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

[스크랩] 증일아함경 제30권

수선님 2019. 3. 3. 11:51
[837 / 1393] 쪽
  
증일아함경 제30권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37. 육중품 ②
  [ 6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은 세존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사리불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사위성에서 여름 안거를 마쳤습니다. 이제는 세상으로 나가 유행하며 교화하고자 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라."
  사리불은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떠나갔다.
  사리불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어떤 비구가 사리불을 비방하려는 마음으로 세존께 아뢰었다.
  "사리불은 비구들과 다투고는 참회하지도 않고 지금 사람들 세상으로 나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1)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5권 24번째 소경인 「사자후경(師子吼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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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빨리 가서 내가 사리불을 부른다고 일러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목련과 아난에게 분부하셨다.
  "너희들은 절 안에 있는 비구들을 모두 세존이 있는 곳으로 모이게 하라. 왜냐 하면 사리불이 삼매에 들어 여래 앞에서 사자처럼 외치려 하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은 부처님 분부를 받고 모두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모였고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의 분부를 받은 비구는 곧 사리불이 있는 곳으로 가서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 뵙고자 하십니다."
  사리불은 곧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아까 그대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행실이 나쁜 어떤 비구가 이곳으로 찾아와 '사리불 비구는 다른 모든 비구들과 다투고는 참회하지도 않고 사람들 세상으로 나가 유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과연 그런가?"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의 생각에 맡기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안다. 그러나 지금 대중들이 모두 의심하고 있다. 그대는 대중들에게 말하여 그대의 결백을 알려야 할 것이다."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어머니 배속에서 나와 나이 80이 되어가도록 늘 생각해 왔습니다. 즉 일찍이 살생한 적이 없고 거짓말한 적이 없으며, 설사 장난칠 때라 하더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또 일찍이 남들과 다툰 적도 없습니다. 만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라면 혹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마음이 깨끗한데 어떻게 저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겠습니까?
  저 땅은 깨끗한 것도 받아들이고 더러운 것도 받아들이며, 똥·오줌 등 더러운 것도 모두 받아들이고 고름·피·눈물·가래마저도 거절하지 않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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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그러면서도 저 땅은 나쁘다고도 말하지 않고 좋다고도 말하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와 같아서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고 멀리 유행할 수 있겠습니까? 마음이 온전하지 못한 자라면 그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마음이 바른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고 멀리 유행을 떠날 수 있겠습니까?
  저 물은 좋아하는 물건도 깨끗하게 하고 좋아하지 않는 물건도 깨끗하게 하며, 저 물은 '나는 이것은 깨끗이 하고 이것은 그만 두자'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그와 같아서 달리 생각하지 않는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고 멀리 떠나 유행할 수 있겠습니까?
  맹렬한 불은 산과 들을 태우며 예쁘고 추한 것을 가리지 않고 끝내 다른 생각이 없습니다. 저도 그와 같거늘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툴 생각이 있겠습니까?
  땅을 쓰는 빗자루2)는 예쁘고 추한 것을 가리지 않고 모두 쓸며 끝내 다른 생각이 없으며, 또 두 뿔이 잘린 소는 너무도 얌전하고 사납지 않아 잘 다룰 수 있어 마음먹은 곳으로 끌고 가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제 마음도 그와 같아서 헤치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고 멀리 유행을 떠나겠습니다.
  전다라(旃陀羅) 여인은 헤진 옷을 입고 세상에서 걸식하면서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와 같아서 다른 생각이 없는데 다툼을 일으키고 멀리 유행을 떠나겠습니까?
  기름가마가 군데군데 부서졌다면 눈 가진 사람은 누구나 곳곳에서 기름이 새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와 같아서 아홉 구멍으로 더러운 것들이 새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겠습니까?
  나이 젊고 얼굴이 단정한 여자의 목에 죽은 송장을 걸치면 그 여자는 싫어하고 괴로워합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와 같아서 이 몸을 싫어하고 괴로워
  
  
2) 고려대장경 원문에는 '쇄(灑)'자로 되어 있으나 명본에는 '추(箒)'자로 되어 있다. 문맥으로 보아 '추'자가 합당하리라 여겨져 명본에 의거해 번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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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는 것이 그와 다름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와 다투고 멀리 유행을 떠나겠습니까? 그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께서도 그것을 아시고, 저 비구도 그것을 알 것입니다. 만일 그런 일이 있었다면 저 비구가 제 참회를 받아주기를 바랍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스스로 참회해야 한다. 왜냐 하면 만일 참회하지 않는다면 네 머리가 일곱 조각으로 부서질 것이기 때문이니라."
   그 때 그 비구는 두려운 생각이 들어 온 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여래의 발에 예배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사리불께 잘못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의 참회를 받아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너는 사리불에게 참회하라. 만일 그러지 않으면 네 머리가 일곱 조각이 날 것이다."
  그러자 그 비구는 곧 사리불에게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사리불에게 아뢰었다.
  "원컨대 제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제가 어리석어 진실을 분별하지 못했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이 비구의 참회를 받아주고 또 손으로 그 머리를 어루만져 주어라. 왜냐 하면 만일 이 비구의 참회를 받아 주지 않으면 머리가 일곱 조각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사리불은 손으로 그 머리를 어루만지며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 참회를 받아주겠소. 그대는 어리석고 미혹한 사람과 같았지만 우리 불법은 매우 넓고 크오. 그대는 이제 제때에 뉘우칠 줄 알았으니, 훌륭하오. 내 이제 그대의 참회를 받아들이겠으니 이후로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마시오."
  그래도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였다.
  사리불은 다시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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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마시오. 왜냐 하면 지옥에 들어가는 여섯 가지 법이 있고, 천상에 태어나는 여섯 가지 법이 있으며, 열반에 들어가는 여섯 가지 법이 있기 때문이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남을 해치려 하는 것, '나는 이미 해치려는 마음을 일으켰다'고 하며 곧 기뻐 뛰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것, '나는 다른 사람들도 남을 해치도록 가르쳐 그들이 해치려는 마음을 일으키도록 하리라'고 하는 것, 남을 해치고 나서 기뻐하는 것, '나는 이런 향기롭지 못한 질문을 하리라'고 하는 것,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곧 근심하고 걱정하는 것이오. 이것이 이른바 '사람을 나쁜 곳에 떨어지게 하는 여섯 가지 법이 있다'라고 한 것이오.
  어떤 것이 사람을 좋은 곳에 태어나게 하는 여섯 가지인가? 이른바 몸의 계행을 완전히 갖추는 것, 입의 계행을 완전히 갖추는 것, 뜻의 계행을 완전히 갖추는 것, 목숨을 청정하게 하는 것, 죽이고 해치려는 마음이 없는 것, 질투하는 마음이 없는 것, 이것이 이른바 '좋은 곳에 태어나게 하는 여섯 가지가 있다'라고 한 것이오.
  열반에 이르기 위해 어떤 여섯 가지 법을 닦아야 하는가? 이른바 6사념법(思念法)이니,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이른바 몸으로 자비를 행하여 더러움이 없는 것, 입으로 자비를 행하여 더러움이 없는 것, 뜻으로 자비를 행하여 더러움이 없는 것, 이익을 얻으면 남들과 고루 나누고 아까워하지 않는 것, 결점이 없는 금계(禁戒)를 받들어 지키고 지혜로운 자들이 소중히 여기는 이러한 계를 완전히 구족하는 것, 모든 삿된 소견과 바른 소견과 괴로움의 근본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성현의 출요(出要) 등 이런 여러 소견들을 모두 분명히 아는 것, 이것이 이른바 '사람을 열반에 이르게 하는 여섯 가지 법'이라 하는 것이오. 비구여, 그대는 이제 방편을 구해 이 여섯 가지 법을 행하도록 하오. 이와 같나니 비구여,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오."
  그 때 그 비구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사리불의 발에 예배하고 말하였다.
  "저는 이제 거듭 스스로 참회합니다. 어리석고 미혹한 사람처럼 저는 진실을 분별하지 못하였습니다. 원컨대 사리불께서는 저의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이후로 다시는 범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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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리불이 말하였다.
  "그대의 참회를 받아주겠소. 성현의 법은 매우 넓고 크오. 그대는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닦아 다시는 범하지 마시오."
  그 때 그 비구는 사리불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3)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첫째가는 가장 공한 법을 설명하리니,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가장 공한 법인가? 저 눈은 생길 때에는 곧 생기지만 그 오는 곳을 볼 수 없고, 멸할 때에는 곧 멸하지만 그 멸하는 곳을 볼 수 없다. 다만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假號法]과 인연의 법[因緣法]은 제외한다.
  어떤 것이 임시로 붙여진 이름과 인연의 법인가? 이른바 이것이 있으면 곧 있고 이것이 생기면 곧 생기는 것이다. 즉 무명(無明)을 인연해 행(行)이 있고, 행(行)을 인연해 식(識)이 있으며, 식을 인연해 명색(名色)이 있고, 명색을 인연해 6입(入)이 있으며, 6입을 인연해 접촉[更樂 : 觸]이 있고, 접촉을 인연해 느낌[痛:受]이 있으며, 느낌을 인연해 애욕[愛]이 있고, 애욕을 인연해 집착[取]이 있으며, 집착을 인연해 존재[有]가 있고, 존재를 인연해 태어남[生]이 있으며, 태어남을 인연해 죽음[死]이 있고, 죽음을 인연해 근심[愁]·걱정[憂]·괴로움[苦]·번민[惱] 등 헤아릴 수 없는 것들이 있게 된다. 이와 같이 괴로움의 쌓임은 이 인연으로 된 것이니라.
  
  
3)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13권 335번째 소경인 「제일의공경(第一義空經)」이 있다.
[843 / 1393] 쪽
  이것이 없으면 곧 없고 이것이 멸하면 곧 멸한다. 즉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하고, 행이 멸하면 식이 멸하며, 식이 멸하면 명색이 멸하고, 명색이 멸하면 6입이 멸하며, 6입이 멸하면 접촉이 멸하고, 접촉이 멸하면 느낌이 멸하며, 느낌이 멸하면 애욕이 멸하고, 애욕이 멸하면 집착이 멸하며, 집착이 멸하면 존재가 멸하고, 존재가 멸하면 태어남이 멸하며, 태어남이 멸하면 죽음이 멸하고, 죽음이 멸하면 근심·걱정·괴로움·번민이 모두 멸한다. 다만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만은 제외한다.
  귀·코·혀·몸·뜻이라는 법도 또한 그와 같으니, 즉 생길 때에는 곧 생기지만 그 오는 곳을 알 수 없고, 멸할 때에는 곧 생기지만 멸하는 곳을 알 수 없다. 다만 그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만은 제외한다.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假號法]이란 이것이 생기면 곧 생기고 이것이 멸하면 곧 멸하는 것이다. 이 6입도 지은 사람이 없고, 또한 명색과 6입도 부모로 말미암아 있기는 하지만 태에 들어간 자는 없다. 이것들은 인연으로 있는 것이요, 이 또한 임시로 붙여진 이름이며, 반드시 앞의 대상이 있은 뒤에야 비로소 있는 것이다.
  마치 나무를 비벼 불을 구할 때 앞의 대상이 있는 뒤에야 불이 생기는 것과 같다. 그러나 불은 나무에서 나온 것도 아니요, 또 나무를 떠나 생기는 것도 아니다. 설사 어떤 사람이 나무를 쪼개어 불을 찾더라도 불을 얻지는 못하리니, 그것은 모두 인연이 모인 뒤에야 불이 있기 때문이다.
  이 6정(情)4)이 일으키는 병 또한 그와 같아서 모두 인연이 모임으로 말미암아 그 가운데서 병을 일으킨다. 이 6입(入)은 생길 때에는 곧 생기지만 그 오는 곳을 볼 수 없고, 멸할 때에는 곧 멸하지만 그 멸하는 곳을 볼 수 없다. 그러나 임시로 이름이 붙여진 법만은 제외하나니, 그것은 부모의 인연이 모임으로 말미암아 있는 것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어머니 태 안에 들며
  
  
4) 여섯 감각기관인 6근(根)의 다른 이름이다. 즉 이 경의 앞뒤에서 말한 6입(入)을 가리킨다.
[844 / 1393] 쪽
  차츰차츰 엉긴 수(酥)처럼 되다가
  드디어 혹처럼 되고
  그런 뒤 비슷한 형상으로 변한다.
  
  머리와 목이 먼저 생기고
  다음에 차츰 손발이 생기며
  온갖 뼈마디가 제각기 생기고
  털과 손발톱·이빨 생긴다.
  
  만일 그 어머니 온갖 음식과
  갖가지 요리를 먹으면
  그 정기로써 살아가나니
  태를 받은 목숨의 근본이니라.
  
  그로써 형체가 이루어지고
  모든 감각기관이 빠짐없이 갖춰져
  어머니로부터 태어나게 되나니
  태를 받는 괴로움 이러하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인연이 모여 곧 이 몸도 이루어진 것이니라. 또 비구들아, 한 사람의 몸에는 360개의 뼈가 있고, 9만 9천 개의 털구멍이 있으며, 5백 개의 맥(脈)이 있고, 5백 개의 근육이 있으며, 8만 종의 벌레가 산다.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6입으로 된 이 몸에는 이런 재앙이 있느니라. 비구들아, '누가 이 뼈를 만들었는가? 누가 이 근육과 맥을 붙였는가? 누가 이 8만 종의 벌레를 만들었는가'라고 생각하고 사유해보아라. 그 비구가 이렇게 생각하고 사유해본다면 그는 곧 두 가지 과보를 얻게 되리니, 아나함(阿那含)이 되거나 혹은 아라한(阿羅漢)이 될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845 / 1393] 쪽
  360개의 뼈가
  사람의 몸 속에 있네.
  이는 과거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
  나도 이제 그렇게 말한다.
  
  근육은 5백 개
  맥의 수도 그렇고
  벌레는 8만 종
  9만 9천 개의 털구멍.
  
  마땅히 몸을 이렇게 관찰하며
  비구들이여, 부지런히 정진하라.
  아라한 도를 재빨리 얻어
  열반의 세계에 이르게 되리라.
  
  이런 법은 모두 비고 고요하건만
  어리석은 사람들 그것을 탐내고
  지혜로운 사람들 마음으로 기뻐하며
  이 공한 법의 근본을 듣는다네.
  
  "비구들아, 이것이 이른바 첫째가는 가장 공한 법이니라. 나는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을 너희들에게 설명하였다. 나는 이제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할 일을 다하였다.
  너희들은 그 법을 수행하기를 항상 생각하고, 한적한 곳에서 좌선하며 사유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 지금 수행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이익이 없을 것이다. 이것이 나의 교훈이다. 이와 같나니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846 / 1393] 쪽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생루(生漏) 범지5)는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서로 문안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생루 범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지금 찰리(刹利)는 마음으로 무엇을 바라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가르침에 집착하고, 무엇을 구경(究竟)으로 여깁니까? 또 지금 바라문은 마음으로 무엇을 바라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가르침에 집착하고, 무엇을 구경으로 여깁니까? 또 지금 국왕은 마음으로 무엇을 바라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가르침에 집착하고, 무엇을 구경으로 여깁니까? 또 지금 도둑은 마음으로 무엇을 바라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가르침에 집착하고, 무엇을 구경으로 여깁니까? 또 지금 여자는 마음으로 무엇을 바라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가르침에 집착하고, 무엇을 구경으로 여깁니까?"
  그 때 세존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찰리 종족은 항상 싸우기를 좋아하고, 온갖 기술이 많으며, 사무를 좋아하고, 바라는 구경(究竟)은 끝내 중간에 그만두지 않는다."
  "바라문은 마음으로 무엇을 바랍니까?"
  "바라문은 마음으로 주술을 좋아하고, 반드시 살 집을 지으며, 한적한 곳을 좋아하고, 범천에 뜻을 둔다."
  "국왕은 마음으로 무엇을 바랍니까?"
  "범지여, 알아야 한다. 왕은 정치의 권력을 얻기를 바라고, 군대와 무기에 뜻을 두며, 재물에 탐착하느니라."
  "도둑은 마음으로 무엇을 바랍니까?"
  "도둑은 훔칠 뜻을 품고 간사한 데 마음을 두며, 자기가 한 짓을 남들이 모르게 하려고 한다."
  "여자는 마음으로 무엇을 바랍니까?"
  "여자는 남자에게 뜻을 두고, 재물에 탐착하며, 남녀간의 일에 마음이 매여
  
  
5) 팔리어로는 J usso br hma a이고 생문(生聞) 범지라고도 한다.
 
[847 / 1393] 쪽
  자유롭기를 바라느니라."
  그 때 범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참으로 놀랍고, 참으로 뛰어나십니다. 그런 일들을 다 아시고 계셨군요. 그것은 진실이요, 헛말이 아닙니다. 그러면 지금 비구는 마음으로 무엇을 바랍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계덕을 두루 갖추고, 마음은 도법에 노닐며, 뜻을 네 가지 진리에 두고, 열반에 이르려고 한다. 이것이 비구가 구하는 것이니라."
  이 때 생루 범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가 먹는 마음은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 이치는 실로 그러합니다. 구담이시여, 열반은 매우 즐거운 것이고, 여래께서는 너무도 많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마치 장님이 눈을 뜨고, 귀머거리가 소리를 듣게 되며, 어둠 속에 있던 자가 빛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 여래께서 하신 말씀도 그와 같아서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이제 나라 일이 너무 많아 이만 돌아가려 합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때를 알아서 하라."
  그 때 생루 범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 곧 물러갔다.
  그 때 생루 범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생루 범지는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범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이 가운데서 어떤 비구가, 또 어떻게 해야, 범행을 닦으며 번뇌가 흘러나오는 일이 없고 청정하게 범행을 닦을 수 있겠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848 / 1393] 쪽
  
  "만일 어떤 사람이 계율을 완전히 갖추고 범하지 않는다면, 이것을 청정하게 범행을 닦는 것이라 한다. 또 범지여, 눈으로 빛깔을 보더라도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분별을 일으키지 않으며 나쁜 생각을 없애고 좋지 못한 법을 버려 눈을 온전하게 할 수 있다면, 이것이 이른바 '이 사람은 청정하게 범행을 닦는다'고 하는 것이다.
  또 귀로 소리를 듣거나, 코로 냄새를 맡거나, 혀로 맛을 보거나, 몸으로 감촉을 느끼거나, 뜻으로 법을 알더라도 분별이나 생각이 전혀 없고 청정하게 범행을 닦아 그 뜻을 온전하게 할 수 있다면, 이런 사람은 범행을 닦으며 번뇌가 흘러나오는 일이 없을 수 있느니라."
  바라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떤 사람이 범행을 닦지 않고, 청정한 행을 두루 갖추지 못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다면 그것은 범행이 아니니라."
  바라문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사람이 번뇌가 있고 두루 갖추지 못합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어떤 사람이 여자와 교접하거나 손발을 서로 비비거나 그녀를 마음에 품고 잊지 않는다면, 범지여, 이것이 이른바 '행을 두루 갖추지 못하고, 온갖 음탕한 마음이 흘러나오는 것이며, 음욕·성냄·어리석음과 상응하는 것'이니라.
  또 범지여, 여자와 장난을 치거나 서로 말을 주고받는다면, 범지여, 이것이 이른바 '이 사람은 행을 온전히 갖추지 못한 것이고, 음욕·성냄·어리석음이 흘러나오며, 범행을 갖추지 못하고 청정한 행을 닦는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범지여, 어떤 여자의 음탕한 눈길과 서로 마주쳤는데도 눈길을 옮기지 않고 거기서 곧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생각을 일으켜 온갖 어지러운 생각들을 한다면, 범지여, 이것이 이른바 '이 사람은 범행이 깨끗하지 못하고 범행을 닦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범지여, 어떤 사람이 우는 소리나 웃는 소리를 멀리서 듣고 거기서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일으켜 온갖 어지러운 생각들을 한다면 범지여, 이것이 이른바 '이 사람은 범행을 깨끗이 닦지 않고, 음욕·성냄·어리석음과 상
  
[849 / 1393] 쪽
  응하며, 행을 완전히 갖추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니라.
  또 범지여, 어떤 사람이 일찍이 보았던 여자를 뒤에 다시 생각해 그 머리와 눈을 기억하고는 거기서 그리움을 내어 으슥한 곳에서 음욕·성냄·어리석음을 일으켜 나쁜 행과 상응한다면, 범지여, 이것이 이른바 '이 사람은 범행을 닦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니라."
  그 때 생루 범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참으로 놀랍고 참으로 뛰어나십니다. 사문 구담께서는 범행도 아시고 범행이 아닌 것도 아시며, 번뇌가 흘러나오는 행도 아시고 번뇌가 흘러나오지 않는 행도 아십니다. 왜냐 하면 저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여자와 손발이 서로 닿게 되면 곧 온갖 어지러운 생각들을 일으킵니다. 그 때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은 행이 깨끗하지 못하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상응한다. 첫째가는 접촉은 여자이고, 첫째가는 욕망은 눈과 눈이 서로 마주치는 것이다. 그렇게 여자는 말과 웃음으로 남자를 얽어매고, 혹은 말을 걸어 남자를 얽어맨다.'
  지금 저는 '이런 여섯 종류의 사람은 모두 깨끗하지 못한 행을 한다'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오늘 여래께서는 너무도 많은 말씀을 해주시니, 마치 장님이 눈을 뜨고 헤매던 사람이 길을 발견하며 어리석은 사람이 도를 듣게 되고 눈을 가진 사람이 빛깔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여래께서는 그와 같이 설법하셨습니다. 저는 지금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귀의합니다. 지금부터 다시는 살생하지 않겠습니다. 원컨대 저를 우바새로 받아주소서."
  그 때 생루 범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6)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비사리(毗舍離) 교외의 숲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6)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5권 110번째 소경인 「살차경(薩遮經)」이 있다.
[850 / 1393] 쪽
  함께 계셨다.
  그 때 존자 마사(馬師)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 때 살차니건자(薩遮尼揵子)7)는 멀리서 마사가 오는 것을 보고 곧 마사에게 가서 말하였다.
  "그대의 스승은 어떤 이치를 말하고, 어떤 교리와 어떤 계율로 그대들에게 설법하는가?"
  마사는 대답하였다.
  "범지여, 색(色)은 무상한 것이다. 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이요, 괴로운 것은 나[我]가 없으며, 나가 없는 것은 곧 공(空)한 것이다. 공하다면 그것은 내 소유가 아니요 나도 그것의 소유가 아니니, 이것이 지혜로운 자들이 배우는 것이다. 통(痛:受)·상(想)·행(行)·식(識)도 무상한 것이니, 이 5성음(盛陰)은 무상한 것이다. 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이요, 괴로운 것은 나가 없으며, 나가 없는 것은 곧 공한 것이다. 공하다면 그것은 내 소유가 아니요 나도 그것의 소유가 아니다. 그대가 알고 싶어하는 우리 스승의 가르침과 훈계는 그 이치가 이와 같고, 제자들을 위해 이런 이치를 말씀하신다."
  그 때 니건자는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면서 말하였다.
  "그만, 그만. 마사여, 나는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다. 아무리 구담 사문이 그렇게 가르친다 해도 나는 조금도 듣고 싶지 않다. 왜냐 하면 내 주장대로라면 색(色)은 영원한데 그 사문의 주장은 무상하다고 하기 때문이다. 언제 한 번 사문 구담을 만나 함께 변론해서 사문 구담의 뒤바뀐 생각을 고쳐 주리라."
  그 때 비사리성에 살던 5백 동자는 한 곳에 모여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때 니건자가 5백 동자에게 가서 동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모두 오라. 우리 함께 사문 구담에게 가자. 왜냐 하면 저 사문 구담과 변론해서 저 사문이 바른 진리의 길을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저 사문은 색을 무상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내 주장대로라면 색은 영원
  
  
7) 팔리어로는 Saccaka Niga haputto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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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것이다.
  마치 역사(力士)가 털이 긴 양을 손으로 잡고 동·서 어디로든 마음대로 끌고 가되 아무 어려움이 없는 것처럼, 나도 그와 같이 저 사문 구담과 변론하며 마음대로 그를 잡았다 놓았다 하기에 아무 어려움이 없으리라. 또 여섯 개의 이빨을 가진 사나운 코끼리는 깊은 산에서 놀아도 아무것도 어려워 할 것이 없는 것처럼, 나도 이제 그와 같아 그자와 변론하기에 아무 어려움이 없으리라. 또 건장한 두 사내가 연약한 한 사람을 붙잡아 불에 지지며 마음대로 뒤집되 아무 어려움이 없는 것처럼, 나도 그와 같이 저와 변론하되 아무 어려움이 없으리라.
  나는 변론으로 코끼리도 죽일 수 있거늘 하물며 사람이겠는가? 또 코끼리도 동·서·남·북으로 마음대로 부리는데 어찌 사람만 그리 못하겠느냐? 마음이 없는 물건인 이 강당의 들보나 기둥도 오히려 옮길 수 있는데 하물며 사람과 변론해서 이기는 일 정도이겠는가? 나는 그가 얼굴의 구멍에서 피를 쏟으며 죽게 하리라."
  그 모임에 있던 어떤 동자가 말하였다.
  "니건자는 끝내 저 사문을 변론으로 대적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 사문 구담이 니건자를 변론으로 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떤 동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사문은 니건자를 변론으로 대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니건자는 저 사문을 변론으로 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니건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일 저 사문 구담의 주장이 저 마사 비구의 말대로라면 상대할 만하겠지만 다른 이치가 있더라도 들어 보면 알 것이다.'
  그 때 니건자는 5백 동자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서로 문안하고 한쪽에 앉았다. 이 때 니건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어떻소? 구담이여, 어떤 교리와 어떤 계율로 제자들을 훈계하오?"
  부처님께서 니건자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렇게 주장한다. 색은 무상한 것이다. 무상한 것은 곧 괴로운 것이요, 괴로운 것은 나가 없으며, 나가 없는 것은 곧 공한 것이다. 공하다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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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것은 내 소유가 아니요, 나도 그것의 소유가 아니다. 통·상·행·식도 그러하니, 이 5성음(盛陰)은 다 무상한 것이다. 무상한 것은 곧 괴로운 것이요, 괴로운 것은 나가 없으며, 나가 없는 것은 곧 공한 것이다. 공하다면 그것은 내 소유가 아니요, 나도 그것의 소유가 아니다. 내 가르침은 이런 이치이니라."
  니건자는 말하였다.
  "나는 그런 이치는 듣고 싶지 않소. 왜냐 하면 내가 이해하기로는 색은 영원하기 때문이오."
  "그대는 일단 마음을 모으고 오묘한 이치를 사유해 보라. 그 다음에 다시 말하라."
  "내가 지금 말한 '색은 영원하다'는 이치는 이 5백 동자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지금 말한 '색은 영원하다'는 이치는 이 5백 동자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너의 주장을 말하면서 왜 저 5백 사람을 끌어들이는가?"
  니건자가 대답하였다.
  "나는 '색은 영원하다'고 말하오. 사문께선 어떤 주장을 하고 싶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색은 무상하고 또한 나가 없다'고 말한다. 억지와 거짓으로 수(數)를 모아 이 색이 있는 것일 뿐, 진실함도 없고 단단함도 견고함도 없어 눈덩이와 같은 것이니, 그것은 없어지는 법이요 변하는 법이다. 너는 지금 '몸은 영원하다'고 말하였다. 내가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라. 어떤가? 니건자여, 전륜성왕은 자기 나라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그래서 그 대왕은 놓아주지 않을 자도 놓아주고 결박하지 않을 자도 결박할 수 있는가?"
  니건자가 대답하였다.
  "성왕이라면 그런 자유로운 힘이 있어 죽이지 않을 자도 죽일 수 있고, 결박하지 않을 자도 결박할 수 있소."
  
[853 / 1393] 쪽
  "어떤가? 니건자여, 그런 전륜성왕도 늙겠는가? 머리가 하얗게 세고 얼굴이 쭈글쭈글해지며 옷에는 때가 꼬질꼬질 끼겠는가?"
  그러자 니건자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세존께서 두 번 세 번 물었으나 그는 여전히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때 밀적 금강역사(密跡金剛力士)가 손에 금강저(金剛杵)를 들고 허공에서 말하였다.
  "네가 대답하지 않는다면 여래 앞에서 네 머리를 부수어 일곱 조각을 내리라."
  그 때 세존께서는 니건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허공을 보라."
  니건자는 공중을 우러러 밀적 금강역사를 보고 또 '만일 네가 여래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는다면 네 머리를 부수어 일곱 조각을 내리라'라는 공중의 그 소리를 들었다. 그는 그것을 보고 놀랍고 두려워 온 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는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구담이여, 나를 살려 주시오. 그리고 이제 다시 물으시오. 내가 대답하겠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떤가? 니건자여, 전륜성왕도 늙겠는가? 그 역시 머리가 하얗게 세고 이빨이 빠지며 피부가 늘어지고 얼굴이 쭈글쭈글해지겠는가?"
  니건자는 대답하였다.
  "사문 구담이 그렇게 말하더라도 나는 '색은 영원하다'고 주장하겠소."
  "그대는 잘 사유해본 뒤에 대답하라. 앞뒤의 말이 서로 맞지 않는구나. 전륜성왕도 늙는지, 또 머리가 하얗게 세고 이빨이 빠지며 피부가 늘어지고 얼굴이 쭈글쭈글해지는지 그것만 논하라."
  니건자가 대답하였다.
  "전륜성왕도 아마 늙을 것이오."
  "전륜성왕은 자기 나라에서는 언제나 자유로울 수 있는데, 왜 늙음과 병듦과 죽음은 물리치지 못하는가? 만일 '내게는 늙음과 병과 죽음이 필요 없다. 나는 영원히 이러하리라'고 하며 그렇게 하고 싶어한다면 그것이 과연 이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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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옳겠는가?"
  그 때 니건자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고, 근심과 걱정으로 괴로워하며 잠자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니건자는 온몸에서 땀을 흘렸고 그 땀은 옷을 적시고 또 앉은자리와 땅까지 적셨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니건자여, 그대는 대중들이 있는 자리에서 이렇게 사자처럼 외쳤었다.
  '너희 동자들은 나와 함께 저 구담에게로 가자. 그와 변론하여, 마치 털이 긴 양을 손으로 잡고 동·서로 마음대로 끌되 아무 어려움이 없는 것처럼, 또 큰 코끼리가 깊은 산중에 들어가 마음대로 노닐되 두려움이 없는 것처럼, 또 건장한 두 사내가 연약한 한 사람을 잡고 불에 지지며 마음대로 뒤적거리는 것처럼 그를 항복 받으리라.'
  너는 또 '나는 항상 변론으로 큰 코끼리를 죽일 수 있다. 이런 들보나 기둥이나 초목들은 다 마음이 없는 것이지만, 이런 것들과도 변론해 굽히고 펴고 숙이고 쳐들게 할 수 있고 또 겨드랑 밑으로 땀을 흘리게 할 수도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 때 세존께서 세 가지 법의를 들추어 니건자에게 보이면서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의 겨드랑이에 흐른 땀이 없는 것을 보라. 그런데 지금 너는 땀을 흘려 땅까지 적시는구나."
  니건자는 또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때 모여 있던 대중들 가운데에 두마(頭摩)8)라는 동자가 있었는데, 두마 동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베풀어주신 것을 감당할 수 있고, 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마음대로 말하라."
  두마 동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마치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목욕하기 좋은 연못이 있는데, 그 목욕하는 연못에 다리가 많은 벌레가 있는 경우와 같습니다. 그러면 그 마을 사람들은
  
  
8) 팔리어로는 Dummukha이고, 또는 돌목가(突目佉)라고도 한다.
[855 / 1393] 쪽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 목욕하는 연못으로 가 그 벌레를 잡아내고 제각기 기왓장이나 돌로 그 팔과 다리를 때려 잘라버립니다. 결국 그 벌레는 물로 도로 들어가고 싶어도 끝내 그리될 수 없습니다. 이 니건자도 그와 같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서슬이 시퍼런 마음으로 여래와 변론하려 하며 마음에 질투와 교만을 품었었는데, 이제 여래께서 그것을 완전히 없애 영원히 남김 없게 하셨습니다. 따라서 이 니건자는 다시는 여래께 찾아와 변론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 때 니건자가 두마 동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어리석어 참과 거짓도 분별하지 못하는구나. 또 나는 너하고 변론하는 것이 아니라 사문 구담과 변론하고 있는 것이다."
  니건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치를 물어주시오. 내가 다시 말하겠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떤가? 니건자여, 전륜성왕이 늙음·병듦·죽음이 닥치지 않게 하려 한다면, 그럴 수 있겠는가? 그 성스러운 대왕은 그 소원을 이룰 수 있겠는가?"
  "그 소원은 이룰 수 없소."
  "이 색은 있게 하고 이 색은 없게 하려고 한다면 될 수 있겠는가?"
  "될 수 없소, 구담이여."
  "어떤가? 니건자여, 이 색은 영원한가, 무상한가?"
  "색은 무상한 것이오."
  "만일 무상하다면 그것은 바뀌고 변하는 법이다. 너는 그래도 '이것은 나다'라거나 '나는 저것의 소유이다'라고 보겠는가?"
  "아니오, 구담이여."
  "그러면 통·상·행·식은 영원한가, 무상한가?"
  "무상하오."
  "만일 무상하다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도 너는 과연 그것을 있다고 보는가?"
  "그것은 없는 것이오."
  "이 5성음(盛陰)은 영원한가, 무상한가?"
  
[856 / 1393] 쪽
  "무상하오."
  "만일 무상하다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도 너는 과연 그것을 있다고 보는가?."
  "그것은 없는 것이오."
  "어떠냐, 니건자야. 너는 '영원하다'고 말했었는데, 그 말은 이 이치와 어긋나지 않는가?"
  그 때 니건자는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어리석어 진리를 분별하지 못하고 그런 감정을 품어 구담과 논쟁하며 '색은 영원하다'고 말했습니다. 어떻게 맹수인 사자가 멀리서 사람이 오는 것을 보고 두려워하겠습니까? 끝내 그럴 일은 없습니다. 지금 여래께서도 그와 같아 털끝만큼도 두려움이 없으십니다. 제가 지금 미치고 어리석어 깊은 이치를 알지 못하고 감히 사문 구담을 괴롭혔습니다.
  사문 구담께서 많은 말씀을 해주시니, 마치 장님이 눈을 뜨고 귀머거리가 소리를 듣게 되며 헤매던 이가 길을 발견하고 눈 없던 자가 빛깔을 보게 된 것과 같습니다. 사문 구담께서도 그처럼 무수한 방편으로 설법해주셨습니다.
  저는 이제 사문 구담과 법과 비구스님들께 귀의합니다. 제가 우바새가 되도록 허락하소서. 지금부터 목숨을 마칠 때까지 살생하지 않겠습니다. 원컨대 구담과 비구스님들께선 제 청을 받아 주소서. 저는 부처님과 비구스님들께 공양을 올리고 싶습니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받아 주셨다. 니건자는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받으신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돈 뒤에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떠났다.
  그는 비사리의 동자들이 있는 곳으로 가 동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내게 공양할 재료를 지금 곧 내게 가져오고 때를 어기지 말라. 나는 지금 사문 구담과 그 비구스님들을 초청하였다. 내일 공양하리라."
  동자들은 각기 공양거리를 마련해 가지고 와서 그에게 주었다. 니건자는 그날 밤으로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고 좋은 자리를 펴고 때가 되어 세존께 아뢰었다.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세존께서는 왕림하소서."
  
 
[857 / 1393] 쪽
  세존께서는 때가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비구스님들을 데리고 비사리로 가시어 니건자의 집에 이르러 자리에 앉으셨다. 비구들도 차례로 앉았다. 니건자는 부처님과 비구들이 좌정한 것을 보고 갖가지 음식을 손수 돌렸다.
  그리고 부처님과 비구들이 공양을 마치자 그는 깨끗한 물을 돌리고, 곧 작은 자리를 가지고 와서 여래 앞에 앉아 설법을 듣고자 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차근차근 미묘한 논을 말씀하셨다. 이른바 논이란, 보시론·계율론·하늘에 태어나는 것에 대한 논이요, 탐심은 더럽고 음욕은 깨끗지 못한 행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즐거움이라 하셨다.
  세존께서는 니건자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린 것을 보시고는, 모든 부처님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괴로움과 괴로움의 발생과 괴로움의 소멸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그 니건자에게 모두 말씀하셨다. 이 때 니건자는 곧 그 자리에서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해졌다.
  그 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제사에선 불이 제일이 되고
  문장에선 게송이 으뜸이 되며
  사람 중에선 임금이 제일이고
  모든 물은 바다가 근원이며
  별 가운데에선 달이 가장 밝고
  광명 중에선 해가 제일이라네.
  
  위와 아래와 또 사방과
  모든 땅에서 자라는 만물
  하늘과 사람들 그 가운데서
  부처님이 더 없이 높은 분이니
  만일 그 덕을 구하고 싶다면
  세 부처님을 최상으로 여겨라.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마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858 / 1393] 쪽
  이 때 니건자의 5백 제자는 자신들의 스승이 부처님의 교화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저희들끼리 말하였다.
  "우리 스승께서 어쩌다 구담을 스승으로 섬기게 되었을까?"
  그래서 그 제자들은 비사리성을 나서 길에 서서 기다렸다.
  그 때 니건자는 부처님께 나아가 법을 듣고자 하였고,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기뻐하게 하셨다. 니건자는 설법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떠났다.
  니건자의 제자들은 멀리서 그들의 스승이 오는 것을 보고 저희끼리 말하였다.
  "저 사문 구담의 제자가 지금 저기 온다."
  그리곤 제각기 기왓장과 돌을 들고 그를 때려 죽였다. 그 때 여러 동자들은 니건자가 그 제자들에게 맞아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세존께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동자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께서 교화하신 니건자가 지금 제자들에게 살해당했습니다. 그는 지금 목숨을 마치고 어디에 태어났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덕이 있는 사람으로서 네 가지 진리를 완전히 갖추고 세 가지 번뇌[結使]를 없애 수다원(須陀洹)을 이루었으니 반드시 괴로움을 벗어날 것이다. 지금 그는 목숨을 마치고 삼십삼천에 태어났다. 그는 미륵 부처님을 뵙고는 완전히 괴로움을 벗어날 것이니, 이것이 곧 그 이치이다. 그것을 생각하며 수행하라."
  그 때 동자들은 세존께 아뢰었다.
  "참으로 이상하고 참으로 놀랍습니다. 그 니건자는 세존께 찾아와 변론으로 겨루려다가 도리어 제 변론에 스스로 묶여 여래의 교화를 받았습니다. 여래를 뵙는 일은 결코 허망하지 않습니다. 마치 사람들이 바다에 들어가 보배를 구하면 반드시 그것을 얻고 끝내 헛되이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어떤 사람이 여래께 찾아온다면 그는 반드시 법의 보배를 얻고 끝내 헛되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동자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말씀하시어 그들을 기쁘게
  
[859 / 1393] 쪽
  하셨다. 그러자 동자들은 부처님으로부터 설법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돈 뒤에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곧 물러나 떠났다. 그 때 동자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출처 : 通達無我法者
글쓴이 : 통달무아법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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