 '괴로운 것[苦]이요 공한 것[空]이며 나라고 할 것도 없는 것[無我]이다'라고 사유해야 합니다. |
5성음(盛陰)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색음(色陰)·통음(痛陰 : 受陰)·상음(想陰)·행음(行陰)·식음(識陰)입니다. 계율을 성취한 비구가 이 5성음(盛陰)을 사유한다면, 그 때 곧 수다원(須陀洹)의 도를 성취할 것입니다." |
비구들이 사리불에게 물었다. |
"수다원을 성취한 비구는 어떤 법을 사유해야 합니까?" |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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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원을 성취한 비구도 '5성음(盛陰)은 괴로운 것이요 번민이며 두려움이 많은 것이다'라고 사유해야 합니다. 또 '괴로운 것이요 공한 것이며 나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이다'라고 사유해야 합니다. 여러분, 꼭 아셔야만 합니다. 만일 수다원을 이룩한 비구가 이 5성음을 사유한다면, 그는 그 때 곧 사다함과(斯陀含果)를 성취할 것입니다." |
모든 비구들이 물었다. |
"사다함을 성취한 비구는 어떤 법을 사유해야 합니까?" |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
"사다함을 성취한 비구도 '이 5성음은 괴로운 것이요 번민이며 두려움이 많은 것이다'라고 사유해야 합니다. 또 '괴로운 것이요 공한 것이며 나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이다'라고 사유해야 합니다. 사다함을 성취한 비구가 이 5성음을 사유한다면, 그는 그 때 곧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성취할 것입니다." |
모든 비구들이 물었다. |
"아나함을 성취한 비구는 어떤 법을 사유해야 합니까?" |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
"아나함을 성취한 비구도 '이 5성음은 괴로운 것이요 번민이며 두려움이 많은 것이다'라고 사유해야 합니다. 또 '괴로운 것이요 공한 것이며 나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이다'라고 사유해야 합니다. 아나함을 성취한 비구가 이 5성음을 사유한다면, 그는 그 때 곧 아라한(阿羅漢)을 성취할 것입니다." |
모든 비구들이 물었다. |
"아라한을 서취한 비구는 어떤 법을 사유해야 합니까?" |
사리불은 말하였다. |
"당신들의 질문은 어찌 그리 지나칩니까? 나한(羅漢)이 된 비구는 할 일이 이미 끝나 다시는 업을 짓지 않습니다. 그래서 번뇌에서 마음이 해탈하여 나고 죽는 바다인 다섯 갈래의 세계로 향하지 않고, 짓는 바가 있는 존재의 몸을 다시는 받지 않습니다. |
그러므로 여러분, 계(戒)를 지키는 비구도 수다원·사다함·아나함도 이 5성음(盛陰)을 사유해야 합니다. 비구들이여,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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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모든 비구들은 사리불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2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바라내(波羅▩)의 선인(仙人)이 살던 녹야원(鹿野園)에 계셨다. |
그 때는 여래께서 도를 이루신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던 터이라 세상 사람들은 그 분을 큰 사문[大沙門]이라 일컬었다. |
그 때 파사닉왕(波斯匿王)은 왕위를 새로 이어 받았었다. |
이 때 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
'내가 이제 새로 왕위를 이어 받았으니 먼저 석가족 집안의 딸을 데려와야겠다. 만일 내게 딸을 준다면 내 마음이 흡족하겠지만 만일 주지 않는다면 내가 가서 힘으로 핍박하리라.' |
그리고는 파사닉왕이 곧 어떤 신하에게 명령하였다. |
"너는 가비라위(迦毗羅衛)의 석가족에게 가서 내 이름으로 그들 석가족에게 '파사닉왕은 문안드립니다. 기거는 편안하신가 하고 몇 번이고 묻습니다'라고 말하라. 또 그들 석가족에게 '나는 석가족의 딸을 데려 오고 싶습니다. 만일 내게 준다면 그 은혜를 길이 새기겠지만 만일 어긴다면 힘으로 핍박할 것입니다' 하고 말하라." |
그 때 대신은 왕의 명령을 받고 가비라국(迦毗羅國)으로 갔다. 그 때 가비라위의 석가족 5백 명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대신은 곧 5백 명의 석가족이 있는 곳으로 가서 파사닉왕의 이름으로 그들 석가족에게 말하였다. |
"파사닉왕은 성심으로 문안드립니다. 기거는 편안하신 지 간절하기 한이 없습니다. 나는 석가족의 딸을 데려오고 싶습니다. 만일 내게 준다면 매우 다행스럽지만 주지 않으신다면 힘으로 핍박하게 될 것입니다." |
이 때 모든 석가족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크게 화를 내었다. |
"우리는 위대한 족성이다. 무엇 때문에 종년의 자식과 인연을 맺겠느냐?" |
그들 중 어떤 이는 '주자'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줄 수 없다'고 하기도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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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무리 중에 마하남(摩呵男)이라는 한 석가족이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
"여러분 화내지 마십시오. 왜냐 하면, 저 파사닉왕은 됨됨이가 포악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파사닉왕이 온다면 우리나라를 파괴하고 말 것입니다. 제가 지금 직접 가서 파사닉왕을 만나 보고 이 사정을 말해 보겠습니다." |
이 때 마하남의 집에는 여종이 낳은 한 처녀가 있었는데, 그녀는 세상에 드물 만큼 얼굴이 단정하였다. 마하남은 이 처녀를 목욕시킨 뒤 고운 옷을 입히고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에 태워 가지고 파사닉왕에게 가서 왕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
"이 아이는 제 딸입니다. 인연을 맺으소서." |
파사닉왕은 그 처녀를 맞아 매우 기뻐하였고 곧 그녀를 첫째 부인으로 삼았다. 몇 일이 지나지 않아 부인은 아이를 배었고 8·9달이 지나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얼굴이 단정하기가 짝이 없을 만큼 세상에서 빼어났다. 파사닉왕은 여러 관상가(觀相家)들을 불러모아 태자의 이름을 짓게 하였다. |
이 때 관상가들은 왕의 말을 듣고 곧 이렇게 아뢰었다. |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대왕께서 부인을 구하셨을 때 여러 석가족들은 서로 다투었고 혹은 '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고, 혹은 '줄 수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으며 이쪽 저쪽 무리로 갈라진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 이름을 비류륵(毗流勒)1)이라고 지어 올립니다." |
관상가들은 이름을 지어 올린 뒤에 제각기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
파사닉왕은 그 류리(流離)태자를 끔찍이 사랑하여 잠깐도 눈앞에서 떼어놓질 않았다. 그러나 태자가 나이 여덟 살이 되자 왕은 그에게 말하였다. |
"너도 이제는 다 컸다. 저 가비라위(迦毗羅衛)로 가서 여러 가지 궁술[射術]을 배워야겠구나." |
이 때 파사닉왕은 여러 시종들을 붙이고 큰 코끼리를 태워 석가족의 집으로 그를 보냈다. 그는 마하남의 집에 도착해 마하남에게 말하였다. |
1) 팔리어로 Vi abha이라고 한다. 또는 비류리(毗流離)·비유리(毗琉璃)라고 음역하기도 하고, 번역하여 악생(惡生)·증장(增長)이라고 한다. 교살라국(憍薩羅國) 파사닉왕과 말리(末利)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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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닉왕께서 저를 이곳으로 보내면서 여러 가지 궁술을 배우라 하셨습니다. 원컨데 조부모(祖父母)님께서는 하나하나 가르쳐 주소서." |
그러자 마하남이 대답하였다. |
"궁술을 배우려고 하면 잘 익혀야 할 것이다." |
마하남은 석가족 동자 5백 명을 모아 함께 궁술을 배우게 하였다. 그리하여 유리태자와 5백 동자는 함께 궁술을 배웠다. |
그 때 가비라위성 안에 큰 강당을 새로 세웠는데, 그곳엔 아직 하늘도 사람도 마(魔)도 혹은 마천(魔天)도 전혀 머무른 적이 없었다. 여러 석가족들은 제각기 서로 의논하였다. |
"지금 이 강당은 완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림과 단청도 이미 마쳐 마치 천궁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먼저 여래(如來)와 비구스님을 청하여 이곳에서 공양하시게 하여 우리가 무궁한 복을 받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리라." |
그리하여 석가족들은 곧 강당 위에 갖가지 자리를 펴고, 비단과 번기와 일산을 달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온갖 유명한 향을 피우고, 또 좋은 물을 준비하고, 모든 등불을 밝혔다. |
이 때 유리태자는 5백 동자를 데리고 강당으로 가 곧장 사자좌(師子座)에 올랐다. 여러 석가족들은 그것을 보고는 크게 화를 내며 곧 달려나가 팔을 붙잡고 문 밖으로 내쫓으면서 모두들 꾸짖었다. |
"이 종년의 자식아, 하늘도 사람도 아직 여기서 머무른 일이 없는데, 이 종년의 자식이 감히 이 안에 들어와 앉다니." |
그들은 다시 태자를 붙잡아 매를 치다가 땅에 메쳤다. 그 때 유리 태자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길게 한숨을 지으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이 때 호고(好苦)라고 하는 범지(梵志)의 아들이 있었다. 유리태자는 범지의 아들 호고에게 말하였다. |
"이 석가족들은 나를 붙잡아 이렇게까지 욕을 보였다. 만일 내가 나중에 왕위를 이어 받게 되거든, 그 때 너는 이 일을 내게 말해야 한다." |
그 때 범지의 아들 호고가 대답하였다. |
"태자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
그로부터 그 범지의 아들은 하루에 세 번씩 "석가족에게 당한 치욕을 기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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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소서"라고 태자에게 아뢰고는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
모든 것은 다 사라짐으로 돌아가나니 |
과일도 익으면 반드시 떨어지고 마네. |
합하고 모인 것은 반드시 흩어지고 |
태어나면 반드시 죽음이 있을 따름이네. |
그 무렵 파사닉왕은 천명대로 세상을 살다가 마침내 숨을 거두었고, 곧 유리태자를 옹립하여 왕을 삼았다. 이 때 호고 범지는 왕에게 찾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
"대왕께서는 옛날 석가족에게 당한 치욕을 기억하소서." |
유리왕이 말하였다. |
"징하고 장하구나! 과거의 일을 잘 기억하고 있구나." |
유리왕은 갑자기 분노를 일으키며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
"지금 이 나라 백성들의 주인은 누구냐?" |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
"대왕이시여, 지금 이 백성들을 거느리시는 분은 유리왕이십니다." |
"너희들은 속히 수레를 장엄하고 네 종류의 군사를 모아라. 내가 지금 석가족을 정벌하러 가리라." |
모든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
"그리하겠습니다, 대왕이시여." |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네 종류 군사를 운집시켰다. 유리왕은 네 종류 군사를 거느리고 가비라월(迦毗羅越)로 떠났다. |
그 때 비구들은 유리왕이 석가족을 치러 온다는 말을 듣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서 이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다. |
세존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 곧 유리왕이 온다는 길목으로 나아가 가지도 잎사귀도 없는 한 메마른 나무 밑에 가부좌하고 앉으셨다. 유리왕은 세존께서 나무 밑에 앉아 계시는 것을 멀리서 보고는, 곧 수레에서 내려 세존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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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
그 때 유리왕이 세존께 여쭈었다. |
"저 가지와 잎이 무성한 니구류(尼拘留) 같은 다른 좋은 나무들도 많이 있는데 하필 이 메마른 나무 밑에 앉아 계십니까?"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친족의 그늘이 그래도 바깥 사람보다 낫다." |
이 때 유리왕은 생각하였다. |
'오늘 세존께서는 일부러 친족을 위해 이러시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오늘은 본국으로 돌아가자. 저 가비라월을 정벌해서는 안 되겠다.' |
유리왕은 곧 하직하고 돌아갔다. |
그 때 호고 범지가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
"옛날 석가족에게 당한 치욕을 기억하소서." |
유리왕은 이 말을 듣자 다시 분노가 치밀었다. |
"너희들은 속히 수레를 장엄하고 네 종류의 군사를 모아라. 내가 저 가비라월을 정벌하러 가리라." |
신하들은 곧 네 종류의 군사를 모아 사위성을 출발하여 석가족을 정벌하기 위하여 가비라월로 떠났다. |
그 때 비구들은 이 소식을 듣고 세존께 가서 아뢰었다. |
"지금 유리왕이 군사를 일으켜 석가족을 치러 간다고 합니다." |
세존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 곧 신통력으로 길가에 있는 한 메마른 나무 아래로 가서 앉아 계셨다. |
유리왕은 세존께서 나무 밑에 앉아 계시는 것을 멀리서 보고, 곧 수레에서 내려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그 때 유리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
"다른 좋은 나무들도 있는데 거기 앉아 계시지 않으시고, 왜 세존께서는 지금 이 메마른 나무 밑에 앉아 계십니까?"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친족의 그늘이 그래도 바깥 사람보다 낫다." |
그 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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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의 그늘은 시원하여라. |
석가족이 부처를 내었다네. |
저들이 모두 내 가지와 잎이니 |
그러므로 이런 나무 아래 앉아있다네. |
이 때 유리왕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
'지금의 세존께선 저 석가족 출신이시니, 내가 정벌해선 안 되겠구나. 이것을 그만두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마땅하다.' |
유리왕은 곧 사위성으로 돌아갔다. 그 때 호고 범지가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
"왕께선 옛날 석가족에게 당한 치욕을 기억하소서." |
유리왕은 이 말을 듣고 다시 네 종류의 군사를 모아 사위성을 출발하여 가비라월로 나아갔다. 이 때 대목건련(大目乾連)은 유리왕이 석가족을 정벌하러 온다는 소식을 듣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그 때 목련(目連)이 세존께 아뢰었다. |
"지금 유리왕이 네 종류의 군사를 모아 석가족을 치러 온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 유리왕과 그 네 종류의 군사들을 모두 다른 세계에 던져 버릴 수 있습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그대가 어찌 이 석가족의 전생 인연마저 다른 세계로 던져 버릴 수 있겠느냐?" |
그러자 목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진실로 그 전생 인연은 다른 세계로 던져 버릴 수 없겠습니다." |
그러자 세존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
"그대는 자리에 돌아가 앉아라." |
목련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
"저는 지금 이 가비라월을 저 허공에다 옮겨 놓을 수 있습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그대가 지금 석가족의 전생 인연도 허공에 옮겨 놓을 수 있겠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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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 대답하였다. |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
"그대는 본래 앉았던 자리로 돌아가거라." |
그러자 목련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
"원컨대 제가 쇠로 새장처럼 성글게 엮어 이 가비라월성 위를 덮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어떠냐? 목건련아, 그대는 쇠로 새장처럼 성글게 엮어 전생의 인연도 덮을 수 있겠느냐?" |
목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
"그대는 본래 있었던 자리로 돌아가거라. 석가족은 이제 전생의 인연이 이미 다 무르익었다. 이제는 그 과보를 받아야 하느니라." |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
비록 저 허공을 땅으로 만들고 |
또 이 땅을 허공으로 만들려 해도 |
과거의 인연에 묶인 |
그 인연은 영원히 썩지 않느니라. |
그 때 유리왕은 가비라월로 갔다. 모든 석가족은 유리왕이 네 종류의 군사를 거느리고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네 종류의 군사를 모아 1유순(由旬)이나 나아가 유리왕을 맞이하였다. |
모든 석가족들은 1유순 안으로 유리왕이 들어오자 멀리서 유리왕에게 활을 쏘았다. 화살은 혹 귓구멍을 맞추면서 귀는 다치게 하지 않고, 상투를 맞추면서 머리는 다치게 하지 않기도 하였다. 혹은 활을 맞춰 부수고 활줄을 맞추면서도 그 사람은 해치지 않았다. 혹은 갑옷을 맞추면서도 그 사람을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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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게 하지 않고, 자리를 맞추면서도 그 사람은 해치지 않았으며, 수레의 바퀴를 맞춰 부수면서도 그 사람은 다치게 하지 않고, 깃대를 맞추면서도 그 사람은 해치지 않았다. 유리왕은 이것을 보고 매우 두려워하며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
"너희들은 이 화살들이 어디서 날아오는지 알아보아라." |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
"이 화살은 저 석가족들이 1유순 밖에서 쏘는 화살들입니다." |
유리왕이 말하였다. |
"만일 저들이 마음먹고 우리를 죽이려 한다면 우리는 모조리 죽고 말 것이다. 이쯤에서 사위성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
그 때 호고 범지가 앞으로 나와 아뢰었다. |
"대왕께선 두려워 마소서. 저 석가족들은 모두 계율을 지키는 자들입니다. 벌레도 죽이지 않는데 더구나 사람을 해치겠습니까? 지금 이대로 나아가면 반드시 저 석가족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입니다." |
유리왕은 석가족을 향해 차츰 앞으로 나아갔고, 석가족은 물러나 성안으로 들어갔다. |
이 때 유리왕은 성 밖에서 외쳤다. |
"너희들은 속히 성문을 열라. 만일 그러지 않으면 모조리 잡아죽이리라." |
그 때 가비라월성(迦毗羅越城)에 나이가 겨우 열다섯쯤 되 보이는 사마(奢摩)라고 하는 석가족 동자가 있었다. 그는 유리왕이 성밖에 있다는 말을 듣고 곧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는 성 위로 올라가 혼자서 유리왕과 싸웠다. |
그 때 사마 동자는 많은 군사를 죽였다. 그들은 제각기 흩어져 달아나면서 모두들 이렇게 말하였다. |
"저 사람은 누구냐? 하늘인가 귀신인가? 멀리서 보니 어린애 같던데." |
그 때 유리왕은 갑자기 두려움을 느껴 참호 속으로 들어가 숨었다. 석가족은 동자가 유리왕의 군사를 물리쳤다는 소식을 듣고, 곧 사마 동자를 불러 말하였다. |
"너 같은 어린애가 왜 우리 집안을 욕되게 하느냐? 우리 석가족은 착한 법을 수행한다는 것을 너는 어찌 모르느냐? 우리는 벌레도 해치지 않는데 더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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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람의 목숨이겠느냐? 우리는 저 군사들을 다 쳐부술 수 있다. 한 사람이 저들 1만 명씩 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하자면 무수한 중생들을 죽이게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도 또한 '사람을 죽인 사람은 죽어서 지옥에 들어가고, 설사 인간으로 태어난다 해도 수명이 매우 짧다'고 말씀하셨다. 너는 이곳에 머물지 말고 빨리 떠나라." |
그 때 사마 동자는 곧 그 나라를 떠나 다시는 가비라월로 들어오지 않았다. |
이 때 유리왕이 다시 성문으로 와서 외쳤다. |
"빨리 성문을 열어라.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
석가족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
"문을 열어야 할까, 열어서는 안 될까?" |
그 때 악마 파순(波旬)이 석가족의 형상을 하고 석가족들 틈에 있다가 여러 석가족들에게 말하였다. |
"너희들은 빨리 성문을 열어라. 오늘의 곤욕을 함께 당하지 말라." |
그래서 석가족은 곧 성문을 열어 주었다. 그러자 유리왕이 모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
"지금 이 석가족 백성들은 그 수가 너무 많아 칼로는 다 죽일 수가 없다. 모두 잡아다 땅속에 다리를 묻은 뒤에 사나운 코끼리로 모두 밟아 죽이게 하라." |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코끼리를 부려 밟아 죽였다. 유리왕은 또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
"너희들은 속히 석가족 여자 중에서 미인 5백 명을 뽑아라." |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미인 5백 명을 뽑아 왕에게 데리고 갔다. 이 때 석가족 마하남이 유리왕에게 찾아가 말하였다. |
"제 소원을 들어 주소서." |
유리왕이 말하였다. |
"무슨 소원입니까?" |
마하남이 말하였다. |
"제가 지금 물 속에 들어가 있겠사오니 제가 물 속에서 견디는 동안만이라도 저 석가족들이 모두 도망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제가 물 밖으로 나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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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는 마음대로 죽이십시오." |
유리왕이 말하였다. |
"그 일이 참 재미있겠습니다." |
그 때 마하남은 곧 물 속에 들어가 머리카락을 나무 뿌리에 묶고는 목숨을 마쳤다. |
그러자 가비라월성에 있던 모든 석가족들은 동문으로 달아났다가는 다시 남문으로 들어오고, 혹은 남문으로 달아났다가느 도로 북문으로 들어오며, 혹은 서문으로 달아났다가 다시 북문으로 들어오기도 하곤 하였다. |
이 때 유리왕이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
"마하남 조부께선 왜 물 속에 숨어 지금까지 나오지 않는지 살펴보아라" |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듣고 곧 물 속으로 들어가 마하남을 끌어냈지만 이미 죽어 있었다. 유리왕은 죽은 마하남을 보자 그 때서야 후회가 되었다. |
"나의 조부께선 이미 목숨을 마쳤다. 그것은 모두 친족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분이 죽을 줄은 몰랐다. 만일 알았더라면 결코 이 석가족을 치지 않았을 것이다." |
당시 유리왕은 9,990만 명을 죽여 그 흐르는 피가 강물을 이루었고, 가비라월성을 태우고는 니구류원(尼拘留園)으로 갔다. |
유리왕은 5백 명의 석가족 여자들에게 말하였다. |
"너희들은 걱정하지 말라. 나는 너희들 남편이요, 너희들은 내 아내다. 우리 서로 즐기자." |
유리왕은 팔을 펴 한 석가족 여자를 잡고는 희롱하려 하였다. 그러자 그 여자가 물었다. |
"대왕께선 무얼 하려는 겁니까?" |
왕은 말하였다. |
"너와 정을 통하고 싶다." |
여인이 왕에게 말하였다. |
"내가 왜 종년에게서 난 종자와 정을 통하겠습니까?" |
유리왕은 크게 분노하여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
"빨리 이 년을 잡아다 손발을 자르고 깊은 구덩이에 던져 버려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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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그녀의 손발을 자르고 구덩이 속에 던져 버렸다. |
그러자 5백 이나 되는 여자들이 모두 왕을 욕하면서 말하였다. |
"누가 이 몸을 가지고 종년에게서 난 종자와 정을 통하겠는가?" |
왕은 화를 내며 5백 명의 석가족 여자들을 잡아다 모두 그 손발을 자르고 깊은 구덩이에 던져 버렸다. |
유리왕은 가비라월(迦毗羅越)을 완전히 파괴한 뒤 사위성(舍衛城)을 향해 떠났다. |
그 때 기타(祇陀) 태자는 깊은 궁중에서 여러 미녀들과 즐기고 있었다. |
유리왕은 풍류 소리를 듣고 물었다. |
"저 소리가 무슨 소리기에 여기까지 들리느냐?" |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
"저것은 기타 왕자가 깊은 궁중에서 풍류를 즐기는 소리입니다." |
유리왕이 곧 몰이꾼에게 명령하였다. |
"너는 이 코끼리를 돌려 기타 왕자에게로 가자." |
그 때 문지기는 왕이 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 아뢰었다. |
"왕께선 조금만 천천히 걸으십시오. 기타 왕자께서는 지금 궁중에서 다섯 가지 욕락(欲樂)을 즐기고 계십니다. 시끄럽게 굴지 마십시오." |
그러자 유리왕은 즉시 칼을 빼어 문지기를 죽였다. |
이 때 기타 왕자는 유리왕이 문밖에 와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녀들에게는 말하지 않고 곧 문 밖으로 나가 왕을 맞이하였다. |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잠깐 들어가 쉬십시오." |
그러자 유리왕이 말하였다. |
"내가 저 석가족과 싸운다는 것을 너는 어찌 몰랐느냐?" |
기타가 대답하였다. |
"들었습니다." |
유리왕이 말하였다. |
"그런데 너는 왜 기녀들과 즐기기만 하고 나를 돕지 않았느냐?" |
기타 왕자가 대답하였다. |
[740 / 1393] 쪽 |
"저는 중생들의 목숨을 차마 죽일 수가 없었습니다." |
그러자 유리왕은 벌컥 화를 내며 즉시 칼을 뽑아 기타 왕자를 배어 죽였다. 기타 왕자는 목숨을 마친 뒤에 삼십삼천(三十三天)에 태어나 5백 명의 천녀(天女)들과 함께 즐겁게 놀았다. |
그 때 세존께서 천안(天眼)으로 기타 왕자가 목숨을 마치고 삼십삼천에 태어난 것을 보시고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
인간과 천상에서 복을 누리는 |
기타 왕자의 덕이여 |
선(善)을 행하면 뒤에 과보 받나니 |
그건 모두 현세의 과보로 인해서이다. |
여기서도 근심하고 저기서도 근심하니 |
저 유리왕은 두 곳에서 늘 근심하네. |
악을 행하면 뒤에 과보 받나니 |
그건 모두 현세의 과보로 인해서이다. |
마땅히 복의 공덕을 의지해야 하나니 |
앞에서 지은 것 뒤에도 그러하다. |
혹은 혼자서 몰래 지으면 |
때로는 남들이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
악을 행하면 그것이 악인 줄 아나니 |
앞에서 지은 것 뒤에도 그러하다 |
혹은 혼자서 몰래 지으면 |
때로는 남들이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
인간이나 천상에서 그 복을 받는데 |
두 곳 어디서나 복을 누리네. |
[741 / 1393] 쪽 |
선을 행하면 뒤에 과보 받나니 |
그건 모두 현세의 과보로 인해서이다. |
여기서도 근심하고 저기서도 근심하나니 |
악을 지으면 두 곳에서 다 근심하네. |
악을 행하면 뒤에 과보 받나니 |
그건 모두 현세의 과보로 인해서이다. |
이 때 5백 명 석가족 여자들은 스스로 귀의하고는 여래의 명호를 칭송하여 부르며 이렇게 말하였다. |
"여래께서는 이 나라에서 태어나셨고, 또한 이곳에서 출가하여 도를 배운 뒤에 깨달음을 얻으셨습니다. 하온데 지금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괴로운 일을 당해 모진 고통을 겪는데도 끝내 돌보지 않으십니다. 세존이시여, 왜 돌보지 않으시나이까?" |
세존께서는 맑고 트인 천이(天耳)로 여러 석가족 여자들이 부처를 향해 원망하는 소리를 들으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너희들은 모두 오라. 우리 다같이 가서 저 가비라월을 살펴보고 또 죽은 친척들을 살펴 보자." |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
세존께서는 비구들을 데리고 사위성을 나가서 가비라월로 가셨다. |
이 때 5백 명 석가족 여자들은 세존께서 비구들을 데리고 오시는 것을 보고 모두들 벗은 몸을 부끄러워하였다. |
그 때 석제환인(釋提桓因)과 비사문왕(毗沙門王)이 세존의 뒤에서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
세존께서 석제환인을 돌아보며 말씀하셨다. |
"저 석가족 여인들이 모두들 부끄러워하는구나." |
석제환인이 아뢰었다. |
[742 / 1393] 쪽 |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
석제환인은 곧 하늘나라 옷으로 그 5백 명 여자들의 몸을 가려 주었다. |
세존께서 비사문왕에게 말씀하셨다. |
"저 여인들은 굶주리고 목말라한 지가 오래되었다. 어떻게 하면 좋은가?" |
비사문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
비사문왕은 곧 천연의 하늘나라 음식을 마련해 모든 석가족 여자들에게 주어 배불리 먹게 하였다. 그 때서야 세존께서는 그 여자들에게 미묘한 법을 차근차근 설명하셨다. |
"이른바 법(法)이란 모두 흩어지기 마련이니,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이별이 있다. 여인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5성음(盛陰 : 몸)은 다 이와 같은 고통과 온갖 번민을 받다가 다섯 갈래의 세계에 떨어지는 것이다. 이 5성음의 몸을 받으면 반드시 행(行)의 과보를 받기 마련이고, 행의 과보로 곧 태(胎)에 들어가게 되며, 태에 들어가고 나면 다시 괴롭고 즐거운 과보를 받아야 하느니라. |
그러나 만일 이 5성음이 없다면 곧 몸을 받지 않을 것이요, 몸을 받지 않는다면 태어남이 없을 것이며, 태어남이 없기 때문에 늙음이 없고, 늙음이 없기 때문에 병이 없으며, 병이 없기 때문에 죽음이 없고, 죽음이 없기 때문에 만났다 헤어지는 괴로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인들아, 이 5음(陰)이 이루어지고 없어지는 변화를 잘 사유(思惟)해야 하느니라. |
왜냐 하면 5음을 알면 곧 다섯 가지 욕망[五欲]을 알게 되고, 다섯 가지 욕망을 알면 애욕[愛]이라는 법을 알게 되며, 애욕이라는 법을 알면 곧 물들고 집착함[染著]이라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를 알고 나면 다시는 태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요, 태에 들어가지 않으면 태어남·늙음·병듦·죽음이 없을 것이다." |
그 때 세존께서는 여러 석가족 여인들에게 차례로 이런 법을 말씀하셨다. 즉 보시에 대한 논[施論]과 계율에 대한 논[戒論]과 천상에 태어나는 데 대한 논[生天論]과 탐욕은 더러운 것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즐거움이라는 가르침이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들의 마음이 열리고 뜻에 이해가 생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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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 아시고, 모든 불세존(佛世尊)께서 항상 말씀하셨던 법인 괴로움[苦]·괴로움의 발생[集]·괴로움의 소멸[盡]·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을 모두 설명하셨다. |
그 때 그 모든 여자들은 온갖 티끌과 때가 완전히 다해 법안(法眼)이 깨끗해졌고, 제각기 그 자리에서 목숨을 마치고는 모두 천상에 태어났다. |
그 때 세존께서는 성(城) 동쪽 문으로 다가갔고 성 안에서 연기와 불꽃이 왕성히 일어나는 것을 보시고 곧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으셨다. |
모든 현상은 덧없는 것이라서 |
태어나면 반드시 죽음이 있네. |
태어나지 않으면 죽지 않나니 |
이 열반이 최고의 즐거움이네. |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너희들은 모두 나를 따라 오라"고 하시고는 니구류원(尼拘留園)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으셨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여기가 니구류원이다. 나는 옛날 여기서 여러 비구들에게 법을 자세히 설명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텅 비어 아무도 없구나. 옛날 수천만 사람들이 이곳에서 도를 얻어 법안이 깨끗해졌느니라. 오늘 이후로 여래는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을 것이다." |
그 때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설법을 마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으로 가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지금 저 유리왕과 그 군사들은 이 세상에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오늘부터 이레 뒤에는 모두 없어지고 말 것이다." |
유리왕은 세존께서 '유리왕과 그 군사들은 지금부터 이레 뒤에 모두 없어지리라'고 예언하셨다는 말을 듣고는 매우 두려워하며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
"여래께서 오늘 예언하시기를 '유리왕은 이 세상에 오래 살지 못하고 지금부터 이레 뒤에 군사들과 함께 모두 없어지리라'고 하셨다고 한다. 너희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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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이나 수재(水災)나 화재(火災)의 변이 우리나라를 침노하는 일은 없는지 바깥 경계를 잘 살펴보아라. 왜냐 하면, 모든 불여래(佛如來)께서는 두 갈래 말을 하지 않으신다. 그 말씀은 결국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
그 때 호고 범지가 왕에게 아뢰었다. |
"왕께선 두려워 마소서. 지금 바깥 경계에는 도적의 두려움도 없고 수재나 화재의 변도 없습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마음껏 즐기소서." |
유리왕이 말하였다. |
"범지여, 모든 불세존(佛世尊)의 말씀은 틀림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이 때 유리왕이 사람을 시켜 날짜를 세게 하였는데, 이레가 되자 대왕은 너무 기뻐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는 여러 군사들과 시녀들을 데리고 아지라(阿脂羅)라는 강 가에 나가 즐기면서 놀다가 바로 그곳에서 밤을 보내게 되었다. |
그런데 그 날 한밤중에 갑자기 구름이 일어나더니 사나운 비바람이 몰아쳤다. 유리왕과 그 군사들은 모조리 물에 휩쓸려 모두 사라졌고,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아비지옥(阿鼻地獄)에 떨어졌다. 또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 성 안에 있는 모든 궁전을 모두 불살랐다. |
그 때 세존께서는 천안으로 유리왕과 그 네 종류 군사들이 물에 휩쓸려 모조리 목숨을 마치고 지옥에 떨어지는 것을 관찰하셨다. |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읊으셨다. |
악을 행하되 매우 심하게 하는 것 |
그 모두는 몸과 입으로 행한 것이다. |
지금 세상에서 몸으로도 고통 받지만 |
타고 난 목숨도 짧아지리라. |
만일 집에서 지낼 때라면 |
그 집은 모두 불에 살리고 |
만일 목숨을 마치게 되면 |
반드시 지옥에 떨어지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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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많은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
"유리왕과 그 네 종류의 군사들은 지금 목숨을 마치고 어디에 태어났습니까?"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유리왕은 지금 아비지옥에 떨어졌느니라." |
모든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
"저 석씨들은 과거에 무슨 인연을 지었기에 지금 유리왕에게 해침을 당하였습니까?" |
그러자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옛날 이 라열성(羅閱城)에 한 어부들이 모여 살던 마을이 있었다. 마침 흉년이 들어 사람들은 풀뿌리를 먹었으니, 금 한 되로 쌀 한 되를 바꿀 정도였다. 그 마을에는 큰 못이 있었는데 또 그 못에는 고기도 많았다. 그래서 라열성 사람들은 그 못으로 가서 고기를 잡아먹고 살았었다. 그 때 그 못에는 두 종류의 물고기가 살고 있었는데, 하나는 이름이 구소(拘璅)이고 다른 하나는 양설(兩舌)이라고 하였다. 그 두 물고기는 서로 의논하였다. |
'우리는 이전에 이 사람들에게 잘못을 저지른 적이 없다. 또 우리는 물에서 사는 짐승이라서 땅에서는 살지 못한다. 그런데도 이 사람들이 모두 와서 우리를 잡아먹고 있으니, 만일 우리가 전생에 조그만 복이라도 지은 것이 있다면 그것으로 원수를 갚자.' |
그 때 그 마을에 나이가 겨우 여덟 살쯤 되는 어린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물고기를 잡지도 않고 또 목숨을 죽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는 물고기들이 언덕 위에 모두 죽어있는 것을 보고는 매우 재미있어 했다. |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너희들은 그 때 라열성 사람들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지금의 석가족이 바로 그들이었느니라. 그 때 그 구소라는 물고기는 지금의 저 유리왕이고, 그 때 저 양설이라고 하는 물고기는 지금의 호고 범지이며, 그 때 언덕에 죽어있는 물고기를 보고 웃었던 어린애는 바로 나였느니라. |
그 때 그 석가족은 앉아서 물고기를 먹었는데, 그 인연으로 무수한 겁 동안 지옥에 떨어졌다가 지금 이 지경이 된 것이다. 나는 그 때 앉아서 바라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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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었기 때문에, 지금 머리를 돌로 치는 것 같고 또 머리에 수미산을 인 것 같은 두통을 앓고 있는 것이다. 왜냐 하면 여래는 다시는 몸을 받지 않고 온갖 행(行)을 버렸으며 모든 액난(厄難)을 벗어났기 때문이니라. |
비구들아,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지금 이런 과보를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행을 잘 단속하고, 범행(梵行) 닦는 이를 생각하고 공경하며 받들어 섬기도록 해야 한다.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3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천자가 목숨을 마치려 할 때에는 전에 없었던 다섯 가지 징조가 앞에 나타난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꽃으로 만든 관이 저절로 시들고, 둘째는 옷에 때가 끼며, 셋째는 몸에서 냄새가 나고, 넷째는 본래의 자리를 좋아하지 않으며, 다섯째는 천녀들이 별처럼 흩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천자가 목숨을 마치려고 할 때에는 다섯 가지 징조가 나타난다'고 하는 것이니라. |
그 때 그 천자는 몹시 근심하면서 가슴을 치고 울부짖는다. 그러면 다른 천자들이 그 천자를 찾아와 이렇게 말한다. |
'그대는 지금 이렇게 가면 좋은 곳에 태어나 좋은 것을 얻고 좋은 이익을 얻을 것이오. 좋은 이익을 얻을 것이니 좋은 업에 편안히 머무를 것을 생각하시오.' |
여러 천자들은 이렇게 가르칠 것이니라." |
그 때 어떤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
"삼십삼천은 어떤 좋은 곳에 태어나고, 어떤 좋은 이익을 얻으며, 어떤 좋은 업(業)에 머무릅니까?"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747 / 1393] 쪽 |
"하늘에게는 인간세상이 바로 좋은 곳이다. 좋은 곳을 얻고 좋은 이익을 얻는 이는 바른 견식이 있는 집안에 태어나 선지식(善知識)과 함께 일하며, 여래의 법 안에서 신근(信根)을 얻는다. 이것을 일러 '좋은 이익을 얻는다'고 하는 것이니라. |
어떤 것이 좋은 업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인가? 그는 여래의 법 안에서 신근(信根)을 얻어 수염과 머리를 깎고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운다. 그는 도를 배워 계성(戒性)을 두루 갖추고 모든 감각기관이 원만하며 음식에 만족할 줄 알고 항상 경행(經行)을 생각하며 세 가지 지혜를 얻는다. 이것을 일러 '좋은 업에 편안히 머무른다'고 하는 것이니라." |
그 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
하늘에겐 인간세상이 제일 좋은 곳 |
선량한 벗은 좋은 이익이 되고 |
출가(出家)는 좋은 업이 되어 |
번뇌가 다해 번뇌가 없게 되네. |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저 삼십삼천은 5욕(欲)에 집착한다. 그러므로 그에게는 인간 세상이 좋은 곳이 된다. 그래서 그는 여래의 법에 출가하여 좋은 이익을 얻고 세 가지 지혜를 얻는다. 왜냐 하면, 모든 불세존은 모두 인간에서 나왔고 하늘에서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여기서 목숨을 마치면 장차 천상에 태어나야 하느니라."2)이 때 그 비구가 세존께 여쭈었다. |
이 때 그 비구가 세존께 여쭈었다. |
"비구는 어떤 좋은 곳에서 태어나야 합니까?" |
"열반(涅槃)이 곧 비구에게는 좋은 곳이다. 비구야, 너는 이제 마땅히 방편을 구해 열반에 이르도록 해야 하느니라.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2) 비구들에게 인간세계를 천상보다 훌륭한 곳으로 말씀하시고 있는 문맥으로 보아 "비구들아, 여기서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태어나지는 말라"가 되어야 옳을 듯하다. |
[748 / 1393] 쪽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4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출가한 사문에게는 비방 받을만한 다섯 가지 일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인가? 첫째는 머리를 기르는 것이요, 둘째는 손톱을 기르는 것이며, 셋째는 옷에 때가 낀 것이요, 넷째는 적절한 시기를 모르는 것이며, 다섯째는 말이 많은 것이다. 왜냐 하면 말이 많은 비구에게는 또 다섯 가지 허물이 있기 때문이다. |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허물인가? 첫째는 남들이 그 말을 믿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남들이 그 말을 듣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남들의 미움을 받는 것이요, 넷째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남을 싸우게 하는 것이다. 이것을 일러 '말이 많은 사람은 다섯 가지 허물이 있다'고 하는 것이니라. |
비구들아, 너희들은 지금 이 다섯 가지를 버리고 삿된 생각을 없애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5 ]3)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5백 명의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
그 때 빈비사라왕(頻毗娑羅王)이 모든 신하들에게 명하였다. |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속히 준비시켜라. 내가 사위성으로 가서 친히 세존을 뵈리라." |
3) 서진(西晉) 시대 법거(法炬)가 한역한 『빈비사라왕예불공양경(頻毗娑羅王詣佛供養經)』을 참조할 것. |
[749 / 1393] 쪽 |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준비하고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
"수레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대왕께선 때가 되었음을 아소서." |
그 때 빈비사라왕은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타고 라열성(羅閱城)을 나서 사위성(舍衛城)으로 나아갔고, 점차 기원정사(祇洹精舍)에 이르러 기원정사로 들어가려고 하였다. |
물로 관정의식을 치룬 왕의 법에는 다섯 가지 위용(威容)이 있다. 그런데도 왕은 그것을 모두 한쪽에 치워두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
그 때 세존께서 그를 위해 점차적으로 미묘한 법을 설명하셨다. 왕은 그 법을 듣고 세존께 아뢰었다. |
"원컨대 여래께서는 라열성에서 여름 안거(安居)를 지내소서. 의복·음식·침구·병을 치료하는 의약 등을 공양하겠습니다." |
세존께서는 잠자코 빈비사라왕의 청을 들어주셨다. |
왕은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들어주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세 번 돌고는 물러갔다. 그는 라열성으로 돌아가 궁중으로 들어갔다. |
그 때 빈비사라왕은 한적한 곳에 있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
'나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여래와 비구스님들께 의복·음식·침구·의약 등을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빈약한 사람들도 가엾이 여겨야 한다.' |
빈비사라왕은 곧 그 날로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
"나는 아까 '나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여래와 비구스님들께 의복·음식·침구·의약 등을 공양할 수 있다. 그러나 빈약한 사람들도 가엾이 여겨야 한다'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너희들은 제각기 차례로 여래와 비구스님들께 공양하도록 하라. 영원토록 무궁한 복을 받으리라." |
그 때 마갈국(摩竭國)의 왕은 곧 궁궐 문 앞에 큰 강당을 세우고 또 갖가지 음식을 준비하였다. |
그 때 세존께서 5백 명 비구들을 데리고 사위성을 나와 세간에 노닐면서 차츰 라열성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 가까이에 이르셨다. 빈비사라왕은 |
[750 / 1393] 쪽 |
세존께서 가란다죽원에 오셨다는 말을 듣고, 즉시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타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빈비사라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
"저는 한적한 곳에서 '지금 나는 당장이라도 의복·음식·침구·의약 등을 공급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저 빈약한 집들도 생각해줘야만 한다'고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신하들에게 '너희들은 제각기 음식을 장만하여 차례로 부처님께 공양하라'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
어떻습니까? 세존이시여. 이것은 옳습니까, 옳지 않습니까?"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대왕이여, 그것은 많은 이익이 있을 것입니다. 천상과 인간을 위해 좋은 복밭을 만들었습니다." |
그 때 빈비사라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
"원컨대 세존이시여, 내일은 궁중에 오셔서 공양하소서." |
빈비사라왕은 세존께서 잠자코 그 청을 들어 주신 것을 보고, 곧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갔다. |
이튿날 아침 세존께서는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으로 들어가 왕궁에 이르러 차례로 앉으셨다. |
왕은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손수 짐작(斟酌)하면서 기뻐하였고 혼란스럽게 하지 않았다. |
세존께서 공양을 마치시자 빈비사라왕은 발우를 치우고 곧 낮은 자리를 가져다 여래 앞에 앉았다. |
세존께서는 왕을 위해 미묘한 법을 차례로 설명하여 그 마음을 기쁘게 해주셨다. 그 때 세존께서 왕과 신하들을 위해 설명한 미묘한 법은 보시에 대한 논[施論]과 계율에 대한 논[戒論]과 천상에 태어나는 데 대한 논[生天論]과 탐욕은 깨끗하지 못한 생각이고 음욕은 더러운 것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중생들의 마음이 열리고 뜻에 이해가 생긴 것을 다시는 의심이 없음을 아시고, 모든 불세존(佛世尊)께서 항상 말씀하셨던 법인 괴로움[苦]·괴로움의 발생[集]·괴로움의 소멸[盡]·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을 모두 말씀하셨다. |
[751 / 1393] 쪽 |
이렇게 세존께서 설법하시자, 그 자리에 있던 60여 명은 온갖 번뇌가 사라져 법안(法眼)이 깨끗해졌고, 60명 대신들과 5백 명 하늘 신들도 온갖 번뇌가 다 사라져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
그 때 세존께서 빈비사라왕과 그 백성들을 위해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
제사에는 불이 제일이 되고 |
글 중에는 게송이 으뜸이며 |
임금은 사람 중에 높은 이요 |
모든 물은 바다가 그 근원이며 |
별들 중에는 달이 가장 빛나고 |
광명 중에선 해가 제일이네. |
위와 아래와 또 사방에 |
존재하고 있는 모든 만물과 |
하늘과 세상 사람 중에는 |
부처님이 가장 높은 분이시니 |
만일 그 복을 구하려거든 |
마땅히 부처님께 공양하여라. |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마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
그 때 라열성 사람들은 그 귀하고 천함과 부유하고 가난한 형편에 따라 부처님과 비구들께 공양하였다. |
그래서 세존께서 가란다죽원에 계시자 그 나라 사람으로 공양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리고 그 라열성 안의 모든 범지들도 차례로 음식을 장만하였다. 그 범지들은 한곳에 모여 의논하였다. |
'우리 각자 세 냥씩 돈을 내어 음식을 공양하자.' |
그 때 라열성에 계두(鷄頭)라는 범지가 있었다. |
그는 너무도 가난해 달리는 업으로 겨우 살아갔으므로 거기 낼 돈이 없었다. 그래서 여러 범지들에게 내몰려 대중들로부터 쫓겨났다. 계두 범지는 집 |
[752 / 1393] 쪽 |
에 돌아가 그 아내에게 말하였다. |
"당신은 지금 알아야 하오. 나는 범지들 틈에 있지 못하고 쫓겨났소. 왜냐 하면 돈이 없었기 때문이오." |
아내가 대답하였다. |
"저 성으로 도로 들어가 남에게 빚을 내면 틀림없이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주인에게 '이레 뒤에 반드시 갚겠습니다. 만일 갚지 못하면 우리 부부가 모두 노비가 되겠습니다'라고 하십시오." |
범지는 아내의 말을 따라 곧 성 안에 들어가 여러 곳을 다니며 빚을 구했지만 끝내 얻지 못하였다. 그는 아내에게 다시 돌아와서 말하였다. |
"나는 여러 곳을 다니며 구해보았으나 끝내 얻을 수 없었소. 어떻게 하면 좋겠소?" |
이 때 아내가 대답하였다. |
"라열성 동쪽에 불사밀다라(不奢蜜多羅)라는 큰 장자가 있는데 그는 재물과 보배가 많습니다. 그에게 가서 빚을 구하되 '돈 세 냥만 빌려 주십시오. 이레 뒤에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만일 갚지 못하면 우리 부부가 모두 노비가 되겠습니다'라고 해 보셔요." |
그 범지는 아내의 말을 따라 불사밀다라에게 가서 돈을 구했다. |
'이레 안에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만일 갚지 못하면 우리 부부가 모두 노비가 되겠습니다.' |
그 때 불사밀다라는 곧 돈을 주었고, 계두 범지는 그 돈을 가지고 그 아내에게 돌아와 아내에게 말하였다. |
"돈은 얻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소?" |
아내가 대답하였다. |
"그 돈을 가지고 가서 대중들에게 내십시오." |
그 범지는 곧 그 돈을 가지고 가서 대중들에게 내었다. 범지들은 그 범지에게 말하였다. |
"우리가 벌써 다 마련하였다. 그 돈은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라. 이 대중 속에 있을 필요가 없다." |
그 범지는 집으로 돌아가 그 아내에게 이 사실을 말하였다. 그 아내가 말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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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다. |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세존께 찾아가 이 심정을 호소해 봅시다." |
범지는 그 아내를 데리고 세존께 나아가 문안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의 아내도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이 때 범지는 앞에 있었던 일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
그 때 세존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
"너는 지금 여래와 비구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라." |
그 때 범지가 그의 아내를 물끄러미 쳐다보자 아내가 말하였다. |
"부처님의 분부만 받들 뿐 어려워할 것은 없습니다." |
범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
"원컨대 세존과 비구들께서는 저의 청을 들어주소서." |
세존께서는 잠자코 범지의 청을 들어주셨다. 그 때 석제환인(釋提桓因)은 세존 뒤에서 합장하고 모시고 서 있었다. 세존께서 석제환인을 돌아보시고 말씀하셨다. |
"너는 이 범지를 도와 함께 음식을 마련하라." |
석제환인이 대답하였다. |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
그 때 비사문천왕(毗沙門天王)은 여래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귀신들을 거느리고 세존께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석제환인이 비사문천왕에게 말하였다. |
"너도 이 범지를 도와 음식거리를 준비하라." |
비사문이 대답하였다. |
"매우 훌륭합니다. 천왕이여." |
비사문천왕이 세존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제 몸을 숨기더니 사람 모양으로 변해 5백 명 귀신들을 데리고 음식거리를 준비하였다. 그 때 비사문천왕이 귀신들에게 명(命)하였다. |
"너희들은 속히 저 전단(栴檀)숲으로 들어가 전단 나무를 가져다 쇠로 만든 부엌에 두어라." |
부엌에서는 5백 귀신들이 음식을 장만하였다. 그 때 석제환인은 자재천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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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在天子)에게 말하였다. |
"비사문은 지금 쇠로 부엌을 만들고 부처님과 비구들께 드릴 음식을 만들고 있다. 너는 지금 신통으로 강당을 만들어 부처님과 비구들께서 그곳에서 공양할 수 있도록 하라." |
자재천자가 대답하였다. |
"그것은 매우 아름다운 일입니다." |
자재천자는 석제환인의 말을 듣고, 라열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신통으로 7보인, 금·은·수정·유리·마노·적주·자거로 된 강당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금·은·수정·유리의 네 층계를 만들었다. |
금 층계 위에는 은 나무를 만들고 은 층계 위에는 금 나무를 만들었는데, 금 뿌리에 은 줄기와 은 가지와 은 잎이었다. 또 금 층계 위에는 은 잎과 은 가지를 만들고, 수정 층계 위에는 유리 나무를 만들어 그 갖가지들을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많았다. 또 여러 가지 보배로 그 사이사이를 장식하고 다시 7보로 그 위를 덮었다. |
4방에는 좋은 금방울을 두루 달아놓았는데 그 방울들은 모두 여덟 가지 소리를 내었다. 다시 좋은 평상을 만들어 좋은 자리를 펴고, 비단과 번기와 일산을 달아 두었으니 세상에서 보기 드문 것들이었다. |
그 때 우두전단(牛頭栴檀)4)에 불을 붙여 밥을 짓자 그 향기가 라열성에서 12유순 안에 가득 찼다. |
그 때 마갈국의 왕이 신하들에게 물었다. |
"나는 깊은 궁중에서 나서 거기서 자랐지만 이런 향내는 전혀 맡아보지 못하였다. 그런데 라열성 근처에서 무슨 일로 이런 향냄새가 나는가?" |
신하들이 아뢰었다. |
"이것은 계두 범지가 부엌에서 하늘나라의 전단을 태우는데 거기에서 나는 향내입니다." |
그 때 빈비사라왕이 신하들에게 명하였다. |
4) 팔리어로는 gosisa-candana이고 적동색을 띠며 전단향 중 최고로 좋은 향을 가졌다고 한다. 옛날부터 불상과 전각 등을 조성하는데 사용되었던 고급목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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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속히 준비하라. 내가 세존께 나아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여쭈어보리라." |
그러자 모든 신하들이 아뢰었다. |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왕이시여." |
빈비사라왕은 곧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 때 국왕은 쇠로 만든 부엌에서 5백 명이 음식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
"이것은 누가 장만하는 음식인가?" |
귀신들이 사람 모양을 하고 대답하였다. |
"계두 범지가 부처님과 비구들을 청해 공양하려는 것입니다." |
국왕은 또 멀리서 높고 넓은 강당을 보고 시자(侍者)에게 물었다. |
"저것은 누가 지은 강당인가? 전에는 없었는데 누가 지었는가?" |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
"그게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
이 때 빈비사라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
'내가 지금 세존께 가서 그 까닭을 여쭈어 보아야겠다. 세존께서는 모르시는 일이 없고 못 보시는 일이 없다.' |
그 때 마갈국의 빈비사라왕이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빈비사라왕은 세존께 아뢰었다. |
"전에는 이런 높고 넓은 강당을 보지 못하였사온데 오늘 이것을 보나이다. 전에는 이 쇠로 만든 부엌을 보지 못하였사온데 오늘 이것을 보나이다. 이것은 도대체 무슨 물건이며, 누구의 조화입니까?"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대왕이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이 부엌은 비사문천왕이 만든 것이고, 또 이 강당은 자재천자가 만들었습니다." |
그 때 마갈국의 왕은 그 자리에서 슬픔과 울음이 북받쳐 어쩔 줄 몰라 하였다. 세존께서는 그것을 보고 말씀하셨다. |
"대왕이여, 무슨 까닭에 그리 슬피 우십니까?" |
빈비사라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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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감히 슬피 울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다만 생각건대 뒷세상 사람들은 성인의 출현을 직접 보지 못할 것입니다. 미래 사람들은 재물에 집착하고 위엄과 덕이 없어 이런 기이한 보물이 있다는 말을 듣지도 못할텐데 하물며 어떻게 보겠습니까? 지금 여래께서 그런 기이하고 특별한 신통으로 세상에 나타내심을 뵈오니 절로 슬피 울어지나이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미래 세상의 왕이나 백성들은 결코 이런 신통을 보지 못할 것이다." |
그 때 세존께서 국왕을 위해 설법하시어 기쁜 마음을 내게 하셨다. 왕은 그 설법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
비사문천왕은 바로 그 날 계두 범지에게 말하였다. |
"너는 오른 팔을 펴라." |
계두 범지는 곧 오른 팔을 폈다. 비사문천왕은 곧 그에게 금방망이를 주면서 말하였다. |
"이 금방망이를 땅에 던져보아라." |
범지가 즉시 땅에 던지자 그것은 곧 백천 냥의 금이 되었다. |
비사문천왕이 말하였다. |
"너는 이 금방망이를 가지고 성 안에 들어가 갖가지 음식을 사서 이곳으로 가지고 오너라." |
범지는 천왕의 분부를 받고 곧 그 금을 가지고 성 안으로 들어가 갖가지 음식을 사서 부엌으로 가지고 왔다. 비사문천왕은 범지를 목욕시킨 뒤 갖가지 옷을 입히고 손에는 향불을 들리고는 '때가 되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원컨대 존자께선 왕림하소서'라고 아뢰라고 시켰다. |
범지는 그 분부를 받고 손에 향로를 들고 아뢰었다. |
"때가 되었습니다. 원컨대 왕림하소서." |
그 때 세존께서 때가 되었음을 아시고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비구들을 데리고 강당으로 가 앉으셨으며, 비구들도 차례로 앉았다. |
그 때 계두 범지는 음식은 매우 많은데 비구들이 너무 적은 것을 보고 앞으로 나아가 세존께 아뢰었다. |
"지금 음식은 이처럼 풍족한데 비구스님들이 너무 적습니다. 어찌하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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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 |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
"범지야, 너는 지금 향로를 들고 높은 다락으로 올라가 동·서·남·북을 향해 '석가문불(釋迦文佛)의 제자들 중 여섯 가지 신통을 얻고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모두 이 강당으로 모이십시오'라고 그렇게 외쳐라." |
범지가 아뢰었다. |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
범지는 부처님 분부를 받고 곧 다락 위로 올라가 번뇌가 다한 모든 아라한을 청하였다. |
그 때 동방에 있던 2만 1천 아라한이 동방에서 강당으로 왔고, 남방에서 2만 1천, 서방에서 2만 1천, 북방에서 2만 1천의 아라한이 이 강당으로 와 모였다. 그래서 그 강당에는 8만 4천 아라한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
그 때 빈비사라왕은 신하들을 데리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또 비구스님에게도 예배하였다. 계두 범지는 비구승들을 보자 너무 기뻐 어쩔 줄을 몰라했다. |
부처님과 비구스님들에게 음식을 공양하되 손수 짐작하면서 기뻐해 마지않았다. |
그러고도 음식이 남자 계두 범지는 세존께 아뢰었다. |
"지금 부처님과 비구스님들께 다 공양을 올렸는데도 아직 음식이 남아있습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너는 지금 부처님과 비구들을 청해 이레 동안 공양하라." |
범지가 대답하였다. |
"그렇게 하겠습니다. 구담(瞿曇)이시여." |
계두 범지는 곧 꿇어앉아 세존께 아뢰었다. |
"지금 부처님과 비구들을 청해 이레 동안 공양하고, 다시 의복·음식·침구·의약 등을 공급해 드리겠습니다." |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들어주셨다. |
그 때 그 대중 속에 사구리(舍鳩利)라고 하는 비구니(比丘尼)가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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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구니가 세존께 아뢰었다. |
"저는 혹 석가문불의 제자로서 번뇌가 다한 아라한 중에 이곳에 모이지 않은 이가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천안(天眼)으로 동방세계, 남방·서방·북방세계를 두루 살펴보았지만 오지 않은 이가 하나도 없이 모두 다 모였습니다. 지금 이 대회에는 순전히 나한(羅漢) 진인(眞人)들만 모였습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그렇다, 사구리야. 네 말과 같다. 이 대회는 순전히 진인들만 동·서·남·북에서 빠짐없이 모두 다 와서 모인 것이니라." |
그 때 세존께서 이 인연으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너희들은 혹 비구니 중에서 천안이 이 비구니처럼 투철한 이를 본 적이 있느냐?" |
비구들이 아뢰었다. |
"보지 못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
그 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나의 성문 제자 중에 천안(天眼)이 제일인 이는 이 사구리 비구니이니라." |
이 때 계두 범지는 이레 동안 의복·음식·침구·의약 등을 성중(聖衆)에게 공양하였고, 다시 향과 꽃을 여래 위에 뿌렸다. 그러자 그 꽃들은 허공에서 7보가 그물처럼 얽힌 누각으로 변하였다. 범지는 그 누각을 보고 너무 기뻐 어쩔 줄을 몰라 하면서 세존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
"원컨대 세존이시여, 저도 도에 들어가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하여 주소서." |
그 때 계두 범지는 곧 도를 닦게 되어 모든 감각기관이 고요해졌고 스스로 그 뜻을 닦아 잠을 없애버렸다. 비록 눈으로 빛깔을 보더라도 생각을 일으키지 않았고, 그 눈도 나쁜 생각이 없어 잡생각으로 치달려가지 않았다. 그래서 눈을 잘 보호하였다. 또 귀로 소리를 듣거나 코로 냄새를 맡거나 혀로 맛을 보아도 그러했으며, 몸으로 보드라운 감촉을 느껴도 보드랍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았고, 뜻으로 법을 알아도 그 또한 그러하였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덮어 지혜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5결(結)과 5개(蓋)를 곧 없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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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할 뜻이 없이 그 마음을 깨끗이 하여 스스로 살생하지 않고, 살생할 생각을 하지 않으며, 남을 시켜 살생하게 하지도 않고, 칼이나 몽둥이를 손에 잡지 않았으며, 인자(仁慈)한 마음을 내어 일체 중생을 대하였다. |
또 도둑질을 버리고 도둑질 할 생각을 내지 않아 그 마음을 깨끗이 하였으며, 항상 모든 중생들에게 보시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또 도둑질하지 못하게 하였다. |
또 제 자신이 음행하지 않고 남을 시켜 그로 하여금 음행하지 않게 하였으며, 항상 범행(梵行)을 닦아 깨끗해 더러움이 없었으며 범행 안에서 그 마음을 깨끗이 하였다. |
또 제 자신이 거짓말하지 않고 남을 시켜 그로 하여금 거짓말하지 않게 하였으며, 항상 진실만을 생각해 거짓말로 세상 사람을 속이는 일이 없이 그 안에서 마음을 깨끗이 하였다. |
또 제 자신이 이간질하지 않고 남을 시켜 그로 하여금 이간질하지 않게 하였으며, 여기서 이 말을 듣더라도 저기 가서 전하지 않고 저기서 저 말을 듣더라도 여기 와서 전하지 않으면서 그 안에서 그 마음을 깨끗이 하였다. |
그는 또 음식에 있어서도 만족할 줄을 알아 맛있는 음식에 대해서도 집착하지 않고, 고운 빛깔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기름지고 깨끗한 것에도 집착하지 않았다. 다만 그 몸을 지탱하고 목숨을 보존하며, 묵은 병을 고치고 새 병이 생기지 않게 하며, 도를 닦아 언제나 함이 없는 경지에 머무르려고 할 뿐이었다. 이를 비유하면 마치 남자나 여자가 부스럼에 고약을 바르는 것은 그 부스럼을 고치기 위해서인 것과 같았다. 그도 또한 마찬가지여서 음식에 있어 만족할 줄 알았던 것은 묵은 병을 고치고 새 병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함일 따름이었다. |
또 그는 때로는 밤을 세우면서 도를 닦아 때를 놓치지 않고 37품도(品道)의 행을 잃지 않았다. 앉기도 하고 거닐기도 하면서 수면의 장애[蓋]를 없앴으니, 초저녁에는 앉기도 하고 거닐기도 하면서 수면의 장애를 없앴고, 한밤중에는 오른쪽으로 누워 다리를 포개고 마음을 밝은 데에 메어두었으며, 새벽에는 앉기도 하고 거닐기도 하면서 그 마음을 깨끗이 하였다. |
그래서 그는 음식에 만족할 줄 알고 경행(經行)함에 있어 때를 놓치지 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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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으며 탐욕과 더러운 생각을 버리고 어떤 나쁜 행도 없이 초선(初禪)에 노닐었다. 다시 이전부터 있었던 각(覺)과 관(觀)을 쉬고, 기억[念]과 기쁨과 즐거움으로 제2선(禪)에 노닐었다. 다시 즐거움이 없어지고 평정[護]과 기억[念]과 청정함[淸淨]이 있어 스스로 몸의 즐거움을 느끼며, 성현들이 구하는 평정과 기억과 청정함으로 제3선에 노닐었다. 그는 다시 괴로움과 즐거움이 없어지고 아무 근심도 없으며, 괴로움도 즐거움도 없는 평정과 기억과 청정함으로 제4선에 노닐었다. |
그는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는 삼매에 든 마음[三昧心]으로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다시 삼매를 얻어 무수한 세월 동안 겪은 일을 기억하게 되었으니, 그는 과거 1생·2생·3생·4생·5생·10생·20생·30생·40생·50생·1백 생·1천 생·만 생·수천만 생과 이루어지는 겁[成劫]·무너지는 겁[敗劫]·이루어지고 무너지는 겁[成敗劫]에 있었던 일들을 다 기억하였다. |
'나는 예전에 어디에 태어났었고, 성(姓)은 무엇이었으며 이름은 무엇이었다. 어떤 음식을 먹었고 어떤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았었다'라고 알았고, 또 수명이 길고 짧았던 것과 저기서 죽어 여기에 태어났고 여기서 죽어 저기에 태어났다는 그러한 인연의 본말을 모두 다 알았다. |
그는 또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는 삼매에 든 마음[三昧心]으로 두려움이 없게 되어, 태어나고 죽는 중생들을 관찰하였다. 그는 또 천안(天眼)으로 태어나고 죽는 중생들을 관찰하여 좋은 세계와 나쁜 세계, 좋은 모양과 나쁜 모양, 예쁜지 추한지 등 그 행에 따른 종류들을 모두 다 알았다. |
또 어떤 중생이 몸과 입과 뜻으로 나쁜 짓을 저지르고 성현을 비방하며 온갖 삿된 업의 근본을 짓고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지옥에 태어나는 것을 알았고, 또 어떤 중생이 몸과 입과 뜻으로 선한 행을 하였고 성현(聖賢)을 비방하지 않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났다는 것을 죄다 알았다. |
그는 또 청정한 천안으로 중생들을 관찰하여 예쁘고 추함과 좋은 세계와 나쁜 세계, 좋은 모양과 나쁜 모양을 모두 다 알고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
그는 또 보시하는 마음이 있고 번뇌가 다한 뒤에는 괴로움을 관찰해 사실 그대로 알았으니, 즉 '이것은 괴로움[苦]이고, 이것은 괴로움의 발생[苦集]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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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며,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苦盡]이고, 이것은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苦出要]이다'고 사실 그대로 알았다. 그는 이렇게 관찰하고는 탐욕의 번뇌[欲漏]에서 마음이 해탈하고 생존의 번뇌[有漏]와 무명의 번뇌[無明漏]에서 마음이 해탈하였다. 이렇게 해탈하고 나서는 곧 해탈하였다고 아는 지혜[解脫智]를 얻었다. 그래서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태(胎)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았다. |
그 때 계두 범지는 바로 아라한(阿羅漢)이 되었다. |
그 때 존자 계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6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세상에는 도저히 될 수 없는 것이 다섯 가지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인가? 없어질 물건은 잃지 않으려 하여도 그리 될 수 없고, 완전히 소멸할 법은 소멸하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리 될 수 없으며, 늙는 법은 늙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리 될 수 없고, 병드는 법은 병들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리 될 수 없으며, 죽는 법은 죽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리 될 수 없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도저히 될 수 없는 다섯 가지가 있다'고 하는 것이니라. |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건 출현하지 않건 이 법계는 영원히 머물러 여여(如如)하기 때문에 무너지지 않지만, 없어지고 소멸하는 소리와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들은 생기거나 혹은 사라져서 모두 다 그 근본으로 돌아간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다섯 가지 법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
그러므로 마땅히 방편을 구해 5근(根)을 닦아야 한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이른바 신근(信根)·정진근(精進根)·염근(念根)·정근(定根)·혜근(慧根)이니라. |
비구들아, 이 5근을 닦아 익히면 곧 수다원(須陀洹)을 성취하여 집집마다 모두 같은 종족이 될 것이며, 더욱 나아가면 사다함(斯陀含)을 성취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5결사(結使)를 없애면 아나함(阿那含)을 성취하여 거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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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에 들고 이 세상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거기서 더 나아가 번뇌가 다하면 번뇌가 없게 되어 심해탈(心解脫)하고 혜해탈(慧解脫)하며 몸으로 그것을 증득하여 자유롭게 노닐면서 다시는 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게 될 것이다. |
그러므로 마땅히 방편을 구해 앞의 다섯 가지 법을 버리고 뒤의 5근(根)을 닦아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7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고칠 수 없는 다섯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종류의 사람인가? 첫째 아첨하는 사람은 고칠 수 없고, 둘째 간사한 사람은 고칠 수 없으며, 셋째 입이 거친 사람은 고칠 수 없고, 넷째 질투하는 사람은 고칠 수 없으며, 다섯째 은혜를 모르는 사람은 고칠 수 없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다섯 무리의 사람은 고칠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니라." |
그 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
간사하고 입이 거친 사람 |
질투하고 은혜를 모르는 사람 |
이런 사람들은 고칠 수 없나니 |
지혜로운 이 그를 버리느니라. |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항상 바른 마음을 배워 질투를 버리고, 말한 바대로 법답게 위의(威儀)를 닦으며, 은혜를 기억해 갚을 줄을 알아야 하나니, 작은 은혜도 잊지 말아야 하거늘 하물며 큰 은혜이겠는가? 아끼고 탐내는 마음을 가지지 말고 또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비방하지 않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763 / 1393] 쪽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8 ]5)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옛날 석제환인은 삼십삼천에게 이렇게 명령하였다. |
'만일 너희들이 아수륜(阿須倫)과 싸워 아수륜이 지고 하늘이 이기게 되거든, 너희들은 비마질다라(毗摩質多羅)6)아수륜을 잡아 이리 끌고 와서 그 몸을 다섯 군데를 꼭꼭 묶어라.' |
그 때 비마질다라아수륜도 여러 아수륜들에게 명령하였다. |
'너희들이 오늘 저 하늘들과 싸워 만일 이기게 되거든 석제환인을 잡아 결박해 이곳으로 끌고 오너라.' |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때 그 둘은 서로 싸웠는데 하늘이 이기고 아수륜이 졌다. 삼십삼천은 아수륜의 왕 비마질다라를 잡아 그 몸을 결박하여 석제환인에게 끌고 가서 중문 밖에 두고 다섯 군데를 밧줄로 꼭꼭 결박하는 것을 직접 보았다. 그 때 아수륜의 왕 비마질다라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
'이 하늘들의 법은 바르고 아수륜의 소행은 비법(非法)이다. 나는 이제 아수륜을 좋아하지 않고 지금부터는 이 천궁에서 살리라.' |
그리고 그는 곧 말하였다. |
'하늘들의 법은 바르고 아수륜은 비법이다. 나는 여기서 살고 싶다.' |
이렇게 생각하자, 그 즉시 아수륜들의 왕 비마질다라는 그 몸의 결박이 저절로 풀어지고 다섯 가지 욕망[五欲]으로 스스로 즐기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만일 아수륜들의 왕 비마질다라가 '하늘들은 비법이요 아수 |
5) 잡아함 제40권 제1110경과 제43권 제1168경, 별역잡아함 제2권의 제39경을 참조하라. |
6) 팔리어로는 Vepacitti이고 비마질다(毗摩質多)로 음역하기도 하며, 사종종(絲種種)·문신(紋身)으로 한역하기도 한다. 환술(幻術)에 능해 실 한 가닥으로 갖가지 조화를 부릴 수 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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륜의 법만이 바르다. 나는 삼십삼천이 쓸데가 없다. 다시 아수륜 궁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나면, 그 즉시 아수륜왕의 몸은 곧 다섯 개의 밧줄에 묶이고 다섯 가지 욕망은 저절로 사라지곤 하였다. |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결박의 빠르기가 이보다 더한 것은 없느니라. 그러나 악마의 결박은 이보다 더 심하니라. 설사 번뇌[結使]의 악마가 묶으려 하더라도 움직이면 악마에게 묶이겠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악마에게 묶이지 않느니라. |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해 마음이 묶이지 않게 하고 한적한 곳을 좋아해야 한다. 왜냐 하면 이 모든 번뇌는 악마의 경계이기 때문이다. 만일 비구가 악마 경계에 머문다면, 그는 끝내 태어남·늙음·병듦·죽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근심·걱정·괴로움·번민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
나는 이제 이 괴로움의 한계를 말했느니라. |
또 만일 비구가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서 번뇌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그는 곧 태어남·늙음·병듦·죽음과 근심·걱정·괴로움·번민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나는 이제 이 괴로움의 한계를 말했느니라. |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이렇게 배워서 번뇌를 없애고 악마의 경계를 초월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9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존자 아난이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이 때 아난이 세존께 여쭈었다. |
"없어짐[盡]을 말씀하시는데 어떤 법을 일컬어 '없어진다'고 합니까?"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아난아, 색(色)은 함이 없는 인연으로서 그런 이름만 있다. 탐욕도 없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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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도 없는 것으로서 이것을 '아주 없어지는 법'이라고 한다. 그 없어지는 것을 '완전히 없어진다[滅盡]'고 말한다. 통(痛 : 受)·상(想)·행(行)·식(識)은 함도 없고 지음도 없다. 그것은 아주 다 사라지는 법으로서 탐욕도 없고 더러움도 없다. 그것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므로 '완전히 없어진다'고 말한다. |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5성음(盛陰)은 탐욕도 없고 지음도 없는 사라지는 법이다. 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을 '완전히 없어진다'고 말한다. 이 5성음은 아주 없어져 영원히 생기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없어진다'고 말하느니라." |
그 때 존자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10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생루(生漏) 범지(梵志)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이 때 생루 범지가 세존께 여쭈었다. |
"어떻습니까? 구담(瞿曇)이시여, 어떤 인연이 있고 어떤 과거의 행이 있었기에 이 백성들이 없어지고 사라지고 줄어들게 된 것입니까? 예전엔 성이 있었는데 지금은 허물어졌고 예전엔 백성들이 살았는데 지금은 빈터가 되었습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범지여, 알고 싶은가? 그것은 다 그 백성들의 소행이 법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엔 성이 있었는데 지금은 무너졌고, 예전엔 백성이 살았는데 지금은 빈터가 된 것이다. 백성들이 간탐(慳貪)에 묶이고 애욕을 익힌 결과, 때아닌 바람이 불고 비가 때맞춰 내리지 않아 심은 종자들이 자라지 못했고, 이 곳에 살던 백성들의 시체가 길에 넘치게 된 것이니라. 범지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런 인연으로 나라가 무너지고 백성이 번성하지 못하게 된 것이니라. |
또 범지야, 백성들의 소행이 법답지 않으면 뇌성벽력의 자연 현상이 생기고 하늘에서 우박이 내려 모판을 못쓰게 만든다. 그럴 때 죽어가는 백성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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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느니라. |
또 범지야, 백성들의 소행이 법답지 않으면 서로 싸우고 다투게 되니, 주먹으로 치기도 하고 기왓장이나 돌을 던져 서로 생명을 잃게 하느니라. |
또 범지야, 그 백성들이 서로 싸우며 자기들이 있는 곳을 불안하게 여기면 나라의 임금도 편안하지 않아 군사를 일으켜 서로 공격하게 되어, 칼에 찔려 죽기도 하고 창이나 화살에 찔려 죽기도 하는 등 죽는 사람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많게 된다. 범지야, 이와 같은 인연으로 백성들이 줄어들고 번성하지 못하게 되느니라. |
또 범지야, 백성들의 소행이 법답지 않기 때문에 하늘과 땅의 신이 도와줄 기회를 얻지 못하여 백성들은 재앙을 당하기도 하고, 질병으로 자리에 눕게 되면 항복 받는 이는 적고 병으로 죽는 이는 많게 되느니라. |
범지야, 이것을 일러 '이런 인연으로 백성들이 줄어들고 번성하지 못하게 된다'고 하는 것이니라." |
그 때 생루 범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
"구담의 말씀은 매우 시원합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줄어드는 이치를 말씀해주시니, 진실로 여래의 말씀과 틀림이 없습니다. 예전엔 성이 있었는데 지금은 허물어졌고, 예전엔 사람이 살았는데 지금은 빈터가 되었습니다. 왜냐 하면 법답지 않기 때문에 곧 간탐의 병이 생겼고, 간탐의 병이 생겼기 때문에 삿된 업이 생겼으며, 삿된 업이 생겼기 때문에 하늘이 때맞춰 비를 내리지 않아 오곡은 익지 않고 백성들은 번성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비법(非法)이 유행하게 되자 하늘이 재앙을 내려 모판을 못쓰게 만든 것입니다. |
그들이 비법을 행함으로써 간탐의 병에 집착하자 나라의 임금도 편하지 않아 제각기 군사를 일으켜 서로 공격하였고 죽은 사람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그리하여 나라는 황폐해지고 백성들은 사방으로 흩어지게 된 것입니다. |
오늘 세존의 말씀은 참으로 훌륭하고 시원스럽습니다. 비법(非法)으로 말미암아 이런 재앙이 닥치게 되니, 즉 남에게 붙잡혀 그 목숨이 끊기게 됩니다. 비법으로 말미암아 도둑질할 마음이 생기고, 도둑질할 마음을 낸 뒤에는 왕에게 잡혀 죽게 되며, 삿된 업을 지음으로써 비인(非人)들이 그 틈을 엿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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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됩니다.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곧 목숨을 마치게 되어 백성들이 줄어들기 때문에 살만한 성이 없게 된 것입니다. |
구담이시여, 오늘 너무도 많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마치 꼽추가 등을 펴고 장님이 눈을 뜨며 어둠 속에서 등불을 얻은 듯, 안목이 없는 자에게 안목이 되어 주셨습니다. 이제 사문 구담께서는 무수한 방편으로 설법하셨습니다. 저는 이제 거듭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귀의합니다. 원컨대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이 목숨 다할 때까지 다시는 감히 살생을 하지 않겠습니다. |
만일 사문 구담께서 제가 코끼리나 말을 탄 것을 보게 되시더라도 저는 여전히 공경하겠습니다. 왜냐 하면 저는 파사닉왕(波斯匿王)과 빈비사라왕(頻毗娑羅王)·우전왕(優塡王)·악생왕(惡生王)·우다연왕(優陀延王)으로부터 범지의 복을 받는 자7)로서 그 덕을 잃을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만일 제가 오른 어깨를 드러내거든 세존께서는 저의 예배를 받아 주소서. 만일 제가 걸어가다가 구담께서 오시는 것을 보게 되면 저는 신었던 신을 벗겠사오니, 세존께서는 저의 예배를 받아주소서. |
그 때 세존께서는 고개를 끄덕여 허락하셨다. 그러자 생루 범지는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
"저는 거듭 사문 구담께 귀의합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우바새가 되도록 허락해 주소서." |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차례대로 설법하시어 기쁜 마음을 내게 하셨다. 범지는 설법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
그 때 생루 범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고려대장경 원문은 '범지복(梵之福)'이다. 이는 곧 범분(梵分)으로서 팔리어로는 brahma-deyya이고 정시지(淨施地)라고 한역한다. 왕이 바라문에게 하사하는 봉지(封地)를 말한다. |
출처 : 通達無我法者
글쓴이 : 통달무아법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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