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8 / 1393] 쪽 |
증일아함경 제27권 |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
35. 사취품(邪聚品) |
[ 1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삿된 소견을 가진 무리에 속한 사람은 어떤 얼굴과 어떤 모양을 가지는가?" |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
"여래께서는 모든 법의 왕이요, 모든 법의 어른이십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모든 비구들을 위해 그 뜻을 말씀해주소서. 저희들은 그 말씀을 듣고 나서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내 너희들을 위해 그 뜻을 해설하리라." |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삿된 무리에 속한 사람은 다섯 가지 일을 보면 알 수 있다. 다섯 가지가 보이면 곧 그 사람은 삿된 무리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느니라. |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웃어야 할 때에 웃지 않는 것, 기뻐해야 할 |
[769 / 1393] 쪽 |
때에 기뻐하지 않는 것, 사랑하는 마음을 내야 할 때에 사랑하는 마음을 내지 않는 것, 나쁜 짓을 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좋은 말을 들어도 마음에 두지 않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반드시 삿된 무리에 머무는 사람임을 알아야 한다. 삿된 무리에 머무르는 사람은 이 다섯 가지 일로 알 수 있느니라. |
또 바른 무리에 머무르는 사람은 어떤 모양과 어떤 인연을 가지고 있는가?" |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여래께서는 모든 법의 왕이요, 모든 법의 어른이십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비구들을 위해 그 뜻을 말씀하여 주소서. 저희들은 말씀을 듣고 나서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내 너희들을 위해 그 뜻을 해설하리라." |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바른 무리에 속한 사람도 다섯 가지 일로 알 수 있다. 다섯 가지가 보이면 그 사람은 바른 무리에 머물고 있는 사람임을 알 수 있느니라. |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웃어야 할 때에 웃는 것, 기뻐해야 할 때에 기뻐하는 것, 사랑하는 마음을 내야할 때에 사랑하는 마음을 내는 것, 부끄러워해야 할 때에 부끄러워하는 것, 좋은 말을 들으면 마음에 두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바른 무리에 머물고 있는 사람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삿된 무리를 버리고 바른 무리에 머물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2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770 / 1393] 쪽 |
이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여래는 세상에 출현할 때 반드시 다섯 가지 일을 한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일인가? 첫째는 법륜(法輪)을 굴리는 일이요, 둘째는 부모를 제도하는 일이며, 셋째는 믿음이 없는 사람을 믿음의 땅에 세우는 일이요, 넷째는 보살의 마음을 내지 못한 이로 하여금 보살의 마음을 내게 하는 일이며, 다섯째는 미래에 올 부처님을 예언하는 일이니라. |
만일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반드시 이 다섯 가지 일을 한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자애로운 마음을 내고 여래를 향하여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3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다섯 가지 보시는 복(福)을 얻지 못한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칼을 남에게 주는 것이요, 둘째는 독약을 남에게 주는 것이며, 셋째는 들소를 남에게 주는 것이요, 넷째는 음녀(婬女)를 남에게 주는 것이며, 다섯째는 귀신사당을 짓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이 다섯 가지 보시는 그 복을 얻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니라. |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또 큰 복을 얻게 하는 다섯 가지 보시가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동산을 만드는 것이요, 둘째는 숲을 만드는 것이며, 셋째는 다리를 놓는 것이요, 넷째는 큰 배를 만드는 것이며, 다섯째는 미래와 과거를 위해 살집을 짓는 것이다. |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이 다섯 가지는 복을 얻게 하는 것이다'라고 한 것이니라. |
그 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
동산 만드러 시원함을 베풀거나 |
[771 / 1393] 쪽 |
또는 튼튼한 다리를 놓아 |
강나루 사람들을 건너게 해주며 |
또 나그네 위해 좋은 집을 짓는 자 |
그런 사람은 밤이건 낮이건 |
언제나 그 복을 누리게 되리니 |
계율과 선정을 두루 성취한 |
그 사람 반드시 천상에 태어나리. |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이 다섯 가지 보시 닦기를 생각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4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여자는 다섯 가지 힘을 가지고 그 남편을 가볍게 본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색(色)의 힘이요, 둘째는 친척의 힘이며, 셋째는 농사의 힘이요, 넷째는 아이의 힘이며, 다섯째는 스스로 지키는 힘이다. 이것을 일러 '여자에게는 다섯 가지 힘이 있다'고 하는 것이니라. |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여자들은 이 다섯 가지 힘에 의지해 남편을 가볍게 여기느니라. 그러나 만일 남편에게 한 가지 힘만 있으면 그 여자를 눌러 버리고 만다. 어떤 것이 그 한 가지 힘인가? 그것은 이른바 부귀(富貴)의 힘이니라. |
남편이 부하고 귀하면 색의 힘도 당하지 못하고, 친척과 농사와 아이와 스스로를 지키는 힘도 당하지 못한다. 그것은 이 한 가지 힘으로 저러한 힘들을 이기기 때문이니라. |
저 악마 파순(波旬)에게도 다섯 가지 힘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 |
[772 / 1393] 쪽 |
가? 빛깔의 힘·소리의 힘·냄새의 힘·맛의 힘·감촉의 힘이 그것이다. 저 어리석은 사람들은 빛깔·소리·냄새·맛·감촉의 법에 집착하기 때문에 파순(波旬)의 경계를 벗어나지 못하느니라. |
그러나 만일 성인의 제자로서 한 가지 힘만 성취한다면 그러한 힘들을 이길 수 있다. 어떤 것이 그 한 가지 힘인가? 이른바 방일(放逸)하지 않는 힘이다. 만일 성인의 제자가 방일하지 않음[無放逸]를 성취한다면 그는 빛깔·소리·냄새·맛·감촉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다. 5욕(欲)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능히 태어남·늙음·병듦·죽음의 법을 분별해 악마의 다섯 가지 힘을 이기고 악마의 경계에 떨어지지 않으며, 온갖 두려움을 벗어나 함이 없는 곳에 이르느니라." |
그 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
계율은 달콤한 이슬 같은 길이요 |
방일은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네. |
탐하지 않으면 죽지 않나니 |
도를 잃으면 스스로 죽느니라. |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마땅히 기억해 수행하며 방일하지 말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5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여자들에겐 다섯 가지 욕망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욕망인가? 첫째는 호화롭고 귀한 집안에 태어나는 것이요, 둘째는 부귀한 집으로 시집을 가는 것이며, 셋째는 남편으로 하여금 제 말을 따르게 하는 것이요, 넷째 |
[773 / 1393] 쪽 |
는 아이를 많이 두는 것이며, 다섯째는 집에서 혼자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여자들에게는 다섯 가지 욕망이 있다'는 것이니라. |
비구들아, 이와 같이 우리 비구들에게도 욕심 낼 만한 다섯 가지 일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이른바 계율[禁戒]·많이 들음[多聞]·삼매(三昧)·지혜(智慧)·지혜해탈(智慧解脫)을 성취하는 것이다. 이것을 일러 '비구들에게도 욕심 낼 만한 다섯 가지 법이 있다'고 하는 것이니라." |
그 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
나는 호화로운 종족으로 태어나 |
부유하고 귀한 집으로 시집가고 |
남편도 마음대로 부려 보았으면 |
그러나 복 없으면 되지 않는다네. |
나는 많은 자식을 두고 |
향과 꽃으로 아름답게 꾸몄으면 |
비록 이러한 욕심은 있어도 |
그러나 복 없으면 되지 않는다네. |
믿음과 계율을 완전히 이루고 |
삼매에 들어 흔들리지 않으며 |
지혜 또한 성취하는 것 |
이는 게으르면 되지 않는다네. |
도의 과위를 빨리 얻고 싶고 |
생사의 깊은 연못을 벗어나 |
열반에 이르기를 바라고 원하지만 |
이는 게으르면 되지 않는다네. |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해 선(善)한 법을 행 |
[774 / 1393] 쪽 |
하고 선하지 않은 법은 버리며, 점차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중간에 후회하는 마음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6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남을 향해 예배하지 않아야 할 다섯 때가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때인가? 만일 탑 가운데 있을 때라면 예배하지 않아야 하고, 대중 가운데 있을 때라면 예배하지 않아야 하며, 길을 가고 있을 때라면 예배하지 않아야 하고, 병으로 누워 있을 때라면 예배하지 않아야 하며, 음식을 먹고 있을 때라면 예배하지 않아야 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다섯 가지 경우에는 예배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 것이니라. |
또 때를 알아 예배해야 하는 다섯 가지 경우가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탑 가운데 있지 않을 때, 대중 가운데 있지 않을 때, 길을 가고 있지 않을 때, 병들지 않았을 때, 음식을 먹고 있지 않을 때이니, 그럴 때에는 예배해야 하느니라. |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때를 따라 행하는 방편을 쓰도록 해야 한다."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7 ]1)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의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 |
1)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4권 1,181번째 소경과 『별역잡아함경』 제5권 95번째 소경이 있다. |
[775 / 1393] 쪽 |
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우두반(優頭槃)2)에게 말씀하셨다. |
"너는 지금 라열성에 들어가 더운물을 조금 구해 오너라. 왜냐 하면 내가 오늘은 척추에 풍병(風病)을 앓고 있어 아프기 때문이다." |
우두반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
이 때 우두반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때가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라열성에 들어가 더운물을 구하였다. 그 때 존자 우두반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
'세존께서는 무슨 이유로 나에게 더운물을 구해오라고 하신 걸까? 여래께선 모든 번뇌가 이미 없어지고 온갖 선을 두루 가지셨다. 그런데도 여래께서는 '나는 지금 풍병으로 앓는다'고 말씀하셨다. 또 세존께서는 누구네 집으로 찾아가라고 성명(姓名)도 가르쳐 주시 않으셨다.' |
그 때 존자 우두반은 라열성의 남자들 중에 반드시 제도해야 할 사람을 천안(天眼)으로 살펴보았다. 이 때 선근(善根)을 심지 않고 계율도 없으며 믿음도 없고 사견을 가졌으며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대해 치우친 견해를 가진 비사라선(毗舍羅先)이라는 장자가 라열성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보시의 덕도 없고 주는 일도 없고 받는 자도 없으며, 또 선악의 과보도 없다. 현세도 후세도 없고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으며, 세상에는 현세와 후세에서 몸소 증득하여 스스로 노닐며 교화하는 사문 바라문 등의 성취자도 없다'는 이런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
그는 수명이 극히 짧아 닷새 뒤에는 반드시 목숨을 마치게 되어 있었고, 또 오도대신(五道大神)을 섬기고 있었다. |
그 때 우두반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
'여래께서는 반드시 저 사람을 제도하고 싶어하실 것이다. 왜냐 하면 이 장자는 목숨을 마친 뒤에 반드시 제곡지옥(啼哭地獄)에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 |
2) 팔리어로는 Upav a이다. 우파마나(優波摩那)라 음역하기도 하고, 백정(白淨)으로 한역하기도 한다. |
[776 / 1393] 쪽 |
다.' |
우두반은 빙그레 웃었다. 오도대신은 멀리서 그가 웃는 것을 보고는 곧 제 모습을 숨기고 사람 모양으로 변해 우두반에게 와서 심부름꾼이 되었다. 그 때 존자 우두반은 그 심부름꾼을 데리고 장자의 집으로 찾아가 문 밖에서 잠자코 서 있었다. 장자는 어떤 도인이 문 밖에 서 있는 것을 멀리서 보고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
잠자코 서 있는 그대는 지금 |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었구나 |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
무슨 까닭으로 여기 왔는가? |
그러자 우두반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
집착 없는 분이신 여래께서 |
지금 풍병으로 앓고 계시오. |
만일 더운물이 있다면 |
여래께선 목욕하고 싶어하시오. |
장자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때 오도대신이 비사라선에게 말하였다. |
"장자는 더운물을 보시하라. 반드시 한량없는 복을 얻고 단 이슬 같은 과보를 받을 것이다." |
장자가 대답하였다. |
"내게는 오도대신이 있는데 이 사문을 섬겨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
오도 대신은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
여래께서 세상에 태어나실 때 |
하늘의 제왕도 내려와 모셨으니 |
[777 / 1393] 쪽 |
그 누가 이 분보다 더 빼어나 |
이 분과 짝할 수 있을까? |
아무리 오도대신 섬기더라도 |
구제 받는 일 있을 수 없으니 |
차라리 이 석씨 스승께 공양하라. |
곧 반드시 큰 과보 얻으리라. |
오도 대신은 다시 장자에게 말하였다. |
"너는 스스로 몸과 입과 뜻이 행하는 일을 잘 단속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너는 오도대신의 위력을 모르느냐?" |
오도 대신은 곧 큰 귀신의 형상으로 변해 오른손에 칼을 들고 장자에게 말하였다. |
"지금 내가 바로 오도 대신이다. 빨리 저 사문에게 더운물을 드려라. 주저하지 말라." |
이 때 장자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특별나구나. 오도 대신도 이 사문을 공양하는구나.' |
그는 곧 향기로운 더운물을 도인에게 드리고 또 석밀(石蜜)까지 사문에게 드렸다. |
이 때 오도대신은 그 향기로운 더운물을 손수 들고 우두반과 함께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갔고, 향기로운 더운물을 여래께 바쳤다. |
그 때 세존께서 그 향기로운 더운물로 몸을 씻으시자 병은 즉시 차도를 보이고 더 이상 심해지지 않았다. |
장자는 닷새 뒤에 목숨을 마치고 사천왕천(四天王天)에 태어났다. |
그 때 존자 우두반은 장자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곧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우두반이 여래께 여쭈었다. |
"그 장자는 목숨을 마치고 지금 어디에 태어났습니까?"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778 / 1393] 쪽 |
"그 장자는 목숨을 마치고 사천왕천에 태어났느니라." |
우두반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그 장자는 그곳에서 목숨을 마치면 다시 어디에 태어납니까?"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그곳에서 목숨을 마치면 다시 사천왕천 중 삼십삼천에 태어나고 나아가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태어날 것이요, 그곳에서 목숨을 마치면 다시 사천왕천에 태어날 것이다. 이렇게 그는 60겁 동안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최후에는 사람의 몸을 얻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배워 벽지불(辟支佛)이 될 것이다. 왜냐 하면, 더운물을 보시한 그 복덕(福德)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
그런 까닭에 우두반아, 많은 스님들을 목욕시키고 그 설법을 들어야겠다고 항상 생각해야 한다. 우두반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존자 우두반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8 ]3)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어떤 비구가 범행 닦기가 싫어져서 계율을 버리고 속가로 돌아가려고 하였다. 그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그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
"저는 이제 범행(梵行) 닦기가 싫어져 계율을 버리고 속가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너는 무슨 까닭에 범행 닦기가 싫어졌으며 계율을 버리고 속가로 돌아가려고 하는가?" |
비구가 대답했다. |
3) 이 소경의 이역경(異譯經)으로는 안세고(安世高)가 한역한 『불설아난동학경(佛說阿難同學經)』이 있다. |
[779 / 1393] 쪽 |
"저는 지금 마음이 치성(熾盛)하여 몸 안에서 불꽃처럼 훨훨 타오르고 있습니다. 저는 비길 데 없이 단정한 여자를 보게 되면, 곧 저 여자와 사귀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또 다시 '이것은 바른 법이 아니다. 만일 내가 이 마음을 따른다면 그것은 바른 도리가 아니다' 하는 생각도 하곤 합니다. 저는 그 때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
'이것은 나쁜 이익이요, 좋은 이익이 아니다. 이것은 나쁜 법이요, 좋은 법이 아니다.' |
그래서 저는 지금 계율을 버리고 속가로 돌아가려는 것입니다. 사문의 계율은 실로 범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차라리 저는 속인으로 살면서 분수껏 보시나 하며 살겠습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무릇 여자에게는 다섯 가지 나쁜 점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더러운 것이요, 둘째는 이간질하는 것이며, 셋째는 질투하는 것이요, 넷째는 성내는 것이며, 다섯째는 은혜를 모르는 것이니라." |
그 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
기쁨은 재물에서 오는 것이 아니요 |
겉모양은 착하지만 속에는 독 품었네. |
착한 길로 나아가는 사람 방해하나니 |
더러운 못을 버리는 매[鷹]같이 하라. |
"그런 까닭에 비구야, 마땅히 더러운 생각을 버리고 깨끗한 관찰을 사유(思惟)하라. 만일 비구가 깨끗한 관찰을 사유한다면 그는 욕애(欲愛)·색애(色愛)·무색애(無色愛)4)를 끊고 무명(無明)과 교만(憍慢)을 완전히 끊을 것이다. 비구야, 지금 너의 그 욕심은 어디서 생겨나느냐? 그 여자의 머리털에서 생겼느냐? 그러나 머리털은 더러운 체액처럼 더럽고, 모두 허깨비처럼 |
4) 욕애(欲愛)는 감각적 쾌락에 대한 갈망을, 색애(色愛)는 존재하는 것에 대한 갈망을, 무색애(無色愛)는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갈망을 뜻한다. 이를 욕애(欲愛)·유애(有愛)·비유애(非有愛)라고도 한다. |
[780 / 1393] 쪽 |
세상 사람을 속이는 것이다. 손·손톱·이[齒] 등 몸에 딸린 것들은 그 어느 것 하나 깨끗한 부분이 없다. 어느 것이 참되며 어느 것이 진실한가? 머리에서 발끝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와 같으니라. 간·쓸개·5장(藏) 따위의 형상 있는 물건들은 하나도 탐낼만한 것이 없다. 그 어느 것이 참된가? 비구야, 지금 너의 그 욕심은 어디서 생겼느냐? 네가 지금 범행을 잘 닦는다면 여래의 바른 법은 반드시 괴로움을 없애줄 것이다. 사람의 목숨은 너무도 짧아 세상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아무리 오래 산다고 해도 1백 년을 넘기지 못하고, 혹 1백 년을 넘긴다 해도 얼마 되지 않아 죽느니라. 비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는 것은 참으로 만나기 어려운 일이요, 법을 듣는 것도 역시 어려운 일이다. 4대(大)로 된 몸을 받기도 어렵고, 모든 감각기관이 완전하기도 어려우며, 중국(中國)5)에 태어나기도 어렵다. 선지식(善知識)을 만나기도 어렵고, 그로부터 법을 듣기도 어려우며, 그 뜻을 분별하기도 어렵고, 법과 법을 성취하기도 어려우니라. |
비구야, 만일 네가 지금 선지식을 따라고 잘 섬긴다면 법을 올바르게 분별할 수 있어야 하고, 또 남을 위해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해야 하느니라. 만일 법을 들은 뒤에 잘 분별할 수 있고, 그 법을 분별한 뒤에 그 뜻을 설명할 수 있으며, 탐욕의 생각, 성냄과 어리석음의 생각이 없어 이 3독(毒)을 여읜다면, 곧 태어남·늙음·병듦·죽음을 벗어날 것이니라. 나는 지금 그 뜻을 간략하게 말하였다." |
그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떠나갔다. |
그 때 그 비구는 한적한 곳에서 법을 깊이 사유하였다. |
'족성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위없는 범행을 닦으려고 하는 까닭은 나고 죽음을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기 위해서이다.' |
이와 같이 사유하여 사실 그대로를 알았다. 그 때 그 비구는 곧 아라한이 되었다. |
5) 여기서는 인도(印度)를 가리킨다. |
[781 / 1393] 쪽 |
그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9 ]6)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가란다죽원에서 대비구(大比丘)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
그 때 아난(阿難)과 다기사(多耆奢)7)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이 때 다기사는 어떤 거리에서 한 여인을 보았는데 그녀는 세상에서 보기 드물 만큼 너무도 단정하였다. |
그는 그 모습을 보고 난 뒤 마음이 어지러워져 평상시와 같지 않았다. 다기사는 곧 아난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
애욕의 불꽃이 훨훨 타올라 |
제 마음이 뜨겁게 달아오릅니다 |
이를 끌 방법 말해 주시면 |
저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그러자 아난도 또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
애욕이라는 전도(顚倒)된 법으로 |
마음이 맹렬히 타오른다는 걸 알아라. |
모습을 떠올리는 생각 없애버리면 |
애욕은 곧 저절로 쉬게 되리라. |
그 때 다기사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
6) 잡아함 제45권 제1214경을 참조하라. |
7) 팔리어로는 Va g sa라고 한다. 붕기사(鵬耆舍)·범기(凡耆)라고도 하며 의역하여취선(取善)이라고 한다. |
[782 / 1393] 쪽 |
마음은 이 몸의 근본이 되고 |
눈은 바라보는 근원입니다. |
꿈속에서 보고 가까이 했던 것 |
그 몸 시들은 어지러운 풀 같네. |
이 때 존자 아난은 곧 앞으로 다가가 오른손으로 다기사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이런 게송을 설하였다. |
탐욕이 없으신 부처님께서 |
애욕 많은 난다(難陀)를 제도했던 때를 기억하라. |
천상과 지옥을 함께 보이셨으니 |
마음을 제어하면 다섯 갈래 세계를 벗어나리라. |
다기사는 존자 아난의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하였다. |
"이제 그만 두소서. 아난이여, 함께 걸식을 마치고 세존께 돌아가십시다." |
그 때 그 여인은 멀리서 다기사를 보고 방긋 웃었다. 다기사는 그 여인의 웃음을 보고 생각하였다. |
'지금 그대의 몸뚱이는 뼈를 세워놓고 가죽으로 둘러싼 것이다. 마치 더러운 것이 가득 담긴 화병(畵甁)과 같아 세상 사람을 홀리고 생각을 어지럽히는구나.' |
존자 다기사는 그 여인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두 관찰하였다. |
'저 몸뚱이에 탐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는가? 서른 여섯 가지 부위가 모두 다 더러운 것뿐이다. 지금 이 온갖 것들은 다 어디서 생겨났을까?' |
존자 다기사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
'내가 지금 남의 몸을 관찰하기보다는 차라리 내 몸 속을 잘 살펴보자. 이 탐욕은 어디서 생겨났을까? 흙의 요소에서 생겨났을까? 물이나 불이나 바람의 요소에서 생겨났을까? 만일 흙이라는 요소에서 생겼다면 흙의 요소는 단단하고 강해 부술 수가 없다. 가령 물이라는 요소에서 생겼다면 물이라는 요소는 너무 물러 가질 수가 없다. 또 불이라는 요소에서 생겼다면 불이라는 |
[783 / 1393] 쪽 |
요소는 뜨거워서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 가령 바람이라는 요소에서 생겼다면 바람이라는 요소는 형상이 없어 가질 수가 없다.' |
이 때 존자는 곧 '이 탐욕은 생각[思想]에서 생겨났을 뿐이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는 곧 다음 게송을 읊었다. |
탐욕아, 내 너의 근본을 아나니 |
너는 생각만으로 생겨나는 것 |
내가 너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
너는 존재하지 못을 것이다. |
그 때 존자 다기사는 이 게송을 읊고 또 더럽다는 생각을 사유하여 그 자리에서 곧 번뇌로부터 마음이 해탈하였다. 아난과 다기사는 라열성을 나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다시사가 세존께 아뢰었다. |
"저는 지금 좋은 이익을 얻었고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너는 지금 무엇을 스스로 깨달았느냐?" |
다기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
"색(色)은 견고하지 못한 것이고 단단하지도 못하며 볼 수도 없고 거짓되어 진실하지 못한 것입니다. 통(痛 : 受)은 튼튼함이 없고 견고하지도 않으며 또한 물거품과 같아 거짓되어 진실하지 못한 것입니다. 상(想)은 견고하지 못한 것이고 단단하지도 않으며 거짓되어 진실하지 못한 것이 또한 아지랑이와 같습니다. 행(行)도 또한 견고하지 못한 것이고 단단하지도 않으며 파초와 같아서 알맹이가 없습니다. 식(識)도 견고하지 못한 것이고 단단하지도 않으며 거짓되어 진실하지 못한 것입니다." |
그는 거듭 부처님께 아뢰었다. |
"이 5성음(盛陰)은 견고하지 못한 것이고 단단하지도 않으며 거짓되어 진실하지 못한 것입니다." |
이 때 존자 다기사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
[784 / 1393] 쪽 |
색(色)은 물거품 덩어리와 같고 |
통(痛)은 부질없는 거품과 같으며 |
상(想)은 마치 아지랑이와 같고 |
행(行)은 마치 파초와 같으며 |
식(識)은 허깨비와 같다 하나니 |
이것은 부처님의 말씀이시네. |
이것을 깊이 사유한 뒤에 |
온갖 행을 자세히 관찰하면 |
그것은 모두 다 비고 고요해 |
진실로 참된 것 전혀 없나니 |
그것은 모두 이 육신 때문이라 |
이것은 선서(善逝)의 말씀이시네. |
그러므로 마땅히 세 법을 없애고 |
그 색을 보거든 더럽다 여겨라. |
이 몸도 또한 그와 같아서 |
허깨비처럼 거짓되어 진실 아니네. |
이것을 해로운 법이라 하나니 |
5음(陰)은 결코 견고하지 않다네. |
진실이 아닌 줄을 이미 알고서 |
나는 이제 훌륭한 길로 되돌아왔네. |
"이와 같이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깨달은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훌륭하다, 다기사야. 5성음(盛陰)의 근본을 잘 관찰하였구나. 너는 이제 꼭 알아야 한다. 수행하는 자라면 이 5성음의 근본은 모두 견고하지 못한 것이라고 관찰해야 한다. 왜냐 하면, 내가 이 5성음을 관찰하고 보리수[道樹] |
[785 / 1393] 쪽 |
밑에서 무상등정각(無上等正覺)을 얻었을 때에도 그대가 오늘 관찰한 것과 같았기 때문이니라." |
이렇게 설명하셨을 때, 그 자리에 있던 60명 비구들은 다 번뇌가 없어지고 마음에 이해가 생겼다. |
그 때 존자 다기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10 ]8)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승가마(僧迦摩)9) 장자의 아들이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이 때 장자의 아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원컨대 세존이시여, 도를 닦도록 허락해주소서." |
장자의 아들은 곧 도를 닦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한적한 곳에서 제 자신을 이겨내며 수행하여 그 법의 과(果)를 이루었다. 족성자(族姓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목적은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는다'고 하는 사실 그대로 알기 위해서이다. 그 때 승가마는 곧 아라한이 되었다. |
그 때 그는 한적한 곳에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은 참으로 만나기 어렵다. 다살아갈(多薩阿竭)은 아주 가끔씩 세상에 출현하시니, 마치 우담발(優曇鉢) 꽃이 지극히 가끔씩 피는 것과 같다. 이 또한 그와 같아서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는 일은 지극히 가끔씩 있는 일이다. 일체의 행이 사라지는 일도 만나기 어렵고 생사(生死)를 벗어나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애욕이 다하고 탐욕이 없어진 열반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
그 때 승가마의 장모는 그 사위가 도인이 되어 탐욕에 집착하지 않고 세속 집안의 번거로움을 버리고 또 자기 딸을 침 뱉듯 버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
8) 이 소경의 이역경(異譯經)으로는 유송(劉宋) 시대 혜간(慧簡)이 한역한 『불설장자자육과출가경(佛說長者子六過出家經)』이 있다. |
9) 팔리어로는 Sabbak ma라고 하며, 승가라마(僧伽羅摩)라고도 한다. |
[786 / 1393] 쪽 |
그러자 그 장모는 딸에게 찾아가 물었다. |
"네 남편이 도인이 되었다는 게 사실이냐?" |
그 딸이 대답하였다. |
"도인이 되었는지 소녀도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
그 노모(老母)가 말하였다. |
"너는 지금 당장 아름답게 꾸미고 좋은 옷을 입고 이 아들과 딸을 안아라. 승가마가 있는 곳으로 같이 가자." |
그 어머니와 딸은 함께 승가마에게로 찾아갔다. 그 때 존자 승가마는 어떤 나무 밑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있었다. 그 때 그 모녀는 그의 앞에 아무 말이 없이 서 있었다. |
그 노모와 딸은 승가마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바라보다가 그에게 말하였다. |
"지금 자네는 왜 내 딸과 말을 하지 않는가? 이 아이들은 자네가 난 아들과 딸이라네. 자네의 지금 소행은 참으로 도리가 아닐세. 그 누구의 용서도 받지 못할 짓이네. 자네가 지금 생각하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리네." |
그러자 존자 승가마가 곧 이런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
이 밖에 더 착한 일 없고 |
이 밖에 더 묘한 일 없으며 |
이 밖에 더 옳은 일 없고 |
이 보다 더 나은 착한 생각은 없다오. |
그러자 장모가 말하였다. |
"내 딸이 무슨 죄가 있고 무슨 법답지 못은 일을 하였는가? 지금 무슨 까닭으로 이 아이를 버리고 집을 떠나 도를 배운단 말인가?" |
그 때 승가마가 곧 이런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
냄새나는 곳에서 더러운 짓하고 |
성을 잘 내고 거짓말을 좋아하며 |
질투하는 마음 옳지 않으니 |
[787 / 1393] 쪽 |
이것은 여래께서 하신 말씀이라오. |
그 때 노모가 승가마에게 말하였다. |
"유독 내 딸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여자가 다 그렇다네. 이 사위성 사람들로서 내 딸을 본 자는 모두 정신이 아득하여 마치 목마른 사람이 물을 마시고 싶어하듯 정(情)을 통하고 싶어하고 아무리 보아도 싫증을 내지 않으며 모두들 집착하는 생각을 하다고 한다. 그런데 자네는 어째서 이 아이를 버리고 도를 배우며, 게다가 비방까지 하는가? 만일 네가 내 딸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자네가 낳은 아들과 딸이라도 자네가 보살피게." |
승가마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
제게는 아들도 딸도 없으며 |
농사도 재물도 보배도 없고 |
또한 사내종 계집종도 없으며 |
권속도 거느리는 무리도 없습니다. |
홀로 거닐며 짝하는 이 없이 |
한적한 곳에서 즐거워하고 |
사문(沙門)의 법을 실천하면서 |
바른 부처님의 도를 구하고 있습니다. |
아들을 두고 딸을 두는 것 |
어리석은 자들이나 하는 짓이니 |
저는 항상 제 몸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
어떻게 아들딸이 있을 수 있으리요 |
그 때 아내와 장모, 아들과 딸은 이 게송을 듣고 제각기 '저런 뜻을 본다면 결코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다. 그들은 다시 승가마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살펴보고는 길게 탄식하고 앞으로 나아가 꿇어앉아 말하 |
[788 / 1393] 쪽 |
였다. |
"설사 저희들이 몸과 입과 뜻으로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모두 용서하소서." |
그들은 승가마를 세 번 돌고 돌아갔다. |
그 때 존자 아난은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그 모녀를 만나게 되어 물었다. |
"아까 승가마를 만나보셨습니까?" |
노모가 대답하였다. |
"비록 만나기는 했지만 만나지 않은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
아난이 말하였다. |
"이야기는 나누어 보셨습니까?" |
노모가 대답하였다. |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지만 제 마음에 들진 않았습니다." |
존자 아난은 곧 이런 게송을 설하였다. |
불로 하여금 물을 내게 하고 |
물로 하여금 불을 내게 하려고 하였으며 |
공(空)한 법을 있게 하려 하고 |
욕심 없는 자를 욕심내게 하려고 했네. |
그 때 존자 아난은 걸식을 마치고 기수급고독원으로 돌아와 승가마에게로 가서 한쪽에 앉아 승가마에게 말하였다. |
"사실 그대로의 법을 알았는가?" |
승가마가 대답하였다. |
"저는 이미 사실 그대로의 법을 깨달아 알았습니다." |
아난이 말하였다. |
"어떻게 사실 그대로의 법을 깨달았는가?" |
승가마는 대답하였다. |
"색(色)은 무상(無常)한 것이고, 이 무상한 이치가 곧 괴로움입니다. 괴로 |
[789 / 1393] 쪽 |
움에는 나[我]라고 할 것이 없으며, 나라고 할 것이 없다는 것이 곧 공(空)입니다. 통(痛)·상(想)·행(行)·식(識)도 다 무상한 것이고, 이 무상한 이치가 곧 괴로움입니다. 괴로움에는 나라고 할 것이 없으며, 나라고 할 것이 없다는 것이 곧 공입니다. 이 5성음(盛陰)은 무상한 이치요, 무상한 이치는 괴로움의 이치입니다. 나는 그것의 소유가 아니요, 그것이 나의 소유도 아닙니다." |
그리고 승가마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
괴로움과 괴로움이 서로를 일으키니 |
괴로움 벗어남도 그와 같다네. |
저 현성의 8품도 |
그것은 열반으로 이르게 한다. |
다시는 이런 삶으로 돌아가지 않고 |
천상과 인간을 돌아다니다 |
장차 괴로움의 근본 없애고 |
영원히 쉬어 움직임이 없으리. |
내 이제 공(空)의 자취를 보니 |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과 같네. |
이제는 아라한을 이루었으니 |
다시는 중생의 태(胎)에 들지 않으리. |
그 때 존자 아난이 찬탄하였다. |
"훌륭하다, 온갖 법을 사실 그대로 잘 깨달았구나." |
아난이 다시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
범행의 자취를 잘 지키고 |
또한 그 도를 잘 수행하여 |
[790 / 1393] 쪽 |
일체의 결박을 끊어버렸으니 |
부처님의 참다운 제자로구나. |
그 때 아난은 이 게송을 마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그 동안의 사실을 전부 세존께 아뢰었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만일 공정하게 아라한을 논하려 한다면 바로 승가마 비구가 그러한 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요, 악마의 권속을 항복 받은 이도 바로 이 승가마 비구이니라. 왜냐 하면, 승가마 비구는 일곱 번이나 가서 마군을 항복 받고 이제 비로소 도를 이루었다. 지금부터는 일곱 번째 출가까지만 받아들인다. 이 한도를 넘어서는 것은 법이 아니니라." |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다시 말씀하셨다. |
"내 성문(聲聞) 제자 중에 능히 마(魔)를 항복 받고 지금 도를 이루게 된 비구는 바로 승가마 비구가 그 첫째이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출처 : 通達無我法者
글쓴이 : 통달무아법자 원글보기
메모 :
'증일아함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증일아함경 제29권 (0) | 2019.03.03 |
---|---|
[스크랩] 증일아함경 제28권 (0) | 2019.03.03 |
[스크랩] 증일아함경 제26권 (0) | 2019.02.24 |
[스크랩] 증일아함경 제25권 (0) | 2019.02.24 |
[스크랩] 증일아함경 제24권 (0) | 2019.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