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만일 공하여 다 제도하지 못한다면, 적은 수효도 공하기는 마찬가지거늘 어찌하여 조금은 제도한다 하는가? |
9) 3무량심은 사유의 대상일 뿐, 대상의 처지를 바꿀 수 있는 실행체계는 아니라는 뜻이다. |
10) 범어 asaṃkhyeya의 음역.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 |
[792 / 2071] 쪽 |
[답] 나는 말하기를 “시방 3세의 부처님이 일체 중생을 구하여도 얻을 수 없기에 제도할 바가 없다” 했다. 하지만 그대는 질문하기를 “어찌하여 다 제도하지 못하는가” 하니, 이것이 잘못이다. |
그대는 이 허물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한 채 다시 “중생 가운데 많거나 적거나 한 종류가 없거늘 어찌하여 조금만 제도하는가”라고 묻고 있으니, 이는 거듭 허물에 떨어지는 것이다. |
또한 모든 법의 진실한 모습인 제일의제에는 중생도 없고, 또한 제도한다는 것도 없다.
다만 세속의 법에 의하는 까닭에 제도함이 있다고 할 뿐이거늘 그대는 세속의 법에서 제일의제를 구하니, 이 일은 옳지 못하다.
비유하건대 자갈 틈에서 보석을 찾으나 얻을 수 없는 것과도 같다. |
또한 모든 부처님의 초발심으로부터 법이 다함에 이르기까지 그 중간에 있는 공덕은 모두가 만들어진 것[作法]으로서 한량도 있고, 처음과 마지막도 있다.
따라서 제도할 중생 역시 한량이 있어야 하나니, 인연과보의 한량 있는 법을 좇아 한량없는 중생을 다 제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
마치 힘센 장수의 활이 아무리 세력이 크다 해도 거리가 멀면 화살도 반드시 떨어지는 것 같다. |
또한 겁이 다하여 큰 불이 삼천대천세계를 태울 때 밝게 비추는 광명이 한량없고 오래간다 하여도 반드시 멸하는 것과도 같다. |
보살의 성불도 이와 같아서 처음 발의함으로부터 정진의 활을 잡고 지혜의 화살을 써서 깊이 불법 속으로 들어가 큰 불사를 이룩하더라도 마침내 반드시 멸한다. |
보살이 일체종지를 얻을 때는 몸에서 광명이 나와 한량없는 세계를 비추고, 낱낱 광명이 변화해 한량없는 몸을 만들어 내며, 시방의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한다. |
열반에 든 뒤에는 8만 4천의 법 무더기와 사리로써 중생들을 교화하되 겁이 다하는 불이 비추기를 오래하면 끝내 멸하는 것이다. |
[문] 그대는 말하기를 “광명이 변화해 한량없는 몸을 만들어 내며, 시방의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한다” 하면서 지금은 어찌하여 한량 있는 인연 때문에 제도 받을 중생 역시 한량이 있다고 말하는가? |
[793 / 2071] 쪽 |
[답] 한량없음에는 두 종류가 있다. |
첫째는 실제로 한량없음이니, 성인들도 헤아리지 못하는 바이다. 예를 들어 허공․열반․중생의 성품이니, 이것들은 헤아릴 수가 없다. |
둘째는 가히 헤아릴 수는 있는 법이나 오직 힘이 적어서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미산․바닷물의 무게ㆍ빗방울의 많고 적음이니, 이는 부처님들과 보살들은 능히 아시지만 하늘이나 인간 세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
부처님께서 중생을 제도하는 것도 이와 같으니, 부처님들은 능히 아시지만 다만 그대들이 미칠 바가 아니므로 한량없다고 말할 뿐이다. |
또한 모든 법은 인연이 화합하여 생겨나는 까닭에 자성이 없으며, 자성이 없는 까닭에 항상 공하니, 항상 공한 가운데서는 중생을 얻을 수 없다. |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
내가 도량에 앉았을 때 |
지혜로운 이 볼 수 없었으니 |
빈주먹으로 어린애를 꼬이듯 |
모든 중생을 구제하였네. |
모든 법의 진실한 모습은 |
그대로가 중생의 모습이니 |
만일 중생의 모습에 집착하면 |
진실한 도에서 멀어지네. |
항상 영원히 공한 모습을 생각하면 |
이 사람은 도를 행하는 것이 아니니 |
생멸치 않는 법 가운데에서 |
분별의 모습을 짓는 자이네. |
분별하거나 기억해 생각하면 |
[794 / 2071] 쪽 |
이는 마라의 그물이니 |
움직이지 않고 기대지 않으면 |
이것이 곧 법인(法印)이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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