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 271. 空에 대해 분별하거나 생각지 말라.

수선님 2019. 3. 3. 12:02

[문] 만일 공하여 다 제도하지 못한다면,

적은 수효도 공하기는 마찬가지거늘 어찌하여 조금은 제도한다 하는가?

  
  
  
9) 3무량심은 사유의 대상일 뿐, 대상의 처지를 바꿀 수 있는 실행체계는 아니라는 뜻이다.
10) 범어 asaṃkhyeya의 음역.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
[792 / 2071] 쪽

[답] 나는 말하기를 “시방 3세의 부처님이 일체 중생을 구하여도 얻을 수 없기에 제도할 바가 없다” 했다.

하지만 그대는 질문하기를 “어찌하여 다 제도하지 못하는가” 하니, 이것이 잘못이다.

 

그대는 이 허물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한 채 다시 “중생 가운데 많거나 적거나 한 종류가 없거늘 어찌하여 조금만 제도하는가”라고 묻고 있으니, 이는 거듭 허물에 떨어지는 것이다.

 

또한 모든 법의 진실한 모습인 제일의제에는 중생도 없고, 또한 제도한다는 것도 없다.

 

다만 세속의 법에 의하는 까닭에 제도함이 있다고 할 뿐이거늘 그대는 세속의 법에서 제일의제를 구하니,

이 일은 옳지 못하다.

 

비유하건대 자갈 틈에서 보석을 찾으나 얻을 수 없는 것과도 같다.

 

 

또한 모든 부처님의 초발심으로부터 법이 다함에 이르기까지

그 중간에 있는 공덕은 모두가 만들어진 것[作法]으로서 한량도 있고, 처음과 마지막도 있다.

 

따라서 제도할 중생 역시 한량이 있어야 하나니,

인연과보의 한량 있는 법을 좇아 한량없는 중생을 다 제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치 힘센 장수의 활이 아무리 세력이 크다 해도 거리가 멀면 화살도 반드시 떨어지는 것 같다.

 

또한 겁이 다하여 큰 불이 삼천대천세계를 태울 때 밝게 비추는 광명이 한량없고 오래간다 하여도 반드시 멸하는 것과도 같다.

 

보살의 성불도 이와 같아서 처음 발의함으로부터 정진의 활을 잡고 지혜의 화살을 써서 깊이 불법 속으로 들어가 큰 불사를 이룩하더라도 마침내 반드시 멸한다.

 

보살이 일체종지를 얻을 때는 몸에서 광명이 나와 한량없는 세계를 비추고,

낱낱 광명이 변화해 한량없는 몸을 만들어 내며, 시방의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한다.

 

열반에 든 뒤에는 8만 4천의 법 무더기와 사리로써 중생들을 교화하되

겁이 다하는 불이 비추기를 오래하면 끝내 멸하는 것이다.

 

 

 

[문] 그대는 말하기를 “광명이 변화해 한량없는 몸을 만들어 내며, 시방의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한다” 하면서 지금은 어찌하여 한량 있는 인연 때문에 제도 받을 중생 역시 한량이 있다고 말하는가?

  
[793 / 2071] 쪽
[답] 한량없음에는 두 종류가 있다.

 

첫째는 실제로 한량없음이니, 성인들도 헤아리지 못하는 바이다.

예를 들어 허공․열반․중생의 성품이니, 이것들은 헤아릴 수가 없다.

 

둘째는 가히 헤아릴 수는 있는 법이나 오직 힘이 적어서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미산․바닷물의 무게ㆍ빗방울의 많고 적음이니,

이는 부처님들과 보살들은 능히 아시지만 하늘이나 인간 세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부처님께서 중생을 제도하는 것도 이와 같으니,

부처님들은 능히 아시지만 다만 그대들이 미칠 바가 아니므로 한량없다고 말할 뿐이다.

 

또한 모든 법은 인연이 화합하여 생겨나는 까닭에 자성이 없으며,

자성이 없는 까닭에 항상 공하니, 항상 공한 가운데서는 중생을 얻을 수 없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도량에 앉았을 때
  지혜로운 이 볼 수 없었으니
  빈주먹으로 어린애를 꼬이듯
  모든 중생을 구제하였네.
  
  모든 법의 진실한 모습은
  그대로가 중생의 모습이니
  만일 중생의 모습에 집착하면
  진실한 도에서 멀어지네.
  
  항상 영원히 공한 모습을 생각하면
  이 사람은 도를 행하는 것이 아니니
  생멸치 않는 법 가운데에서
  분별의 모습을 짓는 자이네.
  
  분별하거나 기억해 생각하면
  
[794 / 2071] 쪽
  이는 마라의 그물이니
  움직이지 않고 기대지 않으면
  이것이 곧 법인(法印)이어라.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글쓴이 : - 해탈 -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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