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사미(拘舍彌)를 유행하실 적에 구사라(瞿師羅)1)동산에 머무셨다. 이 때 존자 대주나(大周那)는 해질 무렵에 연좌(宴坐)에서 일어나,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세상에는 여러 견해가 생겨나고 또 생겨납니다. 소위 신(神)이 있다고 헤아리거나 중생(衆生)이 있다, 사람[人]이 있다, 수(壽)가 있다, 명(命)이 있다, 세간(世間)이 있다고 헤아립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이런 견해를 멸하거나 떨쳐버려 다른 견해를 계속 주장하거나 받아들이지 않게 할 수 있습니까? "
그 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주나야, 세상에는 여러 견해가 생겨나고 또 생겨나서, 소위 신이 있다고 헤아리거나 중생이 있다, 수(壽)가 있다. 명(命)이 있다, 세간이 있다고 헤아리느니라. 주나야, 만일 모든 법을 남김 없이 멸해 다하려거든 이와 같이 알고 이렇게 보아야 이런 견해를 멸하거나 떨쳐버려 다른 견해를 계속 주장하거나 받아들이지 않게 할 수 있나니, 마땅히 점차 줄이는 것[漸損]을 배워야 하느니라.
주나야, 거룩한 법률(法律) 가운데 어떤 것이 점차 줄이는 것인가? 비구는 욕심을 여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며 나아가 제4선을 성취하여 노닌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점차 줄여 나가야겠다.'
주나야, 거룩한 법률에는 단지 이렇게 점차 줄여 나가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4증상심(增上心)이 있어 현법(現法)에 즐겁게 머무나니, 수행자는 이것을 쫓아 일어났다가 다시 들어온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점차 줄여 나가야겠다.'
주나야, 거룩한 법률 가운데에는 단지 이렇게 점차 줄여 나가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구는 일체의 색상(色想)을 넘어섬으로부터 비유상비무상처(非有想非無想處)까지 얻어 성취하여 노닌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점차 줄여 나가야겠다.'
주나야, 거룩한 법률 가운데에는 단지 이렇게 점차 줄여 나가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4식해탈(息解脫)이 있어, 색을 떠나고 무색(無色)을 얻나니, 수행자는 이것을 좇아 일어나 마땅히 남을 위하여 설법해야 하느니라.
그리고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점차 줄여 나가야겠다.'
주나야, 거룩한 법률에는 단지 이렇게 점차 줄여 나가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주나야, '남들은 나쁜 욕심과 나쁜 욕심에 대한 생각이 있는데, 나는 나쁜 욕심과 나쁜 욕심에 대한 생각이 없는가'라고 하며, 마땅히 점차 줄여 나가는 것을 배워야 하느니라. 주나야, '남들은 해칠 생각과 분노가 있는데, 나는 해칠 생각과 분노가 없는가'라고 하며 마땅히 점차 줄여 나가는 것을 배워야 하느니라.
주나야, '남들은 생물을 죽이고 주지 않는 것을 취하고 범행이 아닌 짓을 하는데, 나는 범행이 아닌 짓을 한 적은 없는가'라고 하며 마땅히 점차 줄여 나가는 것을 배워야 하느니라. 주나야, '남들은 탐욕과 다툼 수면 얽매임 들뜸 뽐냄이 있고 또 의혹이 있는데, 나는 의혹이 없는가'라고 하며 마땅히 점차 줄여 나가는 것을 배워야 하느니라. 주나야, '남들은 분노와 원한 아첨 속임 제 부끄러움과 남 부끄러움이 없는데, 나는 제 부끄러움과 남 부끄러움이 있는가'라고 하며 마땅히 점차 줄여 나가는 것을 배워야 하느니라.
주나야, '남들은 거만이 있는데, 나는 거만이 없는가'라고 하며 마땅히 점차 줄여 나가는 것을 배워야 하느니라. 주나야, '남들은 증상만(增上慢)이 있
는데, 나는 증상만(增上慢)이 없는가'라고 하며 마땅히 점차 줄여 나가는 것을 배워야 하느니라. 주나야, '남들은 많이 듣지 못했는데, 나는 들은 것이 많은가'라고 하며 마땅히 점차 줄여 나가는 것을 배워야 하느니라.
주나야, '남들은 모든 선법(善法)을 관찰하지 못하는데, 나는 모든 선법을 관찰했는가'라고 하며 마땅히 점차 줄여 나가는 것을 배워야 하느니라. 주나야, '남들은 법이 아닌 악행을 행하는데 나는 옳은 법인 묘행(妙行)을 행하는가'라고 하며 마땅히 점차 줄여 나가는 것을 배워야 하느니라. 주나야, 남들은 거짓말과 이간하는 말 거친 말 꾸밈말의 나쁜 계(戒)가 있는데, 나는 나쁜 계가 없는가'라고 하며 마땅히 점차 줄여 나가는 것을 배워야 하느니라.
주나야, '남들은 믿지 않고 게으르며 생각이 없고 정(定)이 없고 또 나쁜 지혜가 있는데, 나는 나쁜 지혜가 없는가'라고 하며 마땅히 점차 줄여 나가는 것을 배워야 하느니라.
주나야, 그저 마음을 내어 모든 선법을 배우겠다는 생각만 하더라도 곧 요익되는 바가 많겠거늘, 하물며 다시 몸과 입으로 선법을 행함이겠는가? 주나야, '남들은 나쁜 욕심과 나쁜 욕심에 대한 생각이 있는데, 나는 나쁜 욕심과 나쁜 욕심에 대한 생각이 없는가'라고 하며 마땅히 마음을 내어야 하느니라. 주나야, '남들은 해칠 뜻과 분노가 있는데, 나는 해칠 뜻과 분노가 없는가'라고 하며 마땅히 마음을 내어야 하느니라.
주나야, '남들은 생물을 죽이고, 주지 않는 것을 가지며, 범행(梵行)이 아닌 짓을 하는데, 나는 범행이 아닌 짓을 한 적은 없는가'라고 하며 마땅히 마음을 내어야 하느니라. 주나야, '남들은 탐욕과 다툼 수면 얽매임 들뜨고 뽐냄이 있으며 또 의혹이 있는데, 나는 의혹이 없는가'라고 하며 마땅히 마음을 내어야 하느니라. 주나야, '남들은 분노와 원한 아첨 속임 제 부끄러움과 남 부끄러움이 없는데, 나는 제 부끄러움과 남 부끄러움이 있는가'라고 하며 마땅히 마음을 내어야 하느니라.
주나야, '남들은 거만이 있는데, 나는 거만이 없는가'라고 하며 마땅히 마음을 내어야 하느니라. 주나야, '남들은 증상만(增上慢)이 있는데, 나는 증상만이 없는가'라고 하며 마땅히 마음을 내어야 하느니라. 주나야, '남들은 많이 듣지 못했는데, 나는 들은 것이 많은가'라고 하며 마땅히 마음을 내어야
하느니라. 주나야, '남들은 모든 선법을 관찰하지 못하는데, 나는 모든 선법을 관찰했는가'라고 하며 마땅히 마음을 내어야 하느니라.
주나야, '남들은 법이 아닌 악행을 행하는데, 나는 옳은 법인 묘행을 행하는가'라고 하며 마땅히 마음을 내어야 하느니라. 주나야, '남들은 거짓말과 이간하는 말 거친 말 꾸밈말의 나쁜 계가 있는데, 나는 나쁜 계가 없는가'라고 하며 마땅히 마음을 내어야 하느니라. 주나야, '남들은 믿지 않고 게으르며, 생각이 없고 정(定)이 없으며, 나쁜 지혜가 있는데 나는 나쁜 지혜가 없는가'라고 하며 마땅히 마음을 내어야 하느니라.
주나야, 마치 나쁜 길[惡道]과 좋은 길[正道]이 대(對)가 되고 마치 나쁜 나루터[度]와 좋은 나루터가 대가 되듯이, 이와 같이 주나여, 나쁜 욕심은 나쁜 욕심이 아닌 것과 대가 되고, 해칠 뜻과 분노는 해칠 뜻과 분노가 아닌 것과 대가 되며, 생물을 죽이거나 주지 않은 것을 취하는 것과 범행이 아닌 것은 범행과 대가 되고, 탐욕과 다툼 수면 들뜨고 뽐냄과 의혹은 의혹이 아닌 것과 대가 되며, 분노와 원한 아첨 속임 제 부끄러움과 남 부끄러움 없음은 제 부끄러움과 남 부끄러움과 대가 되고, 거만은 거만이 아닌 것과 대가 되며, 증상만은 증상만이 아닌 것과 대가 되고, 많이 듣지 못한 것은 많이 들은 것과 대가 되며, 모든 선법을 관찰하지 못하는 것은 모든 선법을 관찰하는 것과 대가 되며, 법이 아닌 악행을 행하는 것은 옳은 법인 묘행을 행하는 것과 대가 되고, 거짓말과 이간하는 말 거친 말 꾸밈말의 나쁜 계는 좋은 계와 대가 되며, 믿지 않음 게으름 생각 없음 정이 없음과 나쁜 지혜는 좋은 지혜와 대가 되느니라.
주나야, 혹 어떤 법이 더러우면 더러운 과보[黑報]가 있어 나쁜 곳으로 나아가고, 혹 어떤 법이 깨끗하면 깨끗한 과보[白報]가 있어 위로 오르게 된다. 이와 같이 주나야, 나쁜 욕심은 나쁜 욕심이 아닌 것으로써 위로 오르게 되고, 해칠 뜻과 분노는 해칠 뜻과 분노가 아닌 것으로써 위로 오르게 되며, 생물을 죽이거나 주지 않는 것을 취한 것과 범행이 아닌 것은 범행으로써 위로 오르게 되고, 탐욕과 다툼 수면 들뜸 뽐냄과 의혹은 의혹이 아닌 것으로써 위로 오르게 되며, 분노와 원한 아첨 속임 제 부끄러움과 남 부끄러움이 없는 것은 제 부끄러움과 남 부끄러움이 있는 것으로써 위로 오르게 되
고, 거만은 거만이 아닌 것으로써 위로 오르게 되며, 증상만은 증상만이 아닌 것으로써 위로 오르게 되고, 많이 듣지 못한 것은 많이 들음으로써 위로 오르게 되며, 모든 선법을 관찰하지 않은 것은 모든 선법을 관찰함으로써 위로 오르게 되고, 법이 아닌 악행을 행한 것은 옳은 법인 묘행을 행함으로써 위로 오르게 되며, 거짓말과 이간하는 말 거친 말 꾸밈말의 나쁜 계는 좋은 계로써 위로 오르게 되고, 믿지 않음 게으름 생각 없음 정이 없음과 나쁜 지혜는 좋은 지혜로써 위로 오르게 되느니라.
주나야, 만일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면서 남이 제어하지 못하는 것을 제어하려 한다면 끝내 그리 될 수 없고, 스스로 빠져 허우적거리면서 남이 빠져 허우적대는 것을 건져 주려 한다면 끝내 그리 될 수 없으며, 스스로 반열반하지 못하면서 남이 반열반하지 못하는 것을 반열반시키려고 한다면 끝내 그리 될 수 없느니라. 주나야, 만일 스스로 제어하면서 남이 제어하지 못하는 것을 제어하려 한다면 반드시 그리 될 것이요, 스스로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으면서 남이 빠져 허우적대는 것을 건져 주려 한다면 반드시 그리 될 수 있으며, 스스로 반열반하고서 남이 반열반하지 못하는 것을 반열반시키려고 한다면 반드시 그리 될 수 있느니라.
이와 같이 주나야, 나쁜 욕심은 나쁜 욕심이 아닌 것으로써 반열반하게 되고, 해치려는 생각과 분노는 해치려는 생각과 분노가 아닌 것으로써 반열반하게 되며, 생물을 죽인 것과 주지 않는 것을 취한 것과 범행이 아닌 것은 범행으로써 반열반하게 되고, 탐욕과 다툼 수면 들뜸 뽐냄과 의혹은 의혹이 아닌 것으로써 반열반하게 되며, 분노와 원한 아첨 속임과 제 부끄러움과 남 부끄러움 없음은 제 부끄러움과 남 부끄러움으로써 반열반하게 되고, 거만은 거만이 아닌 것으로써 반열반하게 되며, 증상만은 증상만이 아닌 것으로써 반열반하게 되고, 많이 듣지 못한 것은 많이 듣는 것으로써 반열반하게 되며, 모든 선법을 관찰하지 못한 것은 모든 선법을 관찰하는 것으로써 반열반하게 되고, 법이 아닌 악행을 행한 것은 옳은 법인 묘행을 행하는 것으로써 반열반하게 되며, 거짓말과 이간하는 말 거친 말 꾸밈말의 나쁜 계는 좋은 계로써 반열반하게 되고, 믿지 않음 게으름 생각 없음 정이 없음과 나쁜 지혜는 좋은 지혜로써 반열반하게 되느니라.
이것은 주나를 위한 것이니, 나는 이미 너를 위하여 점차 줄여 나가는 법[漸損法]을 말하였고, 이미 마음을 내는 법[發心法]을 말하였으며, 이미 대치하는 법[對法]을 말하였고, 이미 위로 오르는 법[昇上法]을 말하였으며, 이미 반열반의 법[般涅槃法]을 말하였다. 높은 스승이 제자를 위하는 것처럼, 큰 사랑과 슬픔을 일으켜 가엾이 생각하고 불쌍히 여기며, 옳음과 요익을 구하고 안온과 쾌락을 구하기를 나는 이제 이미 다하였으니, 너희들도 또한 마땅히 스스로 노력하라. 일없이 한적한 곳이나 산림 나무 밑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으로 가서 좌선하고 사유하되 방일하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을 더하여 후회가 없게 하라. 이것은 나의 가르침이요 나의 훈계이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존자 대주나와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중아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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